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5/12/10 22:04:08
Name redtea
Subject [공모]PGM <3>

이 소설은 완전한 '픽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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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어?"


수형이 고개를 절래절래 내 저으며 투덜거렸다.


"제길, 없어. 겨우 찾았나 했더니만. 잡히기 전에 어디로 빼돌린 모양이지."


"분명 금기구역을 해킹한 놈은 맞지? IP가 GO 숙소였고, 이재훈은 GO 팀 선수니까."


재진의 말에, 수형이 한숨을 내쉬었다.


"맞는 것 같긴 한데, 중요한 '키'가 없어. 이거야 원, 잡을 듯 하다가도 놓쳐버리니."


"아, 그리고 허가 받아왔어. 이재훈은 내가 처리할테니까, 넌 빨리 '키'나 찾아내."


수형은 뭔가 깊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재훈은 원래 밖으로 나올 수 없어. 하지만, 그가 붙잡힌 곳이 바깥이라는 건 '키'를 당시에 가지고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키가 없다...... 일부러 붙잡히려고 '키'를 손에서 놓은 건 아닐거고...... 누군가가 가지고 간 걸까?"


"......우리가 가고 난 후 특이한 일이 있었나?"


수형과 재진의 옆에 서 있던 검은 옷의 남자가 대답했다.


"이재훈을 잡은 후,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 한 남자가 주저앉아 있기는 했었습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요."


"바로 그 사람이야!! 그가 '키'를 가졌던 게 분명해!


재진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뭐? 또 다른 인물? 참 나...... 난 저번에 박태민 사건이 일어났을 때 부터 미리 알아봤었어. 그게 그렇게 쉽게 끝날 일이었겠냐. 결국 이재훈에게까지 번지고...... 이젠 '키'의 행방도 모르잖아."


"잠깐만. 금방 뭐라고 했어?"


"응? 저번에 박태민 말이야."


".....박태민, 이재훈...... 둘다 GO야."


재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수형을 쳐다보았다.


"당연하잖아. 너 벌써 그 사건 잊어버렸냐."


"...... 너는 이재훈을 처리해. 단...... 2차 처리는 연기해 둬. 난 ...... GO로 가봐야겠어. 알아낼 수 있는 게 있을거야."


수형은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중 몇몇이 그를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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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꿈이었다는 듯 광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꾹 눌러잡으며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지만, 인기척 하나 들리지 않았다.


'형......'


그러고보니 아까 그 검은 옷의 사람들. 그리고 어디서 들렸는지도 알 수 없는 경고음.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갑자기, 지훈은 재훈이 죽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싹한 한기가 그를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지훈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아냐. 혹시 숙소에 갔을지도 몰라. 내가 먼저 숙소로 돌아간 줄 알고 가버린 거 아닐까.'


그래. 재훈 형은 분명 숙소로 돌아갔을거야. 죽긴 왜 죽어. 지훈은 계속해서 나직히 중얼거렸다. 마치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공포에게서 도망치려는 듯.


지훈은 찬 바람을 헤치며 홀로 숙소를 향해 되돌아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추위 때문에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두려움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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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겨우겨우 떼며 숙소 앞에 섰다.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서 한참이나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때 였다.


".......!"


숙소 안에서 뭔가 소리가 나고 있었다. 분명......낯선 사람의 목소리? 도대체 무슨 일인거지? 지훈은 잠깐 멈칫하다가 얼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문을 열고 뛰어들어오던 지훈은 순간 숨이 멎은 듯 우뚝 멈추어섰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GO 선수들, 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지훈을 멈추어 세운 것은 앉아 있는 사람들의 정적 사이로 홀로 서 있었던 한 남자의 눈빛이었다. 그는 서둘러 들어온 지훈을 정면으로 곧장 쳐다보고 있었다. 지훈의 속 구석구석까지 훑어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에 들어있던 디스켓을 더 깊숙이 밀어넣었다.


"......저 사람......누구죠?"


"아, 저희 팀 소속 프로게이머인 서지훈 선수입니다."


감독의 말소리에, 얼어있던 지훈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훈은 남자의 눈빛을 슬슬 피하며 천천히 거실로 들어왔다. 마치 심장에 바로 꽂힐 듯한 눈빛에 지훈은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다.


"...... 그럼 아까 하던 말 계속하죠. 그러니까, 이 팀 선수들 모두를 조사해 보겠다는 겁니다."


선수들 사이에서 잠깐 술렁임이 일어났다. 지훈은 앉아 있는 선수들 사이로 끼어 들어와 옆에 앉아 있던 주영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무슨 일이야?'


'모르겠어. 뭐 중요한 일에 우리 선수들 중 하나가 연관되어 있다는데...... 찾아본다고 저러는 건가봐.'


지훈은 알아 들었다는 표정으로 맨 뒤쪽으로 가서 앉았다. ......잠깐! 지훈은 눈을 크게 뜨며 그 남자들을 쳐다보았다.


검은 옷? 아까...... 재훈 형이 사라졌을 때, 이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왔었지? 재훈 형을 데리고 간 사람들이 저 남자들일지도 몰라. 그들이 재훈형을 잡아간 건 왜였지? 왜?


아까 서 있던 대장 격의 남자는 끊임없이 선수들을 감시하는 눈초리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지훈은 그의 섬뜩한 눈빛을 피해 계속해서 생각했다.


"먼저...... 당신이 나오시오."


남자는 감독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는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처음 이 게임단이 만들어진 때는 언제였소?"


재훈형을 잡아가고도 숙소까지 찾아왔다...... 재훈형에게서 얻고 싶었던 걸 찾지 못해서 였을 테지. 아니라면 여기까지 찾아와서 우릴 추궁할 필요는 없어. 그럼 저들이 얻고 싶은 건 뭐지?


"......마지막 질문이오. 혹시 '박태민'을 압니까?"


순간, 지훈의 생각이 뚝 끊겨버렸다.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감독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답...... 대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감독의 무미건조한 목소리. 남자는 감독의 눈을 짧게 쳐다보고는 돌아가 앉으라는 눈치를 주었다. 그리고 다음은 재윤.


'......저들이 찾는 건....... 내가 아닐까.'


지훈은 저절로 움츠러드는 어깨를 억지로 펴며 생각했다. 재훈 형이 도망칠 때 들고 있었던 디스켓. 마지막 순간에 그 디스켓은 지훈에게로 넘어왔다. 저들이 재훈을 쫓았던 것은 그 디스켓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잡고보니 재훈에게는 디스켓이 없었을 것이다. 그 디스켓은 지금 지훈의 호주머니에 고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꼬투리 잡히지 말자. 최대한...... 최대한 다른 사람들같이 평범하게. 평범하게 행동하자. 잡혀 가면 다시 숙소로 돌아올 수 조차 없을지 모른다. 재훈 형처럼...... 그리고 박태민처럼. 그래. 박태민도 저들에게 잡혀갔을 것이다. 이 디스켓......


지훈이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쯤에, 갑자기 번쩍 하고 눈앞이 하얗게 되더니 또다른 검은 옷의 남자가 대장격의 남자 옆에서 - 말 그대로 - '나타났다.' 지훈과 팀원들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는 껄걸 웃으며 말을 꺼냈다.


"미안해, 수형이. 갑자기 불러서 그냥 와버렸지 뭐야."


수형이라고 불린 대장격의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괜찮아. 오늘 건 지워버리면 되니까. 얼른 지워."


......뭐? 지운다고? 지훈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뭔가 휙 지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시선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지훈은 어이없어하며 옆자리의 주영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주영을 비롯한 팀원들은 멍한 눈빛이었다. 지훈은 흠칫 놀라며 일단 자신도 팀원들처럼 멍한 것처럼 행동했다. 뭔가 이상했다. 남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듯 했다. 이윽고 팀원들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지훈도 똑같이 행동했다. 최대한 남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특히 수형이라는 사람 눈빛에 걸리지 않게.


그러고보니...... 수형이 아까 '지워버린다'..... 고 했었지?


'야, 너 아까 일 기억나냐?'


'뭐?'


'저 뚱뚱한 남자가 펑 나타난 거 말이야.'


'무슨 소리냐? 꿈꿨어?'


지훈은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영과의 대화를 마쳤다. 저들은 아마도 팀원들의 '기억'을 지운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지훈한테만은 통하지 않은 거지? 아니, 일단 이런 일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훈은 복잡한 머리를 싸안고 끙끙대었다.


수형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 선수를 일으켜세웠다.


그러니까...... 저들은 사람들의 기억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제자리에서 펑 나타날 수도 있다. 저렇게 마술같은 일까지 마음대로 하는 사람들이 왜 지훈한테만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걸까. 지금 지훈과 팀원들이 다른 점이란...... 바로 디스켓 뿐이었다.


수형이 선수들에게 묻는 질문이란 다 똑같았다. 팀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이제까지 나갔던 대회들 이야기...... 지훈은 심호흡을 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다음....... 당신."


수형의 눈이 지훈에게서 멎었다. 지훈은 아무렇지 않게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주머니에서 살짝 손을 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어나 수형의 앞에 섰다.


"......"


"......"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훈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훈은 애써 당황한 표정을 내비치지 않으려 꾸욱 참았다. 오랜 침묵만 계속되었다.


"......"


"......"


"...... 당신. 이재훈을 압니까?"


뭐? 갑자기 왜 질문이 바뀌었지? 마치 뒷통수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훈은 속으로 크게 당황해하며 재빨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포커페이스는 여전히 유지한 채로.


박태민이 사라졌다. 그리고 재훈 형의 말에 의하면 그 어떤 팀원도 태민을 기억하는 선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재훈 형도 사라졌다. 그럼......? 아니, 아닐 수도 있잖아. 하지만 잘 못 대답했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았다.


"......"


"질문을 못 들었소?"


"........... 모릅니다."


지훈은 고민 끝에 간신히 대답했다. 수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고?"


수형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뚱뚱한 남자는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지훈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우뚝 서 있었다.


"...좋아."


수형은 피식 웃으며 지훈에게 느릿느릿 다가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휙 하고 지훈의 오른손목을 낚아챘다.


"!!!!"


지훈은 깜짝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수형의 손이 지훈의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하얀 디스켓을 단숨에 꺼냈다.


순간 거실은 쥐죽은 듯 싸늘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팀원들은 여전히 '이거 뭐야?' 라는 푲어이었지만, 남자들은 드디어 목표물을 찾았다는,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머리도 적당히 굴려야지."


허를 찔려 당혹해하고 있는 지훈에게, 수형이 씨익 미소지었다. 수형은 다른 남자들이 지훈을 붙잡고 있게 하고, 디스켓을 뚱뚱한 남자에게 넘겼다.


"재진아. 이거 조사해봐. 분명 '키' 일거다."


재진이라 불린 뚱뚱한 남자는 이리저리 디스켓을 꼼꼼히 뜯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드디어 찾았군."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훈과 남자들은 숙소에서 휙 사라졌다. 팀원들은 또다시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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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혹시 '김제현' 씨 맞으시죠?"


"...네. 그런데요."


"저는 PGM 소속 이수형이라고 합니다. 서지훈 선수 문제 때문에 전화 드렸는데요......"


"엣? 무슨 문제라도?"


"허가를 받으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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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엄청난 긴장감 때문에 손톱을 깨물며 이리저리 걷고 있었다. 이런 좁은 방에 지훈을 가두어놓은 남자들은 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온통 새하얀 방...... 이 곳에 지훈만 홀로 이렇게 남겨진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훈은 아까 수형에게 잡혔던 손목을 어루만지며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얌마. 그렇게 긴장하지는 마. 어짜피 좀 있으면 끝나니까."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아까 재진이라고 불렸던 남자가 들어왔다. 지훈은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재진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게 자기 본분에나 충실할 것이지 '알아서는 안 될 것'은 왜 알려고 한 거냐? 우릴 원망하지는 마라."


"알아서는 안 될 것? 도대체 그게 뭐죠?"


재진은 어이없다는 듯 지훈을 쳐다보았다.


"뭐? 몰라? 진짜 몰라?"


"......네. 아무 것도 몰라요. 제가 왜 여기에 왔는지, 여긴 어딘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그럼 '키'는 왜 가지고 있는 거야?"


"그거야...... 재훈 형이 사라지기 전에 받은 거에요. ......아, 재훈 형..... 재훈 형은 어디 있죠? 당신들이 잡아간 거 맞죠?"


"이재훈? 우리가 잡아간 건 맞는데, 지금은 없어. 내가 없앴거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재진의 표정. 지훈은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더듬더듬 말했다.


"...어,없앴다구요? 어,어,어떻게 그런 말을...... 그런 표정으로...... 간단하게......"


지훈의 행동에 재진이 껄걸 웃으며 말했다.


"이야...... 진짜 너 웃긴다. 정말 진실을 모르는 것 맞구나.


이 세계는 말이야. 니가 생각하는 그런 현실이 아니야.


아니, 너희들에게는 현실이겠지만......"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지훈에게, 재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세계는 말이야......PGM 이야."


"P......PGM?"


"그래. PGM.





'Pro Gamer Maker online'


...... 바로 이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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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3
05/12/12 23:19
수정 아이콘
오오오; 프로게이머 메이커 온라인; 나름대로 반전이네요;
아; 소름이 쫙;
정말 긴장하면서 읽었습니다;
05/12/10 22:19
수정 아이콘
해킹으로 시작하네요!

기대됩니다+_+
05/12/11 00:40
수정 아이콘
와 오랜만ㅇ ㅔ 3편이 올라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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