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 글을 쓰는 편이다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에는 몇몇 글과 질문, 댓글을 남겼다
그래서 여기에 글을 쓴다
지금도 딴지일보는 주류언론/인터넷사이트라고 보기에 부족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자리 잡은 사이트다
그 딴지일보가 처음 문을 열던 시기, 아마 인터넷이 조금씩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하던 90년대 말이었던것 같은데,
기껏만든 페이지가 영 알려지지 않는것이 안타까웠는지 무려 출판서적으로 딴지일보가 발간되었었다.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신선했다. 물론 재미도 있었고. 그래서 언젠가 나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꼭 딴지일보 사이트에
접속해봐야지 했다. 그 시기는 금방 찾아왔고 그 이후 한동안 딴지일보는 내가 가장 즐겨찾는 사이트가 되었다.
그 중 영화평에 관련된 페이지가 있었다. 딴지 영진공인가 뭔가.
그야말로 B급 정서로 점철된 페이지였고 내 취향에 딱 맞았다. 혹평을 하는 경우가 더욱 재미있곤 했는데 그럴때야 말로 갖은 비아냥과
조롱, 인신공격-딴지일보는 정통 황색언론을 표방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을 난사했기 때문이다.
그 중 송승헌과 김희선이 나온 '카라'에 대한 평을 기억한다. 아마 본 사람이 거의 없을테니 간단히 말하면
시간을 되돌려 사랑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포스터 문구는 '누구에게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사랑이 있다' 정도였을거다.
딴지에서는 이를 패러디하여 카라포스터 이미지 문구를 편집하여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다시 매표소로 돌아갈 수 있다면..'으로 만들었는데 모르긴해도 '카라'를 본 관객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동의할만한 문구였다.
이 장황한 이야기가 다 뭐냐
오늘 내 마음이다
극장에서 영화 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물론 아이에겐 나말고 엄마도 있지만 그 엄마에게도 일이 있고 삶이 있다.
극장가기를 즐기던 사람도 한해 두해 극장을 멀리하고 최신 영화 트렌드에서 멀어지다보면 관심 배우도, 감독도 심지어는 장르도
사라지곤 하여 아예 극장가는 유전자 자체가 도태되고 만다.
그런데 오늘. 나는 왠지 극장이 가고 싶었고, 팝콘이 먹고 싶었으며-물론 오리지널- 기쁘게도 시간도 있었다.
단 하나 문제는 보고싶은 영화, 아는 영화가 없다는 것 하나 뿐.
그리하여 최근 개봉영화 목록을 살폈다.
내가 괜히 좋아하는 김주혁 영화가 있군. 이거다!하고 무인발권기 앞에 섰는데 아뿔사! 벌써 거의 다 내려간듯 시간에 맞는 것이 없었다.
음.. 어쩌지
그렇다면 혜수누님의 영화! 귀여운 마동석씨도 나오는군. 이거다! 그런데 이건 또 너무 상영시간이 가깝다.
다시.. 어쩌지
사냥? 안성기와 조진웅이라.. 배우는 그럭저럭.. 손현주? 이분 또한 내가 그냥 좋아하는 배우로군. 시간도 적당하고. 보자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다시 매표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첫장면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니 롯데시네마 제작이라는 문구부터 이상했다. 상영시간이 이상하게 짧은 것도 의심스러웠다.
-영화 러닝타임만으로 90분 정도- 사실 받아온 팝콘이 바삭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무려 연기가 후지다니.. 용서하기 어려웠다. 전작들로 미루어 보아 배우의 연기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볼때 이건 전적으로 감독의 디렉팅과 편집, 시나리오의 개연성 등에 기인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보는 동안 머리를 지배한 단 한가지 생각.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는 걸까.
90분이라는 상냥한 러닝타임이 그나마 고마웠다. 그것도 견디기 어려웠으니 110분이상의 볼륨이었으면 그냥 진상관객 1,로 변신했을지도 모른다.
엔딩즈음의 반전?-설마 반전이라고 넣은건 아니겠지 싶은데 혹시나-은 뭐랄까.. 할 말이 없다.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것을 싫어한다.
말줄임표 .. 를 굉장히 싫어한다.
무언가에 대해 부정평가를 하거나 증오하는 글을 쓰는 것을 꺼려한다.
그런데 ..가 수없이 담긴 증오의 글을 남기고야 만다. [사냥]은 내게 그런 영화다
줄거리 스포
진짜 줄거리입니다 혹시라도 이 영화보실 계획이 있다면 꼭 보시고 그 계획을 버리세요
영화보실 마음은 없고 그냥 안성기, 조진웅, 손현주 등의 팬이라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지켜주기 바란다면 읽지 마세요
비가 내리는 산. 동굴 밖에서 머리에 짐을 인 할멈이 걸어온다.
위태로워 보이지만 흔들림 없이 동굴안으로 들어간다.
보이는 철로. 무너진 듯한 모양. 여기는 정리가 잘 되지않은 탄광 등으로 보인다. 막장이다.
할멈은 짐을 풀러 간단한 제사상을 펼치고는 말한다.
차린건 없지만 드시라고. 양순이는 잘있다고. 학교 졸업했다고.
그러니 이만 쉬라고. 준혁아. 눈물
여전히 비가 오는 바깥. 돌아가는 할멈 앞에 번개가 치며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기형목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양이 독특한 소나무 아래 돌들이 무너진다. 그리고 무언가 나타난다.
황금이다
따르릉 따르릉
무심하게 울리는 전화소리
전화기에 붙은 스티커는 이 곳이 관공소임을 짐작케한다.
전화벨은 계속 울리지만 로또번호에만 집중하는 남성은 무시하고 있다.
이때 몇명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상급자로 보이는 남성은 말한다.
전화 좀 받으라고 점심시간이라곤 하지만 여기는 경찰서라고.
로또 남성의 후배격으로 보이는 사내가 자기가 받겠노라고 말하나 남성은 가볍게 손짓하며
스스로 전화를 받는다.
산에 오르는 로또남
앞서에는 할멈이 재촉하듯 손짓한다
로또남은 너무나 진부한 태도로 노인의 발빠름에 대한 혼잣말을 뱉는다
이윽고 문제의 장소
로또남은 황금을 칼로 긁어본다. 그리고는 다시한번 진부한 태도로 할멈에게 말한다.
바보금, 황철석. 신경끄시라
그리고 내려와서 전화
황금이다
조악한 화면 속
아마 갱내사고를 혼란스럽게 표현한듯 하다
노인은 가위에 눌리고 있다
쾅쾅
점령군과 같은 태도로 집안에 들어오는 여인
혼자 지내며 연락도 잘 되지 않는 노인을 타박한다
욕도 한다
그럼에도 둘은 함께 차를 타고 나선다
역시나 딸 맞다
욕한걸 사과한다
사진을 몇장 건네며 부모참관수업도 대신 갔다며 등의 질문으로 노인이 사진 속 여자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도움을 주는 중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그리고 오빠이자 노인의 아들 대복이 이름을 굳이 언급한다
노인은 딸의 잔소리를 그냥 흘려넘기고는 자신의 차로 자리를 옮긴다.
딸에게 무언가 주려하나 딸이 극구 사양한다.
로또남과 한 무리의 총잡이들
그들은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 금맥이 목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각자 자신의 장비를 자랑스러워하는 듯 하다
쓸데없이 부산의 어떤 형님이 산에서 희고 늙은게 고라니 먹는거 보고는 사냥 끊었다는 이야기를 한다.-외지인인가-
한 명의 이질적인 존재. 양복남이 있다. 월등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그는 벌써부터 극의 후반부에 존재감을
과시할 것임을 짐작케한다. 각자 장비를 확인하고 입산을 하려는 순간 양복남이 로또남에게 말한다
동생은 안오나 봐요
아 로또남이 아니었다 쌍둥이 형제란다
노인은 차를 몰아 사건의 중심지. 산으로 향한다.
산아래 마을에서는 한 여자를 도복남 셋이서 괴롭히는 중이다.
뭔가 무시무시한 것도 같지만 실상은 초딩싸움 수준이다.
여자는 지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지만 싸움은 잘한다.
노인이 그들의 다툼을 보고 말리려고 말을하는 순간 여자가 상대를 멋지게 메어친다. 이 역시 언젠가 다시 쓰일 장면이리라.
단역 도복남들은 이제 퇴장하고 노인과 여자가 대화를 시작한다. 여자의 이름은 양순이다.
물론 사진속의 여자도 양순이었다
노인과 양순이의 신뢰 등을 알게하는 무의미한 대화 이후 노인은 현명한 딸이 거부한 무언가를 약간 모자란
양순이에게 건넨다. 내용물을 말하다 멈칫하고 양순이가 천연덕스럽게 이를 언급하는 장면을 아마 웃기라고 넣은 것 같다.
차에 있는 총에 대해 굳이 언급하기도 한다. 차에 있는 건 공기총이고 엽총은 경찰서 보관 중이라고.
아무튼 이를 양순이에게 건네고 할멈 주라고 말하고는 차에 오른다. 굳이 백미러로 양순이를 보고 양순이는 기대에 부응하게
받은 걸 먹고 멀리 뱉는다. 이를 보고 웃는 노인의 얼굴은 관객의 가슴을 따스하게 해준 것이 분명할 거다.
경찰서로 들어가는 노인.
입구에서 좀 거칠게 나오는 누군가.
로또남이다. 설마 쌍둥이는 아니었겠지
로또남은 노인에게 산사태로 입산이 통제되었으며 총은 반출 안될거라고 말해 노인에게 초를 치고 지나간다
노인은 그말을 곧이 듣고 경찰서에 들어가지 않으나 산에 주차된 총잡이들의 총을 보고 왠지 모를 의구심을 갖는 듯하다.
할멈이 산에 들어가서 나물캔다는 양순이 말때문에 더 신경쓰인다.
탕!
멀리 퍼지는 총소리
맷돼지의 사체
쌍둥이와 총잡이들 양복남이 나타난다.
암컷이라며 기왕 잡은거 회맛은 봐야한다고 보나마나 무시당할 이야기를 하고 무시당한다.
총소리도 나고 피냄새도 나고 사람도 많이 있는데 등장한 고라니
회뜨려던 자가 또 저걸 잡겠다고 총을 겨누지만 다시금 울린 총소리에 고라니는 도망치고 만다.
짜증스런 표정으로 돌아보던 총잡이1은 쌍둥이가 한짓임을 알고는 저절로 분노조절을 해낸다.
이윽고 도착한 목적지.
총잡이2는 동전까지 찾을 수 있다는 금속탐지기를 이용하여 그들이 발견한것이 금맥임을 인증한다
기뻐하는 일행들 사이 양복남은 회장에게 전화한다. 황금변기를 쓰자고. 그러나 불안정한 통화 상태.
황금이야기만 겨우 전하고 다시 연결되지 않는 전화. 아마 이제부터는 전화 안써야 이야기가 되나보다.
하긴 산에 오르기 전에도 전화 안될 수 있으니 무전기 챙겨두라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할멈 등장. 양순이가 말한것처럼 나물 바구니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야 던지며 분노를 보여주기 쉽다는 걸 잊지말자.
쌍둥이를 보고 로또남으로 착각한듯 속임수를 부린 것에 분노한다. 그러나 당당한 쌍둥이. 어쩌라냐는 식의 태도로
여기서 할멈이 금맥을 찾았다고 그게 할멈 것이 되지 않는다는 이치에 맞는 말을 한다. 여기 땅주인 다 따로 있다고.
물론 회장이겠지.
노인도 어느새 산에 올라있다. 상황을 지켜보며 초조해한다.
하지만 할멈은 지지 않는다. 땅에는 주인이 있다는 말에 동의하며 여기부터 저기까지는 내 아들 땅이라고 항변한다.
무슨 말인가 싶지만 설명이 되겠지.
할멈은 그렇게 선언하고는 산을 내려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겠다고 하며 걸음을 옮긴다. 당황한 총잡이들은 할멈을 만류한다.
잘 달래는것에 익숙해보이는 총잡이3이 할머니를 회유해보나 별 소용 없다.
이 때 양복남은 괜히 탐지기에 관심을 보인다. 살살 손을 대보니 갑자기 나오는 큰소리 삐익-!
놀란 총잡이3은 급히 뒤돌아보고 이 과정에서 그만 백팩으로 할멈을 치게 되며 할멈은 산밑으로 굴러 떨어지기에 이른다.
역시 백팩은 위험하니 대중교통이용시 바닥에 내려놓도록 하자.
더 쓰고 싶은데. 머릿속에 생생한 기억, 장면들을 여기에 다 옮기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나머지 스토리도 쓸 의향이 있으나 언제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영화의 초반부는 위와 같고 중후반부는 상기 초반부에서 도출될 수 있는 모든 뻔한 장면들로 이루어져있다.
부디 나머지를 쓸 의지가 사라지기 전에 시간이 나기를 바라며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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