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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5/06 15:39:11
Name 펠쨩~(염통)
File #1 CAO923C5.jpg (58.2 KB), Download : 17
Subject 펌] Zergology 4.0 - 이윤열의 시대, 대장정의 시작.


포모스 '꾸에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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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 http://sininus.egloos.com/4300447

4.0

테란이 소위 빌드의 우위를 이용한 몰아치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최연성의 등장 이후이지만 그 이전에도 저그나 프로토스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 바로 기법의 분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 기법의 분화를 어떤 의미로 사용했느냐면, 저그를 상대로 할 때와 프로토스를 상대로 할 때 전혀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김대건이 고안해내고 이후 수많은 당대의 테란들이 개량한 메카닉 테란은 프로토스를 상대로 확실히 효율적인 방식이었으며, 이에 대비되는 바이오닉 중심의 방식은 저그에게 잘 먹혀들어가는 것이었다.

확실히 암울한 상황이었으며 분화속도도 테란에 비해 느리기는 했지만 프로토스 역시 저그와 테란을 상대할 때 다른 방식을 채택하며 효율적인 경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인데, 최소한 2001년도의 박정석이라는 프로토스에 대한 평가는 캐리어 없이 테란을 잡아낼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분화가 시작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에 비해 저그는 각 종족에 맞춰서 다른 방식으로 경기에 임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꽤 늦었는데, 앞서 지적한 수많은 저그유저들이 소위 완성형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라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완성형이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인 완전무결 또는 만능이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에서 더 이상 발전이나 변화의 여지를 찾을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대부분의 저그들을 보면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와 테란을 상대할 때의 경기방식에서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각 종족에 맞는 방식을 구분하기 시작한 것은 이들 선배저그들의 세례를 받으며 자라난 후배저그들로, 이들은 선배들이 가진 장점만을 뽑아내 자신의 경기 안에 풀어낼 수 있는 혜택을 받았다.

이전 장에 홍진호 이전에 홍진호처럼 경기했던 저그는 없었다고 했는데, 굳이 비슷한 유형을 찾아보자면 성학승을 들 수 있다. 당시의 저그들 중에서는 손꼽을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던 성학승의 경우 가장 주력했던 것이 상대방의 병력과 자신의 병력의 적정비율을 맞추는 것이었는데, 테란이나 프로토스는 물론 동족인 저그를 상대할 때도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줄타기의 야릇함을 잘 보여줬다. 그러나 성학승은 박정석이라는 프로토스를 만나면서 좌절하는데, CYON MSL에서 설욕에 성공하기 이전까지 성학승은 박정석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바꿔치기를 중심으로 하는 운영에서 질럿은 극적으로 살아남는 일이 많았고, 하이템플러 추가 이후에는 사이오닉 스톰이라는 변수의 가중치가 너무 높아져 바꿔치기를 위한 계산 자체가 틀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성학승이 결국 복수에 성공하는데, 이는 잦은 교전을 통해 병력비율을 조정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아예 버리고, 버티며 멀티를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해버린 데 힘입은 바가 컸다.

홍진호 역시 테란을 상대로는 여간해서는 지지 않았으나 중요한 무대에서는 프로토스에게 덜미를 잡히는 일이 잦았다. 김동수나 박정석이라는 당시로서는 최고수준의 저그전을 구사한 프로토스를 상대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기는 해야 할 것이나, 프로토스라는 종족 자체의 저그전이 아무리 좋아도 당시로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프로토스는 저그를 극적으로 이기는 것이 고작이었고,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런 상황에서 홍진호의 프로토스전은 확실히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저그의 프로토스 말살을 위한 체제는 홍진호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저그를 구축한 저그에 의해 정립되었으며 한 명의 저그에 의해 프로토스의 악몽이 드디어 시작된다. 그러나 그 악몽은 테란이 먼저 봐야 하는 것이었다.


4.1

KPGA 3인방, 이윤열-서지훈-김현진의 등장 이후로 테란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데 더블커맨드라고 하는 강력한 무기가 등장했다. 2배럭아카데미 이후 더블커맨드는 테란에게 저그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물량을 주었으며 당연히 테란의 트랜드도 물량으로 돌려버렸다. 김정민의 한방병력을 계승한 이 방식은 조합을 갖춘 물량을 통해 중앙교전에서 대승하고 이후 잔여병력과 추가되는 병력을 통해 저그의 모든 기지를 격파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저그들이 이 조합과 물량을 이겨내지 못하고서 다 터지고 말았다. 물론 홍진호는 살아남았다. 2배럭아카데미와 더블커맨드 사이의 무수한 헛점을 노린 돌파는 경이로운 것이었으며, 여기서 실패하더라도 소위 도망자 저그를 통해 끝에 가서는 승리했다.

도망자 저그라고 하는 것은 기지가 파괴되더라도 끊임없이 해처리를 펴가며 테란의 병력을 소모시킨 이후 자원이 다 떨어져 병력추가를 할 수 없는 테란을 응징하는 것인데, 이는 2배럭아카데미 이후 더블커맨드가 갖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분명히 테란의 조합을 갖춘 물량은 강력하지만 이 병력은 어디까지나 더블커맨드의 자원에 한정되어 있으며 어떻게든 이 조합을 견뎌낼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저그의 시간이 온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저그의 유닛이 가진 기동력을 적극활용하여 하나의 해처리가 파괴되는 동안 상대방의 후속병력 합류 및 추가멀티 시도를 방해한다. 해처리를 파괴한 테란의 한방병력이 이동하는 동안 다른 곳에 해처리를 다시 건설한다. 이것을 반복하는 동안 테란의 후속병력은 점점 줄어들다가 어느 사이 생산 자체가 멈추고, 이미 진출한 한방병력은 이미 상당부분 소모되어 결국 저그의 병력을 상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도망자 저그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 이전의 공백을 노린 돌파 타이밍을 잡아내는 것도 힘들었다. 대부분의 저그는 더블커맨드가 내려앉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한방병력이 진출했을 때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더블커맨드 이후 한방병력 구성은 프로토스에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립된 것인데, 임성춘이 더블넥서스 이후 타이밍을 만들어낸 한방러시는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저그를 상대로 하는 최종병기로서 인정받아 이어지고 있다. 종족 간 강약관계에서 앞서는 프로토스를 상대로도 힘든 한방러시인데 테란을 상대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라바관리의 개념조차 없는 저그들이야 무너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홍진호 혼자서 저항하는 것은 힘들었다. 경기가 쌓일수록 테란과 프로토스는 자신의 공백을 수정해나갔으며, 그때마다 홍진호는 새로운 공백을 찾아들어가야 했다.


4.2

타이밍을 잡아내기 더욱 어려워진 시대에서도 홍진호는 어림없다는 것처럼 빈틈을 찾아냈으나, 이미 언급했듯이 다른 저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홍진호를 쫓아가다가 모두 다리가 찢어진 격이라고 할까. 홍진호에 대한 후세의 평가에 있어서 저그에 공헌한 점이 하나도 없다는 악평은 충분히 수긍할만한 점이 없잖아 있다. 홍진호가 당대에 이름을 알렸을 때 그를 따라할 수 있는 저그는 거의 없었으며, 홍진호의 유산이라고 할만한 것은 대부분은 홍진호에게서 바로 이어지기보다는 이후의 저그들에 의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타이밍을 잡아내는 능력은 저그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나 당시의 저그들에게 요구하기에는 너무도 수준 높은 것이었으며, 대부분의 저그들은 좀 더 쉽게 따라할 무엇을 요구했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 말하자면 정형화된 것 또는 매뉴얼, 이것은 타 종족에 있어서는 자신의 인구카운터에 따른 행동인데 애초에 맞춰가기가 핵심인 저그에게 자신의 인구카운터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타종족의 물량욕구가 만들어낸 그들의 정형화는 결국 저그에게도 일종의 매뉴얼을 선사한다. 그러나 그것은 타이밍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물량이라는 저그의 원천에 호소하는 것이었으며, 테란과 프로토스의 한방병력을 이겨낼 수 있는 물량의 등장을 의미했다. 당연히, 그것이 더 많은 물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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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그의 혁명을 위한 고난의 행군, 대장정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테란대 저그의 상성은 저그와 토스의 상성만큼은 아니지만 1.04부터 테란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황제의 출현과 그의 저그전에 열광했었습니다.

하지만 임요환 선수의 저그전은 아무래도 正, 强 보다는 奇, 變에 가까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길고 넓은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정석입니다. 그래야 많은 이들이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문의 시대는 테란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윤열의 시대라 할만 합니다.

최연성식은 아니지만 더블컴의 물량을 기초로 하는 테란의 큰 흐름이 결정되었으니까요.

kpga 3인방이라는 이윤열, 서지훈, 김현진 모두가 신의 왼손과 더블의 물량으로 시대를 호령했던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윤열의 시대에도 홍진호 선수는 꿋꿋이 활약하고 있었지만 또한 홍진호 선수만이 활약하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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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06 15:56
수정 아이콘
다음 편이 참 기대가 됩니다. 조용호는 언제 나올지...^^;;
08/05/06 16:04
수정 아이콘
원문출처에 가보시면 더 업데이트 되어있습니다. 거기서 보시면 될듯 합니다.
The Greatest Hits
08/05/06 16:20
수정 아이콘
이윤열의 시대에도 홍진호 선수는 꿋꿋이 활약하고 있었지만 또한 홍진호 선수만이 활약하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저그의 어려움을 잘 모르던 시기이기도 하죠

이글 다 모아서 추게로 보내버렸으면 하네요^^
compromise
08/05/06 16:59
수정 아이콘
완결되면 한꺼번에 읽으려고 계획중입니다, 글 잘쓰시네요.
08/05/06 17:00
수정 아이콘
정말 홍진호선수는 우승 한번 해야 합니다.
블러디샤인
08/05/06 17:56
수정 아이콘
저그의 입장에서 테란과 프로토스와의 대결에 대해 쓴 글인데 오래전 잊혀졌던 기억을 헤집는 느낌이 드는 시원한 글이네요

박성준,마재윤,이제동,김준영 선수의 파트도 기대가 큽니다 업데이트 기다려지네요
펠쨩~(염통)
08/05/07 12:05
수정 아이콘
compromise님// 블로그의 원저자에게 그 리플 한번 남겨주시면 연재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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