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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04 21:57:06
Name 엘푸아빠
Subject [일반] 게임 그리고 앙그라마이뉴
이 글은 타입문사의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에 관련한 네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하기 싫으신 분들은 조용히 백 스페이스를 눌러주세요.

신데렐라법에 관련된 글이긴 하지만, 조금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따로 글을 썼습니다. 봐주세요 엉엉

xian님의 글처럼 깔끔하면 좋겠지만 무척 지저분하답니다 ㅠㅠ

(글쓰다가 로그인 풀려서 다시 쓰는데 과연 원문이 그대로 나올지는 상콤한 의문을 제기하며 글을 씁니다)














90년대의 만화 탄압이 있었습니다. 90년대 초반 후레시맨 그랑죠등을 빌려보던 저에게 폭력 살인 퇴폐로 상징되던 만화의 장면은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범위의 영상이었습니다. 만화란 것은 것은 늘 언제나 밝고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는 것인줄 알았던 시절에는 당연한 의문이었습니다. 대털을 통해서 고등학생때 조금 그런 세계를 알게 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알게 된건 군 전역후 만화방을 놀러가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만화는 애초에 어른을 겨냥해서 만들어졌기에 꼬꼬마 국딩시절에는 몰랐던 작품들이었기 때문이죠.

IMF 이후, 만화 시장은 급격하게 소멸되었습니다. 물론 사서 보는 문화자체가 없었다 치더라도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대여점의 존재와 학생들에게 만화란 쌓아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잠깐 잠깐 보고 말 수 밖에 없는 그런 존재가 되었기 때문일듯합니다. 즉 어른들이 주장하는 만화란 계속해서 볼 수 있어서 (집안에 쌓여 있어서) 공부를 방해한다는 이야기가 성립 안되는 요건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어른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이해찬 세대의 공부방법, 이거로 인해서 만화 따위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시기가 후우우울쩍 지나가버렸지요 그러한 혼돈기가 지나고 어느새 2011년이 되어버렸습니다.

앙그라마이뉴,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를 하신 분들이라면 아마 다들 아실겁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절대악이죠. 하지만 그 정체는 너무나도 나약하고 자기의 원래 이름조차 잃어버린 한 마을청년 A였습니다.

마을사람들은 건실한 삶을 바랬습니다. 늘 선하기만을 바랬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감정이 그들을 혼란케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생활을 계속해서 영위하면서 평화롭게 살기를 바랬습니다. 그러한 바램의 결과는 한 사람을 악마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악은 저 사람때문에 생겨났다.
마을사람들이 병에 걸린 것은 저 악마 때문이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저 악마가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저 악마가  아이를 죽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8번째 영령 어벤져 앙그라마이뉴였습니다.

그들은 알 수 있는 세계를 외면하고 단지 자신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악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악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재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며 삶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로 한 청년의 인생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과거의 만화가 차지했던 자리를 게임이 차지해버렸습니다. 지금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고 충동적이며 과거에 비해서 달라진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은 모두 게임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혹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물건들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게임이 폭력적으로 변하게 하고, 게임때문에 망치기 때문에 규제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책이 인간성을 기르고 상상력을 키우는 것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대할 때 참아야 할 시기, 함께 웃으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한 것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예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그러한 예의가 존중에 의한 것인지 그냥 권력관계에 의한 것인지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뛰어노는 것의 즐거움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어느새 야자라는 것을 12시 넘기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고, 학원 끝나고 새벽에 들어가는 것도 당연시 되었습니다. 0교시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공부나 혹은 유행이라고 불리는 짧은 자극거리 외에는 접하는 것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조금씩 매말라가게 되버립니다.

하지만 저런 체제를 바꾸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지쳐있고 어른들은 저러한 체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어른들은 잘 알고 있기에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 것이 게임입니다. 이렇게 잘못되어 버린 것은 모두 게임탓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면 편하기 때문입니다.

저러한 시도는 아마도 막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론화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공입니다. 잠시뿐이긴 하지만 게임이라는 절대악을 탄생시키고 어른들의 편안한 안식처와 영웅이 생깁니다.  지금의 모습은 바꾸긴 싫기에,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만 외면하고 싶기에 그들은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무언가 안식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상향과 구원책을 제시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러한 것으로 안식처를 구하지 않을 사람들이 밖에서 냉정하게 파악하고 판단을 내릴까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옛날 논술교육이나 도덕책에서 나오는 인간의 존엄성에 의한 스스로의 선택이 아닙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고 이곳의 리플에서도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부잘하는 학생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차피 나 그 시간에 게임 안하니까 상관 없어

민번을 뚫은 학생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 어차피 부모님 민번으로 해결하는데? 무슨 상관

학생을 지난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난 합법적으로 게임하는데 나와 관계가 있나?

모두가 나만 아니면 되기에,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어떠한 일에 대한 판단 기준을 옳은가 그런가로 나누지 않습니다. 자유와 평등 인간이 인간이기에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의무로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판단의 기준은 이익과 손해로 나누어져 있고 그러한 이익과 손해가 내게 오지 않는 이상 방관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관은 계속해서 새로운 희생양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게 됩니다. 어차피 나만 아니면 되니까요.

구원과 상관 없는 다수는 외면을 합니다.
구원을 받는 이들은 열렬한 지원을 하고 믿음으로 보답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을 받는 약자는 어딘가에 말할 곳을 잃고 방황할 뿐입니다.

2차 세계대전 독일의 한 목사의 말이 계속 떠오르는 밤입니다. 어느새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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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푸아빠
11/03/04 22:39
수정 아이콘
글쓰고 나서 시안님글 리플보니 뻘쭘 ㅠㅠ 했던 말 또하기 수준이라 민망하군요 ㅠㅠ
하심군
11/03/04 22:42
수정 아이콘
정리를 해주셨다는 면에선 충분히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이 있기에 그것을 의식하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시는 분께 저는 우리가 정화를 하는 노력을 한다면 역시 그것을 의식하고 세상이 조금씩 치유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후자가 힘들어도 좋습니다.
11/03/04 23:19
수정 아이콘
제목보고 창세기전 얘긴줄.....
金붕어
11/03/04 23:31
수정 아이콘
모든 악은 저 사람때문에 생겨났다.
마을사람들이 병에 걸린 것은 저 악마 때문이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저 악마가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저 악마가 아이를 죽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8번째 영령 어벤져 앙그라마이뉴였습니다.

요부분에서

모두들 자신의 탓이라 하지않고 모든 책임을 떠넘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너무나도 나약하고 자기의 원래 이름조차 잃어버린 한 마을청년 A" 에게 떠넘겨 버렸습니다

라는걸 추가하는게 어떨까요? 앙그라마이뉴가 왜 필요한지에대해서 조금 설명이 약한거같아요

--
요즘 셧다운제 얘기를 보고있자면 잘되면 내탓 안되면 네탓 딱 10글자로 요약이 되는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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