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0/18 00:08:44
Name 안전제일
Subject 아집- 눈막고 귀막고 두손을 움켜쥐며.
손안에 잡히는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주먹을 틀어쥐었습니다.
갖가지 소음들 속에서 내 머리 속의 그 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귀를 막았습니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것만을 보기 위해서 눈을 가렸습니다.

겁이 나고 있습니다.
이 손을 펴본다면..이 귀를 연다면, 눈을 떠본다면..

뭐가 남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원하던 그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일까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그 욕심에 부응해주기를 바랬습니다.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변하는 건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일 뿐이지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것이 있고 그건 바로 앞에서 늘 그렇게 도망가 버리는 게지요.

누구도 부족했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누구도 얼마나 원했는지, 얼마나 바랬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아마 누가 무어라 말을 해도 그건 아무 의미 없는 소음일 뿐이겠지요.

어쩌면 손안에 쥔 그 무언가는 그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머리 속을 뛰어다니던 그 소리도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눈을 떠보았을 때 한가득 리본이라도 달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거기가 끝이 아니지요.
놓쳐버렸을 때가 끝이 아니고 손에 쥐었을 때도 끝은 아니지요.
그걸 알기 때문에 이렇게 부들부들 떨고있는지도 모릅니다.
내일..그리고 또 내일에도 계속 무언가를 위해서 노력하고, 다치고, 깨져야겠지요.
그 내일이 끔찍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일에 되면 의연하게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지요.
가끔은 동화처럼 행복이 찾아오고, 내 품 가득 행운이 안겨들기를 바라기도 합니다만.^_^

매일매일 승리하고 매일매일 패배하는 선수들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들이 승리를 향한 욕망을, 아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불태우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이번 월요일에는 간만에 서울행을 준비했습니다.
가서 눈 부릅뜨고 응원할랍니다. 불타는 전장을 구경가니 마음을 다잡고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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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18 00:32
수정 아이콘
음... 대마왕 화이팅 :)
wcg에서의 패배로 쓰러져있을 그가 아니죠.. 분명 그 아픔은 득이 되었을겁니다.
아마 월요일- 불타는 전장에 앞서 내일, 승리를 향한 욕망을 불태울지도...
안전제일
03/10/18 02:36
수정 아이콘
굳이 강저그에 대한 말은 아니었는데..으하하하하--;;;
그냥 그렇다는 거죠. 치열한 그들이 좋습니다!
03/10/18 10:48
수정 아이콘
그 마음 누구보다 잘 압니다. 티비를 그냥 꺼버리면... 그러면 사실 이 결과가 무효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 주먹을 꽉지고 고함을 지르면 그 선수가 돌이킬 수 없는 그 전황에서 기적처럼 살아나지는 않을까... 그래서 게임이 끝나기 전에 숨이 막혀 단 한마디 지르지못하는 그 기분을...
안전제일님// 편하게 게임보세요... ^^ (병걸리십니다 ^^; )
사고뭉치
03/10/18 18:04
수정 아이콘
컴터가 고장나서 여유롭게 피지알을 즐길처지가 못되는지라.. 가끔 글을 읽고 가다가 결국 로긴을 하고 말았습니다.
저도 제가 응원하는 선수들이 좀더 치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비록 아집이래도요.
물론 여유로운 승리를 항상 간절히 원하지만.. 요즘은 제맘처럼은 되질않는군요.
정말 눈을 감았다가 떴을때 무효가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요. ㅜ.ㅜ
월요일날엔 안전제일님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려~ 하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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