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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30 17:23:07
Name 소년
Subject 최연성 선수와 임요환 선수의 다른점과 공통점
  한 시기 동안 가장 강력하게 빛나며, 워3계의 장재호 선수와 같은 강력한 이미지를 가졌던 선수로 저는 최연성 선수와 임요환 선수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어제 그저께 이런 저런 방송 경기를 보고 피지알 게시판을 뒤적거리면서 두 선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공통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삶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다른 점과 같은 점도 생각이 나네요 ^^



  글에 앞서서, 정확한 경기나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생각만 골똘히 해서 쓰는 글임을 밝힙니다.

  

  임요환 선수는 '왜 스타크의 황제가 아니라 테란의 황제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한 때 지지 않을 것만 같은 선수였습니다. 그에 못지 않게 게임 내용도 화려했습니다.

  최연성 선수는 괴물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전에 볼 수 없었던 무시무시한 기세를 게임에서 보여주며 '관광 태운다'는 말을 유행시켰고 팬들로 하여금 '오늘은 어떤 관광이나올까'하는 기대심리가 생길 정도로 한 시기 동안 어이없을 정도의 승률을 올렸습니다.

  우선 둘은 GG의 타이밍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황제는 황제답지 않게 처절한 느낌마저 주며, '왜 지지를 치지 않는 게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눈에서 독기를 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은 병력으로 어떤 쇼맨쉽 하나라도 보여주며 팬들을 즐겁게 하곤 합니다. 때로는 팬들을 매우 안타깝게 하기도 하죠.
  괴물(선수에게 잘한다는 뜻에서 괴물은 극히 기분 좋은 닉네임이라 생각합니다)은 괴물답지 않게 처절한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팬들이 예상하지 못한 때에 이르게 지지를 치며 시원하게 게임을 끝냅니다.

   두번째 차이점. 당연히 두 선수 모두 막강한 컨트롤 실력을 가지고 있고 후반의
운영도 잘 하지만 집중하는 면은 매우 다릅니다. 임요환 선수는 초기의 레퀴엠처럼
맵에 전략적인 요소가 많고 러쉬거리가 짧을 경우에 초반의 전략적인 승부로 큰 이득을
보곤 합니다. 그리고 그 소수 유닛의 컨트롤을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하나이고 가장
집중해서 하기 때문에 '물량은 물음표'라는 안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반면 최연성 선수는 대체로 거시적인 컨트롤을 볼 때 진가를 발합니다. 일단 자원줄이
확보되면 여느 선수들과는 다른 막강한 포스를 보입니다. 자원이 넉넉할 때 어느 선수가
강하지 않겠냐마는 '우브'는 확실히 박서와는 다릅니다. 끊임없이 공격을 하고 컨트롤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죽은 만큼의 물량이 쏟아져 나와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이런 차이점들이 있는데 이로 인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공통점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우선 '박서는 늦은 지지, 우브는 빠른 지지'라고 했지만 평균 게임 시간을 보면 대체로
둘다 오래 끌지 않는 편입니다. 덕분에 두 선수 모두 다른 선수들보다 좀더 많은 연습
경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버스 운전사님'은 자신이 해볼 것을 다 해보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빠르게 지지를 칩니다. 아마도 지지친 경기중에 몇경기는 역전이 충분히 나올 수
있었겠지만, 그런 것을 통해서 괜히 힘을 소진하고 상대 선수에게 기세상 눌리게 되며
시간을 소비하게 되는데, 버스 운전사는 아마도 버스에 타보는 것이 운전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연성 선수와 경기하는 상대 선수들은 기세상 최연성 선수에게 약간 눌리고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신이 준비해온 전략을 제대로 펴보기도 전에 그의 기세에 눌려서 어찌어찌 맞춰가다가 해보지도 못하고 지거나, 해볼만 하면 지지치고 나가니까 시원하게 이겨본 느낌이 들지 않으니까요. 그만의 큰 장점이고, 참 남자답고 멋집니다.

  임요환 선수는 초반의 전략과 컨트롤에 승부수를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때문에 한 때 '기묘한 전략으로만 승부하려고 한다'고 비난 받기도 했지만 그런 말들은
이제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팬들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를 해주는 셈이고, 모든
프로게이머의 염원인 '승리'를 위해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초반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경기시간이 짧아지고, 상대적
으로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연습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초반에 대한 연습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할 수 있게 되고, 두 선수 모두
초반의 수비에도 능합니다.



  공통점 1 요약 : '초반을 주로 노리는 선수와 빠른 지지를 치는 선수 모두 많은 연습 경기를 가질 수 있다.'



  두번째 공통점은 '기세상 상대방이 상대하기가 껄끄럽다'는 것입니다. 최연성 선수는 멀티 이후에 굉장한 위력을 보이는데 탁월합니다. 하지만 실력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못말릴 기세때문입니다. '평가된 실력에 거품이 있다'는 이 말이 오히려 그에게는 찬사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중후반에 강하다고는 하지만 지는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끊임없는 물량 공세와 특유의 기세로 상대가 계속해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자신의 물량이 더 많을 때에도 이런 저런 정찰이나 드랍 작전, 뒤치기 등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막기만 하고 있는데 상대가 지지를 칩니다. 혹은 막기만 하다가 집니다. 반면 최연성 선수도 끊임없이 막기만 하다가 역전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역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 방어를 계속하며 물량을 모으는 것이기에, 상대 선수는 최연성 선수와 전적이 쌓일 수록 공격하면서도 그의 앞마당 멀티나 다른 멀티가 매우 부담스러워지고
그 때문에 적극적으로 몰아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부담감에 먼저 멀티를 가진
최연성 선수를 좇아서 같이 멀티를 하면 한 템포가 느리기에 여지없이 패배하는 스토리가 많이 나옵니다. 물론 모두 저의 생각에서 나온 것일 뿐 인터뷰 기사 등에서 그런 얘기를 들어본 기억은 없습니다 ^^; 하지만 확실히, 최연성 선수의 기세가 우주를 찌를 때에는 그 기세 덕분에 방어만 하고 있는 최연성 선수가 몰래 멀티를 하더라도 발견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최연성 선수의 처절 모드를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 기세상 상대 선수들에게 안좋게 미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임요환 선수는 다른 면에서 상대 선수에게 기세상 앞서갑니다. 특히나 전략적인 요소가
많은 맵에서는 초반에 정찰에 성공하지 못하면, 혹은 하더라도 신인인 경우에 상대의
초반 뒤흔들기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마치 강민선수처럼 '뭘 할 지 모르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팬들도 잘 알기에 요새 대 토스전의 비슷한 빌드오더를 자주 쓰는 것이
승률이 좋더라도 팬들이 불안해 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끝까지 버티며 팬들이 안타까울 정도로 버티다가 지지를 치는 모습은 아마도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최연성 선수와는 또다른 불안감을 안겨줍니다. 즉, 오래전부터 활동하면서 수많은 경기에서 끝까지 버텨서 대역전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본 선수들이기에 그를 상대로 할 때면 이기고 있으면서도 꽤 장기전을 각오해야합니다. 그런 각오와 동시에, 정신차리고 똑바로 안하면 역전 당해서 추억의 명경기에 패자로 오르내리거나 핵이라도 한방 맞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죠. (극)초반과 (극)후반에 대한 불안감이 짜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할 때 '골치 아픈 선수'라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두번째 공통점 요약 : 두 선수 모두 기세상 상대에게 유리하게 시작한다.
  (물론 그렇지 않을 선수도 많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
  
  

  세번째 공통점이 가장 제게는 기분좋게 다가옵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를 즐길 줄 안다'는 것 입니다. 어느 선수가 안그렇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두 선수를 보면 정말 즐기면서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임요환 선수는 자신을 지지하는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재밌는 게임을 많이 만들어 내고
게임 외적으로도 팬들을 즐겁게 해주곤 합니다. 이런 저런 오해와 비난에도 견디며 결국
지금과 같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실력과 노력도 크지만, 그의 스타크를 즐길 줄 아는 모습이 그 힘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연성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안되면 지지를 치는 모습에서 참 재밌게 게임한다는 모습이 보입니다. 왠지 특유의 선천적인 낙천성도 있는 것 같구요. 임요환 선수가 이런 저런 재밌고 기발한 전략들을 선보이면서 상대 선수를 관광보내는 것 - 때로는 핵을 쏘기도 하고 여러 옵저버에 블라인드를 걸기도 하고 일꾼러쉬로
보복하기도 하고 화려한 락다운으로 놀래키기도 하면서 말이죠 -은 팬들 뿐만 아니라 그도 즐겁기에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연성 선수가 소위 운전사가 된 것은 그가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닌 것 같지만, 그 무서운 기세가 나오는 근원 역시 '즐길 줄 아는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이것저것 다해보고 안되면 시원하게 지지치는 것이기에 게임을 하는 것이 지겹거나 힘겹다고, 어떻게 해도 진다고 하는 마음이 적을 것이고 그만큼 슬럼프도 적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세번째 공통점 요약 : 진정 즐길 줄 아는 두 선수가 스타크 챔피언입니다 ^^


  
  ps. 지지 않을 것 같은 눈빛을 종종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혹시 호감에 따라 각자 매우 다를까요. 아니면 어느정도 외모상으로 결정되는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선수들로는 박정석 선수와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의 승리를 예상하게 하는 강렬한 눈빛. 최연성 선수와 마재윤 선수와 이윤열 선수의 무심한 듯 하면서도 지는 것은 생각도 안해보는 듯한 눈빛. 강민 선수의 진정 즐기는 듯한 승패를 초탈한 듯한 눈빛. 박태민 선수의 '내가 무조건 이긴다' 눈빛. 박성준 선수의 공격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듯한 눈빛.  이상의 선수들의 눈빛들은 그것이 승패를 초월한 눈빛같다고 할 지라도 지는 것을 왠지 상상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여러분도 어떤 눈빛을 느끼시는 지 궁금하네요 ^^
  이럴 땐 댓글이 안되는 것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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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하
05/08/31 10:50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이 리플을 달고 싶어 다시 읽었습니다.
The Drizzle
05/08/31 11:31
수정 아이콘
정말 오랜만에 보는 좋은 글인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글을 읽으러 피지알에 들어왔었는데... 정말 반갑군요.
마음속의빛
05/08/31 11:44
수정 아이콘
^^ 잘 읽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 그렇구나!" 하고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많군요.
05/08/31 15:10
수정 아이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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