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영국의 한 13살 소년이 동급생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의 각 회차를 원테이크로 찍었다는 거죠. 보기 전에는 그게 애초에 말이 되긴 하나 싶었는데, 말이 되더군요. 기술적인 연출도 너무 깔끔하고, 배우들 연기도 대단합니다. 특히 주인공(?) 역할의 배우는 진짜......... 이게 계속 인물 포커싱을 바꿔주면서 시선을 움직여주니까 중간중간 배우들이 숨돌릴 시간들 주기는 하는데, 뒤쪽 회차로 갈수록 전환은 줄어들고, 감정선의 변화는 격해지면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우들도 그렇고 촬영팀도 그렇고 끝난 다음에 성취감이 어마어마 했을것 같습니다.
원테이크라는게 단순히 연출적으로 특이하고 좋았다에 한정되는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에도 의미있게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즉, 이 드라마는 체포부터 재판까지의 대략 1년 반에서 2년의 기간 중에 딱 네시간만을 선별해서 디테일하게 보여주는데 집중합니다.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적인 측면 또한 흥미롭습니다. <소년의 시간>은 그 한정된 네시간을 범죄수사물이라는 장르 안에서는 일반적으로는 핵심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장면 내지는 상황을 보여주는데 할애합니다. 가령 용의자를 체포한 뒤에 수속절차를 밟는 과정이라거나, 용의자를 심리분석하는 과정, 혹은 용의자의 가족들이 겪는 상황 등이요.
그렇기에 <소년의 시간>은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과 관련된 맥락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제이미'라는 소년이 '케이티'라는 소녀를 실재로 살해했는가, 그것이 어떻게 입증/반증되는가가 드라마의 핵심이 아니라, 청소년 범죄가 발생한 배경과 그러한 사건들이 갖는 의미와 영향에 집중하는거죠. 여기서 사이버 불링이나 세대간 소통단절, 젠더 갈등, 사적 제제와 같은 여러 불편한 이슈들이 언급되구요. 다만 드라마가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메시지나 주장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러한 논란과 문제들이 현실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혹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선을 긋습니다. 그렇기에 전체 이야기에서 해결되거나 해소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각각의 인물들이 주어진 현실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뿐이죠.
드라마의 구조상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내용상의 아쉬움이라기보다는 분량상의 아쉬움이요. 말했듯이 전체 사건 중에 극히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딱 네시간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간중간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 비어 있는 부분이 간접적으로 설명은 되는데, 그냥 한두회차 정도 더 늘려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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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번에 다 보았는데요. 리뷰를 정말 잘 쓰신거 같아요. 원테이크 촬영의 이면을 생각하면 처음에 정말 숨막히게 보았고 뒤에 갈수록 원테이크 때문에 생기는 어쩔수없는 단점이 또 드러나는거 같아요. 별개로 DP나 배우 스텝모두 엄청난 성취감이 있을거 같고, 대단한 커리어를 하나 추가했다고 생각해요.. 한시간의 원테이크 촬영을 해내는 십대 어린 소년이라니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