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주말엔 PGR에 글이 잘 안올라와서 쬐금 심심함미다. 그래서 제가 글을 올리기로 했어요. 오늘이 가입 2달째거든요. 뜬금없이 예전 라디오를 찾아서 듣다가 말이 그럴 듯해서 올려봅니다.
(중략)
(게스트) 유행이라는 게, 모든 유행이라는 게, 항상 그 이전에 있었던 유행, 큰 유행에서 부족했거나 결핍됐거나 그걸 메우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그거를 만회하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나가게 되어있다. 그건 뭐 항상 그래왔다. 역사적으로.
(유시민)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짜장면만 한 열흘 계속 먹다 보면 짬뽕이 먹고 싶어지는 거하고 비슷한 거죠.
(게스트) 그렇죠. 그런 거죠. 그건 너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은 국민들이 모여서 다, 전국민이 회의해서 결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대중의 정서라는 게 당연히 그렇다. 그래서 예를 제가 흔히 드는 것이, 맨 처음에 꽃미남이 몇 년 전에 나왔을 때 다들 환호했죠. 그리고 꽃미남 유행이 한 1, 2년 갔어요. 근데 꽃미남만 보다 보니까 너무 야들야들 하거든요. 그리고 좀 남성성이 부족한 것 같고, 좀 씩씩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결핍이 어느 순간 차곡차곡 축적이 되죠. 그러면 갑자기 근육남이 뜹니다. (유시민) 짐승남. (게스트) 그렇죠. 짐승남이 떠가지고, 근육 울끈불끈하고 막, 헬스장가서, 그런 남자들. 막, 인기 끌었죠. 웃통 막 벗어재끼고… (중략) 이거는 국민 투표로 국민들이 모여서 선거해서 뽑은 게 아니거든요. 그런 거대한 트렌드에는 거대한 결핍이 따른다. 모든 걸 만족시키는 유행은 없으니까.
정권이 바뀌는 것도, 대통령을 뽑는 것도 굉장히 거대한 트렌드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은 굉장히 논리적인, 합리적인 추론에 혹은 상황판단 끝에 어떤 후보를 선택한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 어떤 후보가 마음에 갑니다. 마음에 가고 나서, 그 후보에게 마음이 간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낸 거죠.
(유시민) 나중에 찾는 거지 나중에.
(게스트) 순서가 원래 그런 거거든요. 사람들이 원래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보다는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먼저 반응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정권은 항상 피로감을 일으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그래서 그 정권이 결핍했거나 결여했거나 부족했거나 혹은 너무 많았거나 하는 것에 반작용이 오기 마련인데, (유시민) 그래서 노무현에 대한 반작용이 이명박이었다? (게스트) 일정 정도, 상당부분 정서적으로는. 예 그러니까 노무현 아닌 것, 노무현 여집합, 노무현과 다른 것. 노무현 아닌 것을 다 모으면 이명박이 됩니다. (중략) 이제 내가 먹고 사는 문제에, (유시민) 나라 걱정은 그만하고 내 걱정? (게스트) 그렇죠. 이제 내 욕망에 투표해도 되는 거 아니냐. 내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가격 좀 올라가고, 지갑 두둑해지고, 그러면 그 후보가 누구던 간에 상관 없는 거 아니냐? 대충 이제 민주주의가 무너질 일은 없잖아. 그 정도의 마음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명박 각하에게 표가 갔고, 이제 우리 각하를 겪다보니까 또 거대한 엄청난 결핍이 생기고 있죠. 이제 그러면 (유시민) 각하의 여집합을 찾게 되는? (게스트) 그렇죠 각하가 아닌 것의 합집합. 이제 안타깝게도, 야당 진영에는 안타깝게도, 각하의 아닌 것, 그러니까 사사롭지 않을 것, 약속을 지킬 것, 말을 바꾸지 않을 것, 꼼수를 부리지 않을 것. 이 이미지를 이미 선점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였어요.
(유시민) 네. 그게 여당 후보가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의 아닌 것의 합처럼 그 위치에 가 있다는?
(게스트) 그렇죠. 박근혜 전대표는 굉장히 이때까지 그 스탠스를 잘 지켰어요. 여당인데 야당처럼 보여왔어요.
(유시민) 그래서 (박근혜측에서) 정권교체라고 그러고.
(게스트) 그렇죠. 그 세력도 섞이길 거부했고, 그리고 대중들의 머리 속에 이미지도, 박근혜 전 대표는 약속을 지킬 것 같고, 박근혜 전대표가 말을 많이 하거나 말을 잘해서 지금 인기를 끄는 게 아니거든요. 그 이미지.. 적어도 시대적으로 결핍 되어있고, 사람들이 내가 이런이런 점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정반대의 누군가를 찾는, 그 시대적 경향성에 가장 맞는 인물인 겁니다. 그 분이 개인적으로 호불호, 정책적 호불호 이런 걸 다 떠나서 정서적으로 마음이 그렇게 가게 되있다는 거죠.
(중략)
유시민 대표의 강점은, 사람들 머리 속에 강점은, 거기에 있지 않은 거에요. 박근혜 전대표가 강한 지점이 있는데, 그리고 시대적 요구가 있는데, 또 시대의 결핍이 있는데, 유시민 대표의 강점은 사실은 그 쪽에 있지 않고, 상대를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제압하고 뭐 여러가지 강점들이 있습니다만은 그게 박근혜 전대표와 그 지점에서 만나면 이기지만, 유시민 대표가 박근혜 전대표가 강한 지점에 가서는 져요 대중들에게.
어... 같은 지점에서 그러면 싸워서 이길 사람이 누가 있느냐 그렇게 찾기 시작한 거죠 저는. 그러니까 사사롭지 않고, 약속을 지킬 것 같고,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도 슬픈 히스토리에 뒷받침을 받습니다 당연히. 본인이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이미 드라마의 주인공이죠. 그런 스토리 속에 있는가. 실제 그분의 삶이 누군가 검증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삶 자체로 자격 여부를 어느 누구도 시비 걸지 못할 만큼이 되는가 뭐 등등. 한마디로 사사롭지 않은가 사람들 머리 속에. 저는 문재인 이사장님이라고 봤던 게, 그거를 발견한 날은 영결식 당일이었어요.
(중략)
그래서 다음 선거가 어떻게 될 것이냐? 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박근혜도 사사롭지 않은 이미지가 있고, 실제 사사롭지 않아요. 어떤 의미에서 사사롭지 않냐면, 박근혜 전 대표가 왜 정치를 시작했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요즘도 그런 얘기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초창기에는 그렇게 얘기했어요. 초창기에는, IMF때 나라가 망하는 걸 보고 어떻게 일군 나라인데 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얘기를 제가 인터뷰할 때도 했었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했었고, 요즘 그런 얘기 안할 거에요. 하도 오랜 얘기니까.
(중략)
어.. 저는 그게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양반이 이렇게 말하면 내가 인기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서 말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 그런 마음이 있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그 분의 성향이나 그분의 걸어온 걸음걸이를 봤을 때 그 분에게 국가는 아버지고, 아버지가 또 국가죠. 그러니까 정치가 효도인 거에요. 정치가 제사인 것이고, 사사로울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더군다나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야 되겠다는 철학도 별로 필요가 없어요 (유시민) 그게 문제.. 아닌가요? (게스트) 그렇죠. 효도에 무슨 철학이 필요해? 아버지가 일군, 일군의 주체가 아버지였던 거죠. 아버지가 일군 나라를 이렇게 망가트리고 있네. 내가 직접 나가서 바로 세워야 되겠다. 효도고 제사인 거죠. 속성이 그러하다고 봅니다. 사사로울 이유가 없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사사롭죠. 아버지의 유산이니까 자기가 상속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사로움, 우리 각하의 사사로움 같은, 그런 종류의 사사로움은 없습니다. (유시민) 좀 차원을 달리하는 사사로움? (게스트) 그렇죠. 국가가 아버지의 것이고, 내가 아버지의 딸이니까.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가서 이 국가를 상속받아서 이 국가를 아버지가 원래 의도했던 대로 바로 세워야 되겠다. 그런데 바로 세운 그 국가의 상이 없어요. (유시민) 하여튼 바로 세우는 것만 중요하지 (게스트) 그렇죠. 그러니까 바로 세우는 상이 없는 거죠. 그 상이 없어도 근데 별로 상관이 없고, 지금은 먹혀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지금의 결핍과 스토리는 그렇게 흘러가거든요.
Ps. 제가 생각하기에 상당히 그럴 듯 하다고 본 지점은
1. 모든 유행에는 결핍이 따른다. 그 결핍이 누적되어 그에 반대되는 새로운 유행이 생긴다. 이는 정권이 바뀌는 것에도 적용된다.
2. 대중들은 정치가에게 일단 마음을 주고, 그 다음 그에 합당한 이유를 찾는다.
3. 박근혜는 사사롭지 않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사사롭다.
4. 2011년 라디오라는 점.
Ps 2. 이번 정권에서 가장 큰 결핍(또는 과도)은 무엇이고, 그 결핍을 채워줄 만한 정치인은 누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