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상 반말체로 쓰겠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내가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장학퀴즈를 보다가 슬슬 질렸을 때쯤해서
TV를 돌려보던 나는
그때 처음 iTV 랭킹전이 있고
스타크래프트를 TV에서 방영하는 줄 알게 되었다

그때 난 당신의 팬이었다
비록 GG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지만
난 당신이 이기길 바랬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그 당시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했었고
치트키나 쓰면서 컴퓨터와 노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왜 당신에게 끌렸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알 수 없을 일이다
아무튼 나는 당신을 응원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바빠진 나는
그런 당신의 모습을 점차 잊게 되었다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다시 한번 스타크래프트에 눈을 떴고
그 계기는 폭풍의 강력함이었다
폭풍스타일의 강력함에
그 매너에 매료되었던 나는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채 스타크래프트에 다시 한번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저그유저로 커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공군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한
당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서야 기억에서 지워져 갔던 당신의 이름이 되살아났다
물론 홍진호보다, 마재윤보다는 약했지만
당신의 이름을 보는 게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고
당신의 이름은 곧 다시 한 번 나를 들뜨게 했다

기억하는가
작년 5월의 그 쾌승보를 기억하는가
본좌 후보로 불리면서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던
비수 김택용을 꺾고 마우스 오브 조로의 부활로 다시 살아날 때
그 감동을 기억하는가
그때 비록 5세트에서 임요환이 승리하여 팀의 승리를 안겨주긴 했지만
그때의 진정한 영웅은
그때의 진정한 공로자는
그 귀중했던 1승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당신이 담당했다
기억하는가

그리고 오늘
당신은 이제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전역 및 은퇴한다
고별전
비록 이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당신의 이름 석 자를 남기기에는 충분했으리라

당신이 제대하고 무엇을 하게 될 지
내가 알 수 없는 것처럼
당신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을 어디에선가 반드시 다시 보게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
은퇴를 번복해도 좋고
코치로 들어가도 좋고
새로운 모습으로 봐도 좋으니
당신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기를 소망한다

비록 당신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안타까운 아쉬움이 겹쳐져서
당신을 보내기는 너무나 서글프지만
만날 때에 헤어짐을 걱정하듯이
우리는 헤어질 때 다시 만남을 믿는다

최인규
ChRh
당신이 가는 곳에 영광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