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aura입니다.
부족한 글솜씨에도 감히 2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몇몇 분이 재밌다고 댓글을 달아주신 덕에 겁도 없이 신이 나서 2편까지 써서 올리네요.
그럼 단 몇 분이라도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디링디링 1부:
https://ppt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22
<단편> 진눈깨비 :
https://ppt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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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녀석들이 착착 준비 중이던, 공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몇 번이고 계속 된 검증 끝에도 우리 중에는 보컬감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어쩌면, 이 바보듀오의 말도 안 되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속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영욱이 녀석은 헤어지는 와중에 ‘내가 보컬은 어떻게든 구할테니, 집으로 가서 손가락이나 풀어놓으시지.’라며 엄지손을 치켜들었다.
영욱이 녀석은 언제나 매사에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는데, 특히 이렇게 엄지손을 뻗어 보일 때는 어떻게든 호언장담한 일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녀석은 해냈다.
- 야, 보컬 구했어. 오늘부터 교회로 나와서 연습이다!
- 오! 오오오!!
딱 하루가 지난 다음, 단체 문자로 온 내용이었다. 이와 중에도 깨알같이 승제 녀석은 맞장구를 친다. 이제는 글만 봐도 녀석의 바보 같은 목소리가 환청처럼 울린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거, 망신이라도 안당하게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나의 기타를 매고, 녀석들과 만나기로 했던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후후후, 이제야 왔군. 용사여!”
교회로 들어서자마자 영욱이의 퀴퀴한 웃음소리가 마중 나온다. 녀석의 입 꼬리에 걸린 미소는 왠지 모르게 얄밉다. 저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란 말이지. 왠지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여기서 연습하면 교회에 방해되지 않겠어?”
“걱정말라구! 우리가 연습할 곳은 예배와는 전~혀 무관한, 교회 구석 창고니까!”
영욱이는 승제와 나를 데리고 교회의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들어오기 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이 교회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꽤 크단 말이야. 어디 안 쓰는 창고하나쯤은 있을 법하다.
“짠! 이곳이 바로 우리의 연습실이다!”
영욱이 녀석은 잔득 벅차오른 채, 우리 앞에 놓인 작인 창고 문을 열어젖혔다. 그 와중에도 승제 녀석의 오오!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뭐, 생각보단 나쁘지 않네. 정말 말 그대로 아주 작고 비좁은 창고였지만, 먼지는 쌓여있지만, 나름대로 드럼도 있고, 기타도 있고, 키보드도 있었다. 물론, 기타는 내 기타를 쓸 거지만.
“내가 교회에서 안 쓰는 악기들 여기다가 가져다 모으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역시 영욱이, 굉장해! 넌 최고야!”
영욱이가 장난스레 우는 시늉을 하자, 승제가 기다렸다는 듯이 엄지손을 치켜든다. 영욱이도 그 모습에 똑같이 승제를 향해 엄지를 꺼내 보인다. 아주 죽이 잘 맞습니다요. 네.
“근데 우리 보컬은?”
녀석들의 페이스에 휘말려 깜빡 잊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존재를.
“걱정 마. 올 시간 다됐어.”
“누군데?”
“누구야? 누구야?”
승제 녀석도 영욱이에게 귀띔 받은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궁금한 표정으로 영욱이를 바라보았다.
“에이, 미천한 놈들! 감히 귀인을 알아보지 못할까? 예를 갖춰라! 에헴.”
영욱이는 한껏 가슴을 내밀며 큰 소리를 쳤다. 아니, 도대체 보컬을 누구를 섭외했기에 얘가 이러는 거지? 약을 잘못 쳐 먹었나?
“누군데? 누군데!”
승제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참 신기한 것은 저렇게 표정 없이도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단한 능력이야. 스파이더맨도 울고 가겠어.
“보면 알아.”
“아, 누군데~”
승제는 궁금한 것을 못 참겠는지 영욱이를 보챘다. 그럴 때마다 영욱이는 ‘보면 알아.’라는 말과 함께 가슴에 힘껏 힘을 주었다.
그 때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연습실로 들어온 것은.
“저어~”
조심스럽게 열리는 작은 문틈 사이로 들리는 여자 목소리. 맙소사! 설마 최영욱, 이 녀석 여, 여자를 보컬로 섭외했단 말인가.
이 녀석! 진짜!! 지금까지 만난이래로 가장 재간둥이 같은 짓을 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도란 것이 있었다. 나는 그저 여자보컬에 예쁘장하게 귀여운 정도만 되도 만족하려 했었다. 그러나, 마침내 문이 활짝 열리고 그 사이로 비친 얼굴을 본 나는 과유불급이라는 옛 우리 선현의 말씀이 떠올랐다.
지나치게 예쁘면, 부담스럽다고.
“아, 내가 잘 찾아왔구나.”
“여어, 이지인. 잘 왔다.”
세상에. 지인이? 이지인! 최영욱, 대형사고를 쳐버렸구나. 순간 내 머릿속에 대혼란이 찾아왔다. 그것은 승제 녀석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녀석은 특유의 무표정함은 잃지 않았지만, 크게 벌어져 다물지 못하는 입사이로, 뻐끔뻐끔 붕어 코스프레를 할뿐이었다.
영욱이가 말한 보컬이 지인이라니. 상상도 못했다.
이지인은 아주 유명한 우리 과, 아니, 상경대 전체 1학년 탑이라고 할 수 있었다. 퀸카 중에 퀸카. 적당히 늘씬한 키와 몸매. 그리고 갸름한 얼굴에 오밀조밀 박혀 있는 이목구비까지.
“안녕?”
맙소사. 지인이가 나를 보고 인사했다. 어떡하지? 나는 당황한 와중에 어색하게 지인이에게 첫 인사를 건냈다.
“어어, 안녕.”
평소의 지인이는 항상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있었다. 수업을 듣던지 간에, 술자리를 갖던 간에 그녀의 주변은 항상 북새통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단 둘이 인사하거나, 얘기를 나눠 본 적도 없었다.
“난 이지인이라고해. 승제, 현이 맞지?”
내 어설픈 인사에 지인이는 해맑게 웃으며, 우리의 이름을 차례대로 불러주었다.
승제 녀석은 이 때, 거의 처음으로 얼굴에 선명한 감정을 드러낸 것 같았다. 그리고 승제의 생각이 직접 듣지 않아도, 귓속말처럼 들려왔다. 아니, 보였다.
‘지, 지인이가 내 이름을 알고 있어‘라고. 승제 녀석. 답지 않게 무지 감격하고 있구만.
“어떻게 우리 이름을 알아? 우리 제대로 얘기해 본적도 없는데.”
“당연히 알지. 우리 같은 과잖아.”
나의 물음에 지인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저 웃음은 지나치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밝았다. 최영욱 이 얼간아 이래서 연습에 집중이 되겠냐고.
하지만, 나는 마음 한 편으로는 나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졌다.
“후후후, 미안하지만, 자기소개들은 그쯤하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이주조차 채 되지 않는다. 연습, 연습만이 살길이다!”
영욱이의 웃음소리가 좋은 타이밍에 끼어든다. 우리는 조금 어색해질 수 있는 인사 후 시간을 갈무리하고, 본론으로 돌아갔다.
“잠깐, 그전에 노래를 들어보고 싶어. 확실히 우리보단 잘해야겠지?”
연습에 앞서 냉정하게 지인이의 보컬을 들어보고 싶었다. 지인이가 밴드에 참여한 이상, 아마도 우리는 축제 당일, 상상 이상의 주목을 받겠지. 그럴수록 제대로 못했을 때, 망신은 몇 배나 될 수 있었다.
“이런 바보 같은…….”
“그래, 좋아. 연주 좀 해줄래?”
나의 요청에 승제 녀석은 버럭 화를 내려는 듯 했으나, 이내 지인이의 쿨한 승낙에 제지당했다. 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내 기타를 꺼내 들었다.
아주 잠시동안 조율을 하고, 지인이에게 묻는다.
“곡은?”
“윤하의 기다리다알아?”
물론 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인걸.
“응.”
“부탁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주를 시작한다.
디리링. 부드러운 전주가 지나고, 부드러운 노래가 시작된다.
“어쩌다 그댈 사랑하게 된 거죠. 어떻게 이렇게 아플 수 있죠…….”
기타를 치는 와중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긴다. 눈을 감고 지인이의 노래를 감상한다. 부드러운 선율만큼이나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
지인이는 노래도 잘하는 구나. 정말, 신은 불공평하단 말인가!
“기다리다. 기다리다. 잠들죠.”
마치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끝난 것 같은 아쉬움이 연습실 내에 감돈다.
“우오오오오!!”
승제 녀석은 노래가 끝나자마자 광분한다. 나 역시 물론 녀석의 반응에 동감하는 바이지만.
“후후후, 역시 고생해서 캐스팅한 보람이 있군. 현아, 이의 없겠지?”
이의가 있다면, 미친놈이지. 우리 주제에 이 정도의 미모에 보컬을 가진 재원은 과분하다 못해 죄악이라고.
나는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인다.
“으, 그 정도는 아니니까. 너무 비행기 태우지마.”
지인이는 약간 쑥스러운지 손 사레를 치며, 말했다. 이럴 수가. 오 부처님, 예수님. 저런 여자에게 겸손까지 주셨나요? 반칙입니다.
“아니야. 정말 좋았어.”
나는 진심을 담은 엄지를 지인이에게 보여준다. 승제와 영욱이도 이에 질세라 엄지를 쭉 뻗는다. 지인이는 그런 우리의 모습에 활짝 미소 짓는다.
하, 녹는다. 녹아.
“자자, 이제 꾸물거릴 시간이 없어. 빨리 곡 선정하고 연습하자고!”
영욱이의 말에 우리는 당장 곡 선정부터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축제 공연 준비 시작이다.
그런데, 영욱이는 도대체 어떻게 지인이를 데려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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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선정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승제 녀석은 축제의 공연이라면, 역시 잔뜩 신나는 노래가 아니겠냐며, 자신이 평소 즐겨 듣는 락 밴드들의 노래를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다행히 녀석이 듣는 밴드의 보컬들은 남자였고, 우리의 보컬은 여자였다. 당연히 승제의 주장은 묵살.
승제는 ‘쳇, 이현은 노래도 모르는 멍청이!’라며, 투덜거렸지만, 우리는 우리의 보컬에게 가장 잘 맞는 곡을 선정할 필요가 있었다.
“아까 불렀던 기다리다 어때? 나는 정말 좋았는데.”
나는 아까 들었던, 지인이의 기다리다는 어떤지 물었다.
“뭐, 나쁘지는 않았지.”
영욱이는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승제는 영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지인이의 기다리다를 방금 전 들은 터라, 반대할 생각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공연할 노래는 ‘기다리다’가 되는 건가. 그런데, 예상외로 지인이가 반대를 해왔다.
“음, 나쁘지 않지만, 나는 다른 노래를 하는게 좋을 것 같아.”
“다른 노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한다.
“응. 축제니까, 좀 더 사람들을 신나게 해주고,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노래를 해주고 싶어.”
지인이의 말에 승제가 우쭐하며, 끼어든다.
“역시 지인이가 뭘 좀 아네!. 으헤헤.”
“그런가?”
승제의 말에 지인이는 참 성격 좋게도, 맞장구 쳐주며 웃어주었다. 정말 반칙이라니까.
“그럼 어떤 노래가 좋겠어?”
“음.”
지인이의 침묵을 시작으로, 우리 넷은 함께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여자 보컬의 노래에, 신나고, 축제에 어울리는 노래라. 신나는 남자 노래를 여자 키에 맞게 편곡하면 되지 않냐고? 아서라, 우리 수준에 편곡은 개뿔, 이주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박자 지키고 정확한 음정을 내는 것도 버거울 것이다.
“자우림이나, 럼블피쉬 노랜 어때?”
뭐 나쁘진 않다. 자우림 노래 중에서 하하하송이라던가, 매직카펫라이드는 확실히 신나는 편이지. 럼블피쉬의 노래도 대개 신나는 편이고.
“나는 별로야. 으, 그냥 싫다구!”
영욱이가 싫다는 듯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럼 뭐하자고? 임마.
“이렇게 된 이상 아예 외국노래를 불러버리자!!”
“오오!”
승제가 손뼉을 치며 물어본다.
“어떤 노래?”
지인이도 궁금하다는 듯이 영욱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에이브릴라빈의 스케이터보이!”
오! 영욱이 녀석 제법이잖아. 느낌이 확 온다. 신나고, 즐겁고. 가사도 재밌고.
“좋은데?”
“좋다! 좋아!”
“아, 괜찮다 그거.”
나의 말에 이어 승제와 지인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우리의 공연 곡은 에이브릴라빈의 스케이터보이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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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을 선정하고 시작된 첫 연습은 그야 말로 엉망이었다. 제멋대로 박자를 앞서가는 드럼이라던가, 기타를 씹어버리는 키보드의 파워풀함이라던가.
본래 이런 밴드 곡은 평소 지속적으로 여러 악기와 합연을 해왔거나, 공연을 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할 수 있었다. 혼자서 악기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악기들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연주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덕분에 지인이의 보컬과 함께 연습하기는커녕, 당장 승제와 영욱이 녀석들의 연주를 손볼 필요가 생겼다.
“멍청이들아, 그게 아니라니까! 쫌. 영욱이 너는 무슨 드럼이 박자가 점점 빨라지냐. 니가 중심에서 박자를 잡아줘야지.”
“야, 승제야, 살살 쳐라. 키보드 박살나겠다! 그리고, 처음 부분은 여리게 쳐줘. 보컬이 죽는다고.”
하, 앞길이 캄캄하다. 이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나는 도저히 오늘 안으로는 답이 없을 것이란 걸 깨닫고 녀석들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영욱이 너는 스케이터보이 100번 이상 듣고, 박자 익혀와. 그냥 무의식중으로도 익힐 수 있을 만큼. 승제 너는 손가락 힘 좀 빼고 오고, 어떻게 하면 다른 악기들과 소리가 더 잘 어울릴지 생각 좀하고와.”
“우쒸, 그래 너 잘났다. 잘났어.”
“후후후, 내가 빨라지는 게 아냐. 니들이 느려지는 거지.”
나의 핀잔에 녀석들은 제각각 아우성이다. 정말, 이가 갈린다. 귀한 보컬 모셔 놓고, 보컬은 연습을 할 수 없다니!
“지인아. 미안한데, 오늘 보컬 연습을 안 될 것 같아. 내일 다시 해보자. 어차피 지금 시간도 늦었고.”
“난 괜찮아. 근데 저기 둘 그냥 내버려둬도 돼?”
여전히 영욱이와 승제는 궁시렁 거리고 있다. 둘은 어느새 ‘이현 나쁜놈.’으로 도달하여 의기투합 중.
“괜찮아. 원래 저래. 내일되면 또 바보같이 헤헤거릴걸?”
“그래? 헤.”
내 말에 지인이는 재미있다는 듯이 방긋 웃는다. 하, 진짜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걸로 끝.”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각자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영욱이는 이 교회 근처에 살기 때문에 가는 길이 가장 편했다. 영욱이 이놈은 사는 곳이 축복이란 말이지. 대학교도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까운 놈인데. 영욱이는 어느새 먼저 갈게라고 말해버리고, 자리에서 슥 사라졌다.
교회에서 제법 거리가 멀어 버스타고 1시간 좀 안되게 길을 가야하는 승제는 부랴부랴 버스를 탄다고, 먼저 인사를 하고 달려갔다.
“어디로가?”
나는 함께 교회를 나오는 지인이에게 물었다.
“나 학교 기숙사 살아서, 여기서 걸어가면 돼.”
아, 기숙사에 사는구나. 교회부터 학교 까진 걸어서 이삼십 분이면 되니까, 문제없으려나. 그래도, 역시 이런 기회를 놓치면 바보라고.
“데, 데려다 줄게.”
“응? 아냐, 괜찮아. 이미 늦었는데, 너도 빨리 집에 가봐야지.”
실패다. 사실 과 동기라고해도, 실질적으로 오늘 처음 대화를 나눈 남자가 데려다 준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 대신 조심히 잘 들어가고. 내일 연습 시간에 보자.”
안타깝게도 내가 가야하는 지하철은 우리 학교와 반대방향이었다. 조금이라도 지인이와 함께 걸을 기회가 없다는 소리. 아쉽지만, 오늘 나는 이렇게 지인이와 헤어져야 했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