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울어진 경기장.
이번 선거 결과 자체는 큰 이변이 아닙니다. 그냥 이게 한국 정치의 지분구조인 거죠.
한국사회의 보수가 가진 지분은 늘상 이 정도입니다. 무난하게 하면 무난하게 이길 수 있는게 한국사회 정치지형이죠.
거기다 주요 매체들은 거의 보수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가 이기려면 아주 잘해야 하죠.
노무현과 김대중은 무난히 잘 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거의 먼치킨급이죠.
거기에다 행운이 함께 해서 이긴 사람들입니다.

2. 진보의 몰락, 사회의 우경화.
4.11 총선 이후 우리 사회의 담론이 지극히 퇴보적인 담론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극복이라는 세계사적 과제는 사라지고 종북담론에만 사로잡혀 있었죠.
그 극단이 통진당 사태였고 이로 인해 십몇년동안 공을 들였던 진보정당의 꿈은 다시 무로 돌아가버렸습니다.

3. 선거공학의 패배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프레임 선정에서 패배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경제 민주화'입니다. 그 다음이 복지일 것이고.
둘 다 박측에서 제기한 이슈들이죠.
문측에선 경제민주화 내가 더 잘한다, 복지는 내가 더 잘한다는 말 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의제를 선점당하고서 이길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내가 만들고자 하는 나라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명확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4. 보수의 위기의식. 경이적인 투표율
제가 이전에 이번 선거가 진보와 보수의 마지막 대회전이 될 것이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보수는 지금 대단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위기의식이 표출되었습니다.
이번에 연세드신 분들의 주변 투표 독려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75.8%라는 경이적인 투표율은 진보와 보수의 역량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짜낸 결과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까지 폭발적인 결과로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5. 박근혜
참으로 큰 정치적 자산을 타고 나서 참 편하게 정치한다 싶습니다.
이것도 하늘의 뜻이려니 하렵니다.

6. 안철수
안철수로 단일화되었으면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의미없는 가정이죠. 일단 안철수로 단일화 될 수가 없었는데 그런 가정이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대신 이번 대선을 통해 안철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본 것은 큰 소득이라고 보입니다.
어찌 되든지 추후 정계 개편의 주요한 축이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7. 진보정치는 어쩔 ㅠㅠ
암울합니다.
어쩌면 미국처럼 진보정당 없이 보수정당과 리버럴리스트의 양당체제가 공고화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보수정당의 백전백승입니다.
진보정치를 살리지 않으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