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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16 17:53:13
Name 티파니에서아점을
Subject 우울증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티파니에서아점을 입니다.

빤쓰까지 벗은듯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봅니다.

최근에 제가 겪고 있는 증상들에 대해 여러분들의 좋은 의견(혹은 해결책)을 듣고싶어요,,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 여친, 정말친한 친구 몇몇외엔 말해본적도 없는 이야기인데,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 익명으로 하니 그래도 좀더 편하게 말할수있을것 같습니다.
현명하신 분들의 답변, 경험담, 극복담... 정말로 듣고 싶습니다.

저는 심한 우울증이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는것도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게 조울증이 있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중3~고1정도 때부터 지금처럼 심하진 않으나 증세가 있었던것 같아요.
그때부터 이미 일주일에 3~4일정도는 이유도 없이 우울했었고, 우울증과 함께 찾아오는건 지독한 불면증입니다.
심할때는 일주일을 꼬박 잠을 자지않습니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필름이 끊어진것 처럼 10초~1분정도 졸다가 깨곤 하지요.
그런데 그것이 현재까지 거의 20년가까이 지속되다보니 이제는 '아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인가 보구나' 하고 나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습니다. 두달 조금 안된거 같아요. 그때도 지독한 우울증+불면증을 겪는중이었죠.
(우울증이 심하다 느껴지는 날은 운전을 하지않습니다. 어디다 충동적으로 들이박을까봐...실제로 그런일도 있었구요)
어느날 전철을 기다리는데 200미터정도 앞에서 오는 전철을 보며 이런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저기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다... 아마 죽겠지?..'
근데 문제는, 저게 정말로 자살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하는생각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종교를 믿지않아 사후세계를 인정하지 않는데, 죽으면 그냥 뭐랄까.... 그냥 '無'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그냥... 그런 상태가 되버려도 아무 상관이 없을거 같은 느낌인겁니다. 꿈에서 꿈인걸 알면 높은데서 막 떨어지고 하잖아요.
글재주가 없어서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긴한데 어쨌든 그런상태인 저를 발견한겁니다.
그 상태로 전철이 도착할때까지 멍하니 있다가 전철이 도착하고 몇초후에야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나 지금 무슨생각을 하고있지?'

여기까지 상황이 진행되자 자신이 무서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살면서 자살시도도 두세번 해본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겁이 많아 무서워서 포기하곤했는데,
사실은 TV에서 나오는 자살하는 사람들중 일부는 진짜로 죽을 생각이라기보다는 저처럼 이러다 죽는사람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승강장 벤치에 앉아 고개숙여 몇분을 울었습니다.
내가 뭔가 잘못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무섭게 짓누르기 시작했고, 호흡조차 약간 힘들정도로 가슴이 아프더군요.
결국 그날 있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와서 한 일은... 속은 극도의 우울상태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 청소를하고는 밥을 먹고 티비를 보다가...
...새벽쯤되어서 갑자기 뭔가가 올라와 서너시간 펑펑울고 잠이 든겁니다.
머리털나고 그렇게 서럽게 울어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근데 잠은 그래도 잘잤던거 같아요.
다음날 잠을 잘자서인지 조금 머리가 개운한듯 했지만, 마찬가지로 그 기분이 하루를 채 못넘기더군요.

아 이거 안되겠다 싶어 전문의에게 상담도 몇번 받았는데, 너무나 틀에 박힌 얘기만 늘어놓습니다.
테스트도 이것저것 해보고 마음가짐을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시키는대로 다해봤고 약도 먹어봤습니다만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오늘도 상담을 받고 왔습니다.
그런데 아직 한달정도 밖에 안됐으니 좀더 지켜보라 합니다.
이미 제 마음은 처음 우울증을 느꼈을때 느꼈던 감정, '아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인가 보구나' 의 자세로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저는,
우울증의 이유를 알면 어느정도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상태가 너무 오래되어서 이유를 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런 상태입니다)
지인들의 반응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우울증에 걸린사람으로 보지않는다며 놀랍니다.
게다가 저는 정말로 심플하고 평소 생각도 많지않으며(사실 좀 무식한쪽에 가깝습니다) 웃음도 많은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사실 가벼운 사람쪽에 가깝습니다..헤헤 (아닌데 겸손한척을 하는게 절대 아닙니다.)

ps- 일기장도 아닌데 넋두리 같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거 올릴까말까 아직도 조금 망설여 지네요...
제게 상처가 될까봐 억지로 좋은말씀 안해주셔도 정말 괜찮습니다. 헤헤 실없이 이와중에도 웃음이 납니다.


* kimbill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2-03-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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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16 18:00
수정 아이콘
우울증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우울증에 있는 그 상태, 다시 말해 우울한 상태'를 즐기고,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그런 건 아니신가요? 그냥 익숙한 지금의 상태에서 무언가를 하기가 귀찮거나 두려우신게 아닌지 궁금합니다.

몇 가지 질문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1. 티파니에서 아점님의 우울증의 근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2. 1번 질문 시 떠올랐던 생각들을 가감없이 쭉 적어보세요. 아무런 비판이나 반박없이. 그 중에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티파니에서 아점님을 가장 절망스럽게, 슬프게, 우울하게 만들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어쩌면 알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너무 커서 회피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요.
티파니에서아점을
12/03/16 18:10
수정 아이콘
모래님과 비슷한 질문을 의사에게 받았더랬습니다. 1번에 대한 답은 정말로 '모르겠다'입니다.
근데 그게 윗글에서 나왔듯이 이상태가 너무오래 지속되서 이유가 있을것 같긴한데 모르겠다는 겁니다.
자꾸 생각 해보라고하는데 집중력이 약해서인지 오래 못하겠더구요... 더 답답하기만 하고.
중3~고1때쯤에 일이니 그 당시 겪었던일 or 생각들중에 트라우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성적? 고등학교진학? 미래의 진로문제? 이성문제?... 어떤걸 떠올려도 제가 요만큼도 상처받은일이 없네요...
저는 그당시 정말 아무생각없는 철없는 평범한 학생이었거든요... 떠올리려 할수록 머리만 아픕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인사를 잊을 뻔했네요
티파니에서아점을
12/03/16 18:14
수정 아이콘
아참 그리고 혹시 제가 우울한상태를 즐기고 있는건가? 라는 말씀은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거기에대해서는 더 생각을 해봐야 될것같아요... 그런건가?;;;
오세돌이
12/03/16 19:03
수정 아이콘
제가 전에 아주 힘들었을때 큰 도움을 주었던 글이 있습니다.
늘 더 많은 이들가 나눠읽고 싶었는데, 이번에 책으로 츨간이 되었더라구요.
제목은 '행복을 미루지 않기를 바람' 입니다. 도움 되셨으면 좋겠어요.
디레지에
12/03/16 19:35
수정 아이콘
우울증을 장기간 앓으면, 심연의 바닥에 가라앉듯이 그 상태에 익숙해져버립니다. 학습되는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기분 좋은 일이 생겨도,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심 우울한 기분으로 돌아갈려고 하지요.
저도 우울증으로 20세이후부터 30인 지금까지 꾸준히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만, 뭐 성격이나 유전적인 영향보다는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하다고 해서 양악같은 미용수술을 의사분이 권하시더군요. 저는 그래도 내심 감사합니다. 예전에 티비 시사프로에 보면 이유도 없이 우울증에 걸리고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외모,능력이 뛰어남에도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에 비한다면야 외모 컴플렉스는 별 거 아니니까요. 일단 문제점이 저는 확실하니까 고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티파니에서아점을
12/03/16 20:45
수정 아이콘
조언 너무나 감사합니다... 디레지에님처럼 저도 어서 원인을 찾고싶네요
정말 우울한상태에 익숙해져버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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