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정경심 교수에 대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징역 4년 그리고 징벌금 5억원. 법원은 정상적인 사법절차를 통해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대단히 극단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총기소지가 허용되어야 한다], [매국노는 원래 모두 판사출신이었다], [사법부가 죽었다],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이들은 정상적인 법 절차를 부당하다고 역설하며 판사들이 검찰과 한패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판사들이 법을 집행할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문재인과 민주당을 억압하거나 궤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시즘 전문가인 로버트 팩스턴 교수는 파시즘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 obsessive preoccupation with community decline, humiliation, or victimhood and by compensatory cults of unity, energy, and purity”

[공동체의 쇠퇴, 치욕, 또는 피해의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리고 이를 상쇄하기 위한 단결과 열정 그리고 순수함의 강조]

문빠들은 행정부와 입법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각종 시민단체와 언론, 인터넷 커뮤니티와 강력한 팬덤을 통해 87년 이래 그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권력을 확보하고 있고 또 휘두르고 있는데도 여전히 스스로 괴롭힘 당하는 불쌍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했다고 대통령밖에 바꾸지 못했다고 절망하며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죽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사법부마저 완전히 권력의 시녀가 되어야만 이들이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죠. 대단히 위험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정상적인 법집행을 부당한 것으로 몰아가면서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법치에 대한 신뢰를 부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트럼프 측근과 지지자들이 대선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또 그들이 제기한 소송이 기각되는 것에 대해 어떤 음모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입니다.

[법치주의의 부정(delegitimization of the rule of law)] 또한 파시즘의 특징으로 이들은 초법적인 방식의 문제해결을 종용합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그러한 시도가 구체화되기 어렵겠습니다만 일부 과격한 지지자들은 이러한 초법적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게 비극적입니다.

제6공화국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문빠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여전히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며 자기들 외에는 모두 적이며 또 자기들을 무너뜨리려는 사악한 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게 정경심 판결에 대한 반응입니다.

내 인생 최악의 날, 비통함을 금할 수 없어, 사법부는 죽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총기도입이 시급하다 등...그리고 이러한 글에 대한 추천수

대단한 단결, 열정 그리고 순수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한 팬덤이 존재하고 현실세계에서 이들의 화력이 대단하기에 민주당에서 바른 말을 하는 의원이 사라졌고,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대안현실과 판타지를 주장하며 목청 높이는 자들이 부상하게 되었죠.

[내가 조국이다]
[내가 문재인을 지킨다]

를 외쳐야만 권력의 이너써클로 인정받고 또 지지자들을 결집할 수 있게되는 상황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러나 문빠라 불리는 팬덤이 점점 현실과 유리되어 무리수를 두고 억지를 부릴수록 일반시민들은 이들에게 더욱 거부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권의 실정과 이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반감이 커질수록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높아지겠죠.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41%의 득표율로 당선된 인물입니다. 탄핵정국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보면 문빠의 히스테리가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정권교체에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죠.

다만 실제로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법안을 만들어내는 민주당 의원들, 그리고 행정부를 총괄하는 청와대와 참모들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들에게는 지지자들에게 이권을 나누어줄 힘과 반대자들에게 위협을 가할 힘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시민과 공무원 그리고 언론이 각종 부조리에 대해 눈을 뜨고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

추가1. 진중권에 대한 각자의 호오가 어떠하든 그가 오늘 올린 페북글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이 또한 본문에 사진2로 추가합니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