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4/10/16 17:51:03
Name Typhoon
Subject 가게 앞 파지줍는 아주머니 이야기 - 후기
https://ppt21.com/?b=8&n=53798
지난 글은 윗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 아이폰으로 작성하여 보기 불편하실수도 있습니다.

이전 글 이후로도 할머님과 아주머니랑 대화를 좀 해보았습니다. 몇가지 사실을 더 알 수 있었는데요..

일단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아니고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하더군요. 유난히 또래들 보다 키가 작고 제가 아이들 나이를 잘 유추하지 못하는 점이 겹쳐서 착각한거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여러 가정사로 인한 충격으로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프더군요.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어, 할머님 앞으로 나오는 노인연금(? 자세한 명칭을 모르겠습니다) 외에는 나라에서 지원받는바가 없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제가 이래저래 관심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 슬럼프에 빠진 친구들이나 후배들 등에게 아무리 본인의 노력이나 발상의 전환을 일갈해도 결국 어떤 딜레마속에 있을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외부의 도움 없이는 벗어날 수 없다는게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그래서 제 가게에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맡겨보기로 하였습니다. 그게 제일 빠르고 확실할거 같았어요. 제가 나름 주변 상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일단 다른일을 시켜드리고 또 거기에 대한 솔직한 평가로 일을 잘하시는걸 어필하면 조금씩이나마 주변에서도 다른 일을 주시지 않을까요?

마침 올 봄에 찍어둔 전단지가 천여장 남아 있었고, 저희 가게 전단지는 돌아다니면서 벽에 붙이거나 일층 이층 계단 올라가면서 집에 꼽는 전단지가 아니고, 저희가 접어놓은 전단지를 걸어다니면서 차에 놓거나, 일층에 있는 우편함에 넣는 방식이라 조금 편하실거 같았습니다.

페이는 시간당 6,000원으로 했습니다. 한장당으로 하면 너무 야박한 느낌이 들었고, 중간에 좀 쉬시던 어떻게 하시던 시간만 채우면 돈이 된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긴 설득 끝에 결국 아주머니가 제 제안을 받아들여 일을 시작하셨지요. 근데 첫날 하시고는 너무 몸이 힘들어서 앞으론 할지말지 모르겠다 하시더군요. 아마 처음이시라 그럴거다 하다보면 편해진다 말씀드리곤 또 해보시라고 했지요. 어떤날은 한시간반 일하시고 만이천원, 어떤날은 두시간 다 하시고 만이천원..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이 좀 답답하다는 점을 빼면, 효율은 둘째치고 일은 정말 성실하게 하시더군요. 융통성은 좀 없으셔서 딱 말씀드린대로만 하시긴 하지만, 요령은 절대 안피우세요. 그런점이 저는 좋아서 얼마전엔 그냥 추가로 만원 더 얹어드렸습니다. 가게에 남아있던 전단지를 일차로 다 돌리셔서 새로 전단지를 찍을때 까지는 한동안 일을 드릴 수 없거든요.

앞으로도 전단지일을 꾸준히 드리려고 합니다. 최소 내년 봄까지는 꾸준히 일을 하셔야 좀 보탬이 되실테니까요.

아 그리고 제가 자꾸 돕는다는 표현을 쓰게되는데, 첫 의도가 그런건 맞지만 저도 도움받는 겁니다. 믿을만한 분에게 맡길 수 있고, 당연히 가게 홍보도 되는거고요. 그분은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저에게 받아가시는 거지요. 절대 일방적인 기부의 개념은 아니에요.

어쨌거나 부디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12-02 12:39)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솔로몬의악몽
14/10/16 17:57
수정 아이콘
일전에 쓰신 글을 읽고 가끔씩 머리에 떠오르던 참이었습니다.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짜 복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타이푼님께서 작지만 의미있는 진짜 복지를 실현해내셨네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괜히 제가 다 감사한 기분이네요.
정대만
14/10/16 17:58
수정 아이콘
흔히 하기 힘든 일을 하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 그 마음가짐이 ..
마스터충달
14/10/16 18:01
수정 아이콘
존경합니다. 정말 좋은 일 하십니다.
꿈꾸는사나이
14/10/16 18:04
수정 아이콘
글쓴분도 복 받으실거에요.
14/10/16 18:06
수정 아이콘
이야...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오지랖이 있었네요. 글쓴분의 그 마음씨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 로또 1등
14/10/16 18:06
수정 아이콘
좋은 일 하시네요.
Typhoon님 아주머니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지나가다...
14/10/16 18:23
수정 아이콘
훌륭하십니다. (ㅠ_ㅠ)b
한달살이
14/10/16 18:24
수정 아이콘
존경합니다.
행복해지네요.
텔레그램
14/10/16 18:24
수정 아이콘
세간의 평가가 다른 수 있겠지만 열매를 얻을 씨앗을 뿌리신 느낌이네요

Typhoon님께서 적절한 햇빛과 빗물(적정수준의 관심과 도움)이 되어주시면
한 가정과 아이의 미래가 틀림없이 밝을거라 믿음이 갑니다.
터치터치
14/10/16 18:28
수정 아이콘
굿.....행동하고 이랬다는 글은 언제봐도 훈훈
14/10/16 18:48
수정 아이콘
와... 존경스럽습니다.
14/10/16 19:11
수정 아이콘
복받으실거에요~
Anakin Skywalker
14/10/16 19:14
수정 아이콘
따듯하네요
아이고 의미없다
14/10/16 19:23
수정 아이콘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저도 감사합니다.
유부초밥
14/10/16 19:26
수정 아이콘
퇴근 길에 이런 훈훈함을 느끼게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Neandertal
14/10/16 19:39
수정 아이콘
저에 비하면 Typhoon님은 거의 성인(聖人) 수준이시네요...^^b
종이사진
14/10/16 19:42
수정 아이콘
저도 늘 마음한구석에 남는 이야기였는데,
Typhoon님께 제가 감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네요.

이런게 상생이다 싶습니다.
14/10/16 19:45
수정 아이콘
정말 훈훈한 글이네요. 생각을 하는 건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참 멋있는 분인 것 같습니다.
네버스탑
14/10/16 20:00
수정 아이콘
좋네요
부디 세월호 유족 등 힘든 일을 겪는 모든 분들이 따뜻한 겨울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의 사이버 사찰도 그렇고 너무 차갑기만 한 요즘에 따뜻한 온기 하나 얻어갑니다
군자구제기
14/10/16 20:05
수정 아이콘
정말 훌륭한 인품을 가지신 것 같아요!!
존경스럽습니다.
14/10/16 20:34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의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여러분들께 받은 칭찬 부끄럽지 않게,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여름
14/10/16 20:53
수정 아이콘
따뜻한 사람이시네요. 고맙습니다
말하는대로
14/10/16 20:58
수정 아이콘
보기 드문 따뜻한 행동 감사드립니다. 저 분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실질적 도움까지 주신 현명한 행동이 눈부시네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인상에서 나타납니다. 손님들께서 그 인상을 알아보게 된다면(단골이 된다면) 입소문은 무섭기에 대박나실겁니다. 베푼 선행에 제곱의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greatest-one
14/10/16 21:22
수정 아이콘
으아 취한다...정말 대단하십니다.
이 따뜻한 마음...분명히 나중에 더 많은 복으로 돌려받으실겁니다.
존경합니다.
파랑파랑
14/10/17 00:06
수정 아이콘
제 마음까지 따뜻해지네요. 타이푼님의 선행이
저 분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생각은 할 수 있어도 실천하기란 참 쉽지 않은데
대단하고 멋집니다.
바우어마이스터
14/10/17 01:54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저도 제 힘이 닿는 선에서라도 주변 사람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듭니다. 좋은 본보기이십니다.
앞으로도 소식 종종 들려주세요.
유인나
14/10/17 08:44
수정 아이콘
진짜 대단하고 멋지십니다. 아무런 대책없는 감성뿐인 도움보다는 이러한 식의 사회적응을 도와주는 도훔이 제일 현실적인 도움이라고 생각됩니다. 가게가 앞으로 더 번창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놓치고나니사랑
14/10/17 09:40
수정 아이콘
멋지고 좋은 일 하셨습니다. 멋지시네요.
쭌쭌아빠
14/12/02 13:29
수정 아이콘
대신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일 하셨습니다.
사업 번창하시길 빌겠습니다.
14/12/02 15:43
수정 아이콘
단순한 동정에 의한 도움이 아니라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으신 것 같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연 잘 보았습니다.
꿈꾸는사나이
14/12/02 17:13
수정 아이콘
오 추게로 왔네요!!
근데 이 이야기보다 세번째 이야기가 추게로 오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추천수도 더 많구
14/12/04 15:44
수정 아이콘
전에 읽었었는데 추게로 왔네요.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타인의 고통
14/12/04 16:26
수정 아이콘
노동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셨네요...

회사 다니다 보니 노동은 착취의 이미지만 남아있어서.. 많이 생각할 점을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보로미어
14/12/05 09:48
수정 아이콘
존경스럽습니다.
반드시 사업은 더 번창하실겁니다.

추운 날씨에 이 글을 읽고 제 마음이 따듯해졌네요

감사합니다
환상여행
14/12/05 10:56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
14/12/08 11:57
수정 아이콘
이거 3편이 참 훈훈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와 타이푼님 모두 잘 되시길 바랄게요.
소오강호
14/12/09 02:48
수정 아이콘
참 훌륭하십니다.^^
저도 이런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봤는데 말주변이 정말 없어서 어떤 식으로 대화를 터야할지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혹시 구체적 대화 시작법을 알 수 있을까요?
웰치스수박
14/12/09 08:23
수정 아이콘
그런 말이 떠오르네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577 인터스텔라 잡담 (스포대폭발) [39] 리듬파워근성66008 14/11/13 66008
2576 가게앞 파지줍는 아주머니 이야기 - 세번째 [33] Typhoon9091 14/11/12 9091
2575 아들, 아들을 키워 보자! [117] OrBef21880 14/11/11 21880
2574 인터스텔라? 엉터스텔라 -_- (전 스토리 스포일러) [197] 구밀복검29863 14/11/10 29863
2573 조선의 젖가슴 [58] Judas Pain79372 14/10/30 79372
2572 서태지가 대장이고 신해철이 마왕이던 때가 있었겠지 [12] ZolaChobo12510 14/10/28 12510
2571 [우주] 명왕성 _ 행성인듯 행성아닌 행성같은.. (2, 完) [38] AraTa_Lovely14254 14/10/24 14254
2570 [우주] 명왕성 _ 행성인듯 행성아닌 행성같은.. (1) [70] AraTa_Lovely15141 14/10/22 15141
2569 가게 앞 파지줍는 아주머니 이야기 - 후기 [38] Typhoon12485 14/10/16 12485
2568 Off the beaten track - 서유럽의 덜 알려진 여행지들 -2- [15] 저글링아빠13454 14/10/14 13454
2567 Off the beaten track - 서유럽의 덜 알려진 여행지들 -1- [26] 저글링아빠16452 14/10/08 16452
2566 고맙다 우리딸.. [90] 건이강이별이18350 14/10/07 18350
2565 2014년 상반기 유럽 여행 후기 [74] shie17216 14/10/06 17216
2564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알리 vs 포먼 [46] 사장28048 14/09/24 28048
2563 [잡설] 교만, 음란, 나태에 관해 [41] 파란무테21800 14/09/21 21800
2562 도스 창의 가로 길이는 왜 80글자일까? [69] 랜덤여신14748 14/09/18 14748
2561 옷, 기본 아이템부터 장만해봅시다! - #1. 바지 장만하기 [52] 김용민37711 14/09/09 37711
2560 전 세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동시에 점프했다가 착지하면? [50] Neandertal18147 14/09/03 18147
2559 옷, 기본 아이템부터 장만해봅시다! [96] 김용민33758 14/08/31 33758
2558 [기타] [CK2] 크루세이더 킹즈2 연재 - (完) 오스만이여, 영원하라! [125] 도로시-Mk241622 14/08/17 41622
2557 임진왜란 해전사 0. 짚어볼 부분들 [105] 눈시BBv315402 14/08/28 15402
2556 한국어 띄어쓰기, 붙여쓰기, 이어쓰기 [67] Judas Pain24679 14/08/27 24679
2555 [LOL] 원딜러의 실력 수치화하기 [73] becker26578 14/07/17 2657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