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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04 09:26:47
Name 글곰
Subject [일반] 어째서 게임을 팩으로 사는가?
  게임으로 엮인 친구들이 모여 있는 카톡방에서, 스위치 ‘팩’ 갈아 끼우는 게 너무 귀찮다고 투덜거렸습니다.(굳이 카트리지라고 부르지는 않겠습니다.) 딸아이가 플레이하는 모동숲을 빼고 제 게임을 넣어야 하니까 말이지요. 더군다나 게임을 마친 후에는 다시 원래대로 모동숲을 끼워 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듣거든요.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그러면 어째서 다운로드로 구입을 하지 않느냐고. 더군다나 PC게임은 죄다 스팀으로 하는 사람이.




  30년쯤 전, 지방 도시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의 3층에서 살았습니다. 5층에는 자매가 살았는데 언니는 저와 동갑이고 동생은 두어 살쯤 어렸죠. 그 집에는 패미컴이 있었습니다. 빨간색과 흰색이 섞여 있는 오리지널 패밀리 컴퓨터요. 거의 매일 그 집에 올라가서, 때로는 31합본 팩을 꽂고 게임을 했고,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자매가 게임하는 옆에서 구경을 했죠.

  오랜 기간 동안 때를 쓴 끝에 드디어 어머니가 게임기를 사주셨습니다. 이름이 조이컴이었는데 당시 흔했던 패미컴 복제품이었지요. 당시 쪼들렸을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번들로 슈퍼마리오 팩이 딸려 와서 매일매일 그걸 했고, 때로는 5층에 가서 팩을 빌려와서 게임을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욕망이 충족되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기는 법. 저는 31합본 팩에 있는 단순한 게임들에 질렸고 그보다 좀 더 복잡한 게임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명절날 사촌형이 가져온 게임 잡지를 옆에서 보다가 한 게임에 그대로 꽂혀 버렸죠. 몇 달 동안이나 부모님께 찡얼댔고,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제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 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있었던 상가 1층 왼쪽 끄트머리에 있는 게임매장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검은 색 팩을 가리켰고 어머니는 돈을 지불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저는 록맨 2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1990년이었을 거예요. 그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기억은 저의 가장 행복했던 추억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게임매장에 가서 직접 팩을 사 주고 싶었다고 말입니다. 그때 제가 느꼈던 행복이 아이에게도 대물림되기를 바라면서요.

  오늘도 저는 아이를 재운 후 스위치 팩을 갈아 끼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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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4 09:28
수정 아이콘
록맨2라니... 에어맨은 쓰러뜨리셨습니까???
21/03/04 09:31
수정 아이콘
록버스터로 깼습니다. 사실 어려운 보스는 아닙니다. 진짜 어려운 보스는 퀵맨이죠.
선넘네
21/03/04 09:29
수정 아이콘
중고 판매!
21/03/04 09:32
수정 아이콘
전 게임 중고판매는 딱 한 번 해봤네요. 비타 통째로 처분할 때. 이상하게 중고판매를 잘 안하게 됩니다. 귀찮아서 그런가...
21/03/05 05:14
수정 아이콘
저도 여태껏 계속 들고 잇엇는데요...
20년됀 게임을 ebay에 생전 처음 내놓으니 (지난주)
그걸 또 사더라구요. 24시간도 안돼서...

새삼 ebay위 파워를 실감햇습니다
StayAway
21/03/04 09:29
수정 아이콘
앉거라.. 예전에는 개쩌는 팩이란게 있었단다..
21/03/04 09:32
수정 아이콘
Stay awhile, and listen.
설탕가루인형형
21/03/04 09:34
수정 아이콘
주변에 빌려주려고 사게 됩니다.
근데 몇개 사보니 다운로드가 훨씬 편하긴 하더라구여.
21/03/04 09:35
수정 아이콘
조이컴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벌점받는사람바보
21/03/04 09:38
수정 아이콘
촉감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더군요 크크
21/03/04 09:38
수정 아이콘
신작 바로 살 때는 실물로 구입하고 좀 지나서 살 때는 할인 기간에 다운로드 하게 되는 듯
윌모어
21/03/04 09:40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1시간 걸어 게임매장가서 1200원 주고 패미컴 게임팩 교환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새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왕복 두시간 걸어다녀도 힘든 걸 몰랐었는데ㅠㅠ 열혈시리즈 팬이었어서 열혈시리즈 4개 합팩 바꿔올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죠.
츠라빈스카야
21/03/04 09:40
수정 아이콘
저도 거의 실물을 사왔는데, 메모리카드 스타일인 스위치나 PS비타같은건 몰라도 디스크 타입인 플스같은 경우 구동소음이 강해서....사실 디지털 버전이 더 쾌적해요. 조용하니까..
잠이온다
21/03/04 09: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신작 급하게 사고싶을때는 중고거래도 있으니 물건으로 사고, 스팀처럼 할인 빵빵하게 해주면 디지털로 사게되더라고요. 근데 디지털이 점점 편해짐... 책은 실물 이제 절대 안사고 전자책만 사고... 다만 수집의 목적에서는 실물만한게 없어서, 실물이 남아있긴 할거같습니다. 발할라 사이버펑크같은건 원래 전자매체로만 팔았는데 기어코 실물판 나온 적도 있으니
21/03/04 09:44
수정 아이콘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동네 매장에서 구할 수 없는 뭔가를 구하러 난생 처음 용산갔을때가 기억나네요.
장르는 분명히 RPG였는데(다른 장르를 거의 안함) 영 기억이 안나네요.

그때도 아마 1990년 즈음이었을겁니다. 91년이었던듯.. 지금과 같이 대중교통이 발달된 시기에도 용산 가려면 여행가는 기분인데, 그때 어린애가 용산가는건 지금 생각해보면 좀 위험했던 일인것 같습니다.
소이밀크러버
21/03/04 09:45
수정 아이콘
다운로드로 사야하는 게임이 따로 있죠. 흐흐.

접대용 게임이나 리듬 게임 같은 건 다운로드로 받고 한 번 쭉 밀고 엔딩 보는 게임은 패키지로 사고 있습니다.
21/03/04 09:48
수정 아이콘
이글이 뭐라고... 입은 웃으면서 눈은 촉촉해지네요.
Cazellnu
21/03/04 09:48
수정 아이콘
패밀리 후기 그 썩은 사양으로 89스트리트를 이식했을때는 감동이었죠.
개발괴발
21/03/04 15:03
수정 아이콘
89스트리트 아시는구나~!

대체 파이널 파이트란 게임은 뭘까요???
metaljet
21/03/04 09:48
수정 아이콘
저는 두개나 세개 정도의 게임 팩밖에는 가질수가 없었고 새로운 게임을 하려면 샵에 기존의 게임팩을 들고가서 몇천원씩 주고 교환을 했지요. 게임 잡지도 없고 인터넷 정보도 없던 시절이라 단골이 아닌 샵에 갔다가 사기를 당해서 울기도하고... 보통 개쩌는 게임들은 메가팩이라고 해서 게임팩의 무게감도 확실히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21/03/04 09:49
수정 아이콘
감성의 영역이군요 사실 저도 플스나 스위치는 DL버전으로 구매하는게 더 편하더라구요
지금 우리
21/03/04 09:50
수정 아이콘
실물 패키지가 주는 컨텐츠 만족도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CD, LP)를 사고 잘듣다가 전시해놓는건 (유형)
단순히 스트리밍 서비스나 음원 다운로드 받아서 듣는것과 (무형) 주는 감동과 추억은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단순히 팩을 갈아끼우는 불편함이 아니라 그 행위가 주는 기억이 추억이 되기 때문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요한슨
21/03/04 09:59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는 인근에 게임 타이틀 중고 매입이 가능한 매장이 있어서 그런가 유형의 타이틀은 언제든지 소정의 현금으로 전환이 가능한 실물자산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가능한한 실물 타이틀을 선호하는 입장이긴합니다. 그래놓고 막상 플스5는 디지털 에디션으로 구했지만-_-;;
21/03/04 10:01
수정 아이콘
딸이 PC게임 하면 디스켓 갈아끼우라고 할 기세네요
ComeAgain
21/03/04 10:02
수정 아이콘
후후 불기 위해서죠.
21/03/04 12:40
수정 아이콘
스위치는 핥습니다?
다이어트
21/03/04 10:04
수정 아이콘
지인들이랑 팩 교환하면서 해보고 재미없으면 중고로 팔고... 한번도 다운 받아본적 없네요.
패마패마
21/03/04 10:11
수정 아이콘
앨범 사는 느낌이죠 크크 실물이 주는 느낌이 확실히 있어요
21/03/04 10:18
수정 아이콘
잘안될때면 뽑아다가 호호 불고 다시 끼워넣어서 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네요
及時雨
21/03/04 10:51
수정 아이콘
저는 소장할 각오가 된 것만 DL로 삽니다.
아라나
21/03/04 10:54
수정 아이콘
저는 팩으로 산 적이 없고 CD로만 산적은 있다보니 그냥 다운로드로.. 뭐 게임이 3개뿐이라는건 함정
내맘대로만듦
21/03/04 11:03
수정 아이콘
벽에 쫙 꽂아놓으면 기부니가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좋아하는 시리즈만 패키지로 삽니다.
세인트루이스
21/03/04 11:09
수정 아이콘
닌텐도 (NES)에 넣었던 노란 바탕에 너구리 마리오가 날던 SM3 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애가 어서 크면 같이 게임 사러 가고 싶네요.
21/03/04 11:12
수정 아이콘
스위치 신품사서 쓰다가 잘 안하길래 2달 뒤에 팔았는데 팩포함 손익이 -4만원.. 스팀보다 싸더라구요
죽력고
21/03/04 11:30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은 갈아끼는게 귀찮아서 거의 다운로드로 사긴 사는데....책장 한켠에 모아져있는 콘솔 패키지들 보면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중고거래를 잘 하는것도 아닌데...
21/03/04 11:34
수정 아이콘
추억이 깃든 글 감사합니다
그린그림
21/03/04 12:05
수정 아이콘
처음 팩 구매한 게임이 야숨이었는데 절대 후회하지 않고 팩 갈아끼울때마다 야숨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라 항상 행복합니다. 팩 구매는 확실히 다운로드랑 다른 감성이 있어요!
류수정
21/03/04 12:15
수정 아이콘
마카, 동숲같이 매일매일 조금씩 하는 게임들은 다운로드로, 한번 불태우고 엔딩보면 끝나는 RPG류 게임들은 패키지로 사는게 제일 나은거같습니다. SD카드 용량도 한계가 있으니... 근데 정작 슈마메를 처음살때 패키지로 사서 갈아끼우기가 귀찮다보니 다른게임을 안하게되는게 함정(....)
21/03/04 12:22
수정 아이콘
저같이 8X 년대생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청계천이 재개발(?)되기 전 고가도로 근처에, 전자기기 등을 취급하고 게임팩을 대여하던 상권이 있었죠.
당시에 팩 바꾸러 가자~ 하고 아버지나 친구와 함께 종종 가곤 했었는데..

그렇게 슈퍼패미콤을 아주 열심히 하다가 플스가 나왔을 때 차마 사지 못 했던 기억이 아직도 씁쓸하게 남아있네요. 크
취준공룡죠르디
21/03/04 12:50
수정 아이콘
저는 그냥 극한의 이득충이라
첨엔 중고로 팔 거 생각해서 스위치 패키지 모으다가
2대가 되니까 dl 계정 주기기 꼼수로 동시에 2기기까지 되는거 알고 dl로 넘어갔습니다
그래도 마리오3d컬같은 한정판매는 패키지로 사긴 하네요
애플리본
21/03/04 12:53
수정 아이콘
아버지가 컴보이를 사주셨는데.. 컴보이는 팩을 직접 꼬.는게 아니고 따로 연장팩을 껴야 구동이 가능했죠. 근데 패미컴 팩은 사이즈가 2개라.. 아버지가 사오신 드래곤볼 팩을 꼈는데 안들어가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몇 년 뒤에는 슈퍼컴보이 사서 행복했었..
12년째도피중
21/03/04 14:56
수정 아이콘
크크크 저는 죽어도 안사주셨습니다. 새뱃돈마저도 압수당했죠.
그러나 어쩌다 응모한 경품행사에서 게임기가 걸리면서 인생이 변했습니다. 이후 초중고 때 받은 장학금 전부가 게임팩 값으로 휩쓸려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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