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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0/29 17: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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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페어플레이
예전에 루신의 글을 지나가다 본 일이 있었는데
무척이나 와닿아서 혼자만의 기록으로 남겨둔 적이 있었다.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결국 패배감을 안고 돌아설 때마다
이 글이 생각났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이 글이 떠올랐다.


'성실한 사람들이 부르짖는 공평한 도리 역시,
오늘날의 중국에서는 좋은 사람을 구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리어 나쁜 사람을 보호해주기까지 한다.

나쁜 사람이 득세하여 좋은 사람을 학대할 때에는
설사 공평한 도리를 부르짖는 사람이 있다 해도
나쁜 사람은 결코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부르짖음은 단지 부르짖음으로 그치고 좋은 사람은 여전히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어쩌다가 좋은 사람이 조금씩 일어서게 되면,
나쁜 사람은 본래 물에 빠져야 마땅한 것인데도,
성실한 공리론자들은 '보복하지 말라'느니, '너그럽게 용서하라'느니,
'악으로써 악에 대항하지 말라'느니 하며 떠들어댄다.

  이번에는 실효가 나타나서 헛부르짖음으로 그치지 않게 된다.
착한 사람은 그 말을 옳다 여기고, 그리하여 나쁜 사람은 구제 받는다.

그러나 구제 받은 뒤에 그는,
틀림없이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지, 회개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 루쉰,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중에서


나는 이글이 참말로 옳다 여겼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정의에 부합하는 이들이
그렇게 힘없이 스러져갔다고 여겼다.

나는 노무현에 대해서 별다르게 열성적이지 않는 젊은 세대라 여겼다.
YS와 DJ의 공과 과를 감정을 싣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노무현에 대해서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노무현 생전에는 참으로 칼같이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누구보다 높이 그의 정책에 반대하기도 했고
나중에 집 구석에서 엉엉 울기도 했던.
요즘은 이상하게도 그에게 빚이 남았는 지
아예 정치 얘기할 때 별다른 언급을 피하곤 했다.

하지만 가끔 생각을 한다.
나는 저 글을 떠올렸다. 영악하지 못한 노무현에 대한 안타까움.

그 대선 출마 연설로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이라면
조금 더 영악해서 그렇게 언론에 쉬이 당하지 않고
교활하게  여론을 자기편으로 당겨올 줄도 알아서
결과적으로도 성공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교활했던 노무현이라면 지금 우리가 그리워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국정원 등의 정부기관들을 권력 유지를 위해 이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지 않고 적절히 다 활용해가며 정국을 이끌었다면
노무현의 말로가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이렇게 가슴에 남지도 않았을 것이다.
(뭐 완전히 배제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레스는 어린 시절 나에게 정치인의 상징이었다.
그의 말로는 좋지 않았으나 때로는 비열한 술수도 가리지 않고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것을 보고 저런 사람들이 정치가구나 했었다.

국가기관을 권력 유지를 위해 사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그의 용기는 실로 대단하였으나
내가 그려왔던 정치가의 이미지와는 맞지가 않았다.
그래서 가끔은 조소 어린 말들도 내뱉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대단한 용기를 가진 자가 또 다시 정국을 잡는다면,
나는 이제 조금 더 밀어줄 요량이다.
또 다시 그 정권의 위기가 왔을 때 지난 번처럼 한번에 돌아서지 않고
한번은 더 힘이 되어 줄 생각이다.

오늘 밤 내 한 몸이 시위대에 몸을 얹는다 하여 큰 변화가 없듯
나 하나 욕하지 않는다 하여 무슨 차이가 있겠냐만은

그것이 노무현이 나에게 남긴 빚을 탕감하는 길이 아닐까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다시 예전처럼 노무현 이건 진짜 엉망이었다,
진짜 그래서 어쩌고 저쩌고 언성을 높이던,
노무현에 대해서
노무현이 말했던 국민이 대통령을 욕하는 당연한 권리를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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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수도승
16/10/29 18:20
수정 아이콘
실상은 성실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을 벌할 때 '집행자'는 손에 들린 매가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기에 나쁜 사람의 꼴통을 까부시지 않는거죠
거기 까지 나간다면 다음 차례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알기에
실행자이자 대변인인 정치인의 유순함을 탓하기 전에 부정한 세력에 대한 가혹한 응징이 불가능한 환경부터 갈아치워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러면 정말 '악마 잡다 악마 되는' 상황에 빠지기 쉽고, 애초에 그 '성실한 정치인'을 밀어주는 사람들은 그런 것까지 감수해가면서 그 정치인을 지지할거라고 믿는다면...... 이건 종교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죠
비록 그 행적에 대한 반대파들의 조작 혐의가 있긴 하지만, 로베스피에르가 결국 단두대에 목이 잘리고 후대에 '미x놈' 취급 받던 것을 떠올려 보시길
그쯤이면 차라리 '유순'하여 적당히 덮는 정치인이 나을 겁니다
어찌됐건 정치는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니까요
다크 나이트
16/10/29 18:27
수정 아이콘
지금 상황은 정치는 이론이 아닌 실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밀어준 정치가들이 만들어논 현상 아닌가요?
누군가는 악마를 잡아야 하죠. 악마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요. 아니 악마가 될지 안될지 모르는데 일단 악마부터 잡아야...
물론 그에 대한 철저한 견제가 필요한건 제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정리해서 말하자면 나조차 악마가 까 두려워서 현재의 악마를 냅두면 안된다는 거겠죠.
디아블로에서 성역을 위해 필멸자가 되기로한 티리엘 처럼요.
전자수도승
16/10/29 18:49
수정 아이콘
1. 악마가 되면 지지 철회하고 끌어낼 사람들이 태반이라 거기까지 가기도 쉽지 않고
2. 이만한 야심과 악마적인 카리스마로 숙청을 이끈 후에 이 사람이 신시네터스가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 것이며
3. 고려 경종 때에도 복수법과 그 후유증이 한 세대를 뒤흔들어놨듯이, '죄는 짓지 않았지만 피해본' 누군가는 반드시 원한을 가지고 반대 세력을 형성하여 후일 사회 통합에 거대한 걸림돌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
4. 결정적으로 3번에서도 지적했듯이 '죄는 짓지 않았지만 피해 보는' 누군가에게 '너의 피해는 사회 통합과정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과거의 악마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조봉암을 처형한 이승만 때문에 이승만 정부에서 일하던 애먼 사람들까지 몰살했어야 할까요?

'일단 백지가 있어야 그 위에 가장 아름다운 글씨를 쓸 수 있다.' - 마오쩌뚱 '제국주의와 그 주구'

권력의 광기는 생각보다 평범하며 누구나 함유하고 있지만, 일단 타오르기 시작하면...... 70년 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러니까 마음만은 저도 십분 이해하지만, 쉽게 하실 말은 아닙니다
다크 나이트
16/10/29 19:06
수정 아이콘
쉽게 꺼낸거 아닙니다. 지금 사태를 보면 애초에 구한말 때부터 잘못되었다는게 눈에 보이니까요.
1. 악마가 되면 지지철회하고 끌어내야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악마가 될지도 안될지도 모른다고 했으니까요.
2. 그런 가능성을 감수하고도 해야합니다.
3. 복수법까지 가자는 것도 아닙니다. 민주주의 영향하에서 최고의 정의를 보여줘야합니다.
4. 누가 애먼 사람인지 아닌지조차 우리는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애먼 사람들은 몰라도 고위 공직자들은 몰랐다고 해도 책임을 저야 합니다.
그게 국민이 가진 권력을 양도 받음으로써 가지는 페널티입니다. 아니 그게 패널티로 작용해야합니다.
더군다나 말씀하시는 그것이 대의민주주의 큰 단점입니다. 민주주의는 최선이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백지로 가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마오쩌뚱의 문구는 인용하지 말았어야합니다.
저는 모든걸 백지로 돌리자가 아니라. 좀 물티슈로 딱자는 겁니다.
그래서 쉽게 한말도 아니고 님처럼 극단적인 말도 아닙니다.
답이머얌
16/10/29 19:42
수정 아이콘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될지, 프랑스처럼 부역자들에 대한 심판으로 깔끔하게 역사의 부채를 털고 있을지 해보지도 않고 걱정하는건 결국 나쁜 일을 해도 잘먹고 잘살기만 하더라는 우리 역사의 고질병을 확인시켜주는 거에 불과하니까요.

단적인 예로, 학교에서 왕따 문제만해도 가해자가 확실하게 처벌받는다는 원칙이 없기에 억울한 피해자가 자꾸만 생길테니까요.

부정적인 시각일지 모르지만 고조선때부터 배신자로 멸망한 역사가, 그리고 그 배신자들이 한번도 처벌받지 않고 이어진 역사가 우리 역사의 원죄라고 생각하니까요. 한번쯤은 탈탈 털어보아야 할 것 같아요.
16/10/29 19:08
수정 아이콘
두 분의 의견을 모두 공감합니다만, 현 상황을 초례한 보수카르텔을 덮고 가기에는 이미 너무 왔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문제가 정부수립 이후 청산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친일과 군부독재의 부역을 통해 축적한 자산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보복이라 반발할 수도 있겠으나 이제 이들이 가진 과도한 영향력을 모두 회수할 때가 왔다고 봐요. 그 과정이 험란하겠지만.. 그걸 감수하지 않는다면 다음이 있을까요. 언제든 이런 사태는 반복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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