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서 MBTI가 제 2의 혈액형 취급을 많이 받는 것 같아서 써보는 글입니다.
전문적으로 강사자격증이 있고 그런건 아닙니다만, 나름 MBTI에 대해서 공부해보기도 하고, MBTI를 파고들은 분에게 강의도 듣고 하면서 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조금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전제로, 사실 MBTI의 16가지 분류로만 사람을 보면, 당연하지만 맞지 않는 케이스가 더욱 많습니다.
그래서 MBTI도 각 지표별로 5~6가지로 수치화하고, 그걸로 좀더 다양하게 정확도를 높여가려고 하지요.
이런건 MBTI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성격유형검사들이 모두 동일합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건 성격 '분류'검사가 아니라, 성격 '유형'검사라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커다란 유형별로 분류하려고 하는거지, 거기서 100%의 정확도를 요구하면 당연히 부정확한 부분이 생길수밖에 없어요.
사람은 기계처럼 100% 프로그래밍된 존재가 아니니까요.

성격의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은, MBTI 워크샵 같은걸 해보면 굉장히 많이 드러납니다.
제가 아직도 기억에 나는 워크샵의 한 장면이 있는데..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주제로 던져줬을 때였습니다.

제가 속한 그룹은.. 어느 지역의 어느 아파트. 같은 식으로 주로 이야기가 정리되고 있었지요.
그런데 다른 그룹에서는, 집이 가운데 과일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
방에서 쉬면서, 침대에서 누워있다가  손을 뻗어서 과일나무의 과일을 먹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하도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기억합니다.
뭐 그 이외에는 밖에는 바다가 보이고 어쩌고 했던것도 같습니다만, 복층으로 된 집의 한가운데에 집을 뚫고 자라있는 과일나무의 충격이 좀....
물론 그 얘기를 하는 그룹은, 매우 진지하게 그런 로망을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

결론적으로 말해서, MBTI를 비롯한 성격유형검사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이상하기 때문에 틀리게 생각하는거야'가 아니라, '저 사람은 나와는 아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라는거죠.
저를 가르쳐준 선생님은 이런 표현을 하시더라고요.
"세상의 절반은, 너와는 다른 존재다"
저는 성격유형검사를 바라볼때 16가지라는 틀에 끼워맞추려고 하기보다는, 큰 범주의 분류로 보는게 훨씬 이해가 쉽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MBTI의 4가지 분류에 대해서 간략하게 한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오류가 있을수도 있으니, 저보다 더 잘 아시는 분들은 추가로 적어주셔도 좋고요.
저도 배우는 입장에서 적은 것들이라, 사실 부정확한 부분도 있을겁니다.

MBTI의 가장 처음분류는 E(외향형)/I(내향형) 이죠.
외향형과 내향형만큼 쉬운 분류가 없으니, 이건 바로 넘어가렵니다.
인터넷의 유명한 짤방 있잖아요?  밖에 나가면 +1+1+1 되고 집에 있으면 -1-1-1되는게 외향형이고..
밖에나가면 -1-1-1이 되고 집에 있으면 +1+1+1이 되는게 내향형이라고..
외향/내향 분류는 결국 에너지를 어디서 좀더 얻느냐의 문제입니다.
밖에서 얻는 에너지가 많을수록 E에 가까워지는거고.. 혼자서 있을때 얻는 에너지가 많을수록 I에 가까워지는거죠.


그 다음은 S(감각형)/N(직관형)의 분류입니다.
S는 피부와 오감을 이용해서 받아들이는 감각에 집중하는 유형이고, N은 그렇게 받아들인 감각을 해석해서 나름의 직관을 내놓는 유형이죠.
사실 말로 쓰면 굉장히 어려운 분류입니다.
저에게 MBTI를 가르쳐준 선생님은, S/N의 분류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하셨었습니다.
글쓰기에 있어서 S/N의 성향이 상당히 크게 드러난다고 하셨었죠.

여행기를 보면 잘 드러난다고 하셨는데..
왜, 여행기를 보면 굉장히 디테일하게 쓰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낯선 숙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식당에 가서 메뉴를 주문하고 앉아있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디테일한 글쓰기는, 그 식당에 앉았을때 탁자의 나무 무늬와 꽃병의 모양과 들어오는 햇빛의 모양과 식탁위를 지나가는 개미와 옆에 앉은 아저씨와 저쪽에 앉은 아가씨와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주방의 모습등등을 몇페이지에 걸쳐서 쉼없이 묘사하는 겁니다. 3페이지를 넘게 썼는데, 이제 점원이 물병을 가져다주는 그런 여행기 스타일이 있잖아요?
이런 글쓰기가 자연스럽고, 이런 글쓰기가 좀더 잘 읽히는 사람들이 감각형에 가까운 유형이라고 합니다. 그에 반해서 직관적인 글쓰기는, 이런 디테일함을 길게 묘사하는것 자체를 싫어하죠. 위에서 3페이지 넘게 식당내부풍경을 디테일하게 묘사해도, N에 가까운 사람들은 그런 글에 대해서 '그래서 어떻다는 건데?'라고 받아들여버립니다.
그래서 N이 여행기를 쓰면, 무엇을 보았고 그 묘사가 어떻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무엇을 얻었는가'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꼭 정확하진 않더라도, S와 N을 분류하는 하나의 커다란 예시라고 볼 수 있을거고요.
(저희 선생님이 추천했던 N의 글쓰기가 드러나는 책은 파울로코엘료의 순례자였습니다.)


그리고 T(사고형)/F(감각형)인데...
이것도 사실 E/I처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는 유형 분류라서.....
흔히 T가 좀더 일 중심적이라고 하고, F가 좀더 사람 중심적이라고 하죠.

사실 이런 유형들은, 위기상황일때 좀더 본성이 잘 드러난다고 봐야합니다.
T유형이라고 사람중심으로 생각하지 않는게 아니고, F유형이라고 일중심으로 생각하지 않는게 아니거든요.
(거기다 학습과 사회화를 통해서 반대방향으로 사고하고 느끼는 법을 다들 경험하기 마련이거든요. T와 F가 유독 강한 편입니다)
T와 F는 그래서 뭔가 예시로 얘기하기가 좀 곤란합니다.
전형적으로 얘기하기는 쉬운데, 모든 사람은 한편으로 치중된게 아니니까요.
다만 이런 성격유형에서 제일 중요한건, 다른 사람이나 검사문항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좀더 '자연스럽게'생각하는 방향. '위기상황에서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는 방향'같은거죠.

마지막은 J(판단형)/P(인식형)입니다.
흔히 정리잘하기,시간약속 잘지키기 vs 정리 안하기, 지각하기 로 분류되는 유형이죠. (....)
J유형은 빠르게 판단하는걸 좋아합니다. 반면에 P유형은 최대한 오래, 많이 인식해서 정보를 받아들인 다음에 최후의 순간에 판단하는걸 좋아하죠. 그래서 P유형이 혼란을 좀더 잘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뭐.. 여행을 준비하고 실행할때, J와 P가 많이 구분되는 편이라고는 합니다.
미리부터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여행의 일정을 촘촘하게 짜놓는 사람들이 주로 J라고 하죠.
반면에 P는, 여행계획에 구멍이 상당히 많이 나있는 편이고요.
J는 계획한 일정들을 전부 처리하기를 원하지만, P는 중간의 일정이 마음에들면 그 일정때문에 남은 일정을 전부 '기분좋게'포기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J도 당연히 포기할수는 있죠. 하지만 '기분좋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J/P유형도 사회화와 학습에 의해서 많이 섞이는 유형입니다.
사회생활 하려면, 누구나 J유형을 개발할수밖에 없죠.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해도 시간약속에 늦지 말아야하고, 내가 편하지 않더라도 여행계획을 열심히 준비하고 여행계획을 실행하는데 온힘을 다 기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게 습관이 되다보면, J처럼 행동하는 것들이 자연스러워지기도 할거고요.

위에서도 적었지만, 이런건 테스트의 문항이 절대로 구분해줄 수 없습니다.
그냥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수밖에는 없어요. 내가 어느쪽 방향이 좀더 자연스러운가? 하고 말이죠.
명확하게 구분이 안가면,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어도 됩니다. 이걸 꼭 구분하는게 그렇게 중요한것도 사실 아니거든요 :)



사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이런 4가지 큰 분류로 파악을 하다보면, 당연하지만 쉽게 분류되는 부분이 있고 쉽게 분류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당연한거죠.
전, 진정한 성격유형검사는 결론적으로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MBTI검사가 오류나기가 되게 쉬운데, 문항들이 좀 쉽고 직관적이거든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체크하기가 쉽고, '나 자신을 좀더 포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체크하기도 쉽습니다. 결론적으로, 스스로를 속이기가 굉장히 쉬운 검사에요.
그래서 MBTI검사와 자기자신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 자주 나오기도 하고요.


다만 이런 MBTI같은 성격유형검사를 하면서 알게되는 제일 큰 유익은, 정말 나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회화가 덜되서, 이상해서, 뭐가 중요한지를 몰라서, 군대를 안다녀와서, 철이 덜 들어서, 결혼을 안해서 등등.. 우리는 갖가지 이유로 '나와 다르고' '무리와 다른'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고 틀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고 너무도 쉬운 어떤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죽을힘을 다 짜내야 가능한 그런 행동들도 있어요.

세상의 절반은 나와 다르게 생각한다는 저희 선생님의 말씀은 그래서 한번쯤 생각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와 여자라서 다를수도 있죠.
E와 I라서 다를수도 있고, S와 N이라서 다를수도 있습니다.
T와 F라서 다를수도 있고, J와 P라서 다를수도 있습니다.
대졸과 고졸이라서 다를수도 있고, 사무직과 생산직이라서 다를수도 있을거고요.
미혼과 기혼이라서 다를수도 있고, 내국인과 외국인이라서 다를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를 수 있는 요인은 너무나도 많은데, 중요한건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틀린건 아니라는 거겠죠.

그래서 MBTI라는 하나의 '도구'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도구'로서 사용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MBTI배우고 적용하면서 제일 쓸모없는 행동이, 너는 OOOO니까 이런 행동을 할거야! 같은거죠..
사실 MBTI뿐만이 아니라, 모든 성격유형검사가 비슷하고요.

결론은 MBTI 너무 까지 맙시다. 나름 유용한 도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