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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12 12:49:51
Name 코북이
Subject 테란의 상대적인 몰락은 이영호, 그의 정체(停滯)와 궤를 같이한다.


스타리그가 어느새 10년을 넘어가고

임요환 등장 이전에나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테란 암울론,

임요환의 혁명과 이윤열의 수계, 최연성의 완성으로

절대화되었던 테란X사기론이 드디어 흔들리고 있다.


극한의 뮤짤과 아비터+다수 게이트 소모전은

테란의 취약한 기동성을 집중적으로 갉아먹으며 쇠퇴를 가속화했다.

이제 "테란해라" 는 더 이상 명언이 아니게 되었다.

프로리그에 출전하는 신예들을 봐도

테란 신예는 예전의 X나소나 테란해대던 양산형 시대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르다.


물론 그것이 맵 적응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테란 견제를 위한 맵 밸런싱의 문제라 하더라도,

압도적인 물량과 발언력의 속칭 프징징 유저들의 입김이라 하더라도,

프로토스와 저그는 분명히 진화하였고,

잠재해 있던 포텐셜을 발견하여 강력한 대테란적 무기로 장착하였다.


소위 양산형 테란으로 불리던 승리기계 전상욱과 염보성의 철저한 몰락은 그 상징적인 사건이다.

반면 둘과 같은 팀이었음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던 고인규와 이재호는

고인규는 6년만에 공격을 깨침으로써,

이재호는 4년만에 날빌과 올인의 쾌락을 발견함으로써 살아남는 모습이다.


그러나 테란이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임요환 이후부터 스타를 보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론의 여지 없는 테란의 원탑이었던 이영호의 몰락이 있다고 생각된다.


만약 이영호가 강력한 테란의 전통이 없는 KTF가 아닌

임요환과 최연성이라는 전략과 빌드조립, 심리전의 최고수들이 버티고 있는

극강 테란들의 성지인 T1에 입성했다면 어땠을까.

전상욱은 그 유산만으로도 2년간 A+급 테란의 명성을 떨칠 수 있었을 정도로

테란의 황제와 괴물의 유산은 막대하고 풍요로웠다.

물론 위메이드에 남아있었어도 이윤열과 박성균이 있었겠지만

이영호가 박카스를 정복할 때 피씨방에서 사투를 벌이던 정명훈은

어느새 이영호의 결승 진출 횟수를 넘어섰다.


이영호의 커다랗고 탐스러운 원석과도 같은 재능에는

T1이 여타 팀들에 비해 유구한 전통과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는

'최적화' 와 정교한 빌드조립이라는 세공이 무엇보다도 필요했고

(FD의 유행과 대저그전 앞마당 후 투팩의 무지막지한 강력함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발리앗에서 더욱 진화해가는 골리오닉, 발리오닉과 같은 체계는 모두 그 기반을 제공한 최연성의 공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직도 임요환-이윤열-최연성을 잇는 최고의 테란을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영호는 자기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저그들에게 연속적인 패배를 경험했다.

특히 혼합 메카닉류에 적응한 저그들과의 일전에서는

그에게 박카스 이전까지의 대 송병구전 외에는 다시 없을 처참한 패배를 연달아 기록했다.

이영호는 신희승이나 신상문에 뒤지지 않는 빌드조립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상대의 엇박자 타이밍과 드론을 쉬며 들이닥치는 올인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명훈이 최연성의 마리오네트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으나

이제동을 결승무대에서 궤멸로 몰아넣고 타고난 저그전 약점에도 불구하고 기세를 유지하는 반면

이영호는 카피캣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명실상부한 테란 원탑이 지금 양대리그 16강에서 모두 광탈할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 유명한 MC용준의 일부는 시즈모드 일부는 퉁퉁퉁퉁 당시부터 초시계를 가지고 훈련하던

체계화된 훈련으로 유명한 FD와 가스조절 최적화의 본산이었던 T1으로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김택용, 도재욱, 정명훈, 고인규와 같은 훌륭한 동료들의 덕에

독고다이의 소년가장, 고독한 에이스의 이미지는 얻지 못했겠지만,


이영호가 이론의 여지 없는 스타 역사상 최고의 재능인 이윤열과 동급인 재능을 보유했다고 감히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는 그의 재능을 혹사당하고, 낭비하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박카스 우승의 공로자 변길섭 트레이너는 어디로 갔는가?

우승자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그는 여타 KT 코치들과 급을 달리하며,

그나마 가장 최근까지 개인전의 경기력을 유지하던 선수 출신이고,

선수 시절부터 연습실에서의 빌드 조립과 판짜기로 명성이 자자한 선수였다.


왜 KT의 테란 동료들은 물론이고 타종족 동료 선수들조차 승자 인터뷰에서

이영호가 빌드를 도와주고 조언해줬다고 감사를 표해야 하는가?

이제동은 연습량으로 혹사당할지 모르지만

이영호는 팀을 아예 혼자 이끌어가고 있다.

그나마 결승 경험의 커리어를 보유한 강도경 코치가 각성시킨(조병호 코치는 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우정호와 고강민이 없었다면 이영호의 비극은 더욱 참담했을 뻔했다.

우승 이후 페이스가 급하강한 박찬수와 박지수는

원래부터 세밀한 운영보다는 타고난 승부욕과 타이밍, 극단적 공격과 올인에 의존하던 선수들이었기에

이미 페이스를 완전히 잃은 지금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직도 이영호의 판단력은 최고이며,

재능 역시 다른 평범한 테란들은 물론이고 비슷한 급으로 평가받는 정명훈과 신상문에 비해서 앞선다고 생각된다.

그들이 거의 완전한 무명일 때 이영호는 이미 그들이 차지하지 못한 스타리그 우승을

당대 최고의 투 프로토스를 농락하며 너무나도 쉽게 보일 정도로 성취한 선수이다.


그가 보유하는 압도적인 최연소 스타리그 우승 기록은

무시무시한 신예들이 쏟아져 나오고

절대강자는 없으나 엄청난 강자들이 각자의 영지를 호령하는 지금에 와서는

더더욱 절대 깨질 수 없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동년배 중에서 가장 특출난 재능인 전태양조차

메이저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하고 이영호가 박카스를 먹을 때의 나이를 허송하고 있다


그러나 이영호, 그가 예전의 그 엄청난 잠재력을 모두 발휘한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서지훈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영호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영호에게 제2의 서지훈이 아닌 제2의 이윤열을 바랬다.

서지훈의 팀리그 포스는 이윤열 이상이었으나

개인리그와 테란 발전의 족적에 있어서 그는 이윤열에 감히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이영호는 그의 전철을 밟고 있다.

프로리그에서는 다승왕 경쟁을 하고 있으나

혜성과 같은 진정(眞正)로열로더 우승 이후로는 개인리그에서 계속해서 좌절하고 있다.


만약 스타1의 시대가 모두 끝나고

임요환-이윤열-최연성 이후에는

왜 스타판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테란이 없었냐고 혹자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이영호라는 빛나는 재능이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 고난의 길을 택했고,

홀로 모든 걸 짊어지고 사투를 벌이다가 5대 본좌가 되지 못했다고.


뮤짤과 아비터를 논하기 전에,

이것이야말로 지나친 쓰임으로 인해 침식되어 가는 어린 천재에 대한 경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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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12 12:57
수정 아이콘
어떤분들은 최연성 코치와 이영호 선수가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영호선수의 재능이 빛을 발휘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전 그 반대입니다 예전

변길섭 코치가 있었을 때 이영호 선수는 확실히 더 안정감있었고 더 잘했거든요 이제동 선수를 불꽃으로 뚫은 경기나 등등 혼자 고민하는 것

보다 둘이 고민하는게 더 효율적이죠 그리고 최연성은 정명훈 선수에게 자신이 무조건 하라는데로 시키는게 아니라 예전 인터뷰에서 알 수 있

듯이 정명훈 선수가 전략을 들어도 자신에 맞게 변형 시킨다는 군요 확실히 이영호 선수가 티원 갔으면 훨씬 훌륭한 선수가 되었으리라 봅니다
마인에달리는
09/07/12 13:01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 기준으로 하면... 피시방 첫진출에 첫결승진출이죠 (정명훈선수는요)
Rush본좌
09/07/12 13:10
수정 아이콘
전 변길섭 코치의 부재가 너무나도 아쉽구요.... 하물며 강민선수의 해설전향이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비록 타종족이긴 하지만 빌드를 만들어 내는능력 판짜기능력만큼은 이영호선수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아...

소년가장이 유일한 보루 입니다. 제발 KT팬 계속하게 만들어주세요..
sun-horus
09/07/12 13:20
수정 아이콘
우승자급 코치의 중요성이죠
박카스때 이영호는 정말 포스 작렬이였는데 요즘은 개인리그 성적이 안나온건 둘째치더라도 경기에서의 포스가 그때 그 포스가 안나옵니다
뭐랄까 그때는 자신감있게 했는데 요즘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랄까.. 수비적으로 변한 느낌도 듭니다.
09/07/12 13:23
수정 아이콘
딴건 몰라도 요새 이영호선수 저그전보면 코치가 있고없고의 차이가 큰듯합니다.

꼭 지시대로 따르진 않더라도 함께 연구하고 분석하는 건 분명 차이가 있을텐데, 변길섭코치가 그립네요...
민죽이
09/07/12 13:25
수정 아이콘
변길섭 코치가 있을때가 좋았다고 말하는데.. 정말 사실입니다.
아는 사람이 케텝 연습생인데 변길섭 코치있을때가 정말 좋았다고 하더군요..
어떤 코치가 있냐가 상당히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그때 우승도 했구요.. 그립네요.
Why so serious?
09/07/12 13:29
수정 아이콘
테란 사기론에서 이젠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로 바꼈으니.. 상대적인 몰락은 맞네요;
스카이하이
09/07/12 13:36
수정 아이콘
이영호선수에게도 최연성코치같은 코치가 있었다면 우승 한두번은 더했을거라고 봅니다.
마인에달리는
09/07/12 13:39
수정 아이콘
전문적인 테란코치가 없다는게.......
09/07/12 13:59
수정 아이콘
최소한 테란 코치가 있으면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의 텀 사이에 빌드 고민할 시간과 타이밍 계산 시간은 확연히 줄겠죠.
유유히
09/07/12 14:02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테란제국의 마지막 로얄블러드 같은 느낌을 주는 정명훈과, 황권에 대항하던 몰락귀족가의 말예 같은 느낌을 주는 이영호.
테란에 남은 것은 이 둘뿐인 듯한 느낌입니다.
이 둘을 극복해낼 또다른 천재가 등장한다면 모르겠지만....
09/07/12 14:22
수정 아이콘
시대에 따른 맵의 영향도 아주 크지요.
the hive
09/07/12 14:41
수정 아이콘
여전히 테란은 강력하고 인재도 많습니다.
다만 인재는 많고 긴기간을 통한 강력한 힘이 없어 인기없는 테란이 많을뿐(....)
우승,준우승을 하되 나눠먹으면서 했습죠,쿨럭
요즘 테란은 신상문,정명훈 이둘이 제일 강력하고 요즘 고인규 선수가 눈에 띄더군요.
엘푸아빠
09/07/12 14:42
수정 아이콘
KTF의 실패는 그 경험많고 이끌어줄 선배들이 모두 다른길을 갔다는 것에 있죠. 너무 선수를 내친거 같은 경향이 있습니다. 비교적 인기 떨어지는 선수들을요.[엉엉]
Noam Chomsky
09/07/12 15:02
수정 아이콘
한줄 요약 : 변길섭을 다시 고용하라, 고용하라!
데프톤스
09/07/12 15:13
수정 아이콘
아직 이영호 선수의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화려하게 다시 날아올라 이 판에서의 정점에 올라서게 되길 기원합니다.
09/07/12 15:54
수정 아이콘
변코치는 어디계신가요. 진짜 그립네요. 변코치가 있었을적 이영호 선수는 지금 이영호보다 더 강력하고 무서웠었는데 말이지요.
09/07/12 16:04
수정 아이콘
날빌 아이디어도 주고
다전제에서 언제써라 조언도 해주고
마인드컨트롤도 해주고
경기내용에 대해 조언해주고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고
이런 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다.
오직니콜
09/07/12 16:49
수정 아이콘
아.. 김정민 , 변길섭 선수가 이렇게나 컸었군요.. kTF에서.
sun-horus
09/07/12 17:50
수정 아이콘
아무렴.. 2008년 초창기에서 8강 이제동, 4강 김택용, 결승 송병구를 잡은 이 대기록은 전무후무하니 말이죠
더욱더 경악할만했던것은 대테란전의 수장이자 전시즌까지 5:1으로 상대전적에서 지고있던 송병구선수를 박카스시즌에 무려 7승8패까지 따라잡았던 것이죠..
이때 포스는 다음시즌에 양대 먹을 기세였는데...
미네랄배달
09/07/12 20:19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변길섭 코치 영호 우승할때 이후로

코치 마저도 아예 은퇴를 한건가요?

팀에서 안잡은건가요, 아니면 개인 사정이 있는건가요.

올드들에게 그래도 대우는 잘해주는 KT였는데 변길섭 코치의

부재가 너무나도 아쉽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T1에 갔다면 이영호 선수의 천재성이

괴물의 유산에 의해 묻혀졌을거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그다지.
09/07/12 22:26
수정 아이콘
선수영입보다... 코치영입을 우선하면 안될까요 -_-;;
폭풍의언덕
09/07/13 12:02
수정 아이콘
변길섭 코치의 부재가 그리 컸군요. 저도 다시 보고 싶습니다. 변코치...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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