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학교 실습실 관리조교 생활부터 시작해서 컴퓨터와 관련한 일을 한지가 7년이 되어갑니다.

진입장벽이 낮다면 매우 낮은 그리하여 어디서나 공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왜 이렇게 비싸요? 라고 이야기를 듣는 컴퓨터 아저씨가 고객님 혹은 회사들을 겪어보며 아쉬운 점 몇가지를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 아쉬운 점에 대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참고하셔서 컴퓨터 수리하시는 분들과 이야기 하신다면 적어도 이 사람이 함부로 대할 사람은 아닌가보다 해서 고의적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1. 증상에 대해서 최대한 상세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가든, 간단하게 감기약정도 사러 약국을 가도 내가 어디가 아픈것 같고 이런이런 증상이 있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 그에 따른 간단한 처방 혹은 의심되는 부분에 대한 진단을 하게 됩니다.
컴퓨터 아저씨는 보통 직접 출장을 나갑니다. 나가기 전에는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로 받은 사진을 통해 문제들에 대해 간단하게 전달을 받게 되는데 이때 이미 편한 분들과 어려운 분들로 나눠집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뭔가를 하려는데 뭘 누르니 인터넷이 꺼졌어요 처럼 어느정도 상황을 인지할만한 질문을 하는 분들 혹은 그런 부분에 대한 증상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보내주시는 분들 이분들은 일하는 입장에서도 편합니다. 조금만 더 관련한 질문을 하면 트러블 슈팅이라는게 왠만하면 사실 거기서 거기니까요..
여기서 조금 더 감사하신 분들은 아예 에러메세지 자체를 캡쳐나 사진으로 찍거나 읽어주십니다. 이러면 사실 굳이 출장을 안가고 그냥 전화로만도 해결해 드릴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골 혹은 기업 상대로는 이런 건들은 굳이 비용 청구를 안해도 되고 서비스의 개념으로 처리가 가능합니다. 길어야 5분정도의 통화내에서 해결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런 문의가 들어올때입니다. 컴퓨터를 쓰는데 꺼졌어요, 화면이 안나와요, 갑자기 하다가 다 날아갔어요 식의 전화를 받으면 일단 머리가 하얗게 변합니다.
아 이사람 뭐지? 라는 생각부터 들죠, 뭐 최대한 컨디션이 좋을때는 아 정말 마음이 급하니까 일단 나오는 대로 말하셨나 보다 라고 생각도 하긴 합니다만 사람이라는데 바쁠때도 있고 힘들때도 있는데 이런 연락을 받으면 좀 애매하죠.

그나마 다행인건 즉시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는겁니다. 컴퓨터를 쓰는데 꺼졌다는게 아예 전원이 그냥 팍 하고 나간건지, 블루스크린이 뜨고 재부팅이 됐다는건지, 아니면 시스템 종료가 되면서 시스템이 꺼졌다는 건지 단순한 컴퓨터가 꺼졌어요 하나만으로도 세부선택지가 줄줄 나옵니다.
모니터가 안나와요 역시 컴퓨터는 켜졌는데 화면이 안나오는건지, 모니터의 전원버튼은 들어왔는지, 입력 신호 없음 같은 메시지가 나오는지 등의 세부선택지가 참 많이도 나옵니다.
결국 세부증상을 파악하는데 시간은 한참 걸리고, 자주 있는 트러블 슈팅은 가볍게 해결이 가능하지만 정말 기상천외한 부분들은 해결한다는게 전화로만은 힘들죠 결국 출장지원을 나가게 됩니다.

출장을 나간다는건 결국 시간의 소비가 늘어난다는거고, 결국 비용이 청구가 될 수 밖에 없죠. 사실 가서 5~10분만 보면 해결가능한 트러블슈팅이 많습니다만 한 지역에서만 업무를 보는게 아니고 오전엔 강동에서 있다 오후에는 구로로 가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입장에서는 이게 참 어렵고 힘든 문제입니다.
거기다 출장을 나가서 보는 문제해결은 거의 대부분 문제의 핵심적인 요소가 있는데 그 부분을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그 부분만 정확히 전달이 될 수가 있었으면 굳이 출장을 안나와도 되는 건데라고 생각하며 아쉬워 할 때가 제법 많아서, 그냥 제가 찰떡같이 못알아듣는게 죄입니다 라고 혼자 읊조릴때도 제법 있습니다. 후...

보통 출장수리를 부르시거나 할때 전화통화하는 부분에서만 봐도 바가지를 노리는 분들은 이미 다 알아챕니다. 가능한 상세하게 문제에 대해 말씀하시면 바가지를 씌우고 싶어도 못건드립니다. 컴퓨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거죠.


2. 서비스 비용에 대해 인정한다는 것

컴퓨터 고장나면 주변에 잘하는 친구 혹은 친지 선후배 등에게 연락하시는 분들이 계실거고 PGR에서 질문/답변 게시판에 있다보면 이러이러한 일로 수리업체가 얼마를 불렀다더라, 완전 바가지다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과도한 바가지를 보면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참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가끔 정상적인 서비스 비용의 수준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조차 인정하지 않는 글들을 인터넷에서 보면 좀 씁쓸한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일단 출장비용은 뭐 일단 들고오시는거 아니니까 당연히 받아야 하는 비용입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2만원정도면 정상이지 않나 싶구요. 집에 가전제품 고장나서 기사분 오셔도 무상기간 끝나면 출장비용 줘야 하는것 처럼 말이죠.
문제는 이제 공임인데, 이 공임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 차이가 존재합니다. 보통은 이 공임을 부품값에 포함해서 처리하는 경우들이 대다수라고 봐야 겠죠.

예를 들어 그래픽카드를 교체하면 7만원짜리 제품을 8만원, 9만원, 1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그 일을 하는 분의 회사 혹은 개인일경우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순하게 그래픽카드만 해도 슬림PC에 다는 LP형 제품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브라켓도 갈아줘야 하고 손이 조금 더 갑니다. 사실 이거 그냥 서비스로 해도 되는건데, 그렇다고 해서 이거에 대한 공임을 받는게 잘못됐다? 글쎄요....

위의 예를 들어보면 화면이 안나온답니다. 일단 출장을 갑니다. 가서 이것저것 진단을 해봅니다. 그래픽카드 문제인것으로 판정이 됐습니다. 새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바로 그 제품으로 처리를 하고 만약 주문을 해야 하면 1-2일의 시간을 고려하고 재방문 후에 처리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좋은 AS회사나 개인은 렌탈용 PC를 빌려주기도 합니다.
출장을 두번 합니다. 어찌됐거나 문제 진단도 했으며 그래픽카드 교체 어렵지는 않으나 어찌됐거나 서비스를 했습니다. 제품의 다나와 최저가가 7만원이랍니다. 총 비용이 12만원이 나왔습니다.

바가지일까요 아닐까요? ...... 이 부분에서 논란이 생길 수도 있지만 출장이 2번에 직접 교체까지 했습니다. 조금 비싸다고 볼 수는 있지만 어찌했거나 적정선의 가격이라고 봅니다.
(단 예외가 있는게 기존의 그래픽카드가 정상임에도 고의로 교체를 하도록 유도했다거나 한다면 이건 바가지 맞습니다. 맞구요.)

그 다음으로 손 많이 가는 작업이 슬림PC의 전원공급장치 교체입니다. 진짜 손 많이갑니다. 이거도 단순하게 공임을 받아도 제법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업(교체하는데 최소 10분 이상 걸리고 손은 손대로 갑니다)입니다.

하드디스크 교체의 경우는 기존 하드디스크 연결해서 쓰게 해주거나, 백업을 해서 새 하드디스크에 옮겨준다거나 기타 다른 부분들에 대한 공임이 인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하드디스크의 경우는 과잉AS가 가능한 분야의 최고봉이죠.
배드섹터가 발생했다. 컴퓨터 좀 하시는 분들이야 HDD Regenerator 등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살리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그걸 가지고 하드디스크를 가는게 말이 되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근데 HDD Regenerator 돌려보시면 아시겠지만 시간이 꽤나 들어갑니다. 적게는 3-4시간 길게는 10시간 이상 듭니다. 출장나와서 거기 컴퓨터만 하루 종일 보고 있을건 아닌 경우들도 있구요. 다른 곳에서 업무도 봐야 할 수 있고 이러저러한 상황들이 있습니다. 결국 선택과 집중으로 그거 하나 하기로 결정합니다.

공임이 얼마가 나와야 할까요.. 이쯤에서 보통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아르바이트 하는거도 아니고 최저시급은 받아야 한다고 치고, 나름 기술적인 서비스니 기술적인 비용을 살짝 넣어봅니다.

5시간 걸려도 아르바이트보다는 더 받는다 쳐서 시급 7천원에 기술적 비용 1만원 넣었습니다. 음 4만 5천원정도 나오겠네요. 이게 과연 비싼걸까요? (출장비를 포함하면 6만원 내외가 되겠습니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답은 하납니다. 직접 배워서 하던가 아니면 그걸 할 수 있는 더 저렴한 회사를 찾거나 아니면 지인에게 요청하는 방법이 최선이 될겁니다. ㅠ.ㅠ

사실 과잉AS라고 한 부분이 이렇습니다. 그냥 하드디스크 교체하고 하는게 차후에 재발할 일도 없으며 시간은 소모되나 어찌됐든 더 깔끔하게 일이 끝납니다. 아 물론 돈은 조금 더 들겠죠. 하지만 어차피 배드제거를 임시로 해도 언젠가 터지면 통합 처리비용은 비슷 혹은 더(최악의 경우 하드가 맛이 간다거나 해서 복구비용이 들어가면 그땐 뭐..)들어가게 됩니다.

복구쪽도 비슷합니다. 부트섹터가 날아가서 부팅이 안되는 경우 보통 출장가서 10분 최대 15분이면 해결 가능합니다. 사실 윈도우 새로 설치하고 프로그램 세팅하는거보다 시간이 짧기도 하죠. 근데 이게 뒤에서 하는거 보면 되게 별거 없고 툭 하더니 살아나는 느낌이 듭니다.

공임을 요구하면 이거 별거도 아닌데 그냥 서비스로 해주세요 라고 하는 고객님을 본적이 있습니다. 황당한 경우죠... '일부러 Dir만 한 5천번 쳐주고 1시간쯤 걸리게 하고 살려줄걸 그랬나?' 라며 이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이 해서는 안될 생각을 하게 만드신 분도 계셨습니다.

.... 사실 그거 출장 가서 해야만 하는 일이고 (아 물론 대기업 PC의 경우 복구를 하거나 아니면 윈도우 부팅 DVD정도 넣고 복구 해도 되는 경우기도 합니다) 안오면 그 시간 내내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수 있을 작업을 못하는데 그 시간만큼을 절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컴퓨터 계열 수리는 별거 아닌거 같아도 그 나름의 지식과 경험이 들어간 서비스입니다. 이거 내 아들도 집에서 컴퓨터 잘하는데 말이야 라고 하시는 분께는 마음속으로만 그럼 아들 불러서 고치시죠... 라고 할뻔하기도 하고, 친구가 잘한다는 분께는 그럼 그 친구 지금 오라고 해서 고치라고 하세요.. 라고 할뻔도 하고 인내 수양을 제법 많이 하게 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서비스 비용에 대해서 과도하지 않다면 인정을 해줄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식은 "그거 뭐 별거 하는거도 없는데 이게 왜 이렇게 비싸요?" 겠죠..



3. 인터넷에선 그거 얼마던데 왜 이렇게 비싸요?

일단 이 말이 나오면 마음속으로 불경을 외워봅니다.

다나와 네이버 등의 오픈프라이스 덕분에 컴퓨터 부품만큼 가격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시장이 없습니다. 최저가 기준으로 왜 부품가격이 이만큼이나 차이가 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면 스스로 얼마나 불쌍한지 생각도 하게 되고, 그래서 다른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해보게도 됩니다.

첫번째. 다나와에서 최저가가 일반 쇼핑몰일때
- 현금가 기준입니다. 현금영수증 안떼주는경우도 많고 증빙자료 요청하면 10% 붙입니다. 최저가가 이미 아닙니다.

두번째. 최저가가 G마켓(오픈마켓)일때
- 할인이 추가로 붙어서 더 쌉니다. 그리고 이런 업체들은 물건을 대량으로 떼와 팔기 때문에 쌉니다.

세번째. 오픈마켓에서 훼이크를 던질때
- 물건을 주문하면 없다고 합니다. 단종 혹은 재고 없음이라고 말하고 주문을 취소시켜버리죠. 카메라 구입을 해보신분들이라면 아실겁니다. 싸서 주문했더니 재고 없다 혹은 배송이 2주나 뒤에 된다 등등의 장난으로 넘어가는 경우를.. 실제 거래가는 그 위에 있습니다.

사실 컴퓨터 수리하는 큰 업체정도면 모를까 소형 개인업체들이 CPU를 한달에 10개를 사겠습니까 20개를 사겠습니까.. (동일한 모델로) 당연히 개개별로 소매구입을 하는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거기다 디지털 가전의 특성상 제품 사놓고 있으면 가격도 떨어집니다. 그나마 메모리가 좀 다른 시장이긴 합니다만.. 물건을 안고 있는건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죠. 저희도 AS부품이 뭐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서면 용산에 직접 담당 매장(아이코다 등)에 연락해서 물건 주문합니다. 아이코다는 일반적으로 다나와 평균가보다 조금 더(보통 개개별로 1천원에서~1만원정도) 나옵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다나와 평균가정도보다 싸게 사면 싸게 사는게 맞습니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인터넷에선 그거 얼마던데라는건 최저가입니다. 그걸 삽니다. 그나마 무료배송이면 배송비라도 안듭니다. 근데 그거 급해서 받아야 된다고 하면 퀵이라도 써야 합니다(물론 퀵비용은 포함한다고 말하겠지만 그마저도 인정 안하는 회사가 있어서 거래 끊었습니다 ...)

인터넷에서 그거 얼마던데 라고 하는 최저가에 물건을 사서. 그 가격으로 제품비용을 받고 공임도 사실상 못받고 출장비나 받아가는 상황이 됩니다. 그냥 이거 진짜 돌직구로 표현하면 '그냥 자원봉사 하세요' 가 되는거죠 흐흐..

진짜 가끔은 그냥 물건은 직접 사세요 제가 달아만 드릴께요 라고 하고 싶을때가 많아요. 그럼 그냥 공임수준에서 일이 끝나는건데.. (...) 직접 배송기다릴 필요도 없고. 한번만 나가면 되고..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그냥 이런저런 일들로 올 한해를 마무리 하며 있었던 일들에 대한 개인적인 푸념을 섞어 글을 써봤습니다.

혹시라도 개인적 아니면 회사에서 뭔가를 하시다 컴아저씨를 찾으실 일이 있으시면
[증상은 가급적 상세하게, 적당한 비용에 대해서는 인정을, 인터넷 가격에서 평균이면 바가지는 아니구나 라고 생각해주시는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꾸벅)



p.s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라면서요..? 저 오늘 차였습니다. 세상이 참 아름답네요 으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