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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06 18:25:21
Name 항즐이
Subject KPGA예선장 이런저런이야기
6월 5일, 월드컵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KPGA의 예선전이 온수동 사이버리아 PC방에서 치뤄 졌습니다.

1.
새로이 단장한 게임방이라서 무척 깨끗했구요. 키보드와 모니터도 새것이라 게임하는 기분이 산뜻했을것 같습니다.
다만, 임요환 선수, 장진남 선수 등 몇선수들은 자신의 자리가 LCD모니터인점을 들어 자리변경을 요청했고, 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어쩌면 아마추어 선수들은 경험이 없어서 그런점에대해 요청할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랬다면 좀 안타깝습니다.
LCD모니터의 화면 랙;; 은 집중을 요하는 게임에서는 "아주 약간의" 거슬림이 되구요. 상대는 CRT, 나는 LCD인 경우 분명 억울할수 있으니까요.

2.
축구이야기로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축구, 축구, 어제 연습을 못한 이유가, 눈이 빨간 이유가 모두 축구때문이더군요. 당연한 말이지만 다시 한번 흐뭇한 순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
장진수 선수는 가끔 짝짝짝짝짝 대~한민국!!을 하며 주위를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선수들은 삼삼오오 등장하며 스포츠신문을 한손에 든 모습도 보였구요.

3.
언제나 그렇지만 선수들의 지각은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인것 같습니다.;; 경기시작 직전에 도착한 BJ ent의 유병준, 최인규, 김시훈 선수. 최인규 선수는 첫경기가 부전승이 아니라서 바로 경기에 들어가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역시 승리했습니다.
윤대협이 생각나는군요. (북산과의 친선경기) "뛰어오느라 땀흘려서 몸은 다 풀렸어요" ;; 음.
김동준 선수는 1차 부전승인데 1차경기가 시작된 후에 도착할 정도로 늦어서 진행측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지각한 선수들이 성적이 좋은 것으로 보아, 미야모토무사시의 "기다리다 진빠지게 하기"는 굉장히 좋은 전략이었던것 같습니다.. 만! 제발 늦지 마세요 ㅠ_ㅠ.
덧붙여. 이번에 최초로 staff이되어 일을 도운 조아진 양은 staff도착시간이 아닌 선수도착시간에 등장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

4.
여성선수들이 많이 참가했습니다. 이혜영, 김영미, 김지혜, 이은경, 서지수 선수가 참가하였습니다.
남자선수들과의 실력 격차가 많이 좁혀진 느낌을 준 대회였습니다.

이은경 선수의 경우에는 홍정우 선수를 2:0으로 물리치며 주위의 놀라운 시선을 받았습니다. 그 섹션의 담당진행자였던 제가 지켜본 바로는 경기내용 역시 외모에 걸맞는(!) 아주 깔끔하고 정석적인 운영으로 수준높은 경기를 펼쳤습니다.(멀티 및 병력생산능력이 좋고, 템의 관리와 스톰찍는 실력도 상당하더군요. 음. 감격)
그러나 다음 상대는 이때 옆자리에 앉아 조용호 선수와 격전을 펼치던 강도경 선수. ;;; 동료 여성선수들이 몰려와 "와~ 베리~ 베리굳인데? 다음엔 누구야?" "으..응. 강도경" "헉... 열심히해~~!!"
역시 좋은 경기를 펼치셨지만 안타까웠습니다. 다음엔 꼭 좋은 모습을 보여주실것을 믿습니다.

서지수 선수 역시 훌륭한 실력을 보이며 윤석호 선수를 제압. 기대를 모았으나 이날 무적의 프로토스로 떠오른 조병호 선수를 넘지 못했습니다. 특히 플레인즈 투 힐에서의 경기는 우세한 초반에도 불구하고, 섬멀티와 캐리어를 견제하는 동안 센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 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조병호 선수의 탁월한 파상공세를 막으며 이른 타이밍에 섬멀티를 골리앗과 탱크로 견제하는 모습은 남자프로선수못지 않은 실력이었습니다.

5.
김성제, 조병호 선수의 선전이 눈부신 날이었습니다.
박경락, 변은종을 꺾은 김중엽선수와 서지훈선수를 꺾은 임균태 선수를 맞아 모두 격파하고 마침내 본선진출의 티켓을 거머쥔 조병호 선수는 총 8승 2패를 거두었습니다.

김성제 선수는 나영석, 김광훈, 나도현, 박태건 선수를 차례로 2:0격파하며 자신의 목표인 전승 진출을 이루었습니다.
김성제 선수는 아마추어임에도 불구, 팬들이 다수 뒤에서 응원하는 이채를보였으며 IS팀 매니저분들과 사장님이 모두 지켜보는등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다른 선수들의 기를 죽인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6.
하지만 이재훈선수에게는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전날 종족최강전에서 접전끝에 홍진호 선수의 드론 밀치기라는 필살기로 아쉽게 패배한 이재훈선수는 민광현 선수를 꺾었으나 김동수 선수에게 2:0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김동수 선수와의 1차전에서 불리한 상황을 뒤집어 역전승이 눈앞에 보였으나, 드랍되어 재경기를 하게 되었고, 재경기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재훈선수에게 KPGA와 다른 대회에서 모두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립니다.


7.
전태규 선수가 6승 무패로 이근택, 김정민, 주한진 선수를 꺾고, "죽음의 조"에서 생존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예선에서 번번히 자신을 가로막았던 "김정민 징크스"를 깼다는데에 스스로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김정민 선수와의 1차전에서 승리한 후, "너무 긴장되어 약간의 구토증이 난다"며 휴식시간을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전태규 선수와 경기했던 이근택선수는 "내가 못한게 아니라 전태규 선수가 너무 잘한것"이라며 그가 이번대회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고, 플레이가 정상의 수준에 올랐음을 인정했습니다.


8.
게이머들과 그의 팬들, 그리고 뜻밖에 행운에 구경을 온 사람들로 PC방은 너무나 붐며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진행요원이 3-5명으로 적은 탓에 통제되지 못한 곳이 많았고, 사인을받으려는 팬들, 구경하려는 사람들, 응원하는 사람들로 인해 엄청난 더위가 수반되었습니다. 땀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이 한층 안타까워 보이는 날이었습니다.





이제 3달간의 KPGA긴 시즌이 시작됩니다.
16명의 선수들에게 큰 포부와 당찬각오 그리고 더욱 치열한 노력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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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kestra
02/06/06 18:44
수정 아이콘
하....여성 선수들 대단하네요~ 김가을 선수가 없었다는 것도 좀 아쉽고....사실 게임에서만큼은 신체적 성별차가 클 거라고 생각 안드는데 이제 여성 게이머들이 기지개를 켜는 것 같기도 하네요.
흠.. 근데 예선을 하루에 치루어 내는 건 아무래도 비용과 시간 문제겠죠? 하루에 열 게임을 해낸다는 거....아니 그 이상일수도 있겠네요. 물론, 하루에 수십판씩 연습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이겠지만 살얼음판 같은 토너먼트 경기를 열게임 이상 해야 한다는 건 가엾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비용문제만 아니라면 이틀 정도로 나누어서 하면 좋으련만......
암튼, 현장에 가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주는 글에 감사드립니다.
초보유저
02/06/06 18:47
수정 아이콘
푸하하.. 아진 님의 기염;;
팬인 이은경 님의 탈락은 아쉽지만, 김성제 선수나 전태규 선수가 선전을 보인 것 같아 기대되네요. 제가 좀 여유가 되었다면 모자란 스텝에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었을텐데.. (사실은 이은경 선수 보러;;;)
^^;; 아무튼 항즐이 님 수고하셨습니다.
이도근
02/06/06 18:47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특히 이 부분이 아주 인상깊었다는.
"와~ 베리~ 베리굳인데? 다음엔 누구야?"
"으..응. 강도경"
이 다음 순간 침묵과 함께 도깨비 불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연상되는 건...ㅡㅡ;;;(만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이네..)
i_terran
02/06/06 19:18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크래프트 사이트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로군요. 잠시 잊었을지도 모르나 역시... 수고 또수고하셨습니다 운영진들의 오직 육탄 날리기... 거친 숨결... 피에 젖은 마우스.. ㅋ ㅑ ㄱ 그리고 끊이지 않는 블럭버스터 적인 논쟁 또 논쟁!! 바이올런스. 등의 다양한 볼거리.. 피지알이 없었다면 어디서 이런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요?
02/06/06 19:53
수정 아이콘
흠, 여성 프로게이머들의 선전이 눈부시군요. 사실 여성 프로게이머들도 정말 하고자 달려든다면 그리 많은 실력차가 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대부분의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게임이 전부인 남성 프로게이머들보다는 좀 더 유연한 입장이니까요. 대학을 다니며, 혹은 프리랜서 일등을 하면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남성 프로게이머들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선다는 것은 그야말로 힘든 일이겠죠. 이은경 선수 파이팅입니다. ^^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또다른 선수인 김가을 선수는 1차전도 통과하지 못하신듯? 흐음.... --;
02/06/06 19:55
수정 아이콘
아, 깜빡 했는데(사실이 이거 물어보려고 리플을 단거였는데 -_-)초보유저님이 아진님의 기염이라고 하셨는데, 여기서 가끔 보이던 아이디 아진님이 이은경 선수이신가요?
Apatheia
02/06/06 19:56
수정 아이콘
그게 아니라... 명색 스텝이라는 친구가 선수들하고 같은 시간대에 도착한 것을 두고 한 말이랍니다. ^^;
02/06/06 20:20
수정 아이콘
이런 또 실수를 했군요^^; 본문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제 우입니다. -_-;;; 답변 감사드립니다.^^
이래서 pgr이 좋지요. 다른 게시판같으면 눈좀 똑바로 뜨라는 식의 리플들이 난무하는..... pgr이라고 다 매너있는 분들만 모인 것은 아니라지만 적어도 다른 곳에 비한다면 매우 깨끗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글을 쓰시는 분중에 많은 분들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글의 여백에 채워주시니까요.^^
신미영
02/06/07 09:58
수정 아이콘
아진님 힘내세요^^
항즐님 글을 읽으니 저도 그 현장에 가보고싶군요;;
ㅠ,.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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