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07/2016040700210.html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4월 6일 전주 지원유세에서 아래와 같이 발언했습니다.

"전북은 30년 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돌아온 게 뭐가 있느냐"
"여러분들 배알도 없습니까. 전북도민 여러분 정신 차리십시오"
"도대체 11명이나 되는 야당 의원들이 전북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야당은 전북도민의 표가 서로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면서 막상 전북도민이 바라는 것은 하나도 챙겨주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북의 국가 예산 인상률은 0.7%로 전국 꼴찌"
"우리 당 이정현 의원은 순천에서 예산 폭탄을 터뜨렸는데 전북에서는 승리가 없어서 예산 폭탄을 터뜨리고 싶어도 못하고 있다"

참고로 예산폭탄 이라는 워딩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 텐데, 지난 2014년 재보선에서 순천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순천에 예산원자폭탄을 터뜨리겠다"고 발언(공약?)해서 화제가 됐었고 또 당선도 됐습니다. 이 워딩이 제법 잘 먹혔는지 이번 총선에서도 예산폭탄을 계속 잘 써먹고 있습니다. 이정현 의원이 주로 써먹는 방법이, 원래 정부사업계획에 없던 공공사업을 국회심의에서 추가 반영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원래 뜬금없이 튀어나온 신사업은 기획재정부가 승인을 안해주는 경향이 있는데 왠일인지 승인이 잘 되어, 순천지역은 이정현 의원의 "예산폭탄" 수혜를 잘 받은 셈입니다.

이 발언의 문제점은 동 선거구의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상욱 후보가 잘 말해줍니다. "순천시에만 예산폭탄이 퍼부어진다면 이웃 여수, 광양, 고흥, 보성, 구례, 곡성 등 전남동부권 지역민들과 전남의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전남도민의 상실감과 소외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여수 광양 등등이 모두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다면 그들도 예산폭탄을 맞게 될까요? 그러면 전국이 다 새누리당만 뽑으면 되겠군요! 신나는 재범오빠 예산파티!

제가 진정 경탄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워딩, 프레이밍입니다. 예산폭탄.. 이 단어 고안해낸 홍보담당에게 존경심까지 느껴집니다. 호남에서의 페널티라 할 수 있는 집권여당 후보로써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꿈과 동시에 지역이기주의까지 아주 적절히 활용한 예술적인 단어입니다. 당시 야당의 주된 워딩과 프레이밍은 심판론이었으며 현재까지도 그다지 바뀌지 않았습니다. 심판론은 특정 계층에게는 아주 잘 먹혔지만, 여당 콘크리트 지지층에게는 전혀 무소용이었죠. 예산폭탄과 정권심판.. 뭔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는 듯 합니다.

결국 다시 돌아와서, 김무성 후보의 발언을 바꿔보면, 전북 도민들은 바보라서, 눈앞에 보이는 예산을 잘 타올 수 있는 새누리당 후보를 내팽개치고 야당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말이 되나요 이게. 모든 권력의 주인인 유권자들에게 예산 못 타먹었다고 훈계하는 이 뻔뻔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결국 집권여당, 정부가 예산 안 줬다는 얘기 아닌가요? "우리 안뽑았으니 예산 못줘!" 인가요?

어디 한번 전국 새누리당 후보들의 해당지역 국가예산 인상률을 펼쳐놓고 보고 싶네요. 인상률이 낮은 후보들 지역구 주민들에겐 이렇게도 얘기하구요. 이번에 한번 야당 찍어서 당선시키면, 다음번에 총선 할때 예산폭탄 들고 온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