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과르디올라는 어떻게 축구를 바꿨는가. 펩 과르디올라는 22-23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며 우리 시대 최고의 감독이며 ‘역대 최고 감독’으로 뽑는 사람들도 많아졌다.허나 인버티드 피라미드의 저자로 유명한 축구저술가 조나단 윌슨은, 펩 과르디올라가 이번에 비록 빅이어를 못들어올리고 트레블을 성공하지 못했다한들,유로피언컵을 똑같이 두번올린 아리고사키, 1번 들어올린 리누스 미헬스, 그리고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로바노프스키와 같은 전술적 혁신을 이끌어냈기에 역대 최고의 감독중 하나이다 라고 밝혔다.
(오른쪽이 인버티드 피라미드의 저자 조나단 윌슨, 국내에는 축구철학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판했다)
펩 과르디올라가 역대 최고 감독으로 뽑히는 이유는 첫째론 전술적 성취이며 두번째는 무수히 많은 트로피다. 오늘 이 칼럼에서는 펩 과르디올라는 어떠한 전술적 성취를 거뒀는지 살펴보자. 축구에는 게임모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우리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축구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다.
그리고 이 큰그림을 만드는데 중요한 것은 철학이다. 펩과르디올라가 해낸건 기존의 주류 핵심철학을 밀어내고 자신의 핵심 철학을 축구중심으로 끌고 온 것이다. 축구를 오랜기간 지배해온 이데올로기 철학은 역할주의Rolism이다. 공격수,수비수,미드필더 이렇게 역할을 배분한뒤 그 선수들에게 역할에 따른 위치를 부여했다.
공격수는 공격지역에서 공격만, 수비수는 수비지역에서 수비만. 골키퍼는 골 에어리어에서 골키핑만을 하는 것. 이것이 모든 지도자들과 플레이어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리누스 미헬스가 등장했다. 물론 전적으로 그의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그는 토탈풋볼TotaalVoetbal이라는 아이디어를 전세계에 알렸다. ‘모든 선수가 공격시에는 공격수이며, 수비시에는 수비수다. ‘ 이 아이디어는 과격했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아약스는 네덜란드 지방이라는 곳의 변방 강호에서, 유로피언컵을 3연속 들어올리는 유럽 최고의 명문으로 거듭났다.
공격수와 수비수들이 각각 자신의 역할인 공격과 수비를 벗어나 다른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며, 역할주의만이 있던 축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리누스 미헬스와 요한 크루이프)
선수들은 역할에 기반해 위치를 찾고 그에 따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있는 위치에 따라서 그 위치에 적절한 역할을 판단한뒤 임무를 수행하는 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근 몇년 수많은 축구 매니아들과 방구석 분석관들의 머릿속을 지배한 단어 포지션플레이position play 혹은 위치주의positionsim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 포지션 플레이를 가장 현대 트렌드에 맞게 원리와 방법론을 정리해내고 1992년 시작된 현대 축구Modern football에 흐름에서 지금의 축구Contemporary football의 흐름을 이끌어낸 감독이 바로 펩 과르디올라이다.
위치주의, 위치기반의 축구
앞서 얘기했듯이 어떤 포지션의 선수가 해당 역할을 벗어나 특정 상황에서는 다른 위치로 이동한뒤 다른 임무를 수행하는 플레이 방식이다.
최전방 공격수가 어떤 특정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압박을 들어가면서 최전방 수비수의 ‘역할’을 하고 , 어떤 특정상황에서는 측면으로 빠지면서 거기서 측면 공격수의 ‘역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내려와서 빌드업을 도와주며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하는것
**위치를 바탕으로 그에 해당하는 역할을 상황에 맞춰서해내는것**이것이 포지셔널플레이, 위치기반의 축구이다.
아마 많은 분들은 ‘그 전에도 그렇게 했는데? 별거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헝가리의 히데구치는 최초의 가짜9번으로서 공격수 위치를 벗어나서 여러 역할을 수행했고, 70년대 베켄바우어는 3백 최후미의 리베로 위치에서 원하면 언제든지 볼을 갖고 올라가는 플레이를 취했다.
과거에도 위대한 선수들은 다양한 역할을 경기장에서 구현했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과거에는 위대한 선수들만이 구사할 수 있고 허용된 역할이었다. 혹은 굉장히 특수한 포지션들에게만이 허용된 자유 공간이었다.
요한 크루이프의 드림팀 역시 센터백 쿠만은 미드필더까지 올라가서 볼배급을 했고, 라우드럽은 오늘날의 메시처럼 가짜9번의 플레이를 가져왔다. 이러한 방식은 선수들의 ‘위대함’에 전적으로 기대는 방식이었다. 그들의 위대한 축구지능과 또 역시 위대한 테크닉에 기대서 그들이 하라는대로 플레이하며 통제되지 못한 방식이었다.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선수들이 정해진 역할과 위치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행동을 하다보면 무질서가 야기된다. 무질서를 다룰 수 있는건 ‘천재’들뿐이기 때문이다.
위치 기반의 축구를 구현 하기 위한 두가지 원칙 및 방법론 펩 과르디올라가 등장했다. 그는 후안마 리요, 비엘사 등등 수많은 감독들을 접하면서 방법론을 갈고 닦았고 위치기반의 축구를 적용하기 위한 원칙을 세우며 무질서를 ‘통제’해냈다.
그 통제를 하기 위한 첫번째 방법론은 ‘공간배분’이다. 선수가 특정위치에서 더 좋은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선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인지해야한다. 축구장은 넓고 연속된 ‘면’이다. 하나의 면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각하고 더 좋은 장소를 임의로 택하기 위해선 아까 말한대로 선수의 ‘위대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각의 공간을 쪼개 놓으면 어떤 타이밍에 어느 위치가 더 좋은지 감독으로서 ‘지시’가 가능하다. 그리고 지시는 통제를 만든다. 다른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시 그 위치 이동을 지시를 통해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펩과르디올라가 쪼개서 인식한 공간, 실제로 훈련장도 위와 같이 쪼개어본다. 그리고 강조된 개념은 하프스페이스, 독일에서는 펩 과르디올라 이전에도 Halbraum이라고 하프스페이스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었지만 이를 확실히 모두에게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은 펩 과르디올라)
선수들 역시 공간을 쪼개서 인식하면 편하다. 모두가 공통된 공간인식을 갖고 있기때문이다. 내가 이동해서 벗어난 구역을 누군가 메워줄 수 있고 우리 팀 동료가 어느 구역에 위치하겠구나 라고 ‘예측’할 수 있다. 선수들 끼리도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게된다. 만일 선수가 자신의 자의적 판단으로 마구잡이로 움직이면 다른 팀원들에게는 혼란이 올 수 있다. 마치 티에리 앙리가 펩바르샤 초창기때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 득점했다고 바로 교체당했던 것처럼 말이다.순간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펩과르디올라가 보기에는 다른 선수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이제 선수들은 자신이 있는 공간과 다른 공간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면 공간을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이해해야할지를 모른다. 선수가 이동하는 이유는 더 나은 위치로 이동하기 위함인데, 그러면 더 나은 위치라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문제점이 생기기 때문이다.사람이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기 위해선 근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두번째 방법론 ‘우위’이다.
4-2-3-1을 만들어냈으며 포지션 플레이의 현대적 개념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주된 철학을 제시한 후안마리요는, “ 포지션플레이는 해석하는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유지해야할 핵심은, '우위'다” 라고 말했다.
어느 시점에 어느 위치로 가야할지를 정하는 핵심 나침반이 바로 ‘우위’인 것이다.특정상황에서 우위를 갖는 방향으로 어느 구역으로 이동한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포지션플레이인 것이다.
여기서 그러면 우위란 무엇일까또한 주기화의 거두 파코 세이룰로는 우위에 대해서 ‘수적,질적,위치적 우위라는 것이 존재한다’ 라고 말했다.
각각의 우위에 대해서 알아보자. 수적우위는 심플하다. 상대보다 우리가 숫자상으로 더 많을 때이다. 전쟁에서도 당연히 상대보다 많은 병력을 보유하는 것이 승리로 이끈다. 축구도 이와 비슷하다. 상대보다 숫자가 많다면 플레이에어 우위를 갖게 된다.
그러나 축구는 11:11로 숫자가 정해져있다. 상대보다 더 많은 선수를 가지고 플레이할 수 없다. 수적우위를 발생하기 위해선 특정 위치에 특정 공간에 자신의 선수들을 몰아넣어야한다.
한쪽에 선수를 몰아넣는 행위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선수를 빼온 곳에서는 수적 열세가 발생하기때문이다.우위를 갖기위한 행위가 오히려 열세를 낳는다. 그렇기에 이 수적 우위를 낳기 위해선 그 수적 우위가 실제로 축구적 우위를 갖는 상황에서 시도해야한다.
빌드업 시에 후방으로 미드필더를 센터백 위치로 내리면서 빌드업을 가담시키면서 백의 역할을 수행한다.(라볼피아나), 혹은 필드플레이에 배제되어있는 골키퍼를 빌드업의 시발점으로 활용하여서 사실상 최후미의 백 역할을 수행하며 빌드업에 가담시키게 한다.(볼플레잉 골키퍼)
이렇게 시도하면서 특정 구역에 수적 우위를 발생시키고 그 위치로 이동한 선수에게 위치에 해당 역할을 수행하는 플레이, 수적 우위를 활용한 포지션 플레이이다.
그러면 질적 우위란 무엇인가.
축구는 11대 11로 숫자는 정해져있지만 숫자를 채우는 구성원은 정해져있지않다. 우리의 11과 상대의 11 그리고 우리 11내에서의 각각의 구성원 모두의 퀄리티는 동등하지 않다.
우리팀의 무스타피는 상대팀의 반다이크와 스탯상은 같을지언정 실제 퀄리티는 똑같지 않다.상대보다 우리팀의 선수가 퀄리티적으로 뛰어난 상황, 이것이 질적 우위다. 그러면 질적우위는 어떻게 활용할까.
최전방 공격수가 지루일 경우, 지루는 수많은 센터백들 상대로 공중볼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그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그에게 롱패스를 날려서 상대수비보다 우월한 그의 신장과 볼간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네이마르나 메시를 보유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최대장점은 1대1돌파후 스피드다. 최대한 그가 상대방 수비와 1대1로 매치업할 수 있게 다른 동료들은 상대 수비를 달고 이동해서 1대1상황을 조성해준다(아이솔레이션)
반면 우리 측면 풀백이 아놀드일 경우, 아놀드의 측면 위치에서 수비 전환시에 수비는 탑급 윙어상대로 질적으로 열세인 경우가 잦다. 그럴때는 코나테가 상대방 전환상황에 그쪽 방향으로 투입시키고 임시로 풀백수비를 해준다. (인버티드풀백)
이외에 위치적 우위는 여기에 위치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아놀드는 볼전개시에는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위치적으로 팀에서나 아놀드 개인에게서도 우위를 갖는다. (인버티드 풀백)또한 우리팀이 공격을 진행할때, 상대에게 볼을 빼앗긴 상황을 대비해서 즉각적인 역압박을 가할 수 있는 후방위치에 선수를 배치 (Rest-defense)
(상대에게 볼을 탈취됐을때 바로 역압박을 가해서 볼을 다시 탈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이게 rest-defense가 구현된 모습, 투헬과, 클롭과 펩은 이러한 위치상황을 훈련을 통해 의도적으로 계속 재현할 수 있도록 각인한다)
이와 같은 위치적 우위를 활용한 포지션플레이다.
펩은 우위와 공간배분 이 두개의 원칙을 통해 명확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이를 경기장안에 구현했다. 기존에 대세인 역할 기반의 축구는, 위치 기반의 축구가 가미된 형태로 바뀌었다.
축구를 재능을 기반으로 한 불확실성에서 코칭과 분석을 통한 확실성과 통제의 영역으로 그리고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아마 한가지 의문이 생길것이다. 그러면 우리팀이 스토크 시티면, 뻥축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포지션플레이가 아닌가하는 의문점말이다.
우리팀이 장신 스트라이커도 있고, 후방에서 뻥뻥때려주는 선수있다면 그게 맞지않냐는 얘기말이다. 펩처럼 억지로 후방에서 만들어내가면서 한줄 한줄 깨가며 올라가는 축구를 굳이 구사해야하냐고 말이다.
물론 포지션 플레이 맞다. 팀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포지션플레이다. 그러나 펩과르디올라는 축구의 모든 방향에 포지션플레이의 개념을 적용시켜서 매순간 경기장 전체에서 통제된 경기를 하고파 했다.
축구는 굉장히 불확실한 스포츠다. 손으로 공을 잡지 않고 발을 통해 컨트롤 한다. 발을 사용하기에 축구는 공이 항상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다. ‘마이볼’이라고 하는 상황도 사실은 항상 공을 빼앗길 가능성이 존재하는 ‘50대 50’의 상황이다. 그렇기에 공을 가지고 골대안으로 넣어서 득점을 하는 행위가 축구에서는 어렵다. 축구의 득점이 적은 이유가 여기서 기인한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이 불확실한 스포츠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는 사람이다. 우리는 펩 과르디올라는 마치 아르센 벵거처럼 낭만주의자, 축구에서 예술을 구도하고 철학을 구사하는 자라고 평한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철학자’라는 표현이 있다. 축구에서 승리외에 다른 요소를 하고자 하는 자들을 비꼴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나 포지션 플레이 주창자들은 축구란 종목에 대해서 얘기할 때 축구는 ‘승리’를 하기 위함이고 상대보다 ‘많은 득점’을 하는 것이 목적인 스포츠라고 얘기한다.
펩 스스로도 누구보다 승리를 갈구하고 매순간 모든 경기를 이기려고 한다. 그리고 펩이 생각한 매순간 모든 경기를 이기는 방법론은 바로 포지션 플레이의의 극대화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축구전체에서 공을 가진 상황은 공이 없는 상황보다 우위이다. 우리팀이 공을 가진 시간을 극대화하고 상대가 볼이 없는 시간이 거의 0에 가까우면 우리팀은 상대보다 매순간 우위를 갖고 있다.
또한 볼을 가지고 있으면 위치를 이동하고 원하는 곳에 원하는 우위를 갖도록 ‘주도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가 공간적 우위를 갖고 있으면 롱패스 역습을 할 수도 있고, 안되면 차근 차근 만들어 나갈 수 있고 우리가 선택을 주도 할 수 있고 상대방은 대응할 수 박에 없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 펩 과르디올라가 공을 안전하게 갖고 있는 상황에서 최전방까지 볼을 짧은 패스로 전개하는 축구를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포지션 플레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모든 팀은 롱패스 역습축구를 기반으로 한 축구보다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포지션 플레이를 확실하게 극대화 하는 방법이다.여까지가 펩의 핵심 아이디어인 포지션 플레이, 위치기반의 축구이고 그것이 어떻게 현대축구에 강하게 영향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외에도 마이너한 이슈들이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의 축구는 세세한 세부지침과 얘기들이 다양하다. 먼 과거부터 누구나 당연시했고 몸으로 체화해서 하던 것들을 지금 이시대의 축구는 하나하나를 콕 찝어서 명칭을 부여한다.
왜냐하면 훈련때 연습하고 선수들에게 각인시키고 다음 경기때 현장에서 ‘재현’하기 위함이다. 펩 과르디올라 이후 투헬이나 데제르비,아르테타,스팔레티,나겔스만 같은 감독들의 축구는 굉장히 뚜렷하고 명확하다.
선수 재능의 영역에 의존하기보다 코칭과 분석의 영역에서 이를 통제해서 경기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승리공식을 계속 해서 재현하고 싶기때문이다. 펩 이전에 막연했던 빌드업 패턴들이 이제는 뚜렷하고 명확하게 존재한다. 이는 무리뉴와 베니테즈도 했던 방법론이지만 그들이 공간의 통제에 포인트를 뒀을때, 펩은 공을 가진 상황을 통제하려고 했기에 발생한 결과물이다.
그렇게 펩과 함께 지금 이시대의 축구를 우리는 보고 있다. 펩은 모든걸 새로이 만들지 않았다. 라볼피아나는 멕시코 감독의 라볼페의 빌드업 패턴이었고, 볼플레잉 골키퍼는 아약스의 오랜 철학이었으며, 상대의 볼을 빼앗기 위해 상대의 공간을 줄이는 압박은 아리고 사키의 영향이며, 공을 갖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집착과 인버티드 풀백의 원류는 요한 크루이프에서부터 온 것이다.
실제로 바르셀로나 시절 펩은 ‘요한 크루이프는 대성당을 건설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이를 복원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하지만 펩이 복원한 새로운 대성당은 요한 크루이프만의 색깔이 아니라 그 이후 등장한 수많은 현대축구의 조류를 집대성한 결과물이었다.
1860년 FA설립 이전과 이후과 다르고, 1974년 이전과 이후과 다르며, 1992년 이전과 이후과 다르듯이, 펩이 집대성하고 본인이 이끌고 있는 현재의 축구Contemporary football 이전과 이후도 확연하게 달라졌다.
펩의 완전한 통제를 모두가 이어나가진 않지만, 자신만의 통제 포인트는 존재한다, 펩 이후로 골키퍼의 필드플레이 참여는 당연시되었으며 최전방 공격수가 아쉽울때 어느팀이든 가짜9번을 떠올리며 대한민국 마저도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명의 센터백 사이로 선수를 내리고 수적우위를 만들며 3-2형태의 빌드업을 시도하고 있다.
아리고 사키 이후로 비록 사키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공간을 인식하고 공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축구를 구사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모두가 펩의 아류는 아니고 펩의 축구를 구사하진 않지만 볼을 통제하고자 하며 우위를 활용하는 그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차용하고 있다.
펩은 재능의 영역에 존재하던 통제를 방법론의 영역으로 정도를 낮췄다. 그렇게 현대축구는 매니저에서 헤드코치가 변화했다. 너무나도 디테일해진 피치를 관리만 하기에도 감독에게 벅차게 된것이디. 어쩌면 그것이 현대축구를 가장 크게 바꾼 포인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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