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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0/08 09:17:23
Name ColdCoffee
Subject [단편] 뮤턴트 저글링 3
연속해서 읽어주시는 분이 만약 있으시다면....
정말 인내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뮤턴트 저글링 3>
...

전황... 또 새로운 말을 알았다.
질럿의 말이 요즘의 전황이 좋지않아서 병력이 줄어서 더 바빠졌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은 질럿도 없이 메딕과 나만 정찰갈 때도 있다.
그럴때마다 메딕은 무지 기분나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도 뭐라 하지는 않는다.
내가봐도 메딕이 뭐라 투덜대도 테푸리가 꿈적할 것 같진 않다.
게다가 메딕은 프로토스도 아닌데 머.

처음 둘이서 정찰을 나갔을 때 누가 뭐라할 유닛도 없었으므로 오래간만에
우리 저글링들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대지를 박차고 달리는 기분이 좋다.
한참을 달리다가 뒤에 메딕이 잘 따라오는지 보았더니 보이지 않았다.
... 그냥갈까 돌아갈까를 한참 고민하다 아무래도 그냥가면 나중에
테푸리한테 지지직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라 슬슬 돌아가 보았다.
도대체가... 얼마나 느리면 꽤 오래 돌아갔는데도 보이지가 않았다.
슬슬 짜증이 날라구 하는데 메딕을 찾았다.
내가 아아까 지나왔던 바위에 앉아있었다.
나는 한참을 돌아서 왔는데, 열심히 따라올 생각도 안하고 앉아있는 메딕을 보니까
화딱지가 슬슬 치민다.
그래서 좀더 혼자서 달달달 떨게 옆에있는 나무에 숨어버렸다.
나는 러커님하고는 달리 버로우하면 주위를 못보니까 오버로드님이 안시키면
버로우 안한다.
메딕이 뭐하고 있나 보니 머리뚜껑을 열고 붉은 태양 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때 메딕이 뚜껑을 연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런데 안에있는 머리통에는 태양처럼 붉은 털이 길다랗게 나있다.
싸울때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 긴 털이 달려있는 거지 ?

바람이 휭하니 불었다.
화약냄새와 피냄새가 희미하게 섞인 전장의 바람이다.
메딕 머리에 붙은 길다란 털이 살랑거렸다.
싸울때 도움이 될 지 안될 지는 모르지만 저렇게 털이 나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같다.
메딕은 한차례 부르르 떠는것 같더니 두팔로 머리를 감싸더니만
세운 무릎관절위로 고개를 숙였다.
계속 조금씩 떠는 것같다.
이만하면 됐겠다 싶어서 슬금슬금 다가갔다.

메딕은 혼자서 뭔가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 테란... 프로토스... 메딕.... 배신..."
기!쁘!다!
맨 뒤의것 빼고는 다 아는 말이다.
음... 맨 뒤의것도 언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이 메딕도 말을 잘 못해서 나처럼 혼자있으면 연습을 하나부다.
메딕은 다른 유닛하고 같이 있을 때는 말을 잘 안하는데
알고보니 아직 연습하느라 그랬나보다.

"난 이제 더러운 배신자... 앗!"

메딕은 내 발자국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홱쳐들고 날 쳐다봤다.
왠지 눈이 좀 가늘어진거 같은데?
저런 눈을 어디서 봤더라?
음... 전에 정찰을 나갔을 때였구나.
프로토스 진지로 오기 전이었는데 혼자 정찰을 나가서 돌아오고 있는 중에
마린 한명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마린은 날보더니 허리에서 뭔가 꺼내어
팔에다 쿡 쑤셨다. 그 때 나도 죽을뻔 했는데 그 마린은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나에게 총을 쏴댓다. 결국 따라잡아서 때려눕혔는데 그녀석은
내 손톱에 몸통이 꿰뚫렸는데도 조그만 총을 꺼내서 나한테 쏠라구 그랬다.
그래서 그 팔뚝을 잘라주었는데 그때 그녀석의 숨소리가 잦아들어 가는동안
나를 이런 눈빛으로 본 것같다.
...
그렇게 무서웠나?
앞으론 이것을 혼자 두지 말아야겠군.

                 *    *    *    *    *    *    *    *    *    *    *

붉은 모래언덕을 넘어갈 즈음이었다.
일단 멀리 있는 적들을 미리 볼려면 높은 데서 슬쩍 숨어 보는 것이 좋다고 해서
높은 데서는 언제나 한바퀴 둘러보고 가야한다... 고 질럿이 말한 게 기억이 났다.
일단 나는 근처를 한바퀴 둘러보고 메딕은 저 멀리 있는 것들을 본다.

먼데 있는 건 나보다 메딕한테 더 잘 보이나 보다.
먼데 있는 걸 잘 보는 대신에 가까이 있는 건 잘 못 보나 보다.
전에 내 머리에 발이 걸려서 넘어졌던 걸 보면...
그리구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내가 더 잘 본다.

내가 더 잘 보는게 뭔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는데...
아앗!! '배신'이란 말을 언제 들었는지 생각이 났다!!!
여기 프로토스 족인 오리가로 오기 전에 성스러운 어머니한테서 들었다.
오~ 그 오래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나다니...
역시 나는 성스러운 캐리건님의 자랑스런 최정예 저글링이다.

"아가야, 누구도 믿지 말아라. 배신이란 것은 네가 가장 믿는 자로부터 당하는 것이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말을 막 들었을 때도 알아먹지를 못해서 한참을 생각했다.
저 메딕도 배신이란 말을 가장 나중에 했으니까 저것도 이해를 못하긴 마찬가진가 보다.

아악 !!!
생각을 너무 많이 했나보다.
저 앞에서 연기를 뻐끔뻐끔 피우며 날 향해서 막대기를 겨누고 앉아 있는 불장이를 인제서야 보다니...

막 뛰쳐 나갈려구 몸을 움츠린 순간에 무지막지한 불방망이가 뿌려졌다.
나도 모르게 내 뒤에 오고 있던 메딕을 옆에 있던 바위로 머리로 밀치면서 나도 몸을 숨겼다.
근데 메딕을 밀치느라 조금 늦었는지 옆구리에 뜨거운 게 스치고 지나갔다.
바위 뒤로 숨으면서 뭔가에 부딪혔는지 노릇노릇 잘 익은 옆구리가
"푸학"하는 소리를 내며 터지고 말았다. 제에에에에길!

뭔가 부시럭거리더니 시원~~한 느낌이 옆구리에 왔다.
어느샌가 메딕이 힐링건을 꺼내 내 옆구리에 비추고 있었다.
불에 그슬린 메딕의 하얀 가죽위에 내 붉은 피가 튀어서 흐르고 있었다.

으음...
나쁜놈 봐라 나쁜놈 봐라...
나쁜놈에게서 눈을 떼면 안된다.
눈 앞에서 적을 놓치면 그 순간에 죽는다.
마린이나 불장이는 몇 번 쏘고 나면 조금 멈추니까 그 때를 노려야 한다.
다리가 터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제기랄...
나는 남은 힘을 모두 다리에 모으고 기회를 엿봤다.

대충 상처는 아물었으니까 다음 번에 간다 !
...
이때닷!
때를 놓치지 않고 불장이를 향해 도약했다...


정말 끈질긴 놈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같이 죽어가는 그놈의 눈을 보고 있다.
그런데...
그 놈은 붉어진 눈으로 나를 보지 않고 내 뒤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 놈이 힘없는 입술을 열었다.
"... 후후후... 붉은... 대지위에 붉은 태양 아래... 저주받은 배신자가 있었군...
겨우... 겨우 저글링에게 죽다니... 흐흐흐..."
그 말을 하고 난 다음 그 녀석의 눈동자는 조금씩 흐려져 갔다.

                 *    *    *    *    *    *    *    *    *    *    *

밤이다.
옆구리도 괜찮고 생명력도 조금 회복된 거 같아서
캐리건님의 명령대로 템플러 영감이 있는 기록보관소를
언제나처럼 어슬렁 대기 위해 말전달 기계를 걸치고 포톤캐넌을 나섰다.

기록보관소 근처에 다달았을 즈음, 저 쪽에 있는 나무 아래에 뭔가 앉아 있었다.
둥글 둥들한게 꼭... 메딕같다...

메딕이네...

낮에 치료해 준 거에 대해 뭐라 말이라도 해줘야 할 거 같아서 그 쪽으로 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내가 막 뭐라고 할려는데 메딕이 뭔가 중얼거렸다.

"... 나는 뭐지? ... 나는 왜... 더럽고... 추한 ... 배신자가... 흐흑..."
...
뭐어어... 내가 뭐라 해줄 상태는 아닌 거 같아
다시 기록보관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 발짝가다가... 그냥가기 뭐해서 다시 메딕에게 다가갔다.

"크르... 당신은... 추하지 않아요.... 당신은 아름다워요!"

메딕이 고개를 휙 들길래 후다닥~ 뒤돌아 달렸다.


기록보관소 안에서는 언제나 처럼 템플러 영감들이 나를 시커먼 눈으로
훔쳐보면서 졸졸 따라다녔다.
가끔씩 생각난 듯이 이것 저것 시키는데 어쩔 땐 무지 쉬운 거, 어쩔 땐 무지 어려운 거,
아~~주 가끔씩 내 몸에다 뭔가를 꽂고는 이상한 구슬을 죽어라고 쳐다본다.
그 후에는 동그란 기둥에다 손을 갖다 대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한참을 있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심심해서 나도 같이 그 기둥에다 손도 갖다 대 보고,
이상한 구슬도 만져보곤 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것 저것 쳐다보고 만져보고 하니까
템플러 영감들이 날 힐끗힐끗 보더니 지네끼리 뭔가 시시덕 대는 분위기다.
사알짝 기분이 나쁠라 그런다. 안그래도 아까 메딕이 훌쩍거려서 기분도 찜찜한데...

포톤캐넌으로 돌아올 때, 혹시 메딕이 아직도 있나 해서 봤더니 없었다.
인젠 자기 숙소로 돌아가서 자나보다...
메딕이 앉았던 자리에 나도 가서 앉아봤다.
꼬리 엉치 부근이 약간 따뜻~한 걸 보니 조금전 까지 앉아있었나 보다.
조금 따뜻하고 어두컴컴하니 크립콜로니 생각이 났다.
이거 좋은데...
다리옆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나서 손톱으로 찍어 올려보니 우왓!
이게 왠거냐...
템플러 영감이 가끔 기분 좋을 때나 지네들이 시키는 대로 해주면 주는
맛있는 말린 고기다 !
라바 똥만큼 주면서도 자원도 없는데 나나 메딕때문에 쓸데없는 걸 만든다는 둥,
종족의 귀중한 자원을 저글링한테 허비한다는 둥 온갖 생색을 내는 건데...
키키키..이거 메딕이 먹을려고 가져왔다 까먹고 그냥 갔나부다.
멍청하게 시리 잃어먹은 놈 대신 이 몸이 맛있게 먹어주지...
(to be continue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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