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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6/26 00:26:55
Name purpleonline
Subject [일반] 우울증2 (되새김질) (수정됨)
*우울증1 (치료 중간보고) : https://ppt21.com/freedom/92180?page=4

*편의 상 반말로 작성했습니다.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어 불쾌하신 분들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번듯한 직장을 잃은 시점부터 관계 속에서 말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몸무게가 올라갈수록 불특정 다수의 호감은 반비례한다.
내 자존감을 지켜주던 직업과 외모가 사라져서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게 난 33살 뚱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어제, 저번 주, 저번 달, 작년, 2년 전, 3년 전, 4년 전부터 그럴듯한 망상을 핑계 삼아 당장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난 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 거라는 착각을 했고,
당연하게 착각한 시점과 목표한 시점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아서, 그래서, 결국 시간만 밟아버린 병신이 되었다.


난 왜
걸어갈 때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었을까?
패스트푸드점의 종업원이 띠껍게 보였을까?
말을 더듬게 되었을까?
좆같이 말하는 손님 머리채를 잡고 귀싸대기를 쳐갈기면 착해질 상상을 했을까?
사람의 눈을 마주치는 게 어쩌면 14층 배란다 창밖 같았을까?
모든 걸 항상 제일 좆 되는 상황부터 가정하고 그에 맞춰 행동했을까?
할머니 장례식에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가지 않았고, 홀로 아버지만 남겨두었을까?


내가 첫번 째 사랑하는 어머니는 사실 내가 제일 미워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내가 두번 째 사랑하는 아버지는 사실 돈 안 주면 생각도 안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나는 이 사실이 역겨워 죽고 싶었지만 당신들을 만나고 안아 본지 오래돼서 보고 싶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날 뭐로 생각할까?
나보다 나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안도감에 자위하며 새벽을 보낼까?
자극적인 게 널린 세상에 지루하고 진부하다며 비아냥 대지는 않을까?
누구나 다 힘든데 이 새끼만 힘들다고 나약하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나와 손이 스쳤다는 이유로 소리치며 질겁했던 편의점 여 아르바이트생은 그것 때문에 그날 내가 처음으로 자살시도를 한 걸 알고 있을까?
난 낮에 멀쩡한 사람들 속 내가 미워, 병신이 많은 밤에만 그나마 일할 수 있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난 병신이다.





지난 1주간 별일 없었습니다.
정신과 진료 직전까지만 해도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말을 못 했었는데 한 달쯤 된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본문 글과 같은 생각을 매일 하고 망상, 의심에 빠져살았는데 약 때문인지 외부적 요인은 전혀 나아진 게 없음에도 기분은 상쾌하네요.
의사 선생님은 조금 늦게 왔지만 지금이라도 치료 잘 받아보자고 응원해 주시고 저에게 흥미가 있으신지 다른 분들에 비해 진료시간도 오래 봐주십니다.
좀 더 일찍 방문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줄을 잡은 게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편의점에 온 노부부 두 분께 젊은 사람이 싹싹해서 좋다며 편의점 근무를 하며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습니다.
5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첫 진급을 했을 때 만큼 행복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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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ch_King
21/06/26 01:10
수정 아이콘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더욱 좋아지시길!
purpleonline
21/06/26 13:1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차단하려고가입했음
21/06/26 02:01
수정 아이콘
같은 약먹는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단순한 감기처럼 생각하시면 됩니다.
안먹으면 기침 가래 콧물이 심해지고 먹으면 편해지고 뭐 그런 거죠
뭐라고 말을 참 쓰다 지우다 하는데 별거 아닙니다. 저도 그냥 별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독히 떨어지지 않는 감기라고 생각해요
같이 힘을 냅시다
purpleonline
21/06/26 13:13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무던한척 하는법을 연습해야겠네요.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Respublica
21/06/26 02:08
수정 아이콘
모쪼록 행복한 앞길만이 남기를 응원합니다.
purpleonline
21/06/26 13: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보로미어
21/06/26 08:25
수정 아이콘
글 언제 또 올리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올려주셨네요.
상태가 많이 호전되신 것 같아서 다행이고 저도 힘내서 살아봐야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주말이니 편히 쉬구요 크크
연재 글처럼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purpleonline
21/06/26 13:15
수정 아이콘
다음에 글을 쓴다면 아마 정신적으로 좀 더 유의미한 치유가 되었을 때 쓰지않을까 싶습니다. ^^
제목이 되새김질이듯 이 감정에 잠깐 매몰되는순간 온갖 더러운게 튀어나오네요 하하.

보로미어님도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브리니
21/06/26 10:14
수정 아이콘
세상은 뻔뻔한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글쓴이분은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같습니다 좀 더 뻔뻔하게, 다만 인간성 사회성의 범주안에서 뻔뻔하게 펀하게 편하게 행동하고 생각해보는게 어떨까요. 생각보다 별거아닌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별거아닌 한순간의 제 착각 편견일수도있고 진실일수도 있구요 별거 아닙니다. 글에서 좋은 냄새가 나서 댓글 달아봅니다. "무뎌지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해야 했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어디서 본 글인데 생각나는데로 써봅니다. 무뎌지고 뻔뻔해져 보세요 흐흐
purpleonline
21/06/26 13:18
수정 아이콘
브리니님 말씀대로 엄청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이전 주변인들도 그렇게 절 말했던게 기억납니다.
제가 과연 뻔뻔(?)하고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치료를 꾸준히 받다보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하하;

주말 잘 보내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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