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선거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4/03/25 19:28:51
Name 성야무인
Subject [일반] 기초과학 관련한 국내 R&D 예산 및 의대 선호 관련해서 (수정됨)
사실 이런 글은 쓰려고 하지는 않았고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 한번 써볼까 했는데 지금 써봅니다.


저는 전공이 의학 기초 쪽입니다.

기초 쪽에서도 병리관련이기도

그나마 R&D를 쓸 때 어느 정도 예산을 받기는 해서

다른 기초 쪽하고 보는 시각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아마 Research Fund 즉 연구비 한국에서 받는다는 건

해외에서도 쉽지 않겠지만 국내에서도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이게 단순히 연구 테마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5,000만원의 예산을 받는다는 자체가 쉬운 게 아닙니다.

자유과제가 아닌 이상

RFP (Request For Proposal)을 국가 핵심 사업에 연구 테마를 제안해야 하며

이걸 놓칠 경우 자유 경쟁 과제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게 참 쉬운 게 아닙니다.

자 이걸 다 쓰게 되면

연구 테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게 얼마만큼 사업성이 있을까도

넣어야 하며

여기에 맞춰서 뭐뭐 하겠다는 걸 당연히 넣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경력 자료는 물론 이거니와

그나마 일반 기업에서 필요한

중소기업 확인서, 국세 완납 확인서, 청렴서약서,

근로자 4대보험 가입확인서 등등은 안내도 되니 많이 편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단 서류 통과하면 발표도 준비해야 하고

거기 맞춰 예산 받게 되면 다시 연구비 예산을 실제 받는 비용에 맞춰 다시 수정해야 합니다.

(물론 다 줄 때 있지만 과제에 따라 1억 원 준다고 모두 다 1억 원 주는 게 아니라서)

자 그럼 1년 예산을 5,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실제 학교에서 5,000만원을 받는다면 제가 연구비를 얼마나 쓸 수 있을까요?

석사나 박사과정 학생 혹은 연구원 인건비만 하더라도 (석, 박사급)

최소 3,000은 인건비로 나갑니다.

여기서 인건비랑 급여 빼고 이런 저런 인원 1명 운영하는 비용일겁니다.

자 그럼 2,000만원 남는 거 가지고 이걸 재료비로 다 쓸 수 있냐?

이중에서 일정부분은 학교에서 관리비로 나갑니다.

전체 비용에서 만약 30%가 빠진다고 하면 (이건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있습니다.)

대략 5,000만원에서 1,500만원이 학교 관리비로 나간다면

실 재료비용은 500만원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기초과학 연구실에서 컴퓨터 달랑 한 대 가지고 연구하는 것도 아니고

500만원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요?

DNA Assay Kit하나 사면 아무리 싸도 60만원은 나갑니다.

세포 배양에 영양제처럼 쓰이는 FBS는 (반드시 필수입니다.)

500ml하나에 싸더라도 40만 원 선이고

제 경우에는 한 달에 아무리 적게 써도 1개 반 정도 쓰니까

3달만 써도 4개 반 정도니 2-300만원은 나옵니다.

거기에 소모품 비용에 시약비용만 하면

500만 원 정도면 빠르면 2달 안에도 예산이 녹습니다.

만약에 본인이 속한 연구소에 장비가 있다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장비까지 가지고 와서 실험해야 하는데

단백질만 분리 분석하는 western kit만 하더라도

Biorad꺼 사면 백만 원이 넘어가고

이걸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기기 및 찍는 비용은 넣지도 않았습니다.

자 그러면 이 비용을 쓰는 거 자체는 쉽냐?

그건 또 아닙니다.

각 업체마다 이야기해서 비용 큰 건 비교 견적서 뽑아야 하지

외상으로 학교 법인 카드로 결재한 뒤 받았다고 보고서 써야 하지

4-5종류의 서류를 또 제출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물건 주문할 때는 왜 국내에서 주문하지 않고

해외에서 주문하는 지 사유서 쓸 때도 있고요.

자 그럼 이 끝이냐?

매 분기 혹은 반기마다 보고서 내야하고

그 처참한 연구비에서 나온 결과 값을 가지고 논문도 내야합니다.

이런 경쟁을 거쳐 잘 되었다?

이게 말이죠.

지방대 있는 신진 교수들은 꿈도 못 꿀 일이구요.

본인 몸을 갈아서 학생 없이 일단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과학 하는 교수나 연구자들이 자금 때문에

쪼이게 되면

적은 비용으로 괴롭힘을 당할 사람들은 대학원생들이고

어쩔 수 없이 죽어날 수밖에 없긴 합니다.

물론 지도교수의 R&D 욕심이 커서 랩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연구비를 상황에 맞지 않게

연구를 하게 되면 뭐 상황이야 뻔합니다.

자 그럼 이런 상황을 보는 대학원생 혹은 다른 기초과학 쪽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돈은 없어, 연구비 받으려고 연구과제 낼 때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면서 타내,

타낸 돈은 많지 않으면서 연구비 사용하는 건 5,000만원이나 10억이나

서류는 똑같아.

그나마 기초연구쪽 교수 티오는 적어 학생들은 차라리 의, 치, 한, 수, 약을

가는게 가성비가 높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동물 실험 하느라 고생하는 거에 비해 박사해봤자 아니

교수해봤자 노력에 비해 돈을 못 받는 데 말이죠.

여기에 기초관련 R&D는 삭감하지 의대 정원은 늘리지

현실적으로 죽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연구비 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학교 단위로

맡겨버리니 좋은 대학이야 뭐 잘 하겠지만

잘 모르는 대학의 경우 실험 장비 해외에서 들여오는 데 교수가 다 서류처리해 주세요.
수준이 되니 말이죠.

아마 항 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 상황으로 나가면 국내에서 기초로 석박사 할 사람 자체가 거의 없을 거고

그나마 외국인 학생으로 뽑지 않는 이상 주요대학도 기초 쪽은

다 망할 겁니다.

누가 누에 주름에 대한 호르몬 연구 혹은 카페인이 거미줄에 미치는 영향 같은

주제를 연구하겠습니까?

기초연구에 사업성을 붙이는 마당에 말이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항즐이
24/03/25 19:31
수정 아이콘
읽는 족족 눈물이 나네요
No.99 AaronJudge
24/03/25 19: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와……진짜……..숨이 턱턱 막히네요. 이게 문과쪽 기초학문이랑 다른 점이군요…하고싶은 연구도 제대로 못 하네요…

공대/자연대 다니다가 못해먹겠다 의치한 갈래 하는 학부생들은 제가 많이 봐 왔지만
대학원생들이 의치한 가는건…더욱 마음이 아프네요.. 학부 4년 다니면서 ‘나는 이걸 좋아한다. 이걸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다.‘ 란 생각을 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많을 거고, 학부 공부도 다들 열심히 했을 텐데…그 꿈과 희망을 버리고 의치한에서 다시 시작하는게 내 인생을 위해서 더 낫겠다는 결정을 한 거잖아요? 참…..ㅜ
디쿠아스점안액
24/03/25 19:41
수정 아이콘
분야가 좀 다르긴 합니다만, 몸과 마음 갈아넣으면서 그래도 연구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으시는 연구자분들 존경스럽고, 학생 때였으면 두고 두고 욕했을 흑화한 선배님들 점점 이해가 가기 시작하는 제가 무섭습니다...
24/03/25 19:51
수정 아이콘
초,중,고 동창이 있는데 이 친구가 고2까지 하고 kaist를 갔거든요. 그게 80년대 말의 일이니까 당시로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였고, 석박사 통합으로 그때당시 기준으로 국내최연소 박사까지 땄어요. 무슨무슨 국가기관에 있다가 삼성으로 옮기더니 나중에 결국 때려치고 의전원가더군요. 우리나라는 정말 과학자가 힘든 나라란 걸 그때 알았죠.
No.99 AaronJudge
24/03/25 21:55
수정 아이콘
와……ㅠㅠ 과학계가 훌륭한 인재를 잃었군요
24/03/25 19:52
수정 아이콘
Ptsd오네요. ㅠㅠ
TWICE NC
24/03/25 20:01
수정 아이콘
왠만한 랩은 연구과제 1개로 안되죠
여러가지 연구과제 따내야 안정적인 연구비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모든 연구과제는 인건비를 따로 계산하거든요
성야무인
24/03/25 20:23
수정 아이콘
아마 대부분 그렇긴 헌데 (적어도 1-2명 유지할려면)

이게 참 상당히 귀찮습니다.

1,000만원이던, 2,000만원이던, 1억이던 다 똑같습니다.

얼마전에 300만원 이상 장비 주문하면 비교 견적서 3개 내라고 하는거 보고

왜이리 빡빡해졌는지...
GregoryHouse
24/03/25 21:06
수정 아이콘
비교견적을 낼 수 있으면야...
마이너한 장비나 시료는 취급업체가 없어서 3개 비교견적 못내고 그럽니다 그 후 추가서류작업은 그말싫
성야무인
24/03/25 21:23
수정 아이콘
제가 3H (3중 수소)가 Tag된 당 시약을 주문하는 데

이게 골때리는 거고

전 세계 취급하는 곳이 몇곳 없습니다.

아네 수입업체도 국내에 한곳밖에 없어 주문은 하긴 하는데

사유서 써서 내라고 해서 내긴 했는데

여기에 논문 붙여서 하고 사용용도 쓰고 (동위원소기 때문에)

통관도 미친듯이 그지같고

참 어렵네요.
마동왕
24/03/26 04:25
수정 아이콘
아시겠지만 빡빡해지는 이유는 보통 누군가 그걸로 해먹어서 입니다...
Quantum21
24/03/25 20:04
수정 아이콘
참고로 R&D예산 올해는 저런 5000만원짜리 개인에게 주는 기초련구과제들은 기본연구(전임교원용), 창의도전연구(비전임교원용) 합쳐서 매년 수천개 선정해서 기초학문의 풀뿌리 연구를 지원해왔는데 올해는 그냥 전부 없어졌습니다. 올해 기존 과제가 종료되어 신규과제 지원하려고 준비하셨던 분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쩜삼이
24/03/25 20:11
수정 아이콘
잠시만요.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 지금 아래 글에서처럼 R&D 증액한다 뭐한다 떠드는거였어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성야무인
24/03/25 20:20
수정 아이콘
한국연구재단 (NRF) 가보시면 이 5,000만원짜리 과제공지란에

올해는 없다고 뜹니다. -_-~~
24/03/25 20:06
수정 아이콘
rnd박살낸게 나라 미래 거덜내고 있다고 한소리가 헛소리가 아닙니다..
TWICE NC
24/03/25 20:11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어류 생태 관련 자료를 일본 거 찾아서 했다는 글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연구 과제가 경제성은 없으나 국가에서 지원해야 하는 과제가 아닐가 합니다
성야무인
24/03/25 20:27
수정 아이콘
NRF예산이 그쪽에는 거의 없는듯 하며

위에서 이야기 했지만

자유연구쪽 예산이 끊긴 상황이라서요.

농림축산식품부 연구예산 보면

대부분 드론, 기능성 품종 재배, 양식 이쪽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식물학쪽하고 있는 제 후배 왈 진지하게 이제는 돈벌 과제를 해야 될것 같다고 하더군요.
24/03/25 20:38
수정 아이콘
알앤디 예산은 박살내고 사교육도 다 박살내겠다면서 의대 증원하고 이공계도 살리겠다는건 너무 앞뒤가 안맞는 것 같아요. 뭔가 이해할수 없는 사고의 흐름입니다.
해바라기
24/03/25 22:44
수정 아이콘
구구절절히 맞는 말씀입니다.
너무 동감가서 마으이 아프네요.
저도 개인연구비 삭감되고 올해 있을 단계평가를 어찌 넘기나 걱정이됩니다.
제가 연구자로 있는 한 이 정권과 이어지는 계열을 선택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정권은 정말 많은 신뢰자본을 한번에 파버렸어요.
저도 글을 쓰려고했지만 화만 나서 관뒀는데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엔아마독수리
24/03/25 22:44
수정 아이콘
의대는 당장의 문제지만 R&D는 미래가 국가 운명이 달린 문제인데 이슈가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사람되고싶다
24/03/25 23:01
수정 아이콘
대학원생이 갈리는 이유가 단순히 교수가 온실 속 화초여서가 아니라 그냥 무항산무항심이었군요...
결국 돈이 최곱니다. 미국이 학문이 잘 돌아가는 이유도 학비랑 기부금을 흉악하게 뜯어가서겠죠...
소독용 에탄올
24/03/26 01:49
수정 아이콘
감세하고 돈 덜쓰면서 r&d가 날아간 형태로 이공계 예산이 날아가니 묻어서 나눠 받던 인문사회계 예산도 덤으로 같이 날아갔습니다.

물론 인문사회 쪽은 입에 풀칠만 되면 연구가 나오긴 하니 인건비만 남기고 사업비 거의 다 날린뒤 과제는 유지해도 뭔가 나오고,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사업을 40%날려도 다른 호구지책으로 살면서 연구를 할수 있긴 합니다.....
틀림과 다름
24/03/26 15:28
수정 아이콘
중국공산당의 지원 방식과 너무 비교되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249 [일반] 이종섭 사의표명 & 오늘아침 인요한 인터뷰(조국반응) [42] 체크카드5488 24/03/29 5488
6248 [일반] 민주당 "정보기관 총선 개입 제보 받았다" [24] 주말8622 24/03/28 8622
6247 [일반] 전북 상급종합병원 방문했다 돌아간 환자 나흘 뒤 사망 … 보건당국 조사 [34] 오만가지4405 24/03/29 4405
6246 [일반] 사전투표소 7곳 불법카메라 설치 발견 [13] 다크서클팬더5563 24/03/28 5563
6245 [일반] 중앙선관위 - 한국갤럽 유권자 1차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28] 라면6318 24/03/28 6318
6243 [일반] 이번 비례대표 투표용지 미리보기.jpg [66] 유료도로당6895 24/03/28 6895
6242 [일반] 여러분이 생각하는 안철수라는 정치인은 어떤가요? [93] 오타니6547 24/03/28 6547
6241 [일반] 이준석이 본인 지역구에서는 2030여성에서도 득표력이 없지는 않네요. [68] 홍철9748 24/03/27 9748
6239 [일반] 국힘 인요한, 이종섭 두둔…“외국이면 이슈도 안 될 일” [59] 카린8299 24/03/27 8299
6238 [일반] 순수재미 원탑 2024총선판의 주연이자 씬스틸러 한동훈(쉬어가는글) [74] 자칭법조인사당군8712 24/03/27 8712
6237 [일반] 채상병 특검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해병대 예비역 1인시위 추가) [19] 체크카드4630 24/03/27 4630
6236 [일반] 재외국민투표를 했습니다. [19] 시원시원3486 24/03/27 3486
6235 [일반] 민주, '비동의 간음죄' 도입 추진 안합니다. 실수라고 하네요. 수정합니다. [121] Pikachu12210 24/03/27 12210
6233 [일반] 의협 차기 회장에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당선 [29] 매번같은6424 24/03/26 6424
6231 [일반] 23번째 민생토론회 윤 대통령, "지역의 작은 공약까지 100% 챙기겠다!" [60] 빼사스7457 24/03/26 7457
6230 [일반] 조국혁신당 펀드 20분만에 마감 [37] 천연딸기쨈6602 24/03/26 6602
6229 [일반] 한동훈의 의대 정원 문제 해법은? [70] 박근혜7332 24/03/26 7332
6227 [일반] 대파 875원 [51] 로사8299 24/03/26 8299
6226 [일반] 화가 나는 신문기사 제목 "내년엔 병장보다 월급 적다" [69] 이른취침4751 24/03/25 4751
6225 [일반] 조국 “한동훈 잡는 조국? 내가 그것밖에 안되나…난 윤 정권 잡을 것” [25] 빼사스6923 24/03/25 6923
6224 [일반] 기초과학 관련한 국내 R&D 예산 및 의대 선호 관련해서 [23] 성야무인3895 24/03/25 3895
6223 [일반] 국민의힘에게 안 좋은 결과가 나온 낙동강 벨트 6개 지역구 여론조사 [41] 매번같은7988 24/03/25 7988
6222 [일반] 조귀동 작가: 뉴라이트 이념으로 무장한 국힘은 미래비젼이 없다. [18] 기찻길5088 24/03/25 508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