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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9/01 01:55:55
Name 시퐁
Subject 가끔 지나버린 어제들이 생각난다.
가끔 난 지나버린 어제들이 생각난다.

나에게 며칠 전이란 단어는 없다. 옛날이란 단어도 없다. 세상은 가끔씩

나에게 그런 것들을 강요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겐 어제뿐이다.

나는 어이없게도 사랑이란 단어를 가장 천하게 생각하던 그 때에 사랑을 했다.

생각해보면 그 때도 어제같다. 그때 나는 세상에 몸을 팔아버린 창녀와도 같았다.

거대한 바위 사이에서 보이는 하늘처럼 사랑이란 단어는 이질적이었고 그래서 숨었다.

나에게 숨어 있다는 건 감옥을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겁쟁이 죄수와도 같았다.

그때 만난 것이다. 내가 동경하되 그저 하늘이었던 영역을 달리고 있는 사람을..

7년의 터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는 그 사람의 나이 어림에 오히려 안도했다.

사실 한살만 어려도 이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던 나이기에 스스로가 가지는 충격은 컸다.

그 나이 어림을 이용하여 나는 내가 겪어온 23년을 모두 쏟아부었다.

몸은 갈갈이 찢어지는 종잇장처럼 너울거렸고, 그 하나하나를 보전하지 않았다.

모두 부어 버려 남아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할때 그 사람은 나를 버렸다.

아니 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버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지도 모른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나를 대하는 방식은 잘 다려진 옷처럼 곧았고 구겨지는 법이 없었다.

나의 영역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무너지는 스스로의 감정들은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고 화이트홀처럼 튕겨져 나왔다. 결국 환상이다.

내가 만들어낸 환영이다...

나는 술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술취한것처럼 주절거릴때가 있다. 그건..누구나 같다..

가끔 지나버린 어제들이 생각난다. 환영이든 현실이든 모두 기억의 편린들에 불과하다.

이런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며, 그 추억들을 되새긴다.

내가 펼친 스케치북에 물들여진 추억은 저항으로 투쟁으로 그리고 돌아올수 없는

편린들로 가득 채워진 것 같다.


4년전, 스물 세살이었던 저는 제 생애 가장 강렬한 인연을 만났습니다.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었고,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감히 사랑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써 본적이 없습니다. 거부당할 것을 알고 있었고, '앞으로 누군가를 사귀더라도 결코 그것이 당신은 아닐것이다'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슴이 아프지도 않았고 홀로 울지도 않았습니다. 그 인연의 단상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후, 단지 저는 그녀를 잊지 않았을 뿐입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합니다. 스타리그를 좋아하고 가끔 마시는 술로 인한 취기를 좋아합니다.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로 인해 잠을 줄인 것도 좋아합니다. 즐기는 것은 너무 많습니다. 이제 와서 새로운 인연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즐거운 것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 오히려 다행입니다.

사랑은 저의 전부가 아니라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즐거운 것은 사랑뿐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습니다. 음악과 책을 연인보다 더 좋아하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습니다.

옛 첫사랑의 추억이 거짓이 되는 것이 싫어서 사랑하지 않습니다.




....저도 연애글을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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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01 01:58
수정 아이콘
7년...
Golbaeng-E
05/09/01 02:11
수정 아이콘
16세....중3....23세....대학4학년....끄응......
05/09/01 02:51
수정 아이콘
시퐁님의 마음을 80퍼센트쯤은 이해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사랑의 추억이 거짓이 될까봐 사랑하지 못했고, 새로운 사랑을 눈앞에 두고도 자꾸만 첫사랑이 생각나는 경험을 해봤습니다. 몇권의 책이 되는 분량의 편지와 일기를 통해서 그 사람과 결혼할 것이고 영원히 사랑할 것이며 운명적으로 연결된 사람이라고 써놓고 어떻게 쉽게 다른 사람을 만나겠어요. 어떻게 다른 사랑을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서른 여덟살에 이십대와 같은 아름다운 외모와 감성을 지닌 한 누나를 기억해봅니다. 그 분은 항상 밝아 보였고 인생을 즐기는데 누구보다 능숙해보이는 분이었지만 술자리에서 열다섯이나 어린 사람과 사랑을 하다가 얼마전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지난 해 이야깁니다.). 저보다도 어린 사람과 연애했다는 얘기에 그 누나 정도면 그럴 수 있겠구나, 정말 사랑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만난 날 이혼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매우 아픈 이야기지만 슬픈 얼굴로 웃음지으며 담담하게 말씀하십니다. 과장되지 않게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제 주위를 보면 진정으로 열심히 한 사람에 빠져서 사랑을 하는 분들은 헤어졌을 때 매우 크게 상심하지만 곧 새롭게 빛나는 사랑을 만나곤 합니다. 나쁘게 보면 바람둥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비로서 이별 후에 깨끗하게 그 사람을 보내줄 수도 있는 거겠죠.

누구도 거짓이라 욕하지 않을 거에요.
안주거리나 삼으며 가볍게 이야기 하지도 않겠지요.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랑만 기대했고 참으로 그런 거짓같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지난 후에 이별 후에 찾아온 사랑은 마치 고향의 따스한 느낌처럼 살며시 다가와서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성격에 취향에 운명같이 시작된 사람이 아니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충격이었고 1년이 넘도록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말이지요. 마치 메카닉 테란이 나오기 전에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듯이요. 마치 임요환 선수가 저그를 상대로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이길 때 지금처럼 임요환 선수가 박성준급의 저그들에게는 고전할 거라 생각하기 어려웠듯이 말이죠 ^^
05/09/01 03:25
수정 아이콘
저도 2002년 3월4일부터 4년째이지만, 중간중간에 다른 사람 사귀기도 했지만요.
잊은 줄 알았다가 다시 떠오를때, 막막합니다. 꼭 이 여자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은 안될 것 같은데 그 친구는 제가 안됩답니다. 그 친구와 닮은 사람을 사귀어도 보고, 혈액형이나 키,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을 사귀어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름이 같은 사람도 사귀어봤죠. 결국에는 제 마음은 귀환했죠. 나를 받아주지 않는 그 곳으로요.
지금은 귀환한지 꽤나 오래되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연락했던 것도 아니고 그 친구를 간절히 바랐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가끔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다른 곳으로 마음을 돌릴 수 있길 바랬죠.
그런 제가 다음주 수요일에 군대를 갑니다. 제가 군대를 간다는 걸 들었는지 아니면 제가 술먹고 메신저를 통해 얘기했었는지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었더랬죠. 그래서 바로 오늘 만났습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더군요. 편도선 수술을 했다해서 밥이나 술도 같이 먹지못하고 그냥 쥬스나 마시며 얘기했죠. 여전하더군요. 그리고는 저도 역시나 여전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짝사랑은 적어도 군대제대하기까지 6년은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우선은 내일 고백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 친구도 저도 처음 고백했을때와 변한 것은 없지만, 그것은 그만큼 아직 그 친구가 제게 절대적이라는 것이죠.

여기까지 제 얘기였습니다. 7년차 선배님을 만나네요^^
05/09/01 09:36
수정 아이콘
어차피 사랑이란 것도 과정일 뿐 완결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이란 건... 전부일 수도 있고 부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억은 그저 추억일 뿐이죠. '추억엔 힘이 없다'고 했나요?
추억을 거짓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면 아름다운 환영으로 남기는 것도 결국 그 추억을 남긴 자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때 사랑을 믿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전 치열하게 사랑할 생각입니다.
비록 완결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게 또 추억으로 환원이 될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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