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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8/29 12:50:55 |
Name |
happyend |
Subject |
물을 건너면 배를 버려야 한다 |
오래전이 되었군요.
경기를 지고 난 뒤 김정민 선수가 깊숙히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그때 흐르던 'A Better Day'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팬들은 그를 다시 보기 위해 수개월을 견뎌야 했고,
선수인 그는 그 기간동안 존재의 고통속에 몸부림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노래는 더욱 슬프게 들렸습니다.정말 찬란한 내일의 태양은 다시 뜰까요?하면서....
그후로 광안리 대첩을 거치면서 이스포츠는 질적 양적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더이상 직업으로서의 프로게이머가 낯설지 않게 되었지요.돈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자본은 자기 메카니즘이 있습니다.자기 증식을 멈출 수 없습니다.엔트로피처럼.....
그래서 스타판도 결국 자본의 논리에 굴복할 것입니다.직업으로서 프로게이머를 원하는 순간,TV를 켜면 즐거운 엔터테인먼트가 지속되기를 원하는 그 순간부터 말입니다.
스타판을 키운 것은 방송국과 팬,그리고 선수의 열정인 거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부지런히 리플레이파일을 실어나르고 후기를 올리던 그 열정이 없었다면,
투니버스 사무실 옆에 달랑 책상하나만 놓고 중계를 시작한 온게임넷 황국장님의 열정이 없었다면,
길고 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조규남감독을 위해 담배를 사다 슬쩍 집어넣어주던 이재훈선수와 같은 열정이 없었다면..
아마 스타크래프트는 성장하기를 멈추었을 것입니다.
개인리그와 프로리그....
개인리그가 이 판을 성장시켜온 것에 대해 아무도 의의를 달지 않습니다.그시절의 경기들은 새로움과 놀라움의 연속이었지요.
마린 한마리로 러커를 잡아내는 신기의 콘트롤,드랍쉽을 날려 미네랄뒤에서 요리조리 피해가며 드론을 잡아내던 그 신기의 플레이...다음날이면 모두 컴퓨터앞에 앉아 그것을 연습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임요환선수의 다음 경기를 기다리던 순간들...
강민이라는 새로운 몽상가의 꿈과 포기란 모르는 지칠줄 모르는 천재 이윤열,'토나올 것 같다'는 말을 처음으로 쓰게 만들던 최연성의
플레이,최악의 맵을 뚫어내며 양대리그 동시결승을 이뤄낸 마재윤의 지휘....
그것에 비해 프로리그는 모자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프로리그를 원합니다.주5일제를...
이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팬들 다떠난다고요?
글쎄요.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사실 저 조차 개인리그의 그 압박과 긴장과 열정에 비해 프로리그는 뭔가 엉성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프로리그를 축소하자는 주장과 등치되어서는 안됩니다.
왜냐구요?프로리그를 축소하는 것은 자본이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통합프로리그제의 도입은 그런 이유에서 시작되었고 주 5일제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협회의 욕심이나 무능력과는 관계가 적지요.
그래서 프로리그 중심으로 재미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협회와 방송국이 찾지 않으면 안되는 숙명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개인리그만 남겨도 된다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만....김정민 선수가 그때 고개를 왜 깊이 떨구었는지 생각해보세요.팬들은 왜 울었는지...(저는 김정민 선수의 팬은 아니었습니다만)
이제 물을 건넜습니다.열정만으로 안되는 때가 된 것이지요.방송국도 팬도 선수도 과거의 그 것들을 기대하면 안됩니다.
그것을 깊이 느낀다면 방송국도 협회도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그따위 맵?
그따위 진행?
그따위 대진?
이런말이 계속된다면 프로리그에서 팬이 떠날 것이고 그러면 자본도 떠납니다.그러면 개인리그만 남겠지요.하지만 개인리그....그것으로 생계가 유지되는 게이머가 얼마나 될까요?취미생활이라고 하기엔 그들의 젊음과 그들의 열정이 아깝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만 19세 혹은 18세 미만은 프로게이머가 되어서는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마케팅적인 측면까지 고려하여 판을 이끌어갈 힘이 협회에는 없습니다.제가 보기에도.하지만 그래도 팬들은 협회에게 요구해야 합니다.더 재미있는 게임,더 재미있는 요소,더 안정된 선수들의 신분보장....
(제가 요즘 바빠서 두서가 없으나 ...많은 분들이 wcg흥행에 자극받아 프로리그 축소를 원하는 것 같아 써봅니다.wcg흥행의 원인은 개인리그가 재밌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재밌는 토너먼트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입니다.랭킹 123위,전대회 123위가 시드를 받는 경기가 어찌 재미없을 수 있을까요?게다가 그 빡빡한 일정에서 오는 긴장감...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독자적 리그의 진행,막판에는 윤용태선수와 마재윤선수의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 승부....진정한 승부의 세계가 전부 여기에 있지요.
제가 오래전에 '스타고수열전'이란 소설을 잠시 써 본적이 있는데....그때 생각했던 토너먼트의 긴장과 승부의 뜨거운 열정이 비로소 실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송국과 협회는 이런 것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어찌되었든 너무 프로리그에 대한 비판때문에 프로리그의 순기능마저 사라질까 저어되어 한마디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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