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어제 글로벌 브리튼의 슬로건 아래 영국의 역할이 무엇이고, 국방/외교 전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시하는 새로운 "국가전략백서"를 발간했습니다. 무려 114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으로 영국의 우선순위와 영국의 전략개요 및 방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백서의 총괄책임자는 John Bew라는 역사학자인데 그는 현재 영국 정부의 정책기획 관련 자문위원이기도 하며 또 외교가에서 상당한 명성이 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재미있게도 "실크로드 세계사(The Silkroads: A new history of the world)"의 저자인 피터 프랭코판(Peter Frankopan)도 이 문건 작성에 참여했다고 하네요. 물론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도 이 문건 작성에 관여했습니다.
본 문건의 핵심 목표는 크게 4가지입니다.
(1) 과학과 기술 역량 발전에 중점 (특히 AI, 5G, 우주 등)
(2)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 주도적 역할 차지 (미국과 EU와의 협력 및 인도태평양 중심 전략)
(3) 안보/국방 역량 강화 (국방예산 증가, 핵전력 증강 등)
(4) 다양한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 (기후변화, 사이버안보, 가짜뉴스 대처 등)
여기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인도태평양 중심 전략
- 일본과의 전략 관계 강화
- CPTPP 가입 및 ASEAN과의 협력 상설화
- 호주/인도/뉴질랜드와의 무역협정 조기 타결
- 일본/호주/인도와의 문화적 교류 심화
- ODA 프로젝트의 전략적 활용
2. 핵전력 증강 (사실 이게 가장 놀라운 부분이고 영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 냉전 종식 이래 영국은 핵무기 보유개수를 180기로 제한
- 새 국가전략에 따르면 영국은 최대 핵무기 260기로 증강하기로 결정
- 핵무기 사용 방침: 비핵국가에게 사용 X, 다만 상대국이 핵무기에 준하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할 시 조정될 수 있음
핵전력 증강은 냉전이래 처음 있는 일로, 영국이 현재의 안보정국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한편 과학과 기술투자에 아주 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우주사령부도 설치할 계획이며 정부 차원의 디지털 데이터 관리 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인재 육성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고요. 역시 영국도 미래는 과학기술에 있다는 점을 강력히 인식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한편 영국이 다른 유럽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디지털화가 잘 되어 있고, 관련 인재도 많아 정부가 각 잡고 이를 집중 육성하면, 프랑스나 독일보다 더 가시적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해당 문건은 2025년까지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우선순위와 예산을 명시하고 있고, 2030년 이후의 영국의 역할에 대한 나침반을 제공하고 있는데, 우수한 역사학자들을 다수 배출한 영국이 변화하고 있는 세계질서에서 자국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