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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27 00:57:56
Name 파르티타
Subject [일반] 겸손함
1.

아주 오래전에, 사랑으로 모든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때
아주 여한없이 불타는 사랑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진지하게 결혼까지 준비했던 그 사랑은 결국 이별로 끝맺음 했는데
상대방 성격의 어떤점 하나를 제가 도저히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사람에게서 혹은 다른 어떤 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그것을 반드시 +@해서 누군가(연애기간 중엔 그 대상이 주로 저였습니다)에게 전가시키지 않고는 못배기는
그런 성격이었습니다.
뭐 좋은면도 있었습니다. 뒤끝이 없으니까요. 열받으면 그 순간 다 풀어버립니다 (적어도 스스로는요)

지금 누군가의 아내로 잘 살고 있는 그사람을 욕되게 하려는게 아닙니다.
제가 그사람보다 인격적으로 우월하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저 역시 문제가 많은 인간이거든요.
단지 그런 성격의 사람들이 있고, 정도의 차이이거나 얼마나 참느냐의 차이일뿐
우리 모두에게 욱하고 내지르는 본성이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2.

저는 군복무를 모 사단의 군검찰에서 했는데요, 그 당시 맡았던 업무 중 하나가
사단내(예하 연대, 대대, 직할대, 군무원 포함) 각종 사건 사고를 요약해서 육군본부에 보고하는 것이었습니다
탈영이 제일 흔한 사례였고, 폭행,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
가끔은 살인, 자살, 강도, 강간까지 다양한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걸 요약해서 보고하는 양식이.. 그당시엔 전화모뎀을 이용한 국방부 내 네트웍이었는데요
어떤 사건이든지 네줄 정도로 간략하게 요약을 해야만 입력이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사건이 복잡해도 육하원칙에 맞춰 네줄로 요약했습니다

피지알에 현직판사님도 계시지만 (그래서 이런 이야기 하는게 참 부끄럽습니다만)
어떤 형사사건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구구절절한 사람사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걸 네줄로 요약하는 거죠


3.

저는 피지알 자게가 참 좋습니다. 글을 올린적은 거의 없어도 올라오는 글 대부분을 읽어봅니다
요 근래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게시판 댓글의 과열이 불가피한 모양입니다만
몇몇 분들의 댓글은 심히 불편합니다. 안보면 그만 아니냐 하시면 할말 없습니다만


A가 확신을 가지고 어떤 주장을 펼칩니다
B가 그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며 비난합니다
이런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위에 적은 두가지 이야기가 오버랩 됩니다

충분치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네줄짜리 사건요약)
사태를 다 파악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성급함입니다
피지알러 중에서,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고급정보에 접근 가능한 분은 별로 없을거라 생각합니다만.. 또 모르죠

성급한 판단에 대해 확신을 가진다면 그건 무모한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이 절대 올바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대화하기가 힘듭니다
혹시나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겸손함이 대화의 시작을 가능케하는 단서가 아닐까요

아래에 올라와있는 이번 사태 관련 글에 달려있는 수많은 리플들을 보면서
존댓말만 썻다 뿐이지 대놓고 싸우려드는 글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시간 나시면 다시한번 쭈욱 둘러보십시요.
내가 이정도로 불쾌하니, 너도 그이상의 불쾌감을 맛보아라. 난 나의 감정을 배설하련다
<= 딱 이정도로 보입니다 (물론 전체가 그런게 아니고 몇몇 리플들이 그렇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인간에게는 사랑의 대상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증오의 대상도 필요한 것이니까요
(라고 어느 책에선가 읽었습니다)



4. 세줄 요약

A가 확신에 차 어떤 주장을 펼친다 => 너무 쉽게 확신하지 마세요
B가 그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며 비난한다 => 상대를 모욕함으로써, 만족감을 구하지 마세요
건강한 토론은 바람직한 것이고, 지금 상황은 과열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래도 겸손함과 예의를 잃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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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27 01:05
수정 아이콘
나는 신이 아니므로...언제든 틀릴(다를이 아니고요) 수 있다...라는 사실만 기억해도...세상은...지금보다 더 따뜻해 질 겁니다...
10/11/27 01:07
수정 아이콘
가끔은 '예의바른 경계선 안에서, 어떻게든 상대방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자 하는' 경연대회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물론 저 또한 그런 경연대회에 참가하고 있지 않나,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0/11/27 01:19
수정 아이콘
저는 좋은 글인데 왜 1번만 눈에 들어오죠?
제가 그런 사람과 살고 있어서 그런가봐요.
사는게 어떠나면 꽤 피곤하긴 합니다.
제가 아주 마음이 넓은 편도 아니라서...
하지만 살만하긴 합니다. 말 그대로 뒤끝은 없거든요. 근데 문제는 제가 뒤긑이 있다는거 정도... T.T

어짜피 논쟁이라는게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붙는 것이기 때문에 이기거나 질 일은 거의 없죠.
끝까지 가보거나 아니면 조용히 사라지거나...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비꼬거나 막말만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월산명박
10/11/27 01:27
수정 아이콘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괜찮습니다. 어쩌면 그게 예의죠.
하지만 자기가 정면에서 반박 당했을 때 버로우 타는 건 참 안쓰럽습니다. 인터넷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구요..
하고 싶은 말만 '싸지르고' 나몰라라 하는 모습이 좀 더 적었으면 좋을텐데요.
goGo!!@heaveN.
10/11/27 01:39
수정 아이콘
큼지막한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한창 불타오르는 자게에 자신의 생각을 한번쯤은 되돌아보게끔 하는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Angel Di Maria
10/11/27 02:31
수정 아이콘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겠죠.
혹은 내가 생각하는게 잘못 된 것일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
캐간지볼러
10/11/27 09:09
수정 아이콘
어떤 논점에 대해 생각이 달라서 비판하며 토론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문제는 비판하는 것이 주장에 대해서가 아니라 어투, 맞춤법, 극단적인 단어선택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토론에 있어서 굉장히 좁은 영역이거든요. 하지만 결국 막판에 가서는 저 세 가지에 대해서만 싸우고 감정만 상한 채로 끝이 납니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많지만요.)
실제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이 아닌 글로 하는 것이라면 좀 더 천천히 생각해보면서 쓰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누구든 나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누구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고 싶고 자신은 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니까요.
늘푸른솔솔
10/11/27 10:21
수정 아이콘
본인이 토론을 목적으로 글을 올렸거나 중간중간 댓글을 달다가 부딪히기 싫은 얘기에는 딱 사라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글만 써놓고 반응이 없는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자유게시판이지 토론게시판이 아니니까요. 유머게시판은 웃겨야 된다는 부담이라도 있을 수 있지만 자유게시판은 그런 부담도 없는..pgr 에서 가장 편하게 글쓰기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게시판 중 하나잖아요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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