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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3/08 16:17:20
Name 산화
Subject 최연성 당신에게
난 당신을 싫어했다.



당신을 처음봤던건 2003년 중순의 프로리그에서 이윤열과의 장기전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본진을 다른곳으로 옮기며 처절하게 저항하던 이윤열은, 최연성의 압도적인 물량에 비참하게 눌려지며 패배를 맞이했다.
당신을 처음 보았을때부터, 내가 응원했던 이윤열을 그렇게 이겨버렸을때부터 난 당신을 싫어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당신은 tg삼보배에서 말도 안되는 포스에 진출하며 결승에 진출하였다.
난 당시 결승의 또다른 자리에 있던 홍진호를 열렬하게 응원했었고, 당연히 홍진호가 우승할거라 믿었지만 결과는 3:0완패였다.
그때 이후로 난 당신에 대한 단순한 비호감이 환멸과 증오로 바뀌었고, 이후로부터는 당신과 상대되는 그 누구를 무조건 응원하기 시작했다.





허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개인리그뿐만아니라 팀단위 리그에서는 더 무적이었다.
처음나오면 올킬, 나중에 나오면 역올킬했던것으로 기억한다.
어처구니없을정도의 경기력으로 유리한 경기는 이후 엄청나게 거대한 격차로 이겨버리고, 불리한 경기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생산력으로 역전해버렸던 당신은 내게 그저 경악과 증오의 대상일 뿐이었다.
가끔 올킬했을때 팬이없던 당신은 엄청난 팬을 보유한 임요환에게 자신의 모든 승리의 영광을 바치며 자리를 떴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식할정도로 거대한 몸집과 무념한 표정으로 그때의 상황을 어떻게보면 좀 쓸쓸하게 자리를 빠져나오며 사라졌던 당신을 보며 난 속으로 통쾌함마저 느꼈다.



난 이미 당신에게 거만함과 비호감형 성격및 행동등등 모든면에서 환멸과 증오를 철저하게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얼마뒤 강민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최연성과의 승부에서는 그를 응원했으며, 역시나 결과는 최연성의 승리였다.
저그로는 최연성을 이기지 못했으며, 프로토스또한 마찬가지였고, 동족이라고 뭐 다를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당신을 누가 이길수있을까했다.
정말 말그대로 극복이 불가능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얼마뒤 박성준이라는 신예저그가 저글링러커 전술의 혁명적 전략으로 당신을 극복했을때에, 난 정말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만약 박성준이 당신을 이기지못했다면 오늘날까지도 스타판이 당신의 압제밑에서 신음하고있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깐...

그러나 그 직후 당신은 msl을 거머쥐었으며 여전히 최강자의 모습 그대로의 거만함과 당당함을 지니고있었다.

당신을 증오하고 환멸했었다.

얼마뒤 난 군에 입대했고,

스타를 잊어버렸다.




군대를 제대하고 한동안 스타를 잊고살았다.

더이상 재미도 없을뿐더러 감동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깐..

당장 해야할 일들이 급했기 때문에 스타에 시간을 낼 여유도 없었다.

당신이 별볼일없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말은 어디선가 접했던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실마저도 별 관심이 없었다. 스타자체가 재미가 없었으니깐..





오랜후에 우연히 당신이 플레이하고있던 스타리그를 봤다.
여전히 당신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봤던것 같다. 물론 이제는 좀 덜해진 느낌으로..

문제는,

당신이 달라져있던것 같았다.

옛날의 압도적인 포스와는 분명히 다른, 이제는 약간 초췌해지고 아슬아슬해진 당신의 모습을..
특히 msl에서 이성은을 기적적으로 이겼던 그 한 경기는...
당신에 대한 증오감을 잊혀지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응원한건 아니었지만..



난 이후에 당신을 응원했다. 물론 여전히 당신을 증오하는채로...

당신이 올라가야 스타리그가 재밌어지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올라가서 멋지게 높은곳에서 져줘야 그 스타리그가 감동적으로 기억될수 있었고

당신이 올라가야 이제는 거의 남지않은 나와 또래의 프로게이머를 볼 수가 있었다.



증오하면서 당신을 응원했고, 결과는 당신의 허무한 하락세였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고향 msl에 기적적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당신보다 한참어린 권수현과의 최종전에서 프로게이머의 플레이라고도 볼 수없는 성의없는 경기력으로 상대를 승부했다.
블루스톰의 앞마당 뮤탈견제를 막을수없다는 체념에서 나온 커맨드띄우기..
형편없는 마린메딕 컨트롤.. 마지막으로 아무생각없이 커맨드를 이동시켜서 저그의 멀티 확인..
그리고나서 '여기에 멀티가 있었구나'라는듯한 당신의 머리속 독백과 함께 나온 gg...

프로게이머 최연성은 자신의 고향 msl에서 그렇게 쓸쓸하게 죽었다.

늙은 몸으로 '응 니가 이겼어 올라가봐'라며 조소를 띄는 독백을 하는 모습으로...





고양이는 자신의 약해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한다.

심지어 죽을때에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돌아가 조용히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모든 프로게이머중에 가장 빠른 gg를 치기로 유명했던 최연성..

경기가 조금이라도 기울었다고 판단되면 제3자가 봤을때 충분히 역전의 가능성이 보이는데도 gg를 쳤던 최연성..

스타리그 역사상 유일무이의 압도적인 포스와 무적의 강력함을 지녔던 최연성..

그는 마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별 감흥이 없이 msl을 떠났고 나는 그의 감춰진 마음을 깨달았다.

마치 사람들이 '어 그냥 은퇴했어?'라는 생각이 들게한 그의 마음을...






당신은 스타판 최초이자... 최고의 악역이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는 적일뿐이었다.

또한 환멸과 증오의 대상이자,
또한 전율과 경이... 그리고 남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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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러브굿
08/03/08 16:45
수정 아이콘
최연성 ㅠㅠ 그가 산화님이 쓰신 본문과 같은 마음으로 게임을 그만뒀는지. 혹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최연성의 은퇴는 제게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정테란
08/03/08 16:47
수정 아이콘
가끔 글 올라오는 양상을 보면 박서나 나다 마에스트로도 안티가 많았지만 최코치처럼 상대선수 팬들로 하여금 적개심마저 품게 했던
선수는 없었나 봅니다.
08/03/08 16:50
수정 아이콘
임요환 이윤열 선수도 안티 최연성선수 못지 않게 많았죠..
근데 최연성 선수는 경기외적으로도 악역이미지나 포스가 강했으니까요..

추천합니다.
Incomplete
08/03/08 16:54
수정 아이콘
밑에 있는 글과 좀 비슷해서 추천합니다.
제3의타이밍
08/03/08 17:00
수정 아이콘
최코치는 정말 보스의 분위기를 풍겼으니까요
가끔 vs 서지훈 짐레이너스 메모리를 다시 보곤 하는데
거참...
08/03/08 17:13
수정 아이콘
글쓴분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진정 그의 편이자 팬으로서 항상 슬픕니다.
심지어 그의 닉네임중에 그의 편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다 적의 입장에서 질리는 표현만을 담았을뿐...
그의 팬중에는 이런 적개심들을 즐기셨던 분들도 있습니다만
전 그렇지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에게 향해지는 이러한 말이 가슴아픕니다.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되었다고 해도 말이죠..........

최연성선수 보고싶습니다...
DynamicToss
08/03/08 17:14
수정 아이콘
결승 가면 엄청난 포스를 자랑했던 상대가 누구이던간에 무조건 우승..
08/03/08 17:18
수정 아이콘
저는 상대 팬들마저 질리게 만드는 그 압도적인 모습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오히려, 상대 팬들의 저주 섞인 문구들에서 최연성의 강력함을 더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나 할까요?

앞으로 이런 선수가 다시 나오게 될까요?
박서날다
08/03/08 17:22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도 최연성선수의 은퇴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잠시간의 폐관수련을 하는것으로 아직까지 믿고 싶다면 이것은 팬심일까요?
최연성선수의 경기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인생에 있어서의 선택도 빠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08/03/08 17:52
수정 아이콘
데뷔때부터 최연성선수를 좋아했던 팬으로써 이런글이 올라올때마다 씁쓸하네요. 그동안은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가 은퇴하고나니깐 그제서야 당신의 플레이가 그립다는둥 다시 돌아와서 스타판의 악역이 되달라는둥... 진작에 그가 선수였을때 이런 응원을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08/03/08 18:26
수정 아이콘
원래 절대강자는 사랑도 미움도 동시에 받는거죠.
머슴천하일때 모든 선수를 찍어누르던 그 포스.. 정말 슬프네요
Canivalentine
08/03/08 19:53
수정 아이콘
머슴...영원한 당신의 팬입니다....
PT트레이너
08/03/08 20:03
수정 아이콘
있을땐 모르죠
없어지고 나서 느끼게 되죠

사람은 누구나
그리울껍니다
하리하리
08/03/08 21:59
수정 아이콘
메이져결승 5번진출 5번우승

준우승따윈없다

진짜 극단적이였던선수...이길땐 멀리보내고 자기가 질거같으면 근성따윈없다 바로 GG

데뷔할때 그렇게 화려했으면서...은퇴할땐 누구보다도 조용하게.....어느새 자연스럽게 코치의 자리로

하지만 누구보다도 좋아했던선수였기에..제가 처음으로 빠짓거리한 임요환선수보다도 더 빠가되었었기에

너무나도 아쉽고 원망스럽지만 또 코치로써의 최연성선수가 기대되고....응원하게되네요..
PT트레이너
08/03/08 23:35
수정 아이콘
저도 사실 임요환선수를 보고 팬이되었고 테란유저가 되어서 즐기면서 게임을 보다
최연성선수보고 완전 빠가 되었다는

임요환선수팬에서
최연성선수빠로 ....

하리하리님하구 비슷하네요^^
08/03/08 23:37
수정 아이콘
저도 마재윤 선수가 싫었는데 어느 순간 응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마음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 수도 있죠. 자신을 좋아하는 선수를 무참히 짓밟고 올라근 선수를 본다는 것...

최연성 코치님 오랫동안 이스포츠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별다방
08/03/09 01:39
수정 아이콘
언젠가 다시 복귀해서...

"선수들이 내가 말한 것을 잘 못알아 듣는 것 같아서 직접 보여주기 위해 다시 복귀했습니다."

라고 우승 소감으로 한마디 해주길 바랍니다...
08/03/09 02:2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제가 스타를 가장 열심히 보던 시기가 딱 최연성선수 전성기 시절과 겹쳐서..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선수입니다.
최연성 선수의 늦은 데뷔가 항상 아쉬웠는데..그만큼 빠른 은퇴도 아쉽네요.
(다른 선수들이 보통 10대 중후반에 데뷔하는데 최선수는 20살이 넘어서 데뷔했죠. 보통 프로게이머들의 전성기가 지나갈 즈음의 나이에.)
아무튼 최연성선수가 있었기에, 더 재밌게 이 판(?)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zergteacher
08/03/09 10:13
수정 아이콘
2004년도 초인가 스타리그 아주 가끔 봐서 임요환 홍진호 선수정도 알던 제 친구가 그러더군요.. 최연성이 팀리그 나와서 1킬하는거 보더니 쟤 누구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전 그냥 여지없이 말해버렸죠.. 응 현재 지구에서 제일 쎈 게이머야- 그땐 그게 너무나도 당연했었는데..
최연성선수 팬으로써 연생이형 이러면서 군대에서도, 제 후임이 이성은친구라고 해서 100일휴가때 MSL 최연성VS이성은 오프갔다길래..
그때 최연성이 2:1로 진걸 부대에서 봤었는데.. 그때 100일휴가 얘기해줄때 오프갔다는걸 듣구 은근 갈궜다는.. 최연성이 이겼으면 맛있는거라도 사줬을텐데.. 그후임이 생각나네요.. 아무튼 코치로써도 지구에서 제일 쎈 코치로 남길!~ 기대합니다 치터테란
택용스칸
08/03/09 12:17
수정 아이콘
모두들 그렇지만 까던(?) 선수들이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그 선수를 다시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 싫었지만 측은해서 다시 좋아진 경우죠 그것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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