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11/13 00:34:01
Name 베인티모마이
Subject [일반] 부정개표 논란, 연예계 물타기 논란.. 원인은 자업자득 '신뢰상실'


현재 각종(일베를 제외한) 사이트의 유머게시판 혹은 정치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게 '부정개표 논란'과 '연예계 물타기 논란'이다. 부정개표 논란은 작년 대선 때에 문재인 후보의 표를 무효화하거나, 박근혜 당선자의 표로 바꾸는 일이 조직적으로 벌어졌다는 논란이다. 한편 연예계 물타기 논란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논란이 무혐의로 결론난 것을 연예인들의 도박논란으로 이른바 '물타기'했다는 것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선거 당선이나 연예계 이슈 등 언뜻 보기에는 별로 다른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것들을 '집권 세력의 이익을 위한 조직적인 권력작용'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부정개표 논란은 여전히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연예계 물타기 논란은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예전 같으면 단순히 '음모론'으로 말하고 까였을 내용들이 쉽게 반박당하지 않고 때로 많은 사람들이 옹호하고 있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선동당하기 쉬워졌다"고 해석하지만 본질은 이것이 [정부(및 수권세력)가 자초한 신뢰상실]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 및 수권세력에 대한 신뢰상실이 만연한 데에는 수권세력 및 지지자들 스스로가 저지른 두가지 실수가 있다.

1.그들은 정치적인 반대세력이 그나마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기대를 지키지 못했다.
2.나아가 한 번 잃은 정치적 신뢰를 회복할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을 개선시키지 않는 이상 수권세력 자체의 존립은 물론, 대한민국 정치가 더욱 어둡게 될 것이다.


1.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는 현 여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기대조차 접게 만들었다.

국정원을 비롯한 군, 보훈처 등의 SNS를 통한 선거 개입이 확실시 되었다. 그 개입의 규모와 영향력에 대해서는 정파마다 갑론을박(솔직히 말해서 뻔뻔한 부정)이 계속 되고 있지만 적어도 이 일이 조직적으로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일이 되었다. 그 방식은 트위터 글, 인터넷 댓글, 블로그 글을 통해서 조직적으로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롯해서 야당의 유력 정치인에 대해서 음해를 하고, 나아가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나 당시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칭찬을 하는 일이었다. 야당의 유력 정치인에 대한 음해는 '망치부인'과 같은 예에서 보여지듯이 상상도 하기 힘든 모욕적이고 지역감정 조장의 글과 함께였다. 더 간단히 말해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일베 짓'을 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선거에 대한 영향력만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말하기에도 부족한 문제다. 그보다 더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현 수권세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선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신뢰와 기대를 접게 만드는 문제다. "내가 지지하지는 않고, 유신과 같은 역사적 과오는 싫어하지만 그래도 적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으니 대통령은 대통령이지. 기대는 안하지만 혹시 정책을 잘 펴면 그것도 나쁠 건 없고" 이런 최소한의 믿음, 최소한의 인정 조차 날려버리게 되는 일이었다. "헐........ 국정원? 군? 보훈처? 맙소사. 시대가 정말로 거꾸로 가는구나."

다시 말해서 국정원 사태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건드린 것이다.


2.나아가 수권세력이나 그 지지세력들은 이런 과오를 수정하려 하기 보다는 실망스러운 대응을 보여줬다

정부와 책임기관, 나아가 언론까지 대응 자체가 실망 투성이였다. 경찰은 섣부른 발표를 하였고, 검찰은 수사를 맡은 라인이 총장부터 수사팀장까지 전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징계를 받거나 사임했다. 국정원은 2013년 굵직한 선거 이슈들을 스스로 [창출]해냈고 언론은 사건의 경중을 엄격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하는 게 아니라 한쪽 편에 서서 여론을 조정하려고 했다.

나아가 수권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가치기준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에 대해서 무작정 귀를 틀어막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건이 공동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데에 중요하다면 그것에 대해서 같이 토론할 수 있어야 하고, 아무리 정파적 식견이 다른 사람이라도 합리적인 최소한의 동의는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권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인터넷에서는 일베가 비의도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물타기'나 '인신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최소한의 가치판단조차 하지 않으며 "먹고 살기 바쁜데 민생을 챙겨야지", "정치가 밥먹여주냐" 이런 논리를 내세워서 회피하려고 할 뿐이다. 자기 입을 밥만 처먹기 위해 쓰는 건 자유지만 남들 입도 밥만 처먹고 살기 바란다면 그래야 할 근거정도는 대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잘못을 저질러놓고 그것을 회피하려고 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의심이 가는 일을 하고서 그것을 해명하지 않고 오히려 윽박지르는 사람을 싫어한다. 수권세력이 해야할 것은 물타기와 정치적 술수와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신뢰를 어긴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인정해서 신뢰를 회복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자업자득의 신뢰상실 난국, 남 탓하기 보다 이제 수권세력 스스로 변화해야 할 때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johny=쿠마
13/11/13 00:42
수정 아이콘
저도 개인적으로는 인터넷 여론에 '불필요한 의심'이 과도하게 퍼져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 본질적인 원인은 [정부(및 수권세력)가 자초한 신뢰상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침착한침전
13/11/13 00:59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에 인터넷에서 돌던 음모론은 안믿었었죠.
정치 사건 터질때마다 연예인 사건 터뜨려서 관심 돌린다?라는 것도 물론이고
특정당에서 댓글 알바 써서 여론 호도한다라는 말도 안 믿었었습니다.

근데 후자가 사실로 드러난지라 전자도 마냥 불필요한 의심이라거나 과도한 음모론이라고 생각이 들질 않아요.
시네라스
13/11/13 01:45
수정 아이콘
밑도끝도 없는 음모론에 일일히 다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싶은 일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둬야 하는 그런 시대인것 같습니다. 뭐... 씁슬하네요.
13/11/13 01:47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 한편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소한의 신뢰와 기대는 해낼수 있는 위정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바라
13/11/13 01:52
수정 아이콘
신뢰상실.. 꼭 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서 극심하게 나타나는것 같습니다.
먹을거리를 안심하고 먹을수가 없고.. 모르는 전화 오면 보이스피싱 아닌가부터 의심해야 하고..
거믄별
13/11/13 02:37
수정 아이콘
저도 뭔 사건이 터질때마다 그것을 묻기 위한 가십거리 이슈가 터진다는 음모론을 믿지는 않지만...
국민들이 음모론을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은 지금의 정부와 여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대선관련 의혹에 관한 대부분의 것들을 제대로 처리하고 있었다면 음모론이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을겁니다.
뭔가 제대로 조사,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난데없이 불법도박, 가십거리들이 쏟아져나오니
음모론이 또다시 만들어지고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죠.

음모론이 힘을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현 집권세력이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못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13/11/13 05:44
수정 아이콘
근데 이런 음모론이 너무 멀리 나아가는 것은 여권 입장에서 좋아할 겁니다. '거 봐라 좌빨이라는 게 결국 저 정도 수준밖에 안된다' 라고 말하면서 도찐개찐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광우병때나 천안함때나 개표 부정 음모론때나 결과는 항상 마찬가지였단 말이죠. 어차피 지금 확실한 것들만 이야기해도 여권쪽에서 정말 갑갑한 상황인데 무리수를 두는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iAndroid
13/11/13 07:34
수정 아이콘
마찬가지로 그 음모론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도 있을 테구요. '선동'이라는 빌미를 주는 건 마찬가지죠.
음모론을 믿으면 믿을수록, 그 결과가 아니다라고 밝혀지는 회수가 대다수이면, 음모론과 선동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될 겁니다.
13/11/13 10:01
수정 아이콘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뭐든지 지나치면 좋지 않다고들 하는데, 정치쪽에서는 정말 잘 들어맞지 싶습니다.
13/11/13 11:56
수정 아이콘
뭐 그러니 더욱더 열심히 음모론을 부추기는 행동을 하지 않을까 예상중입니다.
결론은 국민들만 불쌍해요...
유리한
13/11/13 11:14
수정 아이콘
뭐랄까요.. 저도 음모론 하나 써볼까 합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방부 등등 전방위적으로 부정선거를 저질렀고 그 이후 법무부, 검경 등등으로 사건을 무마하는 등
전방위적인 막장짓을 하고 있는데요,
이정도로 막장인 새누리당이 과연 선관위에는 손을 뻗지 않았을까요?
국정원과 국방부를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이 과연 투표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았을까요?

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는 합니다만..
설마 그 정도로 막장일까 싶기도 하고 때가 어느땐데 투표까지 손을 댈까 싶기도 해요.
근데.. 얘들이 하는 꼬라지나 해둔 꼬라지를 보면 딱히 손을 대지 않을 인간들이 아니란 생각도 들곤 합니다.

뭐.. 그냥 혼자 써본 소설이죠.
무적전설
13/11/13 17:15
수정 아이콘
선관위 디도스 사건도 있는데.. 영향력이 없을리가요.

얼마나 쉬쉬 잘 덮었을지 진실을 아는게 두렵기에 그냥 이대로가 좋은 듯 합니다.
어차피 배후가 드러난다고 해서 처벌될 것 같지도 않는데..
FastVulture
13/11/13 21:43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입니다.
음모론 음모론 할게 아니라
이미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버렸거든요
넷째손가락
13/11/14 16:38
수정 아이콘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창조적인 정부지요 하하하;;;;;;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4564 [일반] [뉴스 모음] 외교하는 대통령 외 [26] The xian12361 17/11/13 12361 40
71830 [일반] 대선 전후의 자게의 정치글 리젠을 보며 정치게시판 혹은 선거게시판의 독립의 필요성이 필요하다 느낍니다. [178] 캠릿브지대핳생10506 17/05/15 10506 38
71725 [일반] 막장으로 가버린 1939년, 정상 라인업. [11] 상계동 신선7544 17/05/10 7544 0
70254 [일반] 바이럴, 매체알바, 정치세력이 인터넷글의 몇%를 점유할까요? [45] i_terran8732 17/01/29 8732 11
70049 [일반] 정말로 자유게시판을 분리해야 할 때가 온것 같습니다...! [152] Jace T MndSclptr11849 17/01/17 11849 49
69352 [일반] [토론] 정치게시판 신설을 요청합니다. [132] 삭제됨8227 16/12/11 8227 24
64620 [일반] pgr에 정치게시판이 있었으면 합니다. [485] 아깽17304 16/04/15 17304 174
64287 [일반] 게시판 신설 시 검토사항 [13] 카우카우파이넌스5215 16/03/26 5215 5
63877 [일반] 정치글을 기계적으로 선거게시판으로 이동시키는 문제 [159] 영원이란7898 16/03/03 7898 22
47688 [일반] 부정개표 논란, 연예계 물타기 논란.. 원인은 자업자득 '신뢰상실' [14] 베인티모마이5029 13/11/13 5029 16
47613 [일반] 정치글 게시판을 따로 만들면 어떨까요?.... [87] Neandertal5620 13/11/10 5620 6
40967 [일반] 연애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몇가지 팁 [26] 목화씨내놔7530 12/12/10 7530 1
39140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들의 정치글 금지 규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5] 몽유도원5200 12/09/15 5200 0
7153 [일반] [잡담] 카지노(Casino) 이야기 [44] Arata_Striker6991 08/07/04 6991 0
4636 [일반] 제가 자주가는 인터넷 게시판 [18] 루트6032 08/02/28 603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