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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13 17:49:10
Name becker
Subject [일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첫번째 장례식
35도를 넘나드는 날씨, 높은 습도에 땀이 턱 밑까지 맺힌다. 그 땀 한방울이 떨어지면서 이미 축축해져버린 내 티셔츠를 또 적시자, 참으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여름이라고 생각했다. 왜 하필이면 오늘 이렇게도 덥단 말이냐! 투덜됨도 잠시, 지하철이 승강장으로 들어오자 팔로 땀을 닦으면서 지하철이 빨리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어쨌든 가야할 목적은 뚜렷했으니까. 내 세대를 대표하던 한 타자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알렉스 로드리게스, 뉴욕 양키즈 소속의 야구선수의 은퇴 경기를 보기위해 나는 맨하탄 북부에 위치한 브롱스로 향했다.







90년대 말, 내가 야구에 눈을 뜨기 시작한 무렵이다. 한국야구에 입문한것도 모자라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박찬호의 선발등판으로 LA 다저스의 경기를 챙겨보기 시작하다, 스포츠뉴스의 외신 한 컷으로, 거기서 CNN으로, 조금씩 해외야구에 대한 관심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 호기심 가득한 도화선에 불을 붙힌건 다름 아닌, 비디오 게임 - 어콜레이드 사의 <하드볼 5>였다. 그리고 그 후속작 <하드볼 6>와 함께, 나는 EA 스포츠 사의 <트리플 플레이 99>라는 게임도 동시에 접하게 된다. 내가 기억하는 "A로드", 알렉스 로드리게스와의 첫 만남이다.



[몰랐었어~ 그 땐 너가 나에게 어떤 선수가 될지...]


1993년 전체 1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나의 시대를 책임져줄 슈퍼스타 유격수이자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였다. 흔히 말하는 5툴(컨택트, 파워, 수비, 주력, 송구력)을 완벽하게 갖춘 선수였고,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노력파로도 잘 알려지기도 했다. 2001년 텍사스로 이적하면서 지금 생각해도 입이 벌어지는 10년 2억 5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으며, 2003년에는 최하위팀에서 MVP를 차지한, 100년이 넘는 MLB의 역사에서도 단 한번밖에 없었던 기록을 이어갔다. 그는 동료 유격수 3인방 (데릭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 노마 가르시아파라)중에서도 으뜸이였고, 칼 립켄 주니어를 이을 최고 유격수 계보의 적자였다.




[썩씨딩 유, 립켄...]

그는 슈퍼스타였다. 슈퍼스타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 한시간 전쯤인데도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A로드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분명 평소보다 더 많아보였다.
가장 위층에 앉았다. 사실 예정된 직관은 아니였기에 가능한 가장 싼 좌석에 앉고 싶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양키 스타디움의 웅장함에 취하는 것도 잠시, 먹구름이 야구장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구름의 이동과 함께 현장 요원들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방수포가 모든 내야를 덮었다.

[???: 역쒸 양키 스따디움이다, 메이쟈리그의 인뿌라다 할 수 있겠쓰요...]




먹구름이 불길하게도 양키 스타디움의 주변을 덮기 시작했다. 경기 전 계획된 A로드의 은퇴식이 시작할 무렵이였다.
짧은 소개영상 후에 덕아웃에서 알렉스가 모습을 보였다. 다 함께 기립을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먹구름은 강한 소나기를 불렀고 동시에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어찌나 시끄럽게 치던지 장내 아나운서가 말을 멈출 정도였다.
박수로 맞이하던 관중들은 놀라기 시작했다. 구장 넘어로 낙뢰가 보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박수는 멈춰질 수 밖에 없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멋쩍은듯 웃음을 보였다. 그러더니 식이 끝나기도 전에 비에 흠뻑 젖은 그의 가족들을 이끌고 덕아웃으로 뛰어나갔다.
나 역시 웃음이 나왔다. 그 어두움과 번쩍함이, 어쩜 그의 선수생활과 닮아 보이던지.




Tampa Bay Rays v New York Yankees : News Photo



2004년,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뉴욕 양키즈로 트레이드 된다. 이 때부터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는 "악의 제국"을 접수한 다스 베이더가 되어버린다. 다스 베이더가 왠 말, 그 찌질함과 소인배스러움은 찬사를 뛰어넘는 조소를 받기에 충분했다. 오죽하면 그 화려한 커리어보다 더 기억에 남는 그의 이미지는 "제이슨 배리텍과의 난투", 혹은 "손으로 공을 쳐낸 핸드로드" 정도 였을까.




[여자친구가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눈 좀 감아 주겠니?]


그럼에도 실력만은 꾸준하고 양키즈에서의 MVP 시즌까지 보내던 그에게, 2009년 2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 매거진(이하 SI)이 써낸 한장의 기사는, 그 많았던 비난이 애교로 느껴질 정도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경력 자체가 부정시킬수 있는 첫번째 위기로 다가왔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3년 당시 약물 양성반응 확인"










구장을 휩쓸고 간 먹구름이 걷히자 소나기도 사라졌다.
더웠던 날씨는 오히려 시원한 바람덕분에 견딜만해 졌다. 평소보다 좀 더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A로드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가 시작됐다.
1회말, 주자를 1루에 두고 3번타자인 그가 첫 타석에 모습을 드러선다.
올해 타율 .199, 출루율 .247.
2200만 달러의 연봉이 아니라 최저연봉을 받아도 방출이 고려됐을 성적이였다. 어쨌든 그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자리에 일어난 팬들 앞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선발 투수 크리스 아쳐의 5구를 통타해 2루타를 만든다.
관중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박수를 쳤다.
알렉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루에 안착하자 마자 자신의 손뼉을 한번 크게 쳤다. 그것이 약간이나마, 이번 시즌의 부진에 대한 속죄를 했길 바라며.



Tampa Bay Rays v New York Yankees : News Photo



Redemption. 한국 말로 속죄 - 사전적으로는 "노력으로 지난날의 죄나 과오를 씻음"라는 의미를 가진다.
A로드의 첫번째 약물 스캔들이 터지자, 많은 이들은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다. 그의 인성이 어땠건, 찌질함이 어땠건 실력만큼은 자타가 공인했던 슈퍼스타였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정공법을 택한다. SI의 기사가 터진지 이틀 뒤, ESPN의 기자 피터 개몬스와의 대면 인터뷰에서 약물 사용을 시인하면서 말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정중하게 사과했고, 과거의 어리석음이라고 인정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약물 스캔들에 걸린 한 선수가 보여줄수 있는 가장 신사적인 방법이였을 것이다.

그 해, 뉴욕 양키즈가 새로운 양키 스타디움으로 집을 옮긴 2009년, A로드는 실력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위치를 증명한다. 거기에 다른 포스트시즌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그가 하드캐리하면서 제 실력을 발휘한 최초의 포스트 시즌이기도 하다.
그토록 바라던 커리어 첫 메이저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알렉스의 속죄는 요연해 보였다.







5회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세번째 타석. 세번째 기립을 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전 타석에서 힘없는 땅볼로 물러섰던 그였다.
2구 파울팁, 외야도 깊게 위치했고, 많은 사람들이 한 방을 바라는 타이밍이기도 했다.
이번엔 어쩌면, 이번엔 어쩌면...
3구, 스트라이크 존 밖을 벗어나는 바깥쪽 공, 시원한 헛스윙 삼진.


멍해져버린 관객들 사이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내가 혼자 내뱉었다.

"아, 이놈은 원래 이랬었지."



Tampa Bay Rays v New York Yankees : News Photo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몰락은 그 어느 선수보다 뚜렷했고, 극적이였다. 시작은 2011-12년 가을부터였다. 2년의 포스트시즌동안 48타수 5안타, 0홈런 3타점에 18번의 삼진을 당하면서 기회때마다 팀에 물을 끼얹었다. 어차피 많았던 안티팬들에 더해져, 뉴욕의 팬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다음 해에는 불명예의 정점을 찍었다. 엉덩이 수술로 인해 휴식을 취하던 2013년의 여름, PED(Performance Enhanced Drugs : 경기력 향상 약물) 유통명단이 유출된 '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에서 또 다시 이름을 올린다. 여기에 이전의 "약물 사용 시인"과 여러가지 정황에 따른 가중 처벌로, 한 시즌을 통채로 징계받는 중형이 내려졌다. 말이 중형이지, 40살의 나이의 야구선수에겐 어쩜 사형선고와도 같은 형벌이였다.

나는 그게 A로드의 끝인 줄 알았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냥 가줘 - 팬들이 A로드에게 부탁하다 : 징계를 받아드리고 나가라]



7회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마지막 타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의 긴 커리어가 정말로 끝나기 직전이였다.

경기가 있기 정확히 5일전, 알렉스는 기자회견을 통해 금요일이 자신이 양키즈 유니폼을 입고 뛸 마지막 경기가 될 것임을 선언했다. 사실상 22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은퇴 선언이였다. 기자회견동안 그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같은 날, 양키즈의 감독 조 지라디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운동선수는 두번 죽는다. 한번은 자신의 진짜 죽음이고, 다른 한번은 자신의 은퇴날이다."

양키즈의 진정한 레전드이자, 2년전에 은퇴했던 데릭 지터도 이전에 비슷한 말을 했다.
"내 은퇴경기는 너무 이상했다. 내 장례식을 보는것 같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내 인생에서 누군가의 장례식을 가본적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물어본 적은 있다. 누군가는 말했다. 장례식장에 가면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그가 나에게 정말 어떤 사람이였나, 불확실하고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어도 장례식을 보면서 그에 대한 감정이 정리되는 기분을 받았다고.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나에게 어떤 선수였나?
양키즈 팬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오래된, 복잡 미묘한 질문이였다.

나는 그의 첫번째 장례식에 가야만 했다.



Tampa Bay Rays v New York Yankees : News Photo




어떤 선수였냐고요? 그냥 약쟁이 아닌가요? 약쟁이 아웃!

운동 경기에서 약물이라는것이 얼마나 큰 반칙이고 범법행위인지는 스포츠 팬이라면 다 알고 있을것이다. 나 역시 알고 있다.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고, 공정하지 못한 게임을 야기시키는 치사한 편법.

하지만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어느정도는 공감할 것이다. 이 세계에서 약물과 선수와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하던 흑백논리의 선을 넘어섰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은퇴하는 올해, 또 다른 레전드급 선수도 시즌 종료 후 은퇴 선언을 하고 "은퇴 투어"를 다니고 있다. 그의 경력을 기념하고, 팬들과 선수들은 그의 퇴장에 맞춰서 기립박수와 모든 예우를 다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 가입도 유력시되며, 심지어 그가 오랜 기간동안 앙숙이라고 생각했던 뉴욕 양키즈마저 그의 은퇴 헌정 식전행사를 계획하고있다.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 오티즈,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마찬가지로 2003년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104명의 타자 중 한명이다.




[착한 약물 인정? 응 인정~]



시간을 조금만 돌려보자. 올해 초, 뉴욕 메츠의 포수 마이크 피아자는 83%의 기자단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 가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피아자는, 그의 자서전에서 자신이 선수 시절 PED를 복용했음을 시인했다. 약물을 사용한것이 드러난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최초의 케이스다. 피아자의 입성과 함께, 기록만 놓고 봤을땐 만장일치로 들어가도 놀라울 것이 없는 두 약쟁이, 로저 클레멘스와 배리 본즈의 입성 또한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그들의 득표율은 작년에 비해 약 10%가량 올라오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클레멘스/본즈와 피아자를 가르는 선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A로드와 오티즈의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다섯 모두 약쟁이 아닌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첫 약물 복용을 시인할때, 그는 당시의 약물 사용을 "다른 문화"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약물을 사용해도 용인이 되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대약물시대"의 한 때로 말이다. 오로지 흥행과 무한경쟁을 위해 약물을 눈감아주던 메이저리그의 시스템이 더 문제였던건지, 그 시스템에서 어쨌든 치팅을 한 선수들이 더 문제였던건지, 또 그 중에서 누가 더 나쁜놈이고 누가 덜 나쁜놈인지는, 오랜기간 야구를 봐온 내가 아직까지도 판단하지 못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마이크 피아자가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











7회말 2아웃
3번타자 DH 알렉스 로드리게스
초구 타격
유격수 땅볼 아웃












"나에게 어쩌면 약물은 상관없을수도 있다. 우리 팀 선수 아닌가. 그런 객관적인 시선쯤은 조금 버려도, 옹호는 하지 않더라도 마음 속에만 담아두더라도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90년대 양키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앤디 페팃도 약을 했지만 영구결번 받고, 양키즈의 레전드로 칭송받고 있고 있으니까."
라고 대답하기에도 미묘하다. 로드리게스는 참으로 애증의 관계였음에 분명하다. 아니, 애초에 애정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A로드의 장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꾸준함이였을것이다. 단점이라고 하면? 꾸준함일 것이다. 그는 정규시즌엔 꾸준하게 잘했지만 정말로 필요할땐 꾸준하게 못했다. 포스트 시즌, 이번엔 한방 쳐주겠지하고 기대하면서 속이 탄것이 몇번이였는지 모른다.




[한국어는 몰라도 A로드가 못하는건 압니다!]



이성적으로 봤을때, 그는 너무나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A로드의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야구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좋은 기억은 많이 남아 있지 않을것이다. 한때 큰 경기에 약하다던 르브론 제임스도 "디트로이트 침공"을 해냈었고, A로드에 비해 커리어가 떨어지던 같은팀의 데릭 지터도 "미스터 노벰버"나 "기적의 연계플레이"를 보여준 적이 있다. 양키즈팬에게 있어서 뜨거웠던 기억을 떠올릴때, 애런 분이, 스캇 브로셔스가, 혹은 라울 이바네즈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보다 먼저 떠오르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는 일이긴 했다.


A로드가 보낸 22년의 선수생활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즌은 다름 아닌 작년이였다. 1년 징계를 수행하고 돌아와서 모두가 끝났을꺼라고 생각했던 2015년, 알렉스는 불혹의 나이에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하며 5년 만에 30홈런을 치는데 성공한다. 3천안타에 성공하고, 예전에 비해 좀 더 겸손해진 모습과 후배들을 위하는 태도로 많은 이들이 그를 다시 생각 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나 역시 그를 재평가하려는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의 두번째 속죄를 조용히 응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나에게 큰 임팩트를 남겨줄 수 있었던, 그 동안의 모든 애증의 관계를 풀수 있을 최후의 기회는, 어쩌면 그 성공적인 정규시즌을 마친 후의 와일드카드전이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나의 첫 양키즈 포스트시즌 직관 경기이기도 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만나 0대2로 뒤지고 있던 6회말 2아웃, 주자를 1,2루에 두고 그가 드러서자 야구장을 가득 매운 모든 사람들이 기립했다. 나 역시 기립을 넘어 목청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그 긴장과 기대가 공존하던 몇초가 지났을까, A로드는 힘없는 공을 중견수로 날렸고, 중견수는 몇 걸음을 움직이지도 않고 공을 잡아버렸다.







그 때 그가 뭐라도 해냈다면.
그 때 너가 뭐라도 해냈다면.













마지막 9회초, 그가 3루수로 등장했다. 팬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1아웃을 잡은후에 교체가 되고, 또 다시 기립. 몇 분 후, 경기가 끝났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첫번째 장례식은, 결국 나에게 해답을 주지 못했다. 나는 딱히 그의 팬이였던적도, 큰 안티였던적도 없이, 어색한 관계로 기억에 남을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앞으로도 그렇게.


누군가의 은퇴를 지켜보는 일은, 그 대상이 누구냐를 떠나서 보는 이의 입장에서도 독특한 경험이였다. 수백경기의 야구를 직관해왔지만, 은퇴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였으니까. 마지막이 될 그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알렉스는 이미 감성적으로 보였다. 인터뷰중에 필드로 들어온 그의 두 딸과 포옹을 하자, 큰 화면으로 그제서야 그가 꾹 참아왔던 눈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Tampa Bay Rays v New York Yankees : News Photo



잠시 후 그는 인터뷰를 이어갔다.

"솔직히... 저는 지난 팬들에게 몇년간 골칫거리였어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죠."

그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있었다. 그리고 그 갈라지는 목소리로 이어간 말이, 어쩌면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뒤늦게나마, 그리고 조금이나마 도와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직 실수들만으로 한 사람이 평가내려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돌아오냐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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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e Beleren
16/08/13 17:52
수정 아이콘
야구를 보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사랑한 선수, 약물 이후로는 도저히 응원할 수 없어서 MLB 접었지만 그래도 은퇴한다니까 마음이 복잡하네요. 그래도 그가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제는 진짜로 MLB는 영원히 볼 일 없겠네요. 오타니라도 진출하지 않는한
16/08/13 18:09
수정 아이콘
마! 에이롸드 삼구삼진 잡아봤나!

잘가요~ 롸드형
보라도리
16/08/13 18:15
수정 아이콘
베리본즈랑 롸드 보면 천재형 선수한테 약까지 주입하면 역대급이 되는 구나 하고 느낀..
Camomile
16/08/13 18:20
수정 아이콘
트리플 플레이 유저를 여기서 뵐줄이야.
16/08/13 18:31
수정 아이콘
저 시기가 딱 하드볼 몰락 시기였죠?
6부터 망했던걸로 아는데..
자연스레 트리플 플레이로 다들 넘어가고..
Camomile
16/08/13 18:38
수정 아이콘
하드볼 5와 같은 시기에 나온 걸로 기억해요.
16/08/13 18:39
수정 아이콘
예 그러니까 5도 평가가 그저 그랬는데
6부터 완전 망하고 다 트리플 플레이로..
이진아
16/08/13 18:41
수정 아이콘
하드볼 트리플 플레이라니...
야구용어겠죠? 하하
Facebook
16/08/13 18:31
수정 아이콘
질게에 도핑글 올렸는데 에이로드 글이 똭!
글쓴이 분의 글을 읽다가 에이로드의 마지막 타석이 뜬공으로 끝난걸 보니 제가 양신 은퇴경기 때 현장에서 느꼈던 안타까움이 떠올랐습니다.
그 날 김광현의 공은 너무 좋았고 양신은 안타를 치지 못하고 은퇴 경기를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공을 때림과 동시에 그것이 아웃이 될 것이 뻔하지만 1루로 돌진하던 것은 은퇴 경기때도 여전했죠.
뭔가 감수성이 차오르게 만드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모리건 앤슬랜드
16/08/13 18:36
수정 아이콘
좀 뜬금없지만 제가 그래서 제이미 모이어를 좋아하고 존경하며 이런 선수가 더 많은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다시한번 느낄수 있었던 글이네요
새로미
16/08/13 18:38
수정 아이콘
제일 좋아하던 선수 였는데..
약물도 약물이지만
유격수를 포기한것도 아쉬웠습니다. 최상급인 유격수 수비가 3루수로 가니 평범해졌죠
이진아
16/08/13 18:40
수정 아이콘
bye
채수빈
16/08/13 18:48
수정 아이콘
안녕 내 첫번째 워너비
blackroc
16/08/13 19:03
수정 아이콘
양키팬으로써 이 선수에 대한 감정은 부정적이지만 그래도 복잡합니다.
순혈이 되지 못한 기대이하의 선수인데 욕하기 좋게 약물까지 했지만 그래도
무려 10년 넘게 한 팀의 중심선수였을까요.
긴 양키즈 역사에서 롸동자는 누구랑 비교될까요? 그의 은퇴후 가장 기대되는 점 중 하나입니다.
뭐 호프의 순결성이야 이미 피아자가 무너뜨려서 간다고 해도 놀라지는 않습니다만...
16/08/13 19:06
수정 아이콘
'대약물시대'에서 그걸 적극적으로 방조한 사무국의 책임을 빼놓기가 힘들죠. 또한 '했지만 안 걸린 사람'과 '진짜로 깨끗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고요..
어쩌면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약물에 관대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미트리아
16/08/13 19:08
수정 아이콘
약은 약입니다.
그 어떤 이유가 붙더라도 옹호될수 없고 옹호 되서도 안되고요 .

약쟁이가 명전에 든다면 명전의 가치가 떨어지는 거지..
약쟁이가 면죄부를 받은게 아니죠..
16/08/13 19:13
수정 아이콘
뭐 애초에 명예의 전당이라는것도 이름만 그럴듯한 박물관 장사고....전 그냥 신경 안쓰려고요
16/08/13 19:12
수정 아이콘
약티즈/피약자 보면 미국도 별 다를거 없다는 생각만....
16/08/13 19:25
수정 아이콘
박찬호가 영입됐을때 신나하던 로드리게스*의 표정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약을 진짜 싫어해서 약물이후로 메이저보는것도 거의 접었는데 04년이후로 팬이었던 레드삭스도 버렸습니다. 오티즈*가 아무리 해준게 있어도 환호해주는 팬들보니 정나미가 떨어지더군요.
16/08/13 19:28
수정 아이콘
메쟈 리그는 약으로 움직이는 야구라 덤덤해요. 알로드. 피아자. 로켓맨. 본즈만 아니고 여전히 약 마니 하잖아요. 베이브루스. 행커아론도 말할것도 없고요.
쿤데라
16/08/13 19:28
수정 아이콘
다른 약물선수들과 차이가 분명히 있죠. 다른 약물선수들은 적발이후 반성하는 모습보인 반면 A로드는 한번 걸리고 재적발당할때까지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했습니다. 약물제조 의사의 적나라한 고백으로 인해서 A로드는 커리어 전부를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약물보다 거짓말이 더 큰 거 같습니다.
독수리의습격
16/08/13 19:34
수정 아이콘
에이로드는 뻥을 너무 많이 쳤죠.

당장 첫 번째 약물 고백부터가 거짓말이었습니다. 텍사스 시절에만 약 한다고 고백했지 이후에는 안 했다고 하지만 이미 그 때도 복용중이었음이 밝혀졌죠. 게다가 심지어는 약물 코디네이터가 고딩때부터 했다고 증언한 기록도 있고요. 메이저리그에 수많은 약쟁이가 있지만 커리어 전체가 약물로 채워진 선수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전 솔직히 작년 성적도 좀 의심이 가서.....
16/08/13 19:57
수정 아이콘
피아자는 쓰던 약물이 금지 대상이 전까지만 복용했다고 밝혔습니다. 2004년이던가요? 이후로는 사용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본즈, 클레멘스와 피아자를 같은 부류로 취급하기는 어렵습니다. 미묘하지만 큰 차이니까요.
비타1000
16/08/13 20:05
수정 아이콘
메이저리그의 삼진 아웃 제도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 보는 제도져. 한방에 커리어 아웃이 정착되지 않는한 매년 쏟아져 나올 겁니다.
Polar Ice
16/08/13 20:13
수정 아이콘
피아자는 금지 대상으로 지정되기전까지만 복용했다고 알고있습니다. 하드볼과 트리플플레이.. 그리운 게임들이네요. 하이히트이후 mlb2k시리즈 후 남은건... 돈구돈구 돈러거 돈야매뿐...
지터를 싫어한 만큼 a로드를 좋아했었는데 약물 이후론 눈길도 안가더군요.
화이트데이
16/08/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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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자랑 본즈, 로켓같은 놈들이랑 동일선상 취급하는거야 말로 진정한 물타기죠. 애시당초 투표율이 오른 이유도 피아자가 장벽을 허물어서가 아니라, 그냥 투표인 수가 줄어서 비율이 상승한거죠. 기존의 549개이던 투표 수가 100개 가까이 빠지면서 모든 선수들의 투표율이 상승했습니다. 그리피가 역대 최고의 투표율로 들어간 것이, 실력과 프랜차이즈, 인성 등 종합적으로 최고였던 점도 있지만 이 투표 수의 변화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실링은 15% 가까이 올랐고, 배그웰도 '이러다 못가는거 아니냐' 하던 사람이 지금 거의 목전에 두고 있죠. 그에 비해서 본즈랑 로켓은 겨우 5~7% 올라간거고요.

피아자는,

1. 프로 생활 내내 도핑 테스트에서 걸린 적도 없고,
2. 스스로 자서전에서 잘못을 고백한 경우이며,
3. 그 고백에서도 약물이 금지된 시기에 복용을 중단했다 이야기하였습니다.

본인이 굳이 이야기안했더라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던 부분을 스스로 고백한 경우입니다. 어떻게 이게 약을 하고나서 죽을 때까지 잡아떼다가 증거 까발려지니까 '사실 했습니다 지성' 혹은 '도대체 내가 왜 나온지 모르겠네여 헤헤' 라고 하는 족속들이었습니다. 심지어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는 아직도 아몰랑 시전하고 위증으로 은근슬쩍 돌아가서 잡아떼면서, 법적으로 약물 복용의 정황이 완전히 묻혀버렸습니다. 로켓은 미성년자와 불륜 스캔들도 덤이고요.

오티즈나 에이로드나 그냥 극성팬들의 성지인 양키스와 레드삭스에 있어서 후광 좀 받는거죠 뭘.
이인제
16/08/1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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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는 어쨌거나 약쟁이죠. 컨텍스트가 얼마나 의미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시만난세계
16/08/1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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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죠. 약물로 만든 기록이 전부 지워지지 않는한 영원한 약쟁이죠.
16/08/1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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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선수를 통해 mlb를 접하고 순수하게 처음으로 좋아했던 선수였습니다. 약쟁이라 당연히 경멸하고 응원할 마음도 없지만 그래도 마냥 비난하고 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굿 럭 에이로드
16/08/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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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는 약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글쓴분처럼 약이라는것을 대하는 태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논리적이지 못해요 현재 도핑을 금지하는 논지는...
논리적이던 아니던, 명문화된 금지약물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직하게 땀흘리는 선수들이 있기에 그런것과 상관없이 약쟁이는 약쟁이일뿐이거지만요.
도핑금지 논리자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기반이 흔들릴거라고 생각합니다.
카미트리아
16/08/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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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금지 논리의 가장 근본은 선수 몸이죠...

도핑으로 몸이 망가진,
심하게는 사망한 선수가 있기에 금지되는 것이 그 첫번째고..

불공정한 치팅은 그 다음이죠...
16/08/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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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프로화된 상업스포츠는 투입된 자본만큼의 가치를 선수들에게 뽑아낼려고 하고..
뭐 그게 아니라도 선수들 스스로가 본인의 실력을 위해서 육체를 한계까지 끌어내려는 경우가 많죠.
당연히 이런 활동은 분명히 부작용이 있구요.

대표적인게 격투기쪽의 체중감량인데...뭐 체력에 영향있어서 안 하는 선수도 있다지만 하는 선수도 많구요.
당연히 급격한 체중감량, 이후 리바운딩은 선수들 몸을 썩게 만드는 요소죠.
도핑만이 선수들 몸을 망가뜨리는것도 아니고, 애초에 스포츠라는게 어느종목이든 피지컬이란게 중요할수밖에 없잖아요.
중요도의 높고 낮음은 있어도. 결국 극한까지 몸 만드는거야 어느 스포츠건 마찬가지고 감량만큼은 아니라도 그게 건강에 도움될리는 없죠.

결국 이것역시 '어느정도의 부작용이냐' 라는걸 걸고 넘어져야 한다는건데..
그냥 도핑이니까 나쁜건지 도핑은 저런 피지컬증대활동보다 어느어느정도로 부작용이 심해서 금지 이런 논리는 아니거든요 현재.
네이버후드
16/08/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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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자는 약물 스캔들하고 상관이 없죠 단 한번도 금주약물을 상요한적이 없으니깐요 해당 예는 잘못된것 같습니다
영원한초보
16/08/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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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에 관대할 수록 MLB가치와 명예의 전당 가치가 떨어지는 거죠.
누가 베리본즈 기록 이야기하면 웃기지도 않아요.
후에 더 좋은 약에 자리를 내줘야죠. 그리고 약 개발한 사람에게 공로상이라도 줘야할테고요.
16/08/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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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주제인지라, 약물 얘기가 아무래도 크게 나오네요. 아무래도 가장 큰 부분은 본즈/클레멘스(그리고 로드리게스) vs 피아자는 다르다/다르지않다에 대한 부분 같은데요. 여기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만 조금 첨언하고자 합니다. (본문은 원래 약물보다 로드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약물이야기는 안할수는 없었지만, 약물만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이 부분이 의도적으로 빈약했던것이 사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 둘은(혹은 셋은) 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셋 다 도핑을 실패한적은 없지만, 다른점은 피아자는 자백을 했고/자백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금지약물이 되는 약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두 가지 정도가 있겠네요. 그런데 저 두 부분 역시 엄밀히 따져보면 짚고 넘어갈 부분은 존재합니다. 자백은 진심으로 우러러나온 고백이라기 보단 명예의 전당입성이 애매해지자 어쩔수없이 내놓은 정치적인 한 수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스탯으로만 봤을땐 첫 턴에서 입성하고 남을 선수가 득표율이 75%를 넘기지 못했죠. 그 전부터 의심받아온 "피아자 약물론"에 대한 반발심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이였다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두번째 부분은 금지약물이였냐 아니냐였는데, 피아자가 사용했다고 고백한 "안드로스테다이온"의 경우 1997년에 이미 올림픽에서는 금지약물로 지정이 되었고, 2004년에 미국 법으로 인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류"로 지정된 바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타이밍 좋게 금지약물이 아니였던것이지만, 일반적인 시선에선 그 역시도 PED를 복용한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글에서 말한대로, 시선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자와 본즈/클레멘스는 다르다"라고 하시는 분들은 약물에 대한 확실한 선과 기준점으로 저 셋을 갈른것이고, 한편으로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비슷한 부류기 때문에 피아자의 입성이 본즈/클레멘스의 투표에도 영향을 끼칠꺼다라고 생각을 하는것 같습니다. 실제로 올 초 피아자의 입성이후 현지 많은 언론들이 본즈/클레멘스의 입성 재조명하는것도,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할만한 단순한 차이는 아니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것은, 그 선의 기준이 모호해졌다는 것입니다. "약을 했으면 무조건 제명이고 기록을 인정해주지 않아야한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던 그 단순한 기준점을, 메이저리그 더 나아가 스포츠에서는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얼마전에 피지알 게시판에서도 뜨거웠던 "쑨양은 착한약물, 박태환은 나쁜약물"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저 말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겠고,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었죠. 문제는 그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가 더 이상 쉽지가 않다는 겁니다. 이제 그 선은 각자의 마음속에 위치하는거니까요.
독수리의습격
16/08/14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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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는 말씀하신 그 선이 많이 모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종목들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쑨양조차도 동료 선수들의 경멸어린 시선을 피해갈 수 없었듯이 아직 다른 종목의 약물 복용자는 그 동안의 업적이 송두리째 부정되는게 사실인데,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야구는 아무래도 그런 것에 지나치게 관대하니까요. 전 개인적으로 야구계가 이미 약물을 근절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약물에 대한 스포츠 전반의 인식문제라기 보다는, 나라간의 교류가 그다지 많지 않고 다른 종목에 비해 상업성이 짙은 야구 자체의 특수성이 더 강하다고 보고요, 버드 셀릭을 비롯한 스테로이드 시대의 높으신 분들이 돈 때문에 야구의 순수성을 팔아먹었다고 봅니다. 메이저리그가 저러하니 다른 나라 리그도 고대로 따라할 수밖에 없었겠죠. 약물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걸린 선수가 연봉도 다 받고 은퇴식까지 치른다? 심지어 약쟁이가 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은퇴 투어를 한다? 다른 종목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못할 작태죠.
상여선인
16/08/14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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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자는 명전을 가기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고백했을 것이다'는 의혹은 제게는 '추신수는 병역면제만을 위해 아시안게임에 나온거라 17WBC엔 안나올 것이다'라는 의구심과 똑같이 들리네요. 절대 아닐 거라고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후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10아시안게임 전에 09WBC에 나온 건 아시안게임 대표에 뽑히기 위한 밑밥이라고 단호하게 믿게 있죠. 09WBC에 안나왔으면 마치 10아겜에 안뽑혔을 것처럼, 13WBC에 불참한게 마치 잘못된 일인 것처럼.... 아마 17WBC에 추신수가 나와도 그 사람들은 자기들의 논리적 완결성을 위해 '말년에 이미지 관리하려고' '안나가겠다할 명분이 없으니까' 등의 상상의 나래를 붙일 것입니다.
bemanner
16/08/14 01:08
수정 아이콘
MLB의 약물 복용을 바라보는 미국 팬의 반응은 KBO 병역비리를 바라보는 한국 팬의 반응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 두명이 잘못한 일이면 그 쪽을 욕하면 간단하지만, 모든 팀이 엮인 상황이니 공식적으로는 잘못한 일이라고 말해도 최대한 쉬쉬하고 어떻게든 잘못을 합리화하죠. 도저히 쉴드가 안되는 선수(a로드/조성환)한테만 욕하고요.

결론은, 약쟁이를 사람들이 별로 안 까는 이유는 모든 팀에 약쟁이가 있어서고, 착한 약쟁이/나쁜 약쟁이 구분하는 건 약쟁이는 다 욕하고 싶은데 내 팀 약쟁이는 욕 못하겠으니 구실을 찾는 거라고 봅니다.
klemens2
16/08/14 02:15
수정 아이콘
2005 년 쯔음 해서 클레멘스로 접하고, 에이로드 한테 빠졌었는데, 매일 같이 엠팍 가서 에이로드 성적 확인하고, 나중에는 MLBTV 까지 구입해서 엘지 만큼 응원했었는데, 에이로드 약물 적발 되고, 점점 멀어졌었다가, 2차 적발때 완전 접었는데, 초라하게 은퇴하는 거 보니 짠하긴 하네요. 돈은 많이 벌었으니, 앞으로 잘 먹고 잘 살길...
16/08/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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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기자회견때 에이로드의 눈물을 보고 울컥했고, 또 이 글을 읽고 예전 에이로드를 처음 봤을때를 생각하며 울컥했네요..

잠시 잊고 있었지만 저는 정말 에이로드를 좋아하는 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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