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만 봐도 아시겠지만 저는 소녀시대를 좋아합니다. 효연이를 가장 좋아할 뿐이지 소녀시대 자체를 참 좋아합니다.
데뷔 때부터 좋아했고... 아내도 쿨한 편이라 한창 사귈 때도 그랬고 지금도 이 팬질에 부정적이진 않습니다.
아내 만나기 전이라고 막 공방 쫓아다니고 하루종일 하악댔던 건 아니지만, 아내랑 사귄 이후에는 나름 조심스럽게...
너무 요란하지 않게 조용하게 팬질을 한 것도 이유가 되겠죠. 앨범 사고... TV 나오는 거 챙겨 보고... 사진집 사고...
용돈 범위 내에서 굿즈 사서 컬렉션 박스 채우고... 가끔 단독 콘서트(이하 "단콘")를 하면 거기 가고... 요 정도만 해요.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쯤 소녀시대의 전국 투어 콘서트가 있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위 문장까지 써놓고 찾아보니까 2011년 7월 23일, 24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렸던
"두 번째 아시아 투어 《The 2nd Asia Tour '2011 GIRLS' GENERATION TOUR'》" 요 공연이었던 것 같네요.
소녀시대는 차암 고맙게도 대부분 여름, 그것도 6월 언저리에 공연을 많이 해줍니다. 제 생일이 6월이거든요? 그럼 생일 선물로
"내가 내 돈으로 표 사서 소녀시대 콘서트 보러 갈 건데, 아침부터 거기 가 있어도 너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말기!" 권리를 받습니다. -_-)b
그 당시에도 토요일 공연을 위해 제가 제 돈으로 야근까지 해가면서 좋은 자리를 예매해두었었죠.
그런데 그 전 목요일인가 금요일 쯤에 그 당시 팀장님께서 "우실아! 너 소녀시대 좋아하지! 난 못 갈 것 같은데 네가 갈래?" 하면서
뭔가를 내미셨는데 그게 바로 일요일 공연 티켓 두 장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을 가진 티켓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득템!
소녀시대 공연인데 일요일 표가 생겼다고 토요일에는 볼 필요 없겠네! 이러겠습니까?
당연히 토요일에는 혼자서 다녀오고 일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고맙게도 두 번을 다녀왔습니다.
(심지어 토요일 자리가 겁나 좋았어요. 제가 그 자리 예매하겠다고 조금 더 빠른 환경에서 하겠다고 야근을 했다니까요?)
아내는 한 때 015B의 성시원급 광팬이셨으나 지금은 딱히 좋아하는 가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연이고 콘서트고 간에
"볼 거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소녀시대의 콘서트 표가 생긴 것에 매우 환호했죠. 사람 많고 신나고 그럼 좋아합니다.
토요일에 혼자 갔을 때는 오후 1시부터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굿즈 산다고 줄을 섰다가,
굿즈와 일사병을 등가 교환하고 구역질 나오고 하는 걸 카페베네에서 딸기 빙수 한 그릇을 퍼먹는 것으로 치료하기도 했었는데요.
일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무척 여유있게 다녀왔습니다. 한 번 다녀왔다고 현지 가이드라도 된 양 여유있게 아내를 데리고 돌아다녔죠.
시간이 되어 입장을 했고 자리에 앉았는데 화면에 이벤트 공지가 떴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이벤트가 달랐었는데요.
제 기억에 토요일에는 같은 문구가 적힌 A4 용지를 좌석 밑에 말아서 붙여놓았었고 그걸 약속한 곡이 나올 때 일제히 펴서
보여주는 식이었고, 일요일에는 좌석 밑에 야광봉을 붙여 놓았는데 그게 일부 색이 달라서 무대에서 보면 글자가 되는 식이었죠.
역시나 약속된 곡이 나오면 흔드는 걸로... (일요일 이벤트는 약간 잘 안됐지만요.) 글자가 만들어지는 자리엔 핑크색 야광봉이,
아닌 자리에는 녹색의 야광봉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드림 콘서트나 G마켓 G콘서트인가요? 그런데는 다녀봤지만,
한 아이돌 그룹의 단독 콘서트는 처음 가보는 것이다보니 그 "이벤트"의 개념 자체를 착각했던 겁니다.
아내 : 우와! 내 자리에 핑크색 있어!!! 이거 뭐 당첨된 거야? 이거 뭐 주는 거야? 무슨 이벤트야? 응? 응?
저 : 아니... 그렇게 뭘 주는 식의 사은 이벤트가 아니고요... (블라블라)
아내 : 우와하! 뭐야! 와... 웃긴다... 몇 만원씩 자기 돈 들여서 표 사가지고 들어왔는데 거기다가 관객들이 이벤트를 또 해줘? 와! 공주님들이시네!
저 : 덕질이라는 게 그런 거여... 흐...;;;
그렇다고 그 이후에 아내가 실망해서 꽁해 있었거나 이런 건 아니에요. 그 순간에 웃으면서 한 얘기고 콘서트 자체는 재미있게 봤죠.
거기가 체조 경기장이었나?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2층 위쪽으로 레일이 달려있고 콘서트 후반에는 거기에 달린 바구니 같은 거에 타고
한 바퀴 삐잉~ 돌면 2~3층에 있는 관객들은 가까이서 얼굴도 보고 손 내밀면 하이파이브도 하고 뭐 그런 연출이 있었습니다.
토요일에 제가 맡았던 자리가 좋긴 한데 완전 아래쪽이라 (무대에 있는 멤버랑 거의 눈높이가 비슷한 수준) 그 레일쪽으로 뛰어갔다 오기엔
부담이 돼서 그걸 못했었던 거예요. 그런데 일요일 자리는 그 레일 쪽에 가까운 2층 뒤쪽이었고 달려가면 거기 동참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제가 진짜 토요일에 그 사람들이 어찌나 부러웠는지...
그런데 아내가 곁에 있잖습니까? 아내 버리고 걸그룹 손 잡겠다고 거길 냅다 달려가서 우와앙! 하고 손을 내밀까요?
뭔가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아내에게 허락을 받기로 했습니다.
나 : 자기야... 나 저기에 좀 다녀와도 됩.............?
※ 그림판 주의 ※
그 순간 제가 본 건 이미 난간을 점프해서 타 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었습니다.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음.)
아까까지 쟤네가 무슨 공주님이냐고 쳇쳇 거리던 애가 남편 버리고 걸그룹 손 잡겠다고 난간을 타 넘고...
결국 저도 소녀시대 멤버의 손을 못 잡았는데 아내는 티파니와 써니(혹은 서현)의 손을 잡았고........... ㅠㅠ
그때 걔네들 손 잡았다고 갑자기 인상이 좋아졌는지 이후 제 취미 활동에는 조금 더 숨통이 트였다는 급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