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7/05/12 12:47:49
Name 히엔
Subject 어제 최연성 마재윤 경기 간단하게 감상

편이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물량, 힘, 탱크, 자리잡기, 확장, 전선유지, 수비...최연성을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수많은 저그들을 울려왔던 이 단어들은 마재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라오발에서 그 강철같은 탱크라인이 허무하게 뚤리는 모습은 최연성이 마재윤을 이길수 없는 이유를 상징하는 듯하다. 기동성, 유연함, 정보력등 저그의 모든 장점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마재윤. 그는 완벽에 가까운 센터싸움 능력과 함께 뛰어난 하이브 유닛 활용능력까지 함께 가지고 힘에서조차 테란을 압도한다. 자신의 장점인 힘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 빠르고 부드러우며 유연하고 섬세한 마재윤이 최연성의 천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매니아들은 최연성에게 투팩에 대한 고집은 버리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자리잡기와 탱크라인으로 이전 시대의 저그들 - 변은종같은 - 은 상대할수 있을지 몰라도 마재윤과 그의 영향을 받아서 태어난 차세대 저그들은 상대할수 없다고 말이다. 그런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연성은 계속해서 힘과 탱크를 고집해 왔지만 오늘 마재윤 전에서는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나왔다. 하긴 그로서도 마재윤에게는 자신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리는 없으니.

경기시작은 예전과 비슷했다. 마재윤은 언제나 그런 것처럼 최연성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최연성 역시 언제나 그런 것처럼 그런 마재윤에게 집요하게 약점을 추궁당했다. 압박과 멀티견제를 하러 나간 일차진출병력은 쌈싸먹혔고 뮤탈은 자유롭게 테란 본진을 활공하며 마린을 잡아먹었다. 힘겹게 추스리고 출동한 테란의 한방은 시기적절한 디파일러에 막혔다. 역전을 위해 날린 투드랍쉽은 스커지에 격추당했다. 관광이라는 두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 경기에서 최연성이 이전과 달랐던 것은 고집해오던 투팩을 버리고 투스타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베슬 역시 '또 뽑으면 되지 뭐' 하는 식의 이전경기와 달리 섬세하게 관리했다는 점도. 그래서 디파일러의 전진을 막을수 있었고 투드랍쉽이 실패했음에도 또다시 드랍쉽을 네대나 다시 뽑을수 있었던 것이다.

그 드랍쉽 한방이 최연성이 준비해온 승부수였던 것 같다. 이전까지 최연성이 써오던 탱로 조이는 것은 '장파일러'에 막힌다. 정면으로는 안되니 드랍쉽을 날린다해도 맵핵과 같은 운영과 스커지 활용에 격추당하거나 침착한 병력에 잡아먹힌다. 그러니 최연성이 생각한 것은 간단히 막히는 한두대의 드랍쉽이 아닌 엄청난 수의 드랍쉽을, 오버로드와 스커지가 기다리고 있는 공중말고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센터를 이용해서 수송한다는 것이었다.

박서식 소수유닛 게릴라 침투와 다른 우브식 대규모 병력상륙 전술. 최연성은 이와 비슷한 전술을 슈퍼파이트에서 마재윤과 싸울때 보여준 적이 있다. 그때는 탱크로 자리를 잡아가며 드랍쉽으로 저그본진으로 병력을 퍼날랐다. 그 발상은 참신하고 괜찮았지만 문제는 최연성은 특유의 발컨이었다. 내리는 족족 러커에 피떡이 되는 그 모습은 단체자살관광처럼 보였다. (웃긴 것은 그렇게 최연성을 잘막아낸 마재윤은 이제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삽질을 시작했다. 덕분에 승리는 최연성에게 돌아갔다.)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마재윤이 울트라로 체제전환을 하는 틈을 타서 제대로 들어갔다. 그 후 기세좋게 6시를 밀어낸 것도 좋았다. 마재윤에게 6시쪽에 디파일러가 없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걸로 역전을 해냈으면 역사에 남을 명승부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최연성과 팬들에겐 그간의 패배를 속시원하게 앙갚음한 시원한 승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재윤은 마재윤이고 요즘은 좀 많이 삽질을 하긴 했지만 역전당한다, 라는 단어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다. 6시 멀티를 공략당하는 시점에서 테란의 추가자원줄을 끓는 선택이나 과감한 본진공략은 그가 왜 본좌라 불리는지 알수 있게 해주는 모습이다.

새삼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프로게임계는 매우 빠른 속력으로 발전하는 곳이고 그 흐름에서 뒤떨어지면 본좌건 뭐건 순식간에 끝이다. 한때 최강이었지만 그 흐름에서 밀려난 최연성은 계속해서 어제와 같은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고 마재윤 역시 지금 최고의 위치에 올라와 있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될 것이다. 두 선수 모두의 선전을 기원한다.

사족 :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항상 쓰면 글이 길어지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zillantert
07/05/12 13:00
수정 아이콘
마재윤이 지오메트리에서 진건 9:0이라는 테란맵이라서 로; 설명이 안될까요 마재윤이 디파가고 지는건 지오메트리에서 거의 첨보는장면이었는데 흐덜덜
07/05/12 13:03
수정 아이콘
변은종의 팬이지만 글쓴이에게 항의하지 못하겠네요 쿨럭.....
개념은나의것
07/05/12 13:08
수정 아이콘
최연성의 초중반 마린메딕 중규모 병력이 뮤탈이 나온 상황에서 어설프게 센터에 있다가 당한 것이 패착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뮤탈 나온 이후에는 그냥 본진에서 방어만 하다가 베슬 추가해서 나온다면
그 한방을 -아무리 마재윤이라도- 저그가 막을 수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물론 뮤탈 이전 타이밍에는 바이오닉 부대가 돌아다니면서 멀티를 최대한 늦추구요.
지난 스타리그 결승 1차전 롱기누스에서 이윤열 선수가 한 것처럼요.
물론 그 때는 실수로 탱크와 베슬을 잃으면서 막혔지만...
newromancer
07/05/12 13:10
수정 아이콘
윗글에 동의합니다.
참고로 임요환 선수가 변해간 과정을 보자면...

- 임요환의 正反合
임요환의 正: 임요환은 트랜드 매이커로서 프로게임계 초창기 드랍쉽으로 대표되는 전략성과 러커촉수 피하기(일명 메트릭스 머린)으로 상징되는 화려한 컨트롤로 스타리그계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임요환의 反 : 이윤열로 시작되어 최연성에서 그 극을 보여준 물량전 플래이가 임요환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2회 연속 이후 또다시 올라간 결승전에서 김동수에게 패배한 이후 저축태란이란 오명은 임요환을 몇년간이나 괴롭혔죠.
임요환의 合 : 속칭, FD 테란이 득세한 2006년즈음에서는 임요환 선수도 물량 뽑아내기에서 문제점을 노출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예전보다 소수유닛 컨트롤에 목숨걸면서 대역전극을 이뤄내는 모습은 줄었지만, 입대 직전의 임요환 선수는 확실히 균형있는 절충점을 찾아 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최연성 선수의 正反合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지금은 아쉽게도 아직 反의 과정 중이라 생각됩니다. 기껏 맵을 지배해 놓고 "발컨"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걸 자꾸 보여주는 한, 그는 合의 과정으로 가지 못할겁니다.
최연성 선수도 모종의 변신(또는 쇄신)이 필요한 시점인건 확실합니다....
newromancer
07/05/12 13:13
수정 아이콘
개념은 나의 것//
"말씀하신 한방"을 컨트롤하는 사람이 최근의 최연성이라면 장담 못합니다.-_-...;; 자신의 병력들이 행군하는 앞에 럴커들이 있는데 그냥 거기다 무브 명령으로 거의 전병력을 들이붓는걸 최근 서버이버에서 봐버려서 말이죠..
07/05/12 13:20
수정 아이콘
진짜 마지막에 역전하나 싶을때 전율이.....
07/05/12 13:24
수정 아이콘
시종일관 마재윤선수가 리드하던중 최연성의 '한방'이 인상적이였네요. 다른 종족전이면몰라도 저그전에선 좀더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할듯싶어요
07/05/12 13:44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는 요새 테란 대 저그 트렌드를 조금 못따라가는듯 싶습니다.
요새 저그들 특히 마재윤 선수 상대로 원배더블,투배더블로 디파전에 타이밍 한방으로 밀리는 경기는 거의 못 본것같습니다.
그 병력으로 센터를 차지하고 디파 한테 라인을 밀리지 않으면서 멀티를 확보하고 드랍쉽과 기동대를 이용한 극악의 난전으로 저그를 잡는게 요즘 추세인듯 싶은데..아직 세세한 컨트롤과 난전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듯한 모습..
winnerCJ
07/05/12 13:45
수정 아이콘
zillantert//
그 경기는 물론 최연성선수가 더 잘해서 이긴거지만 그 날 마재윤선수가 너무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그 경기보면서 마재윤선수 이제망했구나 이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_-;
07/05/12 13:50
수정 아이콘
어제 두선수다 경기력 별로..
카이레스
07/05/12 13:52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의 실수라고도 볼 수 있겟지만
저그가 테란한테 그런 이득 보는 거 없이
그냥 진출할 때까지 내비두면 이길 수 없는게 테저전 아닌가요?
그렇기 때문에 마재윤 선수도
뮤탈뿐만 아니라 발업저글링 다수를 운영하는거죠.
좀 더 많은 드론이나 확장을 포기하고요.
하리하리
07/05/12 15:00
수정 아이콘
어제 초반은 그냥 이득수준이아니였죠...초반부터 발리고 시작한거나 다름없죠...진짜 엄옹말씀대로 한방병력이 어정쩡하게 밀려났을때 연성선수 5판3선승이였으면 바로 GG나왔을겁니다..개인적인생각이지만 어제경기는 2:0이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완전발린 초중반한판 괴력을보여주고 난전끝에패배한후반한판..완전 연성선수 경기력이 초중반과 후반이 완전딴판
안티테란
07/05/12 16:36
수정 아이콘
최근 테란대 저그전의 추세는
1. 래어 단계에서 저그가 가져가는 세 번째 개스의 저지 여부.
2. 디파일러 전 단계에서의 테란의 한 방.
3. 디파일러 나온 후, 테란이 중앙 장악하고 난전을 유도하며 저그의 멀티를 파괴.
이 세 가지의 분기점입니다. 테란의 승리는 전략적인 승부가 아니라면 거의 이 세 가지 중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최연성 선수는 그 수순을 너무나도 잘 따라갔습니다. 최연성 선수의 경기들을 보면 디파일러가 나온 저그를 어떻게 상대해야할 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한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데요. 어제 경기는 첫 단계에서 중반에 scv 정찰이 최연성 선수 답지 않게 소홀해져서 저글링 수와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본진 뮤탈 방어 병력을 남기고 나누어서 쪼갠 조금 남은 머린병력이 세번째 저그의 멀티를 섣불리 저지하러 나갔다가 싸먹힌게 패인입니다. 최연성 선수의 생각은 저그유저가 뮤탈 콘트롤을 하느라 소홀해지는 틈을 타서 병력이 저그가 모르는 사이에 순식간에 저그의 세 번째 개스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었겠지만... 일반적으로 래어 단계에서 저그가 무난히 3햇 뮤탈 갔을 때, 저그가 별 피해 없이 마린이 1부대 가량을 잡아먹으면 그 경기는 매우 급격하게 저그의 패이스가 됩니다. 럴커가 조합된 저그의 병력과 달리 뮤탈저글링의 조합을 상대로 테란이 패하는 상황이 되면 매우 빠른 저글링과 뮤탈을 상대로 스팀먹고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테란이 특히 조심해야 하는 타이밍이죠.
07/05/12 18:54
수정 아이콘
딴지는 아닙니다만...
끝에서 세번째 문단 마지막에서 두번째 문장에 오타가 있습니다.
많이 난감한 오타가요...-_-;;;;
ミルク
07/05/12 21:37
수정 아이콘
정말 오타가 있군요. -_-; 위치가 저래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저그본좌
07/05/13 05:31
수정 아이콘
'이제까지 한번도 ~ 삽질을 시작했다' 부분에 정말 좀 난감한 오타가 있군요;; 수정 부탁요.
07/05/13 10:18
수정 아이콘
오늘 보고 수정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난감한 오타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0683 [박성준의 눈물] 이제 선수노조, 혹은 선수협의회가 필요하다? [80] 다크포스9928 07/05/13 9928 0
30680 프로리그... 이제 축소한다면 항의하련다 [85] Que sera sera8360 07/05/13 8360 0
30679 박성준 선수, MSL에 올인하겠다고 하던데...... 통과할 수 있을까요?? [21] 김광훈7174 07/05/13 7174 0
30678 프로토스 저그를 이겨라!! [16] 체념토스5663 07/05/13 5663 0
30677 무너진 DMZ.. 사라져가는 그를 그리워하며.. [24] 라구요5283 07/05/13 5283 0
30676 엠겜 경기및 세팅에 관련. [20] 협회바보 FELIX5053 07/05/13 5053 0
30675 몽환..첫공식전 [8] Phillip6394 07/05/12 6394 0
30673 최근 이윤열 선수에 대한 저의 생각 [11] 둔재저그5543 07/05/12 5543 0
30672 감독이 필요한 이유 [11] Zenith8025225 07/05/12 5225 0
30671 조지명식을 보고 김창희 선수의 팬이되었습니다. 드디어 시작이군요. [87] kin87048715 07/05/12 8715 0
30670 하늘이 그대를 선택했노라. [4] 파란무테6369 07/05/12 6369 0
30669 전략가들의 대결이란 이것이다. 강민 대 신희승 에이스결정전. [43] 하얀그림자7870 07/05/12 7870 0
30667 전상욱선수...아니 팬분들 지금 잠이 옵니까? [22] the tool7478 07/05/12 7478 0
30666 어제 최연성 마재윤 경기 간단하게 감상 [17] 히엔8441 07/05/12 8441 0
30665 마재윤 vs 최연성전에서의 머린이 안쏘는 현상을 어떻게 보셨나요? [44] amiGO11078 07/05/12 11078 0
30664 March는 아직 연주중 [18] 뻬파5024 07/05/12 5024 0
30661 심장이 떨렸습니까? [22] silence6959 07/05/11 6959 0
30659 이 글을 쓸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35] Bikini7023 07/05/11 7023 0
30658 2007 Blizzard Worldwide Invitational - 상세 일정, 선수 명단 [16] kimbilly6438 07/05/11 6438 0
30657 2007 챌린지리그 예선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12] 스파키즈짱7075 07/05/11 7075 0
30655 4월 29일 프로리그 단상. [18] 뻬파6002 07/05/11 6002 0
30653 오늘경기에서의 변은종 선수..(스포일러 有) [12] 삭제됨5793 07/05/10 5793 0
30652 오늘 msl변은종선수의 두게임 보셨나요? [34] 네잎클로바가8421 07/05/10 842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