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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12/05 12:36:55 |
Name |
Nabi |
Subject |
저그, 그 새로운 전설을 기다리며... |
내가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본것은 2002년 가을 시즌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이 있다는 것과 게임 리그가 열린다는건 알았지만
그때는 저그가 뭔지, 테란이 뭔지, 프로토스가 뭔지도 몰랐었습니다
처음으로 본 경기가 박정석 선수의 우승 경기였는데,
그때 내게 스타를 보여준 내 측근(?)은 이런말을 했었습니다
" 저기 저게 프로토스라는 건데, 무지 암울하거든...
근데 그 많고 많은 테란, 저그 다잡고 우승했따... 크윽~ 멌지제..."
기억에 난 그때 프로토스가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난 저그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본게 결승밖에 없었는데, 결승전은 테란과 플토였으니...ㅡㅡ;
그때, 그 노란 기계(플토)들은 무척이나 우직했고 늠름해보였습니다
파란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그들은 꽤나 멋있어 보였습니다
원래 사람이란게,
쉽게 성공하는것에 대해선 별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거라 그런지
암울한 상황에서 우승했다는 그 말이
플토에 대해 더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경기하나로 난 스타에 빠져들었고
온겜넷 vod를 하나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보게된 저그는...
최악이었습니다...ㅡㅡ;;;
한마디로 괴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모습을 한 테란이나 기계의 모습을 한 플토와는 달리
그저 만화나 영화에나 나오는 괴물들,
아님 세상 살아가며 흔히 보는 이름도 알수없는 벌레들...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죽을때는 붉은 피를 흩뿌리고
(저글링 한부대 죽을때 땅에 넘쳐나던 피들...ㅡㅡ;)
공격한다는거라곤 침을 뱉는 모양새고
(히드라가 공격하는거 보고 쓰러짐...ㅡㅡ;)
지네라해도 별로 문제될거 같지 않던 디파일러
(저글링 잡아먹는거 봤을땐 진정 주저앉았오~ ㅡㅡ; )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그 느릿느릿한 것도
(공격당해도 느려서 도망가다 죽는...ㅡㅡ;)
하나같이 이상하게만 보였습니다
날 더욱더 저그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던 측근(?)은
테란의 암울기를 설명해주며 임요환이란 선수의 영웅담을 덛붙혀
테란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심어주기에 이르렀습니다
저그에 대해서 한 말이라곤
" 저게 저그다~ 실제 컴퓨터로 보면 진짜 징그럽디...
저글링은 뛸때 개구리같따~ ㅡㅡ"
이 말뿐이었습니다 ㅡㅡ;;;
자신이 저그를 하고 있으면서도 늘 져서 그런지...
늘 본진에 성큰만 박다 캐리어 뜨면 바로 gg치는 나의 측근(?)은
저그에 큰 호감은 없는듯 했습니다
단지 처음 오프닝 화면의 종족선택시 뜨는 그림중에
저그가 제일 이쁘다는 이유로
저그를 선택한 나의 측근(?)이었습니다... ㅡ_-
그렇다고 한번 적응한 저그를 버리고 다른 종족을 선택할만큼
나의 측근(?)은 우수하지가 못했습니다...ㅡ _-
저그에 대한, 측근(?)과 관련된 또 한가지 에피소드는,
측근왈 " 테란엔 황제가 있고, 프로토스에는 영웅이 있거든,
그래서 임요환은 테란의 황제란 별명 가지고 있고,
박정석은 프로토스의 영웅이라 그런다... ^^"
필자 왈 " 저그는? 저그는 뭐 있는데? 잘하는 선수보고 뭐라 그러는데? "
측근 왈 " 없다... 그런거... ㅡㅡ"
그말은 내게 저그가 무척이나 별볼일 없구나 라고 생각하게 했었지요
이것이 저그란 종족에 대한 저의 첫인상이었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점점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세종족에 대해, 선수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저그의 경기를 봐도 첫인상과 크게 다른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홍진호 선수의 경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홍진호 선수가 현존 저그유저중 최고라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 폭풍 " 이란 그의 별명조차 왜 그런지
실제로 느끼지 못하고 있던 나였습니다
언제인지, 어떤 경기였는지 지금은 생각이 잘 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 경기에서 그가 왜 " 폭풍" 인지 알게 되었고,
저그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폭풍처럼 휘몰아 치는 그의 공격패턴과,
그의 의지대로 한순간도 쉬지않고 뛰어다니며
상대를 공격하는 저그 유닛들....
이렇게 공격적인 종족이구나...
이렇게 막강한 종족이구나... 그렇게 저그에게 반해버렸습니다
내가 들은 저그란 종족은 실로 참 강한 종족이었습니다
테란의 암울기때도 그랬고,
프로토스에게는 더말할 나위없이 언제나 악몽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내가 본 저그는 항상 공격적이고 무엇보다 강해보였지만,
테란의 탄탄한 수비와 단 한번의 막강한 공격에,
시간이 흐를수록 극한 강함을 보이는 프로토스 유닛들앞에
저그는 참 허무하게도 쓰러져 버렸습니다
내가 본 저그는 강하면서도 위태로운 종족이었습니다
인간의 모습을 한 테란보다,
어쩌면 더 저그가 인간적이란 느낌을 받는것은
저그유저들의 탓도 있겠지요
한번도 우승(온겜넷, 이벤트전 제외)을 하지 못한
그들의 서글픈 한이 참으로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우승의 조연이란 그 씁쓸한 말이 내 가슴까지 저릿하게 만들더군요
손을 뻗으면 닿을듯한 우승의 문 앞에서 쓰러져버린 저그유닛들과
붉은 피로 변해가는 그 유닛들을 보며 패배를 가슴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우는 저그유저들의 아픔이
테란보다, 프로토스보다 저그에게 정을 느끼게 해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시즌, 참으로 간절하게 저그의 우승을 바랬었습니다
저그유닛들의 피로 물든 땅을 보지 않게 해달라고 많이도 바랬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승은 저그의 몫은 아니었습니다
테란의 암울기때 임요환선수는 테란으로 전설이 되었습니다
저그와 테란에 둘러싸여 3년의 가을을 우승으로 물들이며,
프로트스는 그들의 전설을 만들었습니다
이젠 저그의 전설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이젠 더이상 저그의 눈물은 보고 싶지가 않습니다
개인적인 욕심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비록 이번시즌은 못되겠지만, Yellow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p.s. 오늘 온게임넷 조지명식이 있습니다~
새롭게 한 시즌이 시작되는군요...
어떤 경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본선에 오른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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