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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1/06 14:38:17
Name 아트 블래키
Subject 입안 가득 눈깔사탕을 물고 (지하철에서 만난 천사)

그날도 나는 일에서 쌓인 피로를 안은 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얼마나 지나갔을까.
지하철 출입문이 열리고 허름한 차림의 할며니가 광주리를 하나 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는 눈깔사탕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할머니는 그 광주리를 객차 한가운데로 밀어놓고는,
유치원 학예회라면 하나쯤 끼어 있을 아이처럼 몸을 뒤로 빼며
쭈뼛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용기를 내어 "눈깔사탕이 하나에 백원입니다." 하고,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웅얼거렸다.
그러나 무표정한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눈깔사탕의 가격은 커녕 광주리안에
들어 있는 물건에 관심조차 없는 듯했다.
할머니는 사람들의 그런 반응에 주눅이 들었는지 다시 한번
"눈깔사탕이 하나에 백 원입니다." 하고 조용히 되뇌더니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안돼 보여 나는 수중에 있는 돈으로
얼마나 사드릴 수 있을까 가늠해 보았다.
하지만 그날은 일당을 못 받았기 때문에  내 주머니 속에는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타고 갈 정도의 차비밖에 없었다.
'눈깔사탕 다섯 개를 사드리고 걸어가야 하나.'
만약 내가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그 광주리의 사탕을
모두 사드릴 수도 있었을 것이고 지하철 안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울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아름씩 사탕을 안기는 기적을
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기껏해야 사탕과 내 다리품을 바꿔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런데, 내가 고민하는 사이 한 여학생이 그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광주리에서 한 손 가득 눈깔사탕을 꺼내고는 사람들을 향해서 말하는 것이었다.
"겨우 백 원짜리 동전 하나로 여러분의 추억을 살 수 있습니다.
눈깔사탕이 하나에 백 원이래요."
이 여학생은 서류봉투를 끼고 있던 중년의 아저씨에게도 권하고,
아이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에게도 권하면서 객차 안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지하철 안은 그녀가 뿜어낸 활기로 가득했고
사람들의 입안은 자신들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그날 나는 한 시간여를 기꺼이 걸어갈 수 있었다.
단돈 오백원으로 내 어린 시절 추억을 입에 물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서 말이다.


@ 올 겨울엔 추위대신 추억을 느껴보심이 어떨까요?

(어디서 퍼왔는지 통 기억이나질않는다는..역시 휘발성인 아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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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raxia
02/11/06 15:25
수정 아이콘
추억이라....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만 있어서....에휴....누님 미오~
02/11/06 15:30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homy 입니다.
이런.. 이렇게 좋은글을.. 아트님이 직접 쓰실리가 없음에됴. ^^ 불구하고..
아트님 이야기인줄 알았다니..
좋은글이네요.. 짜하고 밀려오는게. ^^
좋은 하루 되세요. 아트//미인
02/11/06 15:35
수정 아이콘
;;; 하핫
아트 누님이 쓴글잉줄 알고~~
오 제목 멋지다~~
글어고 있었는데
펌이라니~~ 쪼금
실망인데여~~
그래도~~ 글은 멋져요~~
02/11/06 15:41
수정 아이콘
정말 천사같은 분이시네요... +_+
전 때려 죽여도 저렇게 못 할꺼에요... ㅠ.ㅠ
1시간 거릴 걷지도 않을 거고...
아~~~ 삭막한 calvin... ㅠ.ㅠ
gdblss-u
02/11/06 15:44
수정 아이콘
마음이 따뜻 해 지는 글이네요.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이 글이 생각 나면 좋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RanDom[Tr]
02/11/06 15:46
수정 아이콘
으헤헤헤헤헤-_-~이글 어디서 봤드라...;;
요즘 따라 정신 산만해진 나..-_-;; 리포트도 쓰기 싫고
군대는 갈 날짜가 다 댔고...-_-;;; 심심한데 당분간 스타 접고
아스가르드나 할까나.. 같이 할 분 계실란가 -_-~?
02/11/06 15:48
수정 아이콘
오옷~~~ 아트님 저도 속았다는....... 켁 >.<

맨날 함께 가는 하수 매트랩임당~~~캭캭
케이군
02/11/06 16:39
수정 아이콘
아트님~11월엔 애인을 하나 구하셔서 추위대신
추억을 만들어 보시는게 어떨까요? -_-V
이상 clocking중인 케이군이었습니다.
02/11/06 17:13
수정 아이콘
저역시 글의 주인공이 아트님인줄로 알고 읽어내려갔더니 펀글이셨군요.
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참 좋은 글입니다.잘 읽었어요
Michinmania
02/11/06 18:14
수정 아이콘
저도 읽어가면서 "오 아트누님이 이런 글을..."하면서 감탄했지만..
서울사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대목에서 펀글임을 예감했다는...
아트누님은 부산최고미인이시죠..-_-;;;;;;;;(누님 저 이쁘죠..^^)
02/11/06 19:36
수정 아이콘
흐음,, 별명땜시 남잔줄 알았는디..
구보의전설
02/11/06 23:43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
벌써부터 크리스마스가 연상되는건 왜일까요?
02/11/07 22:43
수정 아이콘
속았으면 어떤가..?? 귀에 걸린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습니다.. ^^
헉.. 아트님.. 부산에 계시는 군요.. 흠... 착하고 멋진.. 후배 혹은 선배들을 미리 물색해 둘 수도.. 쿨럭.. (__) kid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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