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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27 16:19:16
Name 우주전쟁
Subject [일반] 조종사를 대하는 철학의 차이 (보잉 vs 에어버스) (수정됨)
요즘의 항공기 시장은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독자적인 군소 항공기 제작사들도 있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그냥 날아다니는 비행기들은 웬만하면 보잉 아니면 에어버스 기종이라고 봐도 크게 잘못될 일은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조종사의 조종 자율권을 놓고 보잉과 에어버스는 서로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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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사의 777-300ER


img.jpg
에어버스사의 A330-300


보잉과 에어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동 조종 시스템에서 드러난다고 합니다. 보잉은 어떠한 경우라도 조종사가 비행기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반면 에어버스는 컴퓨터가 조종사의 통제를 제한하거나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조종실의 조종간에서 부터 드러난다고 합니다. 보잉사의 비행기들은 아직도 전통적인 형태의 조종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조종간이라고 하는 것은 비행기의 날개와 물리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보잉사의 항공기들은 조종사가 명령하는 대로 반응을 합니다. 실제로 정상 운행 중인 비행기는 굳이 날개를 90도 이상 기울이는 조작을 할 필요가 없는데 보잉사의 항공기들은 만약 조종사가 조종간을 그렇게 기울이면 실제로 90도 이상 날개를 기울이는 기동을 한다고 하네요. 심지어 보잉사의 비행기들은 자동비행모드인 경우라도 조종사가 얼마든지 컴퓨터의 조종에 개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6gdj77c-1920x1080.jpeg
보잉기 조종실 모습



반면 에어버스사의 비행기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조종간이 없고 마치 게임기의 조이스틱 같은 사이드스틱을 사용하여 조종을 한다고 하네요. 이 사이드스틱의 경우 컴퓨터와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조종사가 아무리 사이드스틱을 한쪽으로 최대한 기울인다고 해도 컴퓨터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서 비행기가 기울어지는 것을 제어한다고 합니다. 에어버스사의 비행기들은 컴퓨터가 조종사의 조작을 점검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어한다는 거지요.

airbus-50-1-a350-cockpit_77616.jpg
에어버스 기종 조종실 모습


결국 이 문제는 기계와 그 기계를 다루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보잉의 항공기 설계 철학은 "비행기를 통제하는 최종 권한은 언제나 조종사에게 있다"로 요약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만든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기에 결국 조종사의 판단이 최우선적인 권한을 부여받는다는 겁니다.

반면 에어버스는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부터 설계를 출발한다고 하네요. 따라서 실수를 할 수 있는 인간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 보다는 조종사의 모든 조작을 컴퓨터가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항공기를 설계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접근 방법은 어느 한 쪽이 낫고 다른 쪽이 부족한 우열의 관계라기보다는 조종사의 역할을 바라보는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하네요. 보잉사의 창업주 윌리엄 보잉은 완벽주의자로서 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비행기를 만드는 것을 회사의 모토로 삼았고 그런 완벽한 비행기는 인간에 의해서 완벽하게 제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반면 유럽 여러 나라들의 컨소시엄으로 출발한 에어버스를 이끌었던 프랑스 항공기 엔지니어 로저 베테유는 인간은 절대 완벽할 수 없으며 인간의 한계를 기술로써 보완하고 제어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네요.

저는 항공기라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항공기 제작사의 양대 산맥인 보잉과 에어버스가 저런 상반된(?) 철학을 바탕으로 비행기를 제작하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문외한으로서 에어버스 기종의 경우 궁금한 점이 하나 생깁니다. 만약 기내 화재라든가 어떤 긴급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조종사가 비행기의 기동에 대해서 100% 통제를 하지 못하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내 화재 발생 시 십 몇 분 안으로 공항이든 바다든 어디든 비행기를 착륙 또는 착수 시켜야 된다고 하던데 그 때도 급강하를 컴퓨터가 제어할 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본문의 내용은 최근에 출판된 대한항공 수석기장 출신인 김동현 기장이 쓴 [플레인 센스]를 참고해서 작성했습니다. 비행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정말 이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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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타
20/06/27 16:23
수정 아이콘
정작 최근에 문제가된 보잉 737은 변경된 에어로다이나믹을 자동제어하는 기능이 오작동해서 사고가 나지 않았나요.
전 이쪽 내용은 잘 모르지만. 시작은 저렇게 했어도, 결국 모두가 스마트폰 쓰는 시대에 기업의 시작이 피처폰이냐 위성폰이냐 이런 차이는 별 의미가 있나 싶긴합니다.
혹시 오해하실까봐.. 내용에 대한 반박이 아닙니다. 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오래된낚시터
20/06/27 16:28
수정 아이콘
파키스탄 여객기 조종사 3명중 1명이 가짜 면허라는데 이게 오토파일럿의 위엄인지...참...
이번에 사고 나고 대기 명령을 내렸다고는 하지만요
츠라빈스카야
20/06/27 16:30
수정 아이콘
에어버스는 평상시엔 저렇더라도 비상시 강제 오버라이드기능이 있지 않을까요...?
피쟐러
20/06/27 16:32
수정 아이콘
이렇게 여자들한테 야부리 털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해가네요!!
감사합니다

이제 다가올 자동차 자율주행도 비슷한 방향성을 갖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스킬에 중점을 둔 자율주행이면 좋겠지만 안될꺼야...
-안군-
20/06/27 17:26
수정 아이콘
아니 야부리 털 여자[들]이 있으시다니... 피쟐러 맞으십니까??
피쟐러
20/06/27 17:37
수정 아이콘
저...저말고 불특정 다수분들요ㅠ
20/06/27 16:34
수정 아이콘
컴퓨터의 기본 개입이 어느정도냐의 차이일 것 같네요. 2010년대 부터는 보통 사람들이 몰고 다니는 자동차에도 저 기술이 다 쓰이고 있습니다. 개입하는 일이 잘 없을 뿐이지 필요하면 언제든지 작동하죠.
닉네임을바꾸다
20/06/27 16:47
수정 아이콘
급하면 망치로 컴퓨터 뚝배기라도 따고 인간이 개입하겠죠...
브레드
20/06/27 16:56
수정 아이콘
그동안의 항공 참사들을 생각해보면 도저히 어쩔 수 없었던 천재지변을 제외하곤 대부분 사람의 실수나 악의로 인한 것들이었죠. 그런 면에서 저는 에어버스 쪽이 더 맞다고 봅니다.
20/06/27 17:25
수정 아이콘
그런데 최근 737맥스의 사례처럼 자동조종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추락한 사례도 있어서 뭐가 정답이다 결론을 내리기는 좀...
Ragamuffin
20/06/27 17:33
수정 아이콘
저도 아마 브레드님 말에 동의했을테지만...737 맥스 이후로는 컴퓨터나 프로그램도 결국 사람이 만든 거구나 싶네요
로빈팍
20/06/27 16:56
수정 아이콘
양대 항공기 메이커에 이런 차이가 있었네요. 잘보고 갑니다
눈표범
20/06/27 17:07
수정 아이콘
보잉은 기계식, 에어버스는 fbw를 쓴다는 건가요?

전투기 분야에서는 진작에 fbw로 넘어갔는데 신기하네요.
20/06/27 17:12
수정 아이콘
fbw는 둘다 사용하는데,
보잉은 fbw를 사용하되 전권이 조종사에게 있고
에어버스는 fbw를 사용하되, 컴퓨터가 보기에 말도 안되는 조종이면 씹어버린다는 말이겠네요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논쟁인데?
antidote
20/06/27 17:20
수정 아이콘
요즘에 설계되는 비행기에 fbw를 안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일반인이 접할수 있는 비행기 종류는요.
fbw가 안쓰이게 된다면 경우는 전선이 아니라 광섬유 쓰는 경우나...
저격수
20/06/27 23:16
수정 아이콘
광섬유 쓰면 fbw가 안쓰이는 경우가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어떤 매커니즘인가요? 레퍼런스라도 부탁드립니다.
(fbw 쳐보니까 fwb 나와서 순간 당황)
antidote
20/06/27 23:25
수정 아이콘
fbw의 w:wire 자체가 전선을 뜻하는거죠. 설사 전선을 안쓰는 항공기를 접하더라도 광섬유를 쓰기라도 할거라는 말입니다. 어차피 광섬유로 해도 전자제어인건 마찬가지이고요.
20/06/27 17:11
수정 아이콘
뭔가 보잉이 더 멋있긴한데, 에어버스가 더 합리적인거 같네요
벨로티
20/06/27 17:12
수정 아이콘
[플레인센스]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비행기 탈 때마다 알은체 팡팡 할 수 있어요!
우주전쟁
20/06/27 17:17
수정 아이콘
그리고 보잉 조종사들이 에이버스 조종사들 만나면 버스기사라고 놀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에어버스라는 이름은 항공여행도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하네요.
-안군-
20/06/27 17:30
수정 아이콘
자동차도 점점 저렇게 되어가고 있죠. EPU가 엔진 출력을 조정하느냐, 운전자의 엑셀 조작에 맡기느냐. ABS나 기타 균형장치 등등도 마찬가지고, 볼보트럭의 비상브레이크 같은것도 있고.
인공지능과 무인주행 같은것들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런 논란(?)은 더 가속화될 것 같아요. 예를들어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이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느냐 제조사에게 있느냐 등등...
미스터콩밥왕
20/06/27 17:47
수정 아이콘
아스라다vs오우거네요. 드라이버에게 선택의 권한이 있고 그것을 최대한 서포트하는 아스라다의 시스템(보잉)과 컴퓨터가 최적의 세팅을하고 드라이버가 그에 맞게 드라이빙해야하는 오우거의 시스템(에어버스).. 궁극의 지향점은 서로 비슷하겠지만 머리로는 에어버스 생각이 맞는것 같다가도 가슴으로는 보잉의 철학이 더 와닿는것 같기도하고 재밌네요.
닉네임을바꾸다
20/06/27 18:31
수정 아이콘
SIN의 스토리 결말을 보면 음?
빙짬뽕
20/06/27 22:46
수정 아이콘
능력 안되면 드라이버 죽여버리고 맘에드는 드라이버한텐 폭주까지 해가면서 승리를 안겨주시는 참트루AI 오우거좌...
츠라빈스카야
20/06/27 17:52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에어버스 조이스틱은 전투기 조종사들은 오히려 익숙한 모양이죠. 위치가 좀 다르긴 하지만..
앙겔루스 노부스
20/06/27 18:10
수정 아이콘
사회철학과 무관치 않아보이는게, 자유지상의 미국 - 사회부조의 유럽 과 맥이 통하는 점이 있지 싶네요.
VictoryFood
20/06/27 18:42
수정 아이콘
평상시의 오류 가능성을 줄이는 것 vs 비상시에 해결 가능성을 높이는 것

전자가 더 사고 총량을 줄일 수 있지만, 감성으로는 후자에 기울기 쉽죠.
주먹쥐고휘둘러
20/06/27 18:56
수정 아이콘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는데 그 인간이 만든 컴퓨터는 왜 아무 문제가 없을거라 확신하는지 모르겠네요
닉네임을바꾸다
20/06/27 19:00
수정 아이콘
루틴만 문제없고 루틴이 가정한 범위내에서만 일어나면 사고날 가능성은 0인 컴퓨터와 그냥 뜬금없이 해야할것도 건너뛸 수 있는 인간의 차이?
비상시에는 저 장점과 단점이 바뀌지만요...
20060828
20/06/27 19:35
수정 아이콘
망치를 누가 들고 있냐의 차인거죠?
드라고나
20/06/27 19:44
수정 아이콘
에어버스 조이스틱이 전통 아닌 것도 아닙니다
. 저런 형태의 조이스틱이 전투기에 쓰인 게 30년 넘어가는걸요. 외려 전투기 조종사 출신 파일럿에겐 보잉의 요크보다 에어버스의 조이스틱이 훨씬 익숙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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