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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06 17:42:12
Name 오르골
Subject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론진 레전드 다이버






론진, 론진.


이렇게 작은 목소리로 꼭 두 번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 있습니다. 조금은 아련하게, 조금은 슬프게.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우리 연재의 예산 내에서 론진을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은 론진의 실패와 관련이 있습니다. 
옛날 그 누구 부럽진 않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론진이었지만 지금은 스와치 그룹에 팔려 위로는 오메가의 눈치를 보고 
아래로는 치고 올라오는 미도, 티쏘, 해밀턴을 견제해야 하는 처지가 된 론진.


그 때문에 빈티지 론진은 뭇시계인의 칭송을 받지만 오늘날의 론진에 대한 평가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메뉴팩처로서의 론진의 모습이 다소 옅어졌다고 해도 그 디자인과 전통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와치 그룹 내에서 배치된 "싸지만 비싼", 그렇지만 충분히 착한 가격과 함께 말이죠.




론진은 예전에 하이드로 콘퀘스트로 소개한 기억이 있네요. 하콘보다는 조금 더 써야 하지만 론진의 '과거'를 경험하게 해주는 시계가 있습니다.
전설의 레다, 론진 레전드 다이버입니다.


공식 홈피의 사진과 스펙입니다.



이제 와서 커밍아웃하자면, 전 다이버 시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시계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주로
드레스워치를 좋아해왔지요.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시계들은 장르를 뛰어넘는 것 같아요. 웬만한 드레스워치보다 단정하고
깔끔한 얼굴의 레전드 다이버는 그 역사성 또한 뛰어납니다. 반세기가 넘는 역사의 레다와 비교할 수 있는 다이버 시계라면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나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스 정도는 데려와야죠. 
하지만 이 레전드 다이버는 200만원 대, 위의 시계들의 반의 반도 안되는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미 소개한 적이 있지만, 착한 가격에 역사성을 경험할 수 있는 스토바의 파일럿 시계가 생각나네요.









위의 블랑팡도 다이버 시계 중에는 얌전한 편이지만 다이얼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 베젤은 시계가 과격해지는 주요 요인이 됩니다.
또한 베젤을 돌리기 위해 촘촘히 홈까지 파져있지요. 요즘 전문 다이버들은 주로 디지털식 다이버 전용 시계를 갖고 잠수하지만 과거의
다이버들은 이 베젤을 돌려 자신의 잠수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레다는 베젤이 외부에 드러나 있지않고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너 베젤용 크라운을 통해 베젤을 조작하죠.
취향의 문제겠으나 두께나 케이스 관리, 일상 사용의 측면에서 이너 베젤은 확실히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디자인의 측면에서도 시계가 좀 더 단정해지는 효과가 있죠.








레다의 무브먼트는 L633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긴 하지만 ETA사의 범용 무브먼트인 2824-2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이 ETA사는 스와치 산하의 메뉴팩처로 무브먼트를 전문으로 만드는 업체입니다.  ETA사는 무브먼트를 기본형(에보슈) 상태로 보급하고 
각 시계 업체는 그것을 자기 시계에 맞게 수정하거나 코스메틱 처리를 거쳐 완성하는 것이죠.


보통 하이엔드 시계의 요건 중 하나로 자사무브먼트의 사용을 꼽습니다. 특히 무브먼트 뿐 아니라 시계의 모든 부품을 인하우스에서
만들어내는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죠. 하지만 ETA 사의 무브먼트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사용되어 온 신뢰성 높은 무브먼트로서
개인적으로 10000달러 이하의 자사 무브먼트는 컴플리케이션 시계가 아닌 이상 ETA사의 것보다 큰 우위를 갖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범용 무브먼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자사 무브먼트를 만들어 놓고 가격만 냅다 올리는 몇몇 브랜드의 행태는 소비자로서 조심해야 
할 사항 중에 하나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론진이 스와치에 들어간 것은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ETA사가 스와치 내 브랜드에만 무브먼트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비슷한 브랜드 포지션의 오리스나 프콘이 ETA를 카피한 셀리타 무브먼트를 사용하거나, 허겁지겁 자사 무브먼트를 개발해야 했을 때
론진은 꾸준히 ETA 무브먼트를 사용하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레다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요.



매쉬밴드를 찬 레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레다를 사는 것은 역시 무브먼트보다는 레다가 갖고 있는 화려한 전통과 유산 때문입니다. 물론 내 손목 위에 올려져 있는 시계와 
그 옛날의 전설과는 실체적인 연결점이 없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그 무엇이 가슴으로 전해 와 우리를 레다와 함께 
바다로 이끄는 것이겠지요. 론진의 레전드 다이버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도 충분히 레전드 다이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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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고편!


제가 위에서 자사 무브에 대해서 비판적인 얘기를 했지만, 만달러 이하에서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본래 의미에 충실하게 시계를 만들어 내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위대한 시계 장인 필립 듀포 옹도 만 달러 이하 시계에서 수작으로 추천한 그 시계. 

다음 시간에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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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본능
14/06/06 17:59
수정 아이콘
다시 연재 시작하시나요?
일곱달 기다리느라 현기증 나네요
반갑습니다
오르골
14/06/06 18:08
수정 아이콘
아 일곱달이나 되었나요.. 감사합니다 ^^; 근데 이번 글은 두번째 글이라는!
저글링아빠
14/06/06 18:13
수정 아이콘
론진 저도 참 좋아하고
시계 다 정리하면서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드문 론진 자사 무브로..^^

론진이 시계 바닥에서 인기가 바닥인데
이런 글 보니 참 반갑네요^^;;
알콜성혼수
14/06/06 18:16
수정 아이콘
오르골님 덕에 40초중반(?)된 나이에 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문득, 손님을 만나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미는데 너무 밋밋하게 느겨져서 100에서 200사이의 시계를 염두하고 있습니다.
해밀턴 째마 흰색에 밴드는 가죽 이거나 오리스 아뜨리에 흰색에 역시 가죽밴드 머..이렇게 생각하고 고민 하고 있습니다.
(취향이 개떡이라.패션 감각도 엉망이고 해서)어떤게 조을까요? 너무 밋밋하지 안고 깔끔한거루 하려면요.
오르골
14/06/06 18:41
수정 아이콘
째마나 아뜰리에 중 어떤 모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브랜드들은 해당 가격대에서 스테디셀러입니다.
딱히 어느 걸 추천드리긴 애매하네요 둘 다 실착해보시고 맘에 드는걸 구입하시길 추천합니다 ^^
칸나바롱
14/06/06 18:16
수정 아이콘
노모스 언능 하악하악.. 보고싶어요
Amor fati
14/06/06 18:37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작년에 오르골님의 추천 글 보고 티쏘 르로끌 오토매틱 질렀습니다.
당시 티쏘 트레디션이랑 퍼페추얼을 추천하셨었는데 매장가서 트레디션 -> 퍼페추얼 -> 르로끌 로 마음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오토매틱이 매일 시계를 차지 않아서 그런지 시간맞추기가 좀 까다롭더군요..
시간맞추는 방법도 면세점과 백화점 티쏘 매장에서 알려준게 다르고 인터넷에서 찾아본게 또 다르니 도대체 어찌해야
기어에 무리가 가지 않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너구리구너
14/06/06 19:50
수정 아이콘
전 해탈하고 막 돌립니다. 요새 시계가 시간이 잘 않맞네 역시 6년이면 뭐 오래찬거지뭐. 새거하나 사야하나? 이러면서........물론 마눌님은 못들은척....
Amor fati
14/06/06 21:08
수정 아이콘
이전 오토매틱을 그렇게 막 돌리다가 망가뜨렸거든요.. 그땐 시간조정이 복잡한 줄도 몰랐죠;;
너구리구너
14/06/06 21:11
수정 아이콘
망가져야 새게 생김......큭
Amor fati
14/06/06 21:13
수정 아이콘
그리곤 등짝 스매싱 짝!!
14/06/06 18:47
수정 아이콘
줄이 면도 아니고 가죽도 아니고 특이하네요.
노모스 빨리 보고싶네요
너구리구너
14/06/06 19:48
수정 아이콘
다이버시계이니까 가죽줄은 안되죠. 합성수지섬유로 된 줄인거같습니다.
오르골
14/06/06 20:49
수정 아이콘
윗분 말씀대로 방수 성능을 가진 케블라 섬유의 스트랩입니다
오르골
14/06/06 19:01
수정 아이콘
문장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노모스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
얼그레이
14/06/06 19:04
수정 아이콘
노모스.... 노모스 얼른 보고싶어요 엉엉
부평의K
14/06/06 19:44
수정 아이콘
오르골님 덕분에 티쏘 꾸뜨리에 사서 잘 차고 다닙니다.
오르골
14/06/06 20:11
수정 아이콘
오 꾸뜨리에 부럽네요 ^^ 축하드립니다.
루시드폴
14/06/06 20:24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인터넷으로만 보다 노모스 구매했는데..

판대기? 색이 하얀색보단 노란색에 가깝더라구요
계속 보다보니 나름대로의 매력은 있지만
참치마요
14/06/06 20:24
수정 아이콘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론진에 대한 향수가 있죠. 현재는 정책상 어쩔 수 없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예전 포지션을 다시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라면 당연 노모스군요. 크크. 고가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피아제도 써주세요. 제가 폴로를 가지고 있어서가 절대 아닙니다(...)
오르골
14/06/06 20:51
수정 아이콘
여기 부자가 나타났네요..크크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4/06/06 20:41
수정 아이콘
하악하악... 능력 안에서 제가 사고싶은 시계 1순위!!!!!!!!
레다는 유독 논데모델이 인기더군요. (단종된 것 같지만..) 전 원래 시계를 시간만큼이나 날짜보려고 보기 때문에 무조건 데이트가 있어야 하는데 레다는 예외에요.
정말 너무너무 예뻐요! 러그길이만 쫌 짧았다면...
Philologist
14/06/06 22:11
수정 아이콘
보통 시계는 소득의 몇 프로 정도 되는 걸 차야 할까요? (월급의 150% 라든지..)그런 거 없이 그냥 지르는 아이템인가요...
팔목 가늘어서 시계에 관심도 없다가 글들 보니까 시계 하나 장만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르골
14/06/06 22:34
수정 아이콘
음.. 여자는 자기 월급만큼의 백을 들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크 어쨌든 자기가 좋아하는 만큼 쓰는 거겠죠?
사회초년생의 입문용 시계가 대략 50정도에 형성되는 것 같으나 아예 시계에 관심 없는 사람이 더 많을듯하네요.
비토히데요시
14/06/06 22:35
수정 아이콘
시계 참 예쁘네요. 돈이 있다면 남자친구 사주고 싶은 시계입니다.
14/06/07 08:08
수정 아이콘
노모스 탕겐테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음 포스팅은 반대 입니다!
너도나도 차고다닐까 걱정입니다만 이쁘긴 이쁘죠 흐흐
저도 보자마자 일주일안에 질렀죠
근데 이렇게까지 호평을 받는 무브먼트일줄은 몰랐네요
오르골님은 시계 몇개쯤 갖고 계신가요?
시계에 관심은 많은데 여러개 모으기엔 돈이 많이 부족하네요 ㅠㅠ
오르골
14/06/07 12:13
수정 아이콘
여러개 가지고 있는데 결국 주력으로 차는 것은 3-4개가 한계인거 같아요.. 다들 저렴이이긴 하지만 ^^;
나는 조석이다
14/06/07 16:41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시계를 접하게 되면서 궁금한 것이, 시계의 무브먼트가 중요한거 같은데, 무브먼트가 시계의 작동방식(?) 인가요? 이게 차이가 난다면 시계를 차면서 느껴지나요? 제가 보기에 디자인이랑 쿼츠인지 오토메틱인지 정도만 차이가 나 보이던데.
오르골
14/06/07 18:29
수정 아이콘
무브먼트는 시계의 핸즈(시침, 분칭, 초침)이나 여러 기능을 작동시키는 부품입니다. 당연히 시계의 핵심이죠.
제대로 된 시계 브랜드라면 무브먼트에 기반을 두어 다이얼의 크기나 두께 등을 결정합니다.
다만 3핸즈 기본 시계 간 비교라면 무브먼트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정확성이나 초당 6진동, 8진동, 10진동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뭐 다 똑같죠. 시내 주행에서 벤틀리나 소나타나 그게 그거 듯이요. 다만 자동차랑 다른 것은 시계에 기능이 추가되려면
반드시 무브먼트가 달라져야죠. 크로노 기능이나 데이트, 문페이즈 등이 적용되려면 무브먼트가 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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