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6/03 11:20:46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돈이 되는 일을 하지 않은 지 여섯달 째라 참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사실 놀고 있다고 표현해도 되겠지만 굳이 돈이 되는 일을 하지 않은지 여섯달 째라고 한 것은 제가 일을 안 하고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규직업이 없을 뿐이지요. 연재게시판에도 연재되는 스타2 협의회 칼럼도 쓰고 있고,  야구경기 관전평과 별도의 e스포츠 관련 칼럼을 쓰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지인이 부탁한 자문 업무도 제가 한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고 비정기적인 테스트 등으로 몇 가지 봐주는 일들이 있지요. 하지만 칼럼이나 기고는 한 군데를 제외하면 다 노개런티이고 직업을 찾는다고 동분서주하느라 차비나 음식값 같은 것은 오히려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저는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원래 뻔히 다른 데에 돈을 쓰는 곳이 있으니 먹는 것에 돈을 많이 투자하는 편은 아닌데. 요즘은 하루에 서너군데 돌아다니다 보면 몇만원 깨지는 것은 우습더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섯 달이나 지나 이제는 실업급여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약 6개월여 동안 수백 차례의 지원서 퇴짜와 열몇 차례의 면접 혹은 면담 이후 실패를 거치면서 결격사유(?)를 찾아내고 극복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멀고도 험합니다. 크게 세 가지 정도가 나오더군요. 첫째. 경력이 오래 되었지만 소위 말하는 '성공한 프로젝트'를 맡거나, '총괄팀장'을 맡은 적이 없다는 것. 둘째. 영어 능력 부족. 셋째. 외모 및 건강관리 관련 - 이렇게 나왔습니다. 뭐 첫번째 건이야 지금까지 겪은 프로젝트나 경력을 부정하거나 다른 것으로 미화할 수는 없으니 이걸 문제삼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영어와 관련해서는 그 동안 카운슬링 및 강좌 등을 들어가며 진단해 본 결과 말하기 자신감 결여와 듣기 능력 저하가 눈에 띄는지라(속된말로 귀가 썩었다고 하죠.;;) 기초부터 다시 바로잡고 있고, 외모 문제는 범죄형 인상을 성형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0.1t이 넘어가던 체중은 넉 달 만에 15kg 정도 줄이며 건강의 위험요소도 없애고 있으니 극복했다고 어필할 수준까지는 된다고 봅니다. (요즘 4년 전에 사 놓고 입지 못하던 청바지가 넉넉하게 맞는 기적을 누리고 있습니다.)

사회도 제 주위 분위기도 흉흉한 덕에 참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자살소식 같은 것을 따라할 생각은 없지만(제가 나락에 떨어진다면 몽땅 다 데리고 떨어지지 뭣하러 저 혼자만 떨어지겠습니까. 아니. 그 전에 제가 제 스스로 자살이라는 나락에 떨어질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의 마음 중에는 이해가 되는 마음도 있기에 가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특히 음식조절을 한다고 간식을 끊어버려 잠이 안 오는 빈도가 높아진 요즘은 밤이 되면 높은 확률로 그런 생각이 들지요. 그 동안 번 돈은 집 빚을 갚는 데에 거의 대부분 써 버리고 개인 수집물들을 사는 데에도 꽤 많이 쓴 터라 개인 수집물(피규어라든지.)도 팔아버리려고 하지만 몇 개나 팔릴지도 의문이고 돈이 생각만큼 많이 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본래 그런 것들이 살 때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팔 때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지요. '들어올 땐 맘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라는 말이 잘 통용되는 품목들이죠.

월 초입니다만, 월 말에 배달될 고지서를 상상하면 '이젠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아야 하는 건가' 생각도 드는군요.

뭐. 야구는 9회 2사 후부터이고. (비유하자면) 저에게는 아직도 12대의 공성전차가 있습니다. 엘리당하기 전까지 게임은 끝나지 않습니다.




- The xian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06/03 11:25
수정 아이콘
돈없는것보다 더 비참한건 개인의 비전이 없는거죠.

글쓴이님 보시면 비전 하나만은 확실해 보이니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나중에는 충분히 극복하실거라고 생각됩니다.
완성형폭풍저
11/06/03 11:28
수정 아이콘
비전없이 돈되는 일만 쫒아다니는 저로선 되려 부럽습니다..
으랏차차
11/06/03 11:4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마지막 멘트 저에게는 굉장히 와닿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싶은 일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더라도 자기가 그 일에 대해 정말 관심이 없고 자기자신한테 비전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The Xian님이 굉장히 부럽습니다.

비전이 확실하다는 것은 언젠가는 분명히 극복이 될 때가 올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고진감래라는 한자성어를 생각해보세요.

고생 뒤에 분명히 낙이 올겁니다.
대경성
11/06/03 11:45
수정 아이콘
막상 전 제가 하고싶었던일을 시작하였으나 이걸 하면서 과연 이게 나한테 맞는 일인가 싶네요
아우디 사라비아
11/06/03 11:47
수정 아이콘
한... 십여년간 나름 열심히 일한 결과가 제법 많은 빛을 지게 되어버린 저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빛을 지는것도 능력이다... 이런 기묘한 위안으로 살고 있지만

여기 피지알에서 글로 본 시안님은 무슨일을 해도 야무지게 할 사람이다... 그런 느낌입니다
그렇죠... 야무지게
결국 어떻게든 한세상아닙니까!!! 닥치는 대로 사는 겁니다
잘 될겁니다
올빼미
11/06/03 12:19
수정 아이콘
육개월 취업준비를 할수있는것도 능력이죠. 전 한달만 준비해도 뒷감당이 후덜덜해서. . .
하얀조약돌
11/06/03 13:01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힘내세요!! ^^ 저도 3년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멀쩡한 직장 그만 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때
이 쪽 분야에 무경력자라서 엄청 퇴짜 많이 받았습니다. ㅠ.ㅠ
The xian님은 그래도 경력도 있으시고 언어의 연금술사이시니 곧 좋은 소식 있을거라고 기대 해 봅니다!! ^^ 화이팅!!!
PatternBlack
11/06/03 13:24
수정 아이콘
pgr에서 쭈욱 본 결과, xian님은 글 쓰시는 능력만으로도 좋은 무기를 가지고 계신거라는 생각이듭니다.
켈로그김
11/06/03 13:48
수정 아이콘
12기의 공성전차로 133마리의 드라군을 잡았소..
공성전차 단 한기의 빨피와 두기의 반피를 제외하면 흠집조차 나지 않았소..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고지서를 보고 영혼을 팔고싶던 적이 있어서 더 공감이 됩니다..;;
11/06/03 15:30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쓰신 글로 보면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신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장점으로 인해서 단점이 나타난다고 해야될까요. 장점이 워낙 크셔서 잘만 활용하신다면...
"난 이런 사람이다"와 동시에 "난 이렇게도 변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사회입니다. 공백이 있으셔도 지속적으로 여러 곳에 발을 담구고 계셨으니 조급함 버리시고 대인관계 원만하게 이어 나가시면 좋은 결과 있으실 겁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잡다한 부분에 집착하지 마시고 큰 흐름만 생각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잡다한 고민(대표적으로 금전문제)에 대해선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사소한 것이라도 다 받으세요. 절박하시겠으나 피규어 파는데 얼마를 더 받을까 고민하시는 것이 이 시점에선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거든요.
11/06/03 19:17
수정 아이콘
xian님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어도 능력있어 보이시는 분이 일자리 찾기 어렵다는 게 아이러니하네요.
좋아하는 일이라면 어딜 가서도 제몫은 능히 하고도 남으실 거 같은데..
세상은 넓고 기회는 꼭 찾아올 거라 믿습니다!
당구왕날제비
11/06/06 01:44
수정 아이콘
잘 극복 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9562 [일반] 넥센의 희망 김대우 [34] 석본좌6229 11/06/05 6229 0
29560 [일반] 일본 인스턴트 볶음밥 시식후기 (有) [16] Eva0108002 11/06/05 8002 0
29557 [일반] 이대호 선수의 현재 기록이요. [36] awnim7272 11/06/04 7272 0
29556 [일반] [프로 야구] 2011년 6월 4일 토요일 불판입니다.. # 2 (경기 종료) [248] k`5443 11/06/04 5443 0
29554 [일반] [프로 야구] 2011년 6월 4일 토요일 불판입니다.. # 1 [222] k`3388 11/06/04 3388 0
29553 [일반] 취업대란 을 준비하는 방법 - 이력서 쓰기 - [10] 영혼을위한술6564 11/06/04 6564 0
29552 [일반] [WKBL 뉴스] 여자 프로농구 김영옥 선수가 어이 없게 은퇴를 했네요.. [11] k`7865 11/06/04 7865 0
29551 [일반] 오늘(6/4) 새롭게 시작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18] 케빈제이6116 11/06/04 6116 0
29549 [일반] 2011년 어느 늦은 밤 - 행복의 조건 - [40] fd테란4830 11/06/04 4830 0
29548 [일반] 2011년 어느 늦은 밤 - 행복의 조건 - fd테란4783 11/06/04 4783 0
29542 [일반] 오늘 소녀시대 엠스테 무대 대박이네요. [28] Alan_Baxter10020 11/06/04 10020 0
29541 [일반] [프로야구] 5월 8개구단 분석 [13] 강한구5072 11/06/04 5072 0
29540 [일반] [불판?]유희열의 스케치북이 100회를 맞았습니다. [63] jjohny5256 11/06/04 5256 1
29538 [일반] 하드코어 인생아! [8] 뜨거운눈물4746 11/06/03 4746 0
29537 [일반] 건망증이면 치매 올 확률이 높을까요?(아까 글 죄송합니다) [16] 창이3843 11/06/03 3843 0
29536 [일반] [프로 야구] 2011년 6월 3일 금요일 불판입니다.. # 2 (경기 종료) [300] k`3518 11/06/03 3518 0
29535 [일반] [국가대표평가전]대한민국vs세르비아 [57] 뜨거운눈물5320 11/06/03 5320 0
29534 [일반] [프로 야구] 2011년 6월 3일 금요일 불판입니다.. # 1 [222] k`3096 11/06/03 3096 0
29533 [일반] 밑의 다이어트 글 읽고 저도 다이어트 1달간의 경과를 적어보자 해서 올립니다. [12] EZrock4044 11/06/03 4044 0
29531 [일반] [펌] 윤닭-성범죄 메세지 자작랩 [1] 모모리4680 11/06/03 4680 0
29530 [일반] 블랙컨슈머에 대하여... [68] J.D7873 11/06/03 7873 0
29527 [일반] 집에서 혼자 성공한 만년비만의 다이어트 성공기 [13] ㅇㅇ/7175 11/06/03 7175 0
29526 [일반] 돈이 되는 일을 하지 않은 지 여섯달 째라 참 별 생각이 다 듭니다. [12] The xian6653 11/06/03 665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