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어컨 할아버지는 말라리아 치료 장치
1850년 플로리다의 의사 존 고리(John B. Gorrie)는 열대 질병에 관해 연구했는데요. 그는 찬 기후의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토대로 병실을 시원하게 하는 장치를 발명했어요. 고리가 만든 장치는 소금물과 증기기관을 이용해 공기를 팽창 시켜 차갑게 하는 장치였는데요. 장치가 너무 잘 작동해서 물이 얼어붙기도 했죠. 물론 말라리아는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병으로 고리의 장치와 상관은 없었어요.
이후 존 고리는 의사를 관두고 미국 최초의 냉각 기술 특허를 얻고, 얼음사업을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그가 만든 얼음은 천연 얼음에 비해 너무 비쌌기 때문에 사업은 실패했어요.
2. 그저 빛, 윌리엄 캐리어

뉴욕 브루클린의 한 인쇄소에서 버팔로 포그 컴퍼니(Buffalo Forge Company)에 습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의뢰했어요. 온도와 습도에 따라 잉크 건조에 영향을 받았고, 이 때문에 인쇄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죠.
당시 버팔로 포지 컴퍼니에 재직 중이던 윌리엄 캐리어가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는데요. 그는 난방 코일 속에 차가운 물을 통과시켜 코일 주위의 공기를 냉각시킴으로써 기온을 떨어뜨리고 습기를 제거했죠.
이 프로젝트 이후, 1904년 캐리어는 물보라(스프레이)에 공기를 통과 시켜 공기의 이슬점을 제어하는 장치인 에어컨을 발명하게 되죠. 그는 이 장치를 “공기 처리 장치(‘Apparatus for Treating Air)”라고 불렀어요. 캐리어는 이 '공기 처리 장치'로 1906년에 특허를 취득하고 2년 후에 회사 동료들과 Carrier Air Conditioning Company of America를 설립했죠. 이 회사는 현재도 볼 수 있는 에어컨 제조 회사예요.

캐리어가 발명한 에어컨은 1920년대 초 뉴욕의 극장과 백화점들이 도입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어요. 여객기에는 1936년, 자동차에는 1939년 처음 에어컨이 장착됐죠. 에어컨이 일반 가정에 들어가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인데요. 1955년 미국의 건설업자 윌리엄 레빗이 주택에 에어컨을 기본 옵션으로 채택하면서 빠르게 확산되었죠.
3. 국내 최초의 에어컨은 부처님 전용

국내에서 최초로 에어컨을 사용한 곳은 석굴암이에요. 석굴암은 원래 환기구를 통해 공기를 유통함으로써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했었는데요. 일제강점기에 석굴암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시멘트를 사용해 결로현상이 나타났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60년대 다시 복원 공사를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요. 결국 에어컨을 수입해 석굴암에 설치한 것이죠.
국내 에어컨의 역사는 범양상선이 1960년대에 일본 다이킨에서 에어컨을 수입 판매하면서 시작됐어요. 1960년대 말에는 청계천의 경원기계공업이 미군 부대의 고물을 수리해 판매하면서 ‘센추리’ 에어컨이 탄생했죠.
1968년에는 금성사(현재 LG)가 국내 최초로 에어컨을 생산했어요. 하지만 선진업체의 기술을 응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에 불과했는데요. 1986년부터는 자체 기술로 에어컨을 개발하고 미국에 수출까지 하게 되죠.
<참고문헌>
Allan Kirkpatrick. (2017). Introduction to Refrigeration and Air Conditioning Systems. y Morgan & Claypool.
C. P. Arora. (2000). Refrigeration and Air Conditioning. Tata McGraw-Hill Education
James Burke. (2000). Circles: Fifty Round Trips Through History Technology Science Culture. Simon and Schuster.
R V Simha. (2012). Willis H Carrier - Father of Air Conditioning. Journal of Science Education.
김유경. 에어컨의 역사와 원리. 2021년 6월 20일 검색. https://m.etnews.com/200706270028
톰 잭슨. (2016). 냉장고의 탄생. 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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