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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1/22 17:40:18
Name 블루시안
Subject [일반] 11월 모의고사
내일이 모의고사라니.
9월 모의고사 등급컷을 보면서 헐.. 대박.....갈 대학이 없다며 너와 이야기했었던 게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벌써 2달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동안 나는, 그리고 너는 얼마나 발전했나.




내일 부산은 추울 거라고, 두꺼운 외투를 입고 가라는 네 말에 올겨울 처음으로 도톰한 털이 달린 코트를 옷장에서 꺼냈다. 마침 페북에도 대문짝만 하게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거라 했기에 외투를 꺼내는 건 불가피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직 집 안이라 그런지, 아래에 기모 달린 스타킹을 신었는데 후끈 더운 열기가 올라왔다.
그렇게 오늘은 춥니 마니, 더 두꺼운 속바지를 입어야 되니 아니니로 어머니와 옥신각신하다 결국 내가 이기게 되었다.(브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항상 예쁘고 단정하게 다녔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눔의 딸내미는 도통 들어주지 않았다. 오돌오돌 떨고 있을 나를 생각하며 오전내내 마음이 아프셨을까. 그렇게 사랑이 듬뿍 담긴 발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오늘은 할아버지께서 데려다주셨는데, 가는 길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이야, 어제 네 책상 위에 올려둔 신문 봤냐? 이번에 수능 만점자가 두 명이라든디..."
   "문과래요 이과래요 ?"
   [" 그건 몰겠고.... 니는 할 수 있냐 만점 ? 안되제? 크크"]

이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묵묵히 운전을 했고, 학교에 데려다주셨다. 나는 골이 났다. 당연한 반응인가? 이렇게 대응하는건 맞는걸까. 별 의미없이 날 놀리기 위해 하셨을지도 모르는 저 짧은 말씀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누군들 공부 못하고 싶겠는가, 이 성적에 만점은커녕,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단 사실이 공공연하게 인정되고 있는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가만히 있던지, 혹은 전진하든지.(후진이란 선택지도 있지만 이마저도 후진한다면 너무 비참할 것 같아서 뺐다.) 그리고 전진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지금 내가 하고있는 비틀대는 전진도 전진은 전진이며, 옆에 있는 친구의 앞만 보는 온전한 전진도 전진이긴 하다. 하지만 도착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다르겠지. 인생은 길어서 고작 1년 더 하는건 나쁘지 않단 이야기를 들었다. 허나 나는 더 이상 후퇴할 길이 없다. 뒤는 낭떠러지다. 이 이야긴 359일 만에 끝내야 하는 짧은 이야기이다. 계속 피해왔던 이 길을 이젠 오롯이 마주해야만 한다. 도착만 한다면, 도착만 잘 하게 된다면, 이 시궁창같은 이야기를 최고였다고 덧칠할 수 있을 것이다. 매 순간 뜻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었어도 도착만 한다면, 과정들은 모두 무의미하게 변해버릴테니까. 이제 나의 12년을 판가름 해 줄 중요한 시간들이 다가온다. 내 시간들을 부정하긴 죽어도 싫다.

도달하지 못한다면 부정해야만 하기에, 이를 부정하는 것은 내 삶을 무(無)로 만들어버릴 것이기에 이 모든과정들이 너무나도 두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비틀댄다, 달려간다. 그리고 쓰러진다.





이렇게 쓰러지다가도 네가 내밀어 주는 손에 다시 정신을 차린다.
1년 동안 너는 내게 따스한 손길만 내밀어 주기만 하면 된다.
이리도 불안한 우리이기에, 이리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이기에 너를 믿고 다시 일어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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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네띠네
16/11/22 18:13
수정 아이콘
수능으로 줄세워야 한다는 사람들, 군대 저들이 다닐 때 처럼 빡세게 해야한다는 꼰대들이나 똑같습니다.
블루시안
16/11/22 19:18
수정 아이콘
줄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무너질 것 같네요ㅠㅠ
그정도로 학벌주의가 너무 만연합니다...
누네띠네
16/11/22 21:48
수정 아이콘
요새는 학벌주의도 지났어요.
무스펙 저학점 sky보다 스펙 좋고 학점 좋은 그 아래 대학이 더 잘들어가죠.
그리고 고졸 공채도 많구요.
블루시안
16/11/22 21:50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라면 적당한 성적이 나와야한다는거죠..

일단, 제가 하는 공부는 취업을 위한 공부는 아닙니다.
은하관제
16/11/22 18:57
수정 아이콘
조금 덜 후회하고. 조금 더 웃을 수 있도록. 지치지 말고 힘내시길. 먼 훗날 그 때를 추억할 때 미소가 지어지게 되길 바랍니다.
블루시안
16/11/22 19:2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ㅠㅠ 벌써부터 지치면 안될텐데 벌써 힘이 많이 빠졌어요..

추억은 성공이 뒤따라왔을때 지을 수 있는 미소 아닐까요 크크크
16/11/22 19:26
수정 아이콘
사실 사회에 나와 보면 학벌주의는 별로 만연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학벌 = 지위라는 공식이 자리잡혀있고 자녀로서는 (일단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목을 매는 것이지요.
물론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보상은 있지만... 특히 앞으로와 같은 침체기에는 학생 때 생각하는 것처럼 의미있거나 대단하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블루시안
16/11/22 21:51
수정 아이콘
침체기라면 이런 시국을 의미하시는건가요 ?
누네띠네
16/11/22 23:13
수정 아이콘
경제적 침체기, 불황기를 의미하시는 것 같습니다.
16/11/23 01:14
수정 아이콘
누네띠네님 말씀처럼 경제적인 의미였습니다
가치파괴자
16/11/22 19:52
수정 아이콘
살아본결과
학벌보다는 어떤이해력 눈치 이해관계
협상,설득능력 이런부가적인게 훨중요할때가많고
더중요하다고생각해요

물론기업에 입사에있어서는 학벌이 우선순위되겠지만
개인적으로 딱 거기정도에서 앞으로 멈출것같아요
블루시안
16/11/27 10:49
수정 아이콘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사실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도 학벌을 따지는게 아니라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거기가 되게 입결이 꽤 높아서 가기가 어려운 상태이거든요.
전망이 없는 과라 남들이 보기에는 에이, 할 수도 있지만 18년만에 하고 싶은 일이 생긴거잖아요 ? 그러니까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있지만, 참 어렵네요.

그 과를 못간다는건 아닙니다. 대학레벨이 이를 결정하기에 너무 암담해요 ㅠㅠ
AeonBlast
16/11/22 20:1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학벌이야.. 적당히 잘가서 어느정도 괜찮은 대학만 가면 되는거 같아요.

현실은 후...
블루시안
16/11/27 10:50
수정 아이콘
크크크...
하고 싶은 일이 생겨버려서 그래요. 그 전까지 너무 공부 놓고 있어서 아쉬울 뿐이고
오마이러블리즈걸
16/11/23 20:40
수정 아이콘
비슷한 류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생각 깊으시고 필력이 진짜 대단하신것같아요.
전 그냥 징징글수준...
5년전에도 저런생각 안했는데 흐...
수험이 '단순히 열심히 한다' 보다는
'옳은 방향으로 열심히 한다' 라 더 힘든것 같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게 참 힘들죠ㅜ
가끔 본인을 객관화시켜 바라봐야 할것이고,
이로 인해서 힘들겠지만 주변 학우분들이랑
으쌰으쌰 해서 공부하시길 바랄게요~.~
블루시안
16/11/27 10:54
수정 아이콘
아아 저번에 읽었었던 글이네요. 저도 항상 가지고 있는 의문입니다.
나는 잘 나아가곤 있을까, 이 길이 과연 맞는 것일까.
결국엔 결과가 이를 모두 판단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전까지는 이 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엔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더 괴로운거구요.

단순히 열심히만 해서 될 게임이었으면 시작도 안했지요... 저는 그저 열심히 안하고 어중간하게 걸어가다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너무 이상이라서 달려가지 못하는 느낌.

크크크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으샤으샤 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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