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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1/07 02:37:57
Name newwave
Subject [펌] 현직 엔지니어가 전하는 두서없는 이공계 이야기

다들 수능 잘 보셨는지요. 점수가 나오면 진로를 선택하셔야 겠죠.
신물을 읽다가 한겨례에 글이 하나 실렸기에 퍼 옵니다.
저 역시 94년도 겨울에 수능을 쳤었고, 운 좋게도 0.5% 안에 들어가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저는 공대를 선택했습니다만, 가끔씩 제가 의대를 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
현직 엔지니어가 전하는 두서없는 이공계 이야기

왜 이공계를 기피하냐고.... 글쎄 내주위, 아니 나에게 일어나고 일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매출규모로는 못해도 아마 국내 30대기업,
순익 규모로 아마 20위 이내 어쩌면 10위권에도 들지도 모르는 제조업체로
모재벌 관계사다.

얼마전 실적발표를 보니 3/4분기만 2000천억 조금 못벌게 벌었다고 지상에 발표되었다. 현재까지 올해 순익 누계로는 5천억정도는 충분히 넘어섰어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 우리부서는 아니 우리 사업부는 구조조정중이다. 대상 선정은
나이와 근속년수와 3년간 고과다. 나는 이회사의 기술의 핵심이라 할수 있는 이
부서에서만 지금까지 입사후 줄곧 근무했었다. (너무 많은것을 이야기하면 내가 누군지 금방 뽀롱남으로 많이 쓰지 않는다.) 즉 나, 아니 우리 회사의 돈줄인 사업부의 기술 핵심
인력들이 구조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사업부가 지금은 무지 떼돈을 벌고 있지만 장래성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제조업의 장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평개쳐 지고 있는 것이다.

몇 년전까지 아니 얼마전까지 하루 12시간 근무는 기본이였다. (다른 사기업
월급장이들도 이는 마찬가지리라!) 그러나 다른 직종과 틀린 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된다는 점이였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정말로.....그것도 철저히 납기가 정해지고
경영계획이 정해진 상태에서...우리 부서의 일이 늦어지면 바로 영업등에서 경영계획이
빵구 나게된 이유가 우리부서 때문이라며 화살을 날려 보내는일은 다반사였고 혹시나
납기를 지켜만들어 냈는데 안팔릴때는 시장사정이 바뀌었다며 영업부서등은 도망가기
일쑤였다. 즉 우리같은 공돌이들은 어떤 핑계도, 거짓말도 할수 없었다. 바로 실물로
결과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4,5년 지나면 대리가 되는데 년봉 2천5백, 성과급등등 다 치면 3천은 넘게 받을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회사는 항상 "동종" 최고의 급여라 주장한다. 타 직종과이
아닌 동종 업체와의 비교... 그래서 솔직히 회사의 운명을 걸머지고 있는 우리사람들이
한국전체를 보았을때 많이 받고 있는것인지 아닌지 잘모른다. (물론 적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더 힘든 일을 하고 적게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같은 교육수준등등의 비슷한 수준에 놓고 보았을때 금융권등등과 비교하여 결코
많이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근무시간등은 휠씬더 하지 덜하지 않을터인데...
또한 물 좋은 여자들이 바글바글하고 인프라가 확실한 서울 근무는 꿈도 못꾼다.
공돌이들의 지방 근무는 숙명이다.

더 우스운것은 우리회사의 물건이 대부분 수출용이라는 점이다. 곧 우리가 만든 물건을
팔아 우리나라가 그처럼 귀하게 여기는 달러를 번다는것이다. 그리고 그 달러를 가지고
국가 경제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부류들이 골프치러 해외에 나가는 비용,
공부 못해 해외로 도망간 아새X들 비용을 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보다 월급 많이 받는다는 금융권 등등 타 업종이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말은 못들어 보았다. 의사 변호사들이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말도 전혀 못들어 보았다.
탈세했다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그러면 그러한 우리의 운명은.... 처음 말한대로다. 지금 구조조정중이다.

더 더 기가 막힌 것은 승진에 몇번 떨어지고 성과 안나는 과제를 맡은 덕분에 고과가
안 좋은 10~15년 사람들이 주요대상이다는 점이다. 이야기만 한번 해도 도면이 튀어
나오고 챙겨야할 설비등의 문제가 뭐었인지 척척 나오는 사람들이 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43살의 주임... 우하하... 우리회사에서는 말이다 승진이냐
퇴출이냐 둘중에 하나로 이 사람은 짤려도 열번은 짤렸다.)

더 극적인 비교는 똑같은 명문대 나온 형은 공돌이로 5년 일했고 (국가 경제에서 일의
중요도는 당연 위에서 말한대로다) 동생은 월급쟁이 의사로 이제 취직했다. 형은 잘해야
년봉 3천 내외, 신출내기 동생은 년봉 6천이다.

군대때문에 별수없이 특례로 와 있는 최고명문대 석사놈이 의대 친구, 고시 공부하는
친구 등등 이야기를 하길래 선배로서 확실히 충고했다. 너도 기술고시라도 준비하라고.
너는 공부하는데 전문가니까 될 것라고..특례가 끝나는 5년후 너는 언제 짤릴지 모르는
대리지만 네 친구들은 너와 신분이 틀려져 있을것이라고...

그런데 그놈 요즘 9시 퇴근한다. 고시공부는 커녕 몸추스리기 힘들다.
두서없었지만 이것이 이공계다. 당연히 기피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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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07 09:22
수정 아이콘
유령회원처럼 조용히 글만 읽고 사라지다가... 결국 여기에 댓글을 달게 되는군요..(솔직히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기에...)
저역시 일명 엔지니어로 통하는 계통에 있은지 3년정도 되가네요 .
남들은 우리 사회에서 유부녀(ㅡ.ㅡ;)가 눈치 안받구 능력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직종이라구 가끔 추켜세우기도 해주지만..
현실은 눈치 열라게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심한거 같기두 하구요.
남자직원들 야근하구 철야하는데.. 여직원.. 그것도 유부녀라구.. 퇴근일찍한다는 소리 들을까봐서요... 많이 조심스럽죠..ㅡ.ㅡ;;
하루 12시간 근무... 이게 평균 맞는거 같네요. 보통 9시출근 10시 이후퇴근.. 생각나면.. 철야 한번...^^ 솔직히.. 사람이 하구 살짓 못된다는 생각이 들기두 하구요..(우리 신랑역시.. 엔지니어죠.. 저보다 훨씬 하드한... 지난주에 집에 2번 들어왔구..이번주에엔 아직이네요..쩌비..)
돈이요...? 네.. 물론 제 기준의 일반 사무직 여직원들 보다는 좀 더 받는게 사실이겠죠.. 하지만.. 시간당 급여로 치면.. 아마... 최저일꺼같다는..ㅡ.ㅡ;;
아침부터... 무지하게 일하기 싫어지네요...
그래두.. 파팅!! 하렵니다...
hi~마린
02/11/07 09:56
수정 아이콘
저두 엔지니어입니다. 좀 씁쓸한 현실이죠.
집에 매일 늦게 들어가고. 10시쯤 집에 들어가면 일찍 들어왔네 하는 마누라의 말. 이게 저의 생활입니다만. 저보다 더 하신분들 많네요.

시간당 급여 최저.... 정말 와 닿는 말입니다.
아무도 이해 못하죠.. 엔지니어 아니면.....
모처럼 본가에 가면 바빠서 못왔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 없습니다.
매형이나 모두들 이공계 계통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맞습니다. 엔지니어 파이팅입니다. 우리가 우리나라 먹여살리고 있잖아요. 그리고 마린 업그레이드도 우리가 시키고요 --;;
그렇군
02/11/07 10:27
수정 아이콘
그 정도인가요? ㅠㅠ
저도 공돌인데 공과 계통이 제일 좋은 줄 알고 들어왔는데 아닌가보네요.
02/11/07 10:52
수정 아이콘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제 동생도 공대생이라 남일 같진 않네요.

본문과는 별 상관 없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시간당 최저급여는 아마 유치원교사이지 싶습니다. -_-;
제가 유아교육과 나왔는데 억울해서 유치원 안 가고 바로 공무원시험 준비했습니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 늦게 퇴근하고, 행사 있을 때는 유치원에서 밤도 새죠.
엔지니어 분들은 100만원은 넘게 받으시죠? 사립유치원 교사로 10년을 근무해도
그 정도 받기 힘듭니다. 사립유치원에서 돈 버는 사람은 원장 뿐입니다.
보통 학교 졸업하고 바로 담임 맡지는 않고(부담임 없는 유치원은 바로 담임 맡지만)
부담임을 거쳐서 2년차부터 담임을 맡곤 하는데, 원래 부담임 호봉으로 따지면
육십몇만원 정도 월급 받습니다. 그런데 부산지역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모여서
50만원만 주자고 담합했습니다. (50만원 다 받지도 못합니다. 연금에 보험료 다 떼니까요)
교육청 게시판에 글 올리고 난리치니까 교육청에서 고작 공문 보낸다는게
본 호봉대로 주되 각 원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원장 마음대로라는 거죠. 맨날 유아학교니 유치원 공교육제니 해도
현실은 이 모양이죠. 물론 임용고시 붙어서 병설유치원 같은 곳에 발령 받으면
초등교사와 같은 대우를 받지만 올해 부산지역 공립유치원교사 8명 뽑습니다.
아예 안 뽑은 해도 있고 두세명 뽑는게 고작이죠. 한해 유아교육과 졸업자(부산지역만) 몇백명인데요.
갑자기 서글퍼지네요.
똘이장군
02/11/07 11:46
수정 아이콘
사실 월급쟁이 직장생활만 따지면 이공계 출신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인문상경계 경우보다 조금은 취직문이 넓을것입니다. 그리고 월급받고 다닌다는 면에서는 별반 다를것이 없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이공계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흔히 말하는 대박이 힘들다는 것과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문상경계의 경우 각종고시 또는 회계사, MBA등으로 신분상승이 가능한 루트가 다양하게 열려있지만, 이공계는 그런길이 원천적으로 거의 막혀있습니다.
이공계 출신중 직장생활에 회의를 품고 다른 길을 가려고 해도 사실 마땅한 길이 없죠..
(캠퍼스내에 이런 문구 봤죠.. "물리학과 대학원생 회계사 합격" 또는 "XX공학과 사법고시 합격".. 한마디로 코미디죠..)
또한, 나름대로 우수하다는 자부심과 의대 다음으로 많은 학습량을 통과한 사회적 보상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보다 늦게 금융권에서 사회생활을 한 내 친구는 현재 내 연봉의 2배가 넘고, 우리회사 이사대우보다도 높은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일개 대리가..

공돌이라는 말 자체가 한때는 우월감의 표현이였는데.. 지금은 열등감의 표현이 되었죠..
나이 30도 넘은 놈이 직장 다니다가 의대 공부 한다고 때려친 친구도 있고, 자동차 회사 다니다가 지난 IMF에 회의를 품고 그만두고 회계사 공부해서 3년만인 올해 합격한 친구도 있죠.. 그 친구 학교다닐때 자동차.. 무척 좋아했어요.. 집에 자동차 잡지가 가득했었죠..

위에 분..중 용기와 능력있으면 다른 길을 택해보세요.. 선택할 수 있을때..
Dr. Lecter
02/11/07 13:19
수정 아이콘
저는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데 요즘 프로젝트 막바지라 매일 막차타고 퇴근합니다.
물론 출근은 9시까지..
11시반정도에 퇴근하면 집에 도착했을 때 12시반정도 되고 씻고나서 스타리그 재방송하나 티비보고 컴퓨터로 영화도 보고 그럽니다.
잠은 1시반에서 2시정도에 자구요.
사실 퇴근할때까지 죽어라 일만하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팀원들이 다 일하는데 혼자 일찍 퇴근하기도 눈치보이죠.
요즘처럼 급할때가 아니더라도 보통 10시정도까진 일합니다.
빠듯한 일정, 개발방법, 알고리즘... 뭐 이런거 생각하다보면 머리 쥐납니다.
그래서 그냥 요즘은 편하게 생각하지요. 일정이 급하건 말건, 위에서 난리를 치건 말건...
그나저나 흰머리가 계속 늘어나서 걱정입니다. 우째야 좋을지...
우리회사 어떤 직원은 부분탈모증에 걸려서 난리도 아닙니다.
영구처럼 뒤통수에 큼지막한 구멍이 생겼더라구요. 불쌍혀라..^^
애국청년
02/11/07 13:36
수정 아이콘
전 현재 지방대 건축과 4학년 생입니다. 아직도 건축과가 공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저도 예비 공돌이입니다.

가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납니다. 친구들 중에는 인문계열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 친구들 뭐하는지 보면 거의 80~90%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합니다. 물론 공대생들 중에도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취업의 길목에서 바라볼 때 공대생들의 취업문은 타계열 학생들보다는 조금 더 넓지 않나 생각합니다. 시간당 보수가 적고 할 일도 굉장히 많긴 하지만 분야에 있어서는 좀 더 다양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점에서 아직은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대에 들어온 게 남들 얘기하는 것만큼 후회스럽지는 않구요. 아직 사회 경험 해보지도 못한 놈이 모르는 소리 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아직 시작도 하기 전에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단 부딪쳐 보고 정 이 길이 아니라 싶을 때 돌아가겠습니다.

참 그래도 공대생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일을 하지 않습니까. 전 그게 가장 맘에 듭니다.
폐인대마왕
02/11/07 14:17
수정 아이콘
이글은 정확히 공학쪽 얘기네요... 이학쪽은 더 암울합니다... 얼마전 언론에서 일본은 노벨상타는데 왜 우리는 못타는지 꽤 들썩였는데요... 한마디로 노벨상은 꾸준한 연구로 인한 부산물입니다... 꾸준한 연구!!말입니다...(화학상 탄 일본의 그 회사원생각해보세요... 이해갈것입니다...) 노리고 타는게 아니란 말이죠... 그럴러면 정말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요... 계속 연구한다고 결과가 나오는것도 아니고...
근데 정부에서 연구비 지원하는건 죄다 돈나오는 것에 대한 것 뿐이고... BK21이니 머니해서 괜히 학교 들쑤셔놓고... -_-
라시드
02/11/07 17:44
수정 아이콘
저희 학교에서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는..(저 포함) 수학과 과학이 어려워서!! 입니다-_-;;(진짜 문과로 가는 이유 80% 이상이 이유가 바로 이것) 솔직히 쫌 공부만 하면 잘 나오는게 수학 과학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저 국어 영어는 공부 안해도 70~80점은 나오니까 문과로 가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_-;; 상위클래스는 모두 이과로 몰렸습니다.. 전교 10등중에 문과가 한두명 있을까 말까 이정도입니다. 사회 직업적 입장에서는 서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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