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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3/28 02:52:23
Name 王天君
Subject 눈빛으로 잡아먹다.
이제동. 이 선수만큼 나를 열광시킨 프로게이머가 또 있을까. 송병구의 팬을 자처하는 나마저도 열광케 하고 기대하게 만들며 실망하고 싶지 않은 선수가 있으니 바로 이제동이다. 오늘 나는 그의 경기를 보면서 놀라고 오늘자 피지알 게시판에 의외로 그의 승리에 관한 글이 적다는 것에 놀랐다. 이제동의 승리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기쁘게는 하지 않는걸까? 나는 오늘 그의 경기에서 경악, 감탄,전율을 또 한번 느꼈으며 그를 조금 더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계속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 선수는 정말 팬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하고 오늘만은 마음껏 이제동이라는 프로게이머에게 감동한 채로 남아있고 싶다. 그리고 이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이제동의 승리는 여타 게이머들, 특히 택뱅리쌍 중 누구와도 그 성격이 약간 다른 듯 느껴진다. 김택용의 경기를 볼 때 나는 어느 우아한 귀공자가 세련된 검술을 펼치는 듯한 화려함을 느낀다. 송병구에게서는 존경과 축하, 약간의 선망과 질투를 보내고 싶은 전교 1등 짝꿍을 보는 느낌이 들고. 이영호의 플레이에서는 대적하는 모든 것을 밟아 누르고 쥐어 으깨는 타이탄 족의 거대함, 또는 압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동은 이들과는 다르다. 위의 세명이 무언가에서 특출나며, 내가 조금 더 우러러 봐야하는 존재의 선천적인 우월함을 느낀다면 이제동은 적어도 같은 땅위에 서있다는 동질감을 느낀다. 순전히 나의 망상과 편견 덕에 받는 느낌이다. 그래서 택.뱅.호의 플레이에서 대단힌 녀석!! 하고 즐거워한다면 이제동의 플레이에서는 지독한 녀석..하고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고 만다. 똑같이 놀라운 플레이라도, 다른 프로게이머들에게 경탄을 보낸다면 이제동에게는 경의를 표하고 마는 것이다.

택뱅리쌍 릴레이 인터뷰에서 다른 게이머들이 모두 인정한 것은 이제동의 컨트롤도, 반응속도도 아닌 바로 '연습량'이었다. 그들이라고 노력을 안하고 재능을 뽐내며 연습을 게을리할까. 노력하는 천재들이 인정하는 노력파라니. 많은 이가 약세로 꼽던 프로토스전을 극복하고 우승한 것부터 같은 팀의 동료에게 지고 서럽게 울고마는 패배의 모습까지 이제동은 그 누구보다도 '노력'이라는 두 글자의 비중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선수라고 보인다. 이기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많이, 그리고 반복에 반복. 연습생 시절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영호, 챌린지 리그에서 우승을 하며 신 삼대 토스로 나타난 송병구, 마재윤을 잡으며 5대본좌 1순위 후보로 꼽혔던 김택용, 모든이의 기대를 모으며 두각을 나타낸 이들과 달리 아마추어 시절 더럽게 못했다는 소리를 듣는 선수가 이제동이요 챌린지를 10수끝에 뚫은 이가 바로 이제동이다. 오늘날의 그를 이룬 것은 노력이 9할 9푼 9리라고 봐도 부족할 것이다. 재능마저 막아내고 꺾어내고야 마는 각혈이 맺힌 지난 날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습벌레 임요환이 유달리 이제동의 눈빛에서 무언갈 느꼈다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나는 이제동이라는 선수에게서 노력파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때문에 그의 눈빛 속에서 자신감과 독기 외의 여러가지를 상상하게 된다. 그만큼 했는데 지는 것은 말이 안된다 - 하고 불안해 하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일 수도 있겠고 너무나 지기 싫다 - 하고 벼랑 끝으로 자신을 내모는 것일 수도 있겠고, 모니터를 응시하는 눈빛과 중얼거리는 입에서 나는 승리를 향한 그의 절박함을 느낀다. 저처럼 애달프게 승리를 갈구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그래서 이제동은 그 무시무시하던 선대의 저그들과 그 모양새가 약간 다르다. 박성준, 박태민 그리고 마재윤까지, 이들은 모두 오만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믿었고 이것이 플레이속에서 나타났다. 결국에 가서는 내가 이길 것이다 라는 자신감이 선대의 저그들은 자기 자신을 향한 믿음에 있었다면 이제동은 자신을 향한 불안함에 있다.

이 불안함이란 이제동이 승부를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역설이다. 그 궤는 다르지만 이영호, 송병구, 김택용에게 승부란 승리를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받고자 하는 시험의 장이다. 그러나 이제동은 승부가 바로 생존의 장이다. 살아남고자 싸운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죽고 마는 이 대치상황. 이는 무림의 강호고수들이 서로의 무공을 다투는 수준이 아니다. 이는 전쟁을 뛰어넘어서, 야생 속 밀림에서 두마리의 맹수가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그 어느때고 패배가 분명해질 무렵 이제동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심신의 피로보다는 지면 죽는다 - 라는 본질적인 공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죽음과도 같던 자신의 패배가 즐거운 유희로 받아들여진 어느 게임 끝에 그는 분노와 굴욕을 참지 못하고 키보드를 부수지 않았을까 싶고. (훗날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상대방을 게임속에서 철저히 죽여버렸다. 그러나 그만큼 상대방도 죽음의 고통을 느꼈는지는 미지수지만)

승리를 향한 순수하고 원초적인 욕망. 그것이 살아있는 존재에게는 당연한 생존본능과도 겹치기에 이제동의 승리는 처절하다. 너를 죽이고서 나는 기어코 살아남고 말리라 하고 매 경기마다 울부짖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투쟁의 잔혹한 아름다움을 맛본다. 그 투쟁 끝에 그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저그라는 종족의 꼭지점에 서있다. 비교적 쉬울 것이라 여겨진 오늘의 승부도 그에게는 한차례의 고비였기에 그는 그토록 야만적이었다. 살고자 하는 욕망 앞에서는 사자라도 토끼를 향해서 전력질주를 해야한다는 것이 진리인 것을. 상대의 피와 살점을 입가에 묻히고 형형한 눈빛을 번득이던 맹수는 지금쯤 승리의 포만감에 잠을 자고 있겠지. 내일은 위험하고도 먹음직스러운 사냥감들이 자신을 노리고 달려들 것을 이제동은 알고 있다. 지금은 풀밭에 몸을 숨기고 고요히 잠들어있어라. 어차피 내일이면 모니터를 꿰뚫는 그 눈빛에 적은 이미 얼어있을 테니까. 그는 두려움으로, 의지로 수도 없이 단련해온 일련의 동작을 그대로 행할 것이니. 달려들어 할퀴고 물어뜯어라. 적들의 시체로 쌓아온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정점에 앉아 살아남아라!!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그대의 그 아이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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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KiJuK
09/03/28 03:32
수정 아이콘
감탄,감탄,또감탄하게 만드는 저의 우상이자 팬심을 불러 일으키는 선수들중 한명이죠 이제동선수 한번더 퐈이팅!
래몽래인
09/03/28 03:34
수정 아이콘
저 역시 그의 플레이에서 야수성. 맹수성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가 아닌가합니다.
박성준 선수에게서는 정말 저그 종족의 공격성을 느꼈고 마에스트로마에서는 오버마인드에서 명령이 내려가는 일사분란한 지휘를 느꼈다면
정말 이제동선수에게서는 저그의, 남의 종족을 공격해서 살아남고자 하는 그런 생존의지를 느낀다고 할까요?

왕천군님의 글에 심하게 공감을 느낍니다.
09/03/28 05:43
수정 아이콘
항상 저희 아버님께서 하시는 말씀인데 저도 어느정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항상 제 자신을 다독일때 생각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증명할 순 없지만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은 혹 그 사람이 전혀 다른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반드시 성공했을 것이다.....

아버님께서 강조하신 것은 뭐 다른게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자신의 모든것을 던질 열정 그리고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 이런것 들 이겠죠.
말은 쉽지만 참 사는게 다 말처럼 되는게 아니니까요

1998년부터 스타판에 애정을 갖기 시작해 열심히 즐기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수많은 게이머들을 봐왔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긴 처음입니다.
있다면 제 영원한 우상인 임요환 선수정도..
그런데 이제동 선수의 포스에서 바로 아버님 말씀을 안 떠올릴래야 안 떠올릴수가 없었습니다.

임요환 선수도 게임이 아닌 다른분야로 진출했어도 지금만큼은 아니어도 두각을 나타냈을거야.. 라는 어느정도 팬심이 섞인
지지도 였다라면...

이야.. 이제동선수는.... 정말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교관 의사 등등 뭐 이런걸 했어도 왠지 최연소를 찍을것만 같은
그런 포스가 느껴지네요... 저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보고 무섭다.. 두렵다 라는 감정이 솔직하게 와닿은 적 간만인거 같네요.

이제동선수 팬은 아니지만 꼭 스타판에 이름을 길이길이 남기는 대선수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라랄랄랄
09/03/28 08:35
수정 아이콘
왠지 판님이 소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글이군요.....크크크

맹수,,, 참 멋진 비유인것같습니다.. 먹이를 노리는 매의눈빛..


이제동선수 화이팅입니다 7:0갑시다.
Chizuru.
09/03/28 09:47
수정 아이콘
이제동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바로 전대 본좌이자 본좌라인에서 유일하게 같은 종족인 마재윤에 비교하자면,
게임 센스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좀 뒤떨어진다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하지만 부단한 반복숙달을 통해 기른 힘과 이해력으로
다소 떨어지는 센스조차 메워버리는
순수한 노력파의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 선수와 가장 비슷한 느낌의 선수가
별볼일 없는 팀의 막내에서 타이밍 하나를 미친듯이 갈고 닦아 에이스로 거듭난
전성기때의 진영수 선수였는데,
지금의 진영수 선수는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점을 찍지 못하고
결국 날이 많이 무뎌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현 스타판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이 선수만큼 정이 가는 선수가 없네요.
하이브
09/03/28 09:50
수정 아이콘
'피나는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선수가 바로 이제동 선수입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재능을 보이지 못했던 선수가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니까요.
저는 본래 마재윤 선수의 팬이지만, 이제는 이제동 선수를 그 못지않게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그 열정을 잃지 말고,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길 바랍니다.
팔세토의귀신
09/03/28 10:11
수정 아이콘
전 정말 마재윤 선수와 이제동 선수를 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마재윤 선수는 스타 역사상 최고의 센스를 가지고 있고..
이제동 선수는 최고의 연습량으로 모든 걸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 두선수가 어쩌면 현 스타판을 놓고 한판 붙게 될지도 모르는 프로리그 결승전이 정말로 기대가 됩니다...
오버마인드
09/03/28 14:19
수정 아이콘
이제동선수 스타리그 첫 우승하고 흘렸던 눈물이 생각나는군요 ^^
손가락이 부서져라 연습했던...
그때의 감동은 유달리 기억에 남는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않고
계속해서 노력한다는것...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끝까지 보여주세요 이제동선수!!
눈이즐거운게
09/03/28 15:2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병구 팬이지만 이제동선수의 플레이에는 혼이 실려있는거 같아서 좋아합니다..
이번 OSL에서의 압도적인 경기력(송병구선수와의 8강 1차전이 유일한 흠일정도...)으로 우승을 거머쥘지
자못 궁금해지네요....
산들 바람
09/03/28 15:27
수정 아이콘
본문내용이 모두 제가 공감하고 하고 싶은 말 뿐이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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