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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8/14 09:02:05
Name 김유라
Subject [일반] [강스포주의] 밑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에 대한 추가 비평 (수정됨)
밑글 관련해서 피드백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스포일러 감수하고 글을 새로 써서 내용을 추가합니다.

강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
여기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작중 박보영(명화 역)이 옳다는 전제로 이 영화는 시작되었기 때문에 망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군상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포칼립스물 중 하나인 웹툰 <하이브> 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죠. 작중 영하라는 양궁선수는 복면을 쓰고 다니면서 남성인 것으로 보였지만 최종적으로 여성임이밝혀졌고, 자신의 성별을 숨긴 이유 또한 나오죠. 폭도 패거리들이 무차별적으로 다니면서 남성은 재미삼아 죽이고 여성은 강간하는 끔찍한 상황을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아포칼립스물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에서도 "저런 상황에서 여자애가 그냥 나가봤자 강간당해서 죽기밖에 더하냐"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죠.

까놓고 이야기하면 이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인간군상들이 전부 착하게 표현되고, 박보영이 작중 무분별한 평화주의를 표방하면서 이 영화는 이분법 수준의 선악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황궁 니들은 나빠, 이병헌 너는 제일 나빠" 말이죠.



우선 초반 장면부터 천천히 살펴봅시다.

(1) 황궁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외지인을 쫓아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외지인을 쫓아내게 된 계기는 1층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그리고 동시에 불거진 식량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이기적인 이유만은 아니죠. 이미 사고는 발생했고, 그로 인하여 주민들까지 현실적인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주민들을 쫓아내는데, 20년동안 일한 경비원도 같이 쫓아냅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 20년동안 일한 경비원이 내보내지는데 "아무리 그래도 저 분은 주민이나 다를 바 없는데 빈 방에라도 모셔야 되는거 아닌가요?" 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황궁아파트 주민 200여명의 의견이 너무할 정도로 획일화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사람들을 쫓아내는 장면이 너무 극단적입니다. 방법은 많거든요. "지금 나가면 얼어죽으라는건데" 라는 질문에 대해, "그러면 하다 못해 겨울이 지나고 내보내자", "월동할 수 있는 장비라도 좀 주자" 라는 대답이 한 마디도 없습니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다 꺼지래요.

선민의식에서 시작된 기준은 필연적으로 내로남불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 문제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이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해버리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황궁아파트 사람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평면적인 나쁜 인물이어야하거든요.

그 중에서도, 그 선역이라는 박보영조차 이런 불편한 상황들에서는 입꾹닫을 시전하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유혈 사태가 일어나기 전이라서 충분히 거론될 수 있는 이야기거든요.)  그냥 자기 편한 상황에서만 "나는 착해" 를 외치는 선역이고, 황궁아파트 사람들은 나빠야 하거든요. 캐릭터가 내로남불화 되어가는거죠.

(2) 외지인에 대한 적대적 묘사가 부실합니다. 작중에 외지인들을 공격하는 묘사는 딱 두 개 있습니다. 초반에 아파트에서 쫓아낼 때, 그리고 슈퍼마켓을 털 때.

그런데 이 두 개만 보여주고 "황궁 주민들은 대충 얼마나 나빴을지 짐작하지?" 라고 대답한 다음, 외지인들의 황궁아파트에 대한 적대적 묘사를 남발합니다. 갑자기 주민이 죽고 결말부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통째로 학살 당합니다. 묘사가 다소 부족하죠.

그럼 다들 착하게 살았어야 될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박보영은 "박서준 너는 앞으로 밖에 나가서 나쁘 짓 하지 마. 내가 받는 배급으로도 충분해." 라고 대답을 합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무슨 배급품이 배틀그라운드 공중보급인줄 아는 수준이죠.

더 문제는 여기서 박서준이 "에이, 거기서 나 혼자 빠진다고 어떻게 말하냐" 라고 황당한 답을 해버립니다.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대사죠. 박보영과 박서준의 대사는 '우리 가족만 나쁜 짓에서 빠져서 착하게 살면 만사가 해결'되는 줄 아는, 너무나도 단순한 언행입니다.


(3) 주연 캐릭터 둘에 대한 묘사를 한 번 살펴봅시다. 왜 이 영화를 제가 선악으로 보았는지 설명이 됩니다.

- 박보영(선) :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이지, 외부인과 공생해야한다
- 이병헌(악) : 아파트는 주민의 것, 외부인은 무조건 배척

이 정도에 가까운데, 애초에 둘을 선악으로 구분하는 과정은 성립이 될 수 없습니다. 이병헌은 외지인 출신이거니와 둘 다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이유거든요.

그런데 이 상황을 거론하는게 박보영이란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영화가 '선악'으로 구분되어 박보영은 옳고 이병헌과 황궁 주민은 나쁘다고 해버리는 이유입니다.

박보영이 작중 뭘하고 있었을까요? 외지인 가족들을 내보낸 이후에 체제에 순응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병헌의 고립적이고 배척하는 체제에 불만을 품습니다. 방에 편하게 앉아서, 외지인을 도우려는 모습 그 하나 없이요.

그러다가 "알고보니 이병헌이 외지인이네?" 라는 단순한 명분 하나만으로 깽판을 칩니다. 그 어떤 논파도 행동도 없이요. 그냥 이병헌에 대해 "외지인 출신 주제에 외지인들을 탄압하고 내쫓아? 니가 제일 나빠" 쏘아부치는게 전부란겁니다.

차라리 중간에 외지인들을 숨겨주는 안경 아저씨가 오히려 대척점에 가까운 인물이죠. 박보영은 그런 외지인들을 위해 뭘했을까요? "화분을 줍니다." 끝.



(4)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큰 문제인 결말. 이 영화에서 최종적으로 구원을 받는 인물이 박보영입니다. 제가 이 영화가 이미 결론을 지었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박보영이 최종적으로 죽음을 당했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의 한계가 뚜렷한, 선의 인물" 이라는 꽤나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겠지만 최종적으로 박보영이 살아남게 됩니다.

그래놓고 보금자리와 음식을 나눠주는 친절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우리 아파트 사람들도 다 평범했다." 라는 말을 하며 끝을 냅니다.

우-와.... 일면식도 없는 외지인들은 치안 공백 상황, 한강 물이 싹 말라버려서 풀 한 포기 안자라는 상황 속에서도 음식을 나눠주는 전부 착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황궁아파트 나쁜 사람들이 자기들만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뻘짓을 하다가 다 죽은게 되어버렸네요? 황궁 아파트 사람들은 참 나쁘고 멍청하다 그죠?

저는 차라리 <미스트> 식 미군 엔딩이 났으면 이 영화를 훨씬 더 좋게 평가했을겁니다. 아파트 밖으로 한 뼘만 나갔다면, 진정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가 있게 되는거니까요. 그러면 차라리 박보영의 이야기는 힘이 실렸을겁니다.


박보영의 작중 역할은 단순히 발암캐를 넘어서서 그냥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무너뜨려버린 셈입니다.



선악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공감이 잘 안된다는 의견이 많아서 장문을 쓰게 되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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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yInTheLife
23/08/14 09:11
수정 아이콘
Farce님 글에도 댓글을 달았지만 절대 선을 놓을거면 반대편의 절대 악을 그대로 냅둬야했고, 반대로 선도 회색지대로 끌고 오든가 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명아라는 캐릭터는 나쁘게 말하면 감독의 도구에 가까운 느낌이긴 해요.
내부에서 나와 돌아온 탕아가 외부에서 칩입해 자신만의 왕국을 쌓은 내부인인 척 하는 거짓 리더를 밀어내는 건 좋은 아이디어지만 아이디어 단계에서 끝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생충에 비교할만 하냐는 물음에는 좀 많이 아쉽고, 남한산성보다도 조금은 덜 냉담해 아쉽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괜찮다… 싶긴 하지만요.
김유라
23/08/14 09:15
수정 아이콘
재료도 좋고 중반까지는 참 잘 끌고가다가 너무 아쉽게 끝났죠.

단어가 잘 생각이 안나는데 이런걸 감독 오너캐라고 하던가요? 박보영 작중 역할이 딱 그 느낌입니다.
고오스
23/08/14 09:24
수정 아이콘
메리 수 하고 좀 비슷하긴 한데 조금은 다른거 같습니다
고오스
23/08/14 09: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밑의 Farce님 글에 제 나름대로의 감상을 댓글로 좀 길게 적었는데 저도 명화의 행동이 이 영화의 가치 태반을 제 손으로 부셨다고 봅니다

작중 내내 명화만 따로 놀아서 왜 이러나 싶었는데 Farce 님 글을 보면서 기독교적 색체가 작품 전반적으로 스며든걸 보니

약간은 이해됨과 동시에 그 때문에 좋은 작품의 색이 바랬구나 싶었죠

개인적으로는 명화가 처음에는 순수하고 자비로운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트롤짓으로 인해 남편이 영탁에게 견마지로 하면서 본인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걸 깨닫고,

1) 903호 애를 통해 바깥의 현실과 동시에 영탁이 가짜일 수 있다는걸 알게 되면서 갈등하다가 902호 진짜 영탁을 덮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지키는 엔딩이라던가,

2) 영화 시나리오처럼 분에 못 이겨서 903호와 같이 쿠데타 및 진실 폭로를 한 후 바퀴벌레들이 쳐들어 왔을 때

본인의 이상이 깨지면서 멘탈이 나간 후 남편의 도움 및 죽음으로 인해 그제서야 이상이 깨지고 현실을 직시한 후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거지?

라고 깨닫는 엔딩이 씁쓸하지만 작품의 질에는 훨씬 좋지 않았을 까 싶습니다

이 두가지 시나리오 모두 왜 콘크리트 [유토피아]인지를 고결하고 순수했던 명화라는 인물을 통해 역설적으로 더욱 조명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에 명화만 저렇게 구원(?) 받게 해주는건 크나 큰 실수라고 봅니다

다만, 그런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도 아파트가 한국 사람에게 가지는 의미, 갑자기 세상에 아포칼립스가 찾아왔을 때

인간군상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에 대한 해석은 상당히 리얼리티가 있기 때문에 중반까지의 영화로도 표 값은 충분히 한다고 봅니다
만찐두빵
23/08/14 09:32
수정 아이콘
전 박보영을 완전 선인으로 해석할 수 없었던 이유가 치매 할머니를 겁박하는 장면에서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치매 할머니를 자신의 목적성을 위해서 간호사가 다그치고 대답하라고 소리치는 씬에서 과연 박보영을 100% 선이라고 볼 수 있는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자신을 선으로 치장했지만 (특히 간호사가 직업이다 보니 아무리 디스토피아 세상이라고 한들 어느정도 누군가를 도우겠다는 성향이 좀 더 클거라고 봤고요.) 무언가의 목적을 위해서 악을 행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봤습니다. 또한 박보영이 구원(?)을 얻었다고 하셨는데 저는 전혀 구원이 아니라 오히려 박보영의 연기와 눈물을 봤을때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고 그냥 보통사람들이 있던 황궁에서 본인의 선택으로 모든걸 잃었으니 단순 살아남았다는 구원 굳이 안싸워도 유토피아가 있었는데 하는 허망함(애초에 일단 그 이후에 일을 모르기 때문에 유토피아인가? 에 대한 의문점이 있음)보다는 나의 선택으로 나의 가족과 구성원들을 모두 잃었다는 허망함 쪽에 좀 더 가까웠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인에 대한 구원이라는 플롯이라고 해석하진 않았습니다만 아래 기독교적인 해석이나 유라님의 해석을 봤을때 저가 좀 틀리게 해석한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용
23/08/14 09:55
수정 아이콘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 생존은 그 자체로 강력한 의미를 가지기는 하는데..
박보영이 과연 구원?을 얻었는가, 라는 관점은 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보긴 합니다.
23/08/14 10:15
수정 아이콘
이 영화는 종말 이후를 다루는 작품이 아니라 일시적인 재난을 다뤘으면 오히려 괜찮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파트가 선을 넘었다는 서사, 굳이 타인에게 각박하게 굴지 말자는 서사, 박보영이 대충 살았다고 마냥 구원은 아니라는 해석

전부 그럴싸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얼마나 세상이 완전히 망했는지 스스로 상세하고 우아하게 설명해버려서, 오히려 더 뒤뚱거린다 저는 생각합니다.
스팅어
23/08/15 05:11
수정 아이콘
결국 한정된 자원으로 기한이 정해진 생존이라... 명화의 생존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말씀하신 해석에 공감합니다. 특히 할머니 겁박씬은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만찐두빵
23/08/15 09:07
수정 아이콘
하지만 박보영을 완전 선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걸 보면 결국 감독 연출의 실패라고 봐야겠죠. 아무래도 그 할머니 겁박하는 씬을 좀 더 임팩트있고 강하게 넣었어야 할 거 같습니다. 본인의 목적을 위해서 간호사가 치매 할머니를 겁박하는 씬인데 좀 더 파워있는 연기주문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네요.
海納百川
23/08/14 09:32
수정 아이콘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템플렛에 한국식 아파트 거주문화를 끼얹으면 뭐 헐리우드 냄새 나는 K-시네마가 나오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각본 쓴거로 밖에 안 보이네요.
송파사랑
23/08/14 09:49
수정 아이콘
전체적으로 얼기설기 구성이 성긴 영화입니다. 게다가 메시지와 풍자는 과잉입니다. 이정도로 평론에 공을 들일 수준의 영화가 아닙니다. 그냥 범작입니다.
23/08/14 09:57
수정 아이콘
감독이 이분법적인 선악론을 보여준거라는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감독이 보여준 세상을 기반으로 감독의 선악론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분법적인 선악론을 비판하기 위해 지적하신 부분을 생각해보면 그 문제의 이분법적인 선악론이 성립하지 않음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전 감독은 의도적으로 박보영과 이병헌의 저울을 맞추어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헌의 죄가 있다면 박보영의 죄도 있고, 이병헌의 공이 있다면 박보영의 대의도 있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오히려 저는 이 무게추의 기계적인 균형을 위해 감독이 좀 인위적으로 애를 많이 썼다고 느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박보영을 민폐 캐릭터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아서 좀 의아했었습니다.

그리고 박보영의 행동이 단편적인 생각에서 나온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보영의 행동원리는, 저는 d&d룰의 질서 선으로 이해했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사람이 지켜야할 어떤 선이 있다고 생각하는거고, 그 선을 넘는 건 이해득실, 이후의 진행, 공과를 따지지 않고 견디기 힘들어 하는 사람인거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박보영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이 영화에서 박보영을 무결한 선인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박보영의 행동원리를 이야기 하는겁니다.

그런데 제 이 주장들은 사실 마지막 장면으로 다 반박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 전체를 비판하는게 아니라 마지막 5분 가량을 비판합니다. 뭐 어떻게 복잡하게 바꿀것도 없고 그냥 박서준의 사망 이후 스테인글라스에 누군지 모를 사람의 그림자가 오가는 시점. 거기서 컷했으면 훨씬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영화는 감독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저울을 보여주고, 너라면 어떻게 할래, 라고 끊임없이 묻는 영화라고 받아들였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5분으로 그걸 다 망쳐버렸고요.

개인적으로 해석하기론 굳이 그 5분은 기독교적인 일종의 "구원"을 보여줘야한다는 감독의 강박에서 온 사족이라고 생각합니다.
퀘이샤
23/08/14 10:20
수정 아이콘
같은 생각입니다.
박보영의 마지막 대사는 후회?도 담겨있다고 들려서,,,
다만, 마지막 연출이 좀 아쉽네요...
23/08/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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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공감하는 리뷰입니다. 제가 이 영화의 전개를 중반부터 도저히 견딜 수 없어진 이유를 간결한 언어로 잘 표현해주셨습니다.

이 영화가 신파는 아니라는 칭찬을 많이 받는데, '감독의 도덕적 훈계를 위한 비판불가한 인물'이 떡하니 걸어다니는 시점에서 이런 찬사를 듣는게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영화의 기술적인 영상미와, 과감하게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 군스토리는 버리는 전개를 여느 감성적인 한국영화보다도 좋다고 칭찬하고 싶습니다 (말씀해주신 경비원 이야기와 외부인 축객령도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으나, 이 영화는 공동체의 형성이나 외부 약탈 및 물자 관리 등을 상당히 깔끔한 편집으로 덜어내죠. 이렇게 못하고 구질구질해지거나 정신산만해지는 영화도 많은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흡입력과 연출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를 '깔끔하다'라고는 도저히 서술하지 못하겠습니다. 딱 멋지고 깔끔하게 영화를 끝낼 지점이 많은데도 계속 뒤에 장면이 많고 그 하나하나마다 작품의 주제의식, 연출, 일관성, 작품성이 주식그래프처럼 밑으로 내려꽂으니까요.
기사조련가
23/08/14 10:38
수정 아이콘
이번 여름 영화 4편 보면서 느낀게 스토리적으로 엄청나게 후진했다는 점이에요.
이게 코로나로 인한 투자위축으로 인해 소위 말하는 공식에 따라 쓰여진거라 그런지 궁금할 정도에요.

너무 안전하게만 가려고 했다는게 느껴지는 작품은 비공식외교였어요 그냥 다음 장면이 너무 뻔하게 뭐할지가 다 그려져요.
콘유는 그정도는 아닌데 중반부부터 이병헌이 진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맞는 냉혹한 정치를 구사했으면 영화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빼사스
23/08/14 10:44
수정 아이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좀 이야기를 원하는 대로 끌고 가기 위해 설정 구멍을 감수하고 무리하게 끌고간 느낌은 있고, 이걸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재미없게 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무리수인 부분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재미있게 본 이유는, 이병헌의 연기로 중심을 잡아주었고 딱히 엄청 말도 안 돼, 정도는 아닌 스토리 진행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박보영도 또 하나의 결함 있는 인간으로 표현했다고 봐요. 분에 못 참아 결국 복수를 하고 사달이 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니까요.
23/08/14 11:41
수정 아이콘
저는 중간까지 보면서, 아 이거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처럼, 이병헌이 동물농장의 나폴레옹을 오마주해서 잔혹하게 정치를 해서 박보영을 축출했으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네요.
지구 최후의 밤
23/08/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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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박보영의 입장에서 보자면 구원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 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바꾸려고 했던 황궁아파트의 부조리도 외부의 힘에 의해 부셔졌으며 그 와중에 박보영이 제시한 해법은 은근슬쩍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배경으로 시작해서 근원적인 불안을 가질 수 밖에 없던 이병헌과 가족의 터전을 지키고 대표와 황궁 무리의 신임을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가혹해져야 했던 박서준, 그리고 이상적인 해결을 꿈꿨으나 결국 가족과 황궁 아파트 양 쪽 다 실패한 박보영, 이 셋은 모두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 했고 그 부분에서 감독이 디스토피아적인 좌절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hm5117340
23/08/14 12:01
수정 아이콘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을 좀 접했다면 거의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는 점이 조금 아쉽더라구요 캐릭터도 대부분연기빨로 커버치는거지 구조적으로는 뻔한 기능성 캐릭터로만 작동하니 행동양식이 유추가 되고..
23/08/14 16:2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음 저도 박보영이 박서준을 잘 설득해서 둘이 황궁아파트에서 잘사는 결론으로 끝났다면
글과 비슷한 결론이었을 것 같은데..
극후반 구원의 느낌이 있었지만 저는 그것도 약간 블랙코미디 같은 관점으로 보였거든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도 저는 본인 포함한 느낌이었다고 생각했고 약간 모두 망하는 느낌으로 끝나서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대사도 결국 살았으니까 그냥 사는거지 느낌인 것도..
와주셔서 좋아요 이런 대사가 아닌 것도 고심해 골랐다고 생각했습니다.
박보영은 결국 이병헌보다 황궁아파트에 아무것도 기여하지 못했죠. 본인이 사랑하는 남편도 못구했구요.

박보영이 구원받았다는 느낌으로 극을 보셨다면 실망하실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박보영이 구원 받았냐 아니면 쫄딱 망했냐 라고 보면 애매할 수 있는 구간(특히 마지막 5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양쪽다 해석의 여지는 있다고 판단되네요.
작가/감독이 뭘 의도했는지는 좀 궁금하네요.

이 영화의 호불호는 대부분 박보영 캐릭터가 구원받았냐 쫄딱망했냐에서 갈리는거 같아 흥미롭습니다.
23/08/14 16:37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이 영화의 애매한 점은.. 표현의 정도에서 텐트폴 영화임을 너무 인지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타협을 용인하는 성향이 되어서 그렇겠지만
"저걸 다 표현해야 아나? 저정도면 다 유추하라고 만들어 논 것 같다." 느낌이 들더라구요.
제가 상상한 디테일은 최소 18세... 그리고 자세한 내용은 모두 방영불가 수준이니까요.

그리고 결국 텐트폴 영화로는 충분한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주변 분들은 대부분 꽤 긴시간인 상영시간을 몰입해서 보기 무난하게 생각했으니까요.. (물론 요즘 영화 길이가 길어지긴 했습니다만)
스팅어
23/08/15 05:15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감상으로
명화는 사랑하는 사람과 집을 잃었고,
임시거처는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파국이 예정된 상황인데
구원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은게 좀 의외네요.
덴드로븀
23/08/14 17:59
수정 아이콘
<이동진 평론가>
콘크리트 유토피아 ★★★
이병헌의 최고 연기 중 하나가 아닐까.

전 이동진 평론가의 평과 유사한 느낌입니다.

주제나 영화의 전반적인 짜임새/내용 등을 이야기를 하기엔 깔끔하거나 오~ 스러운게 많이 없어서 굳이 언급을 다 하기가 어렵고
결국 기억에 남는건 이병헌의 연기뿐이다. 그리고 그냥저냥 볼만한다...크크
23/08/14 21:40
수정 아이콘
차라리 박서준 죽고 죽은 아침에 아파트 사냥꾼들이 박보영을 둘러쌓으며 사냥?당하는 엔딩으로 끝나는게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다구요. 전 뭐 박보영 캐릭이 그럴 수는 있는데 마지막이 좀 납득이 안됐네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3/08/18 13:06
수정 아이콘
크… 저도 당연히 그런 결말일줄 알았는데, 종교적인 메시지와 함께 넓은의미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나름 반전이고 좋았네요. 크..
OcularImplants
23/08/17 21:41
수정 아이콘
오늘 보고 왔는데 전체적으로 불편한 느낌이긴 했는데 한국형 누런장판 감성 살린 때깔은 정말 좋았어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3/08/18 13:04
수정 아이콘
강스포라서 글안보고 지금 영화보고 왔는데…

영화라는 장르를, “어떤 극적인 상황에서 얼마나 설득력있게 인물들의 행동을 그려내는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분명 범작 혹은 망작이겠지만,

감독의 의도가 그게 아니라고 전 느꼈어요. 감독은 끊임없이, 이런상황에서라면 너는 어떻게 할것인가를 물어보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런 재난상황에서 분명 결말처럼 모두가 아끼며 사는 세상이 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도 당연히 맞는 말씀이지만, ,, 사피엔스 에서도 말했듯, 인간은 의외로 종교처럼 어떤 가치를 공유하게 되면 놀랍게 협동하는 생물이 되는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이래야 한다.. 라고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전 최근 본 영화중에 최고였네요.
중년의 럴커
23/08/18 13:47
수정 아이콘
결말을 좀 바꿔서 마지막 장면에서 그사람들 말고 바로 전에 나왔던 비닐옷 입고 치킨 먹던 남자가 박보영을 발견하고 페이드 아웃.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좀 나이도 먹고 지저분해진 박보영이 애기에게 젖먹이고 있는데 남자가 "야 그 아파트 사람들이 사람도 잡아 먹고
그랬다던데 진짜냐?" 이빨 좀 빠진 박보영이 "아뇨 그냥.. 보통 사람들이었어요" 하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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