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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1/22 17:02:18
Name Who am I?
Subject [일반] [잡담] 그냥 좀 봐주면 안되나요. 난 되게 미안하던데 말이지요.


다들 사는게 되게 힘든가 봐요.
하긴 요새 같은 세상 제정신으로 사는 것만으로도 상받아야 하고, 그래도 또 만만치않고. 그렇잖아요.

저야 뭐 세상의 풍파에서 조금 거슬러 있는 위치가 마음에도 들고
유전자와 습관이 양쪽 모두다

'지금 좋아. 지금 좋다니까. 딱이야 딱.'

이라고 외치는 중이라 다른 분들 보다야 아무래도 좀 편하죠. 흐흐흐.


예전에는 '좋은게 좋은거'라고 말하면 죄다 나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아닌건 아닌거'지 '좋은게 좋은거'가 어디있나. 했던거죠.
그런데 또 지나면 '아닌거고 좋은거고 죄다 그게그거'란 말입니다.

....진짜 그게그거예요.^^;

회사다니고 바쁠때는 그시간만 나면 짐싸서 뛰쳐나갈것 같았는데
막상 쉬다보니까 '꼭 가야하나...귀찮은데'라는 생각도 슬슬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흐흐흐.
(몸상태가 그다지 권장할만;; 하지는 않다는것도 있지만 이것도 딱히 어디가 아픈건 아니라 혹시 습관+유전자가 만들어낸
본능적 꾀병상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세상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그냥 사람도 있더라...이겁니다.
요렇게 보면 좋은 사람이고
저기서 만나면 나쁜 *이고,
또 다시 생각해보면 그냥 사람인것 처럼.

요근래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접할때마다..
사람이랑 사람인데도 그러니까
좀 어린 사람이고, 좀 약한 사람이고...그러면 좀 봐주면 안될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직 아이들이니까. 또 나는 어른이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조금 봐주면 다른 사람이 '아직 어린' 나를 조금 봐주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계산도 좀 있는 거구요. 으하하하.
(그 전략으로 아이패드 구입비용을 보조받기로. 후훗. 사랑합니다 집주인씨.)


주변에 어쩌다 보니 소녀-들이 좀 있습니다. 친척들이다보니 들리는 소리는 별로 객관적이지 못하지요.

대학 2학년을 앞두고 편입을 해야 할까..이런 저런 고민으로 갈팡질팡 하는 아가씨를 보면
미안하고 안쓰럽죠. 조금쯤 도움이 되어 주고 싶은데 '롤모델'로 삼기에는 좀 많이 돌고돌아 제멋대로;;일것 같은 사람이라서
그냥 그 아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원래 그나이는 그래. 그때 하고 싶은게 확실하면 걔가 스티브잡스냐? 다들 3학년 증후군 앓아봤잖아.'
라고 슬쩍 편들어주는 것 밖에 못하기도 하고.
중학교 3학년 올라가는 꼬맹이의 일탈을 걱정하는 친인척에게 '그 나이는 원래 뭘해줘도 싫은 나이야. 너무 유난떨것 없어.'
하고 두번 혼날꺼 한번으로 줄여주는 정도의 측면 도움밖에 줄수 없지만.

어쨌든 확실한건 자기 인생에 대해서 제일 고민하고 있는게.
그 본인들이란거 아닐까요.
그 고민을 조금 늦게 시작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럴수 없는 힘없는 어른이란게 미안하고
어쩔수 없어-라고 손놓고 있다가 어느새 그런 세상을 이루는 한 축이 되어버린 어른이란게 되게 미안합니다.

분명히 더 좋은 세상을 줘야 하는데.
내 부모는 나를 위해서 그렇게 노력했다고 말씀하시며 당당한데.
내 선배들은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데....
여전히 내가 그시절에 했던 것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비슷한 갑갑함을 호소하고, 비슷한 불합리에 분노하는 걸보면...흐흐흐.
나는 뭐했나. 싶기도 하죠. 살짝 찔린달까요.



세상이 잘못돌아가고 있으면.
그건 어른 잘못입니다.

그런데 그 잘못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건...늘 나보다 어린 세대들이죠.
그것만으로도, 그 어린 세대들이 나의 기준에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탓할수 없는 거..아닐까요.

그냥 열심히 살았으니 괜찮아라고 하면서 어께를 당당히 펴기에는
조금 찔리는게 있단 말입니다.


내가 어렸을때 이해가 안갔던 수많은 것들에 대해서 싸웠다면-
....저 아이들은 다른 것들과 싸우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 말입니다.^^





주절주절 넋두리같은 수다. 입니다만.
그러니 좀 봐줍시다.
어른이니까 애들을 좀 봐주고
애들도 어른들을 좀 봐주고.
남자도 여자를, 여자도 남자를..자식도 부모를 좀 봐주고 부모도 자식을 좀 봐주고.

...진짜, 그게 그거일뿐이니까 말이지요. 으하하하.

어디 도닦으러 가야 할것 같네요. 으메..부끄러워라.(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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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22 16:56
수정 아이콘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10/11/22 17:13
수정 아이콘
우린 어리니까.. 어른들을 좀 이해하자. -> 마마보이
엄마가 어른이니까.. 우리를 좀 봐줘. -> 마누라에 휘둘리는 못난 놈.

지금 제 꼴입니다 .. 흑흑..

사는게 황폐해졌어요.. 아름답던 내 삶이...아~~~ 고부 간의 갈등이여!!!!
10/11/22 17:24
수정 아이콘
Who am I?님처럼 소탈하고 너그러운 사람만 가득하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까요..
그러나 현실에는 온갖 사나운 지뢰밭이 가득..
세상 풍파를 피하고자 어디 도닦으러 가기에는 현실에 남아있는 욕망이 발목을 붙잡고 있으니 그냥 꾸역꾸역 사나봅니다. 쿨럭;
..살다 보니 역시 마음 맞는 사람 만나지 못하는 외로움이 가장 큰 적이더군요.. 쓸쓸.
문정동김씨
10/11/22 17:52
수정 아이콘
^^ 마음이 편해지는군요.
특히 하긴 "요새 같은 세상 제정신으로 사는 것만으로도 상받아야 하고, 그래도 또 만만치않고. 그렇잖아요." 이 문장 너무 마음에 듭니다.
10/11/22 18:31
수정 아이콘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종교로서가 아니라 예수나 석가모니는 그의 인품자체만으로도 따르기에 충분하지않나 하고 생각할때가 가끔있습니다..

그런면에서

테레사 수녀님 같은분은 참..어쩌면 내가 살아온시대의 성인이 아닌가하고 인간대 인간으로써 존경하게되네요
푸른별
10/11/22 19:4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저도 그렇게 살고는 싶은데, 근데 이게 참~ 잘 안돼요
나이가 들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 좀 나아질까 싶어 기다렸는데,
몇년 전의 나를 뒤돌아보니 현재의 내가 딱히 나아진게 없어 참 한심하네요.

결론은 저도 도나 닦으로 가야할 듯.... 어디로 가야하나? 좋은 곳 있으면 추천 좀...하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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