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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7/13 18:53:46
Name 테빈
Subject 게임의 아마추어리즘과 프로페셔널리즘 -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제작 대회
PGR 자유게시판에 첫글이네요. 첫글이니만큼 미흡할 수도 있지만 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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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임에 아마추어리즘은 흥행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사실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제작사에서의 생산과 판매를 제외하면 모두 아마추어적인 요소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리뷰하고, 타인들에게 알리고, 폐인처럼 밤을 새는 것은 어떤 보상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최근 들에 e-Sports로 발전한 프로게이밍은 말 그대로 프로페셔널리즘을 지향하고 있으나 그 기반에 길드나 클랜, 그리고 초기 스타리그에서부터 이어져 온 아마추어리즘이 깔려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마추어리즘과 프로페셔널리즘의 가장 큰 차이, 그리고 본질적인 차이는 '금전적 보수의 유무'입니다. 초기의 아마추어리즘은 그저 재미를 위해서 게임을 하기를 원하는 단계이고, 그 다음 단계는 '래더 1위'나 '학교 짱'과 같은 타이틀들을 원하는, 정신적인 욕구는 있으나 금전적 보수는 없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가 지나면, PC방 대회와 같은 소량의 금전적 보수, 그러나 한 끼 밥 값이나 책 한 권 사 볼 값 정도의 매우 소수의 보수가 지금되는 단계가 되고, 그 이후에는 슬슬 기업의 구미를 당겨서, 100만원 정도의 눈에 들어오는 보수, 그리고 그 단계를 거쳐 현재의 스타리그나 프로리그와 같은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프로'가 탄생하는 단계, 즉 프로페셔널리즘 상태로 이행하는 단계가 됩니다.

이런 아마추어리즘에서 프로페셔널리즘으로의 이행 단계를 지켜보는 것은 상당한 기쁨이자 얼마간의 슬픔이 동반합니다. 프로페셔널리즘으로의 완전한 이행은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온게임넷에서 행해지던 대부분의 마이너 게임리그가 프로페셔널리즘의 문턱에서 좌절한 좋은 예이고, 아직까지 인터넷 상에서 소규모로 치러지는각종 리그니, 제작 대회니 하는 것들이 아마추어리즘에서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이행하는 초기 단계들의 예입니다.

그리고 게임이라는 장르의 다양성과 복합성 때문에 같은 게임 안에서도 아마추어리즘과 프로페셔널리즘이 혼재하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의 컴퓨터 게임이라는 장르는 미술, 음악, 영상, 그리고 사용자의 조작이 합쳐지고 적절한 비율로 버무러진 현대 시대의 문화적 복합체입니다. 따라서 같은 게임 안에서도 어떤 부분은 프로화되고 어떤 부분은 그렇지 못하는데, 스타리그와 유즈맵 제작 계통이 각각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제작이냐. 그 것은 유즈맵 제작이라는 작업 또는 놀이와 결과물을 즐기는 과정이 마치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것을 축소시켜 놓은 듯 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며, 또한 잘 만들어진 작품은 배틀넷이나 인터넷을 타고 널리 퍼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는 워크래프트 3이 우위에 있으나, 제작 과정의 대중성 때문에 스타크래프트를 예로 들었습니다.) 밀리맵 제작 열풍이 기업들의 전격적인 지원이 있는 스타리그 덕분에 활성화된 아직까지는 소수에 제한된, 기생적인 산업이라면, 유즈맵은 기업들의 지원이 거의 전무하였음에도 불구하고자생적으로 몇 년의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었던 일련의 맵 커뮤니티들과 배틀넷의 수많은 사용자들이 받쳐주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역대 커뮤니티들에서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제작 대회가 여러 번 열렸고, 넉넉치 않은 상금이 매번 수여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진행하는 데에는 항상 어려움이 수반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태생적 한계에 기인합니다. 대중들이 주 구성원이 되는 '풀뿌리' 제작 구조는 지지층을 확보하기 쉽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지만, 기업들이 지원하지 않으면 상금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홍보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맵진과 세디터, 맵사이드를 거치면서 상금은 거의 1만원 이내였고 아쉽게도 지속적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상금은 고등학생이였던 홈페이지 운영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고, 맵 대회 비용은 커녕 도메인 비용, 호스팅 비용도 지불하기 어려웠던 사이트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지원을 얻지 못하는 아마추어 운영진들도 수익금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나타났습니다. 이 블로그에 달려 있고, 많은 웹사이트에 달려 있는 구글 애드센스입니다. 구글 애드센스는 자금 부족으로 목말라 하던 많은 아마추어들에게, 적절한 광고 배치만 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회원수 5만명의 맵사이드에서 상품으로 '포인트' 이상을 지불하기 어려웠던 과거는 지나고, 회원수가 채 200명이 안 되던 농가니컬 맵스에서도 총 상금 7만 5천원을 걸고 대회를 주최하고, 격주에 한 번 씩 맵배틀을 주최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니다. 일부가 우려하던 아마추어리즘의 부분적 상실보다는, 아마추어리즘에 약간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가미함에 따라 부분적 고무와 활성화가 나타났습니다.

이 단계는 서두에서 말했던 'PC방 리그' 단계에 해당됩니다. 우승 상금이라고 해봐야 3만 원, 시내에서 한 번 놀려고 해도 부족할 금액이지만 그 얼마 안 되는 금액은 출품자의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보상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글 애드센스의 출현과 아마추어리즘의 활성화에 맞물려 나타난 것이 스타크래프트의 쇠락입니다. 비록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빠짐 없이 거행되고 있으나 04~05년의 황금 시즌보다는 못하고, 유즈맵이라고 별로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순수한 열정이거나, 명예에 대한 탐욕이거나, 각기 다른 이유들로 스타크래프트 맵을 만들어 냈던 사람들은 사회에 합류했거나, 군대에 갔거나, 입시에 시달려 더 이상 아마추어리즘을 돌아 볼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아무리 상금이 종전보다 많아졌다고 해도, 몇날 몇일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3만원 정도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아마추어리즘의 종말일까요? 아직은 아닙니다. 농가니컬 맵스에서도 지금 유즈맵 대회를 진행중에 있고, 맵사이드가 무너진 후 새로이 일어선 회원수 2만여 명의 사이트인 인투더맵에서도 여름방학 내에 유즈맵 대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사이트의 경제력의 팽창과 유즈맵을 즐기는 대중층의 수축이 맞물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것이 게임이라는 매체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어떤 게임에 대해 투자성을 인식하거나, 또는 매니아 층을 결집시켜 수익 경로를 마련하면 그 게임은 쇠퇴해 버리고 마니까요. 비록 스타크래프트의 일반적이지 않은 장기 수명이 주류인 프로게이밍에는 프로페셔널리즘으로 만개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지만, 그 프로게이밍을 지탱하면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같이 이끌어 온 유즈맵에는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소규모 사이트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도 확실히 마련되었고, 스타크래프트 유즈맵과 워크래프트3 유즈맵으로 경험을 쌓은 맵제작자들도 많으니, 이제 나오는 스타크래프트2와 다른 인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는 이러한 아마추어리즘이 만개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버티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아마추어리즘에 끊임 없는 응원을 보냅니다.





*유즈맵 (제작) 대회란?

일정한 상품을 걸고 다수의 유즈맵 제작자들이 참여하여 실력을 겨루는 대회를 유즈맵 대회로 정의합니다.

최초의 대형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커뮤니티인 스타크래프트 맵진에서는 3회에 걸쳐 유즈맵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의 뜨거운 제작 열풍으로 맵진의 유즈맵 대회는 큰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이후에 맵진의 뒤를 이은 세디터에서도 2회의 유즈맵 대회가 개최되었고, 비록 상금은 적었으나 많은 인원이 참여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맵사이드 맵대회가 한 번, ZIF팀 맵대회가 두 번, 농가니컬 맵스 맵대회가 한 번 개최되었습니다.



*맵배틀이란?

  두 명 이상의 참가자가 일정한 주제를 두고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주제를 맵에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는지 겨루어 보는 일종의 유희입니다. 에센스에서 2005년 중반에 처음 입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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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젤나가
08/07/13 19:27
수정 아이콘
유즈맵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잡담 하나 하자면 요즘 유즈맵들은 너무 복잡해졌더군요. -_-;
친구들이랑 할 때 보통 제가 맵을 다운받아 와서 하는 지라 저같은 경우는 설명서를 읽고 와서 쉽게 적응하는 편인데,
친구들은 그냥 일단 해보자 하고 막상 접하니까 적응에 상당히 힘들어하던것 같습니다.

물론 맵 제작기술도 많이 발달했고 그에 따라 맵들이 담아내는 스케일도 점점 커진 것 같고 한데..
스타2 유즈맵에서는 미션 오브젝트 창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서 설명서를 그냥 한번에 맵에 담을 수 있거나 했으면 좋겠네요. 그럼 처음 하는 사람도 더 쉽게 적응해서 유즈맵을 즐길 수 있고 긍정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제작사 측에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소망입니다.)

흠... 근데 요즘 유즈맵들은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긴 하는데 보이찬 RPG나 샤이닝소드 같은 고전작품들이 주던 "클리어 이후 감동" 이라는게 잘 느껴지지 않더군요. 아마 나이가 먹어서 이런 걸지도..
실루엣게임
08/07/13 20:54
수정 아이콘
노...농간맵 제작자가 글을 남기다니..
08/07/13 23:03
수정 아이콘
저도 한때 밀리 게임보다 유즈맵을 많이 했던 적이 있었죠..
홍국인.
08/07/13 23:33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순수함에서 몸집을 점점 불려가면서 다른방향으로 달라져가는것일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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