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4/19 18:14:20
Name Chasingthegoals
Subject [일반] [스포] 영화 미성년을 보고...연출자로서 김윤석은 괜찮았다.

일단 소재 자체가 흥행될 소재는 절대 아니었는데...구성 시작부터 복잡했습니다.
보면서 느낀게 처음부터 어렵게 시작했는데, 어떻게 하나하나 풀어갈까? 라는 생각으로 봤는데요.
윤아의 미필적 고의로 주리 엄마한테 얘기한 스노우볼이 '동생'의 탄생, 태안 빤쓰런, '동생'의 유골, 망한 놀이동산 방문으로 잘 떡밥을 풀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복잡한 설정인 한 여자의 딸, 한 남자의 딸. 각각 엄마, 아빠의 불륜으로 엮여서 만나는 골때리는 설정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중2병 충만한 고등학생의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잘 표현했습니다.

특히 윤아가 단지 말썽피우는 애라는 이유로 삥 뜯겼냐는 것으로 유도심문을 하는 선생님한테 뒷담화하는거 아니냐는 대사,
그리고 그러면 나중에 큰일난다는 선생님한테 거짓말이라고 받아치는 주리의 대사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완전 저격 멘트여서 학생, 청년들한테는 사이다 같은 멘트이자 풍자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윤석은 예전 아침드라마에서 나왔던 캐릭터 그대로 나와서 좀 웃겼습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역주행하는 장면과 병원 들어올 때 어깨 축 쳐지고 들어오는 디테일이 좋았습니다.
다만 상황에 책임지지 않고 태안으로 도피했다가 현지 괴한들한테 습격당하는 장면은 어떤 이한테는 사이다였지만, 저는 좀..뭔가 아쉬웠습니다.
습격 당하고 택시 타는 과정이 담아졌다면, 추격자 느낌이 났을테니 과감하게 생략해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깐 재수없게 똥 밟은거나 다름 없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쌩고인물 양아치가 그냥 양아치 참교육 해봐야 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아니잖아요. 크크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짧은 분량으로 어떤 캐릭터인지 바로 알아차리게 해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윤아의 친아버지(이희준)는 도박 중독자임을 간략하게 보여줬는데, 1절만 딱 보여주고 끝내는 느낌이었거든요.

이 영화는 대사 하나하나와 행동 하나하나에서 각 캐릭터들의 심리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스릴러의 느낌이랄까요...
연출자 김윤석이 왜 감독들이랑 그렇게 심하게 다투는지 알았습니다. 이런 저런 디테일과 심리들을 잘 표현할 줄 아니까 많이 부딪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군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윤석이 스릴러를 찍는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요.

다만 아쉬웠던건, 염정아(영주)가 너무 보살이 된 캐릭터가 되서 좀 아쉬웠네요...
이혼하겠다고 통보하고 통장들 들추는데 자기 명의가 하나도 없는거부터 시작해서..(아마 위자료 문제에서 별로 얻지 못 할...)
나중에는 내연녀한테 전복죽을 선물까지 하니....본인 행동 하나로 조산을 한 죄책감 치고 너무 큰 댓가를 받은건 아니었나 생각도 들구요.
마지막 결말에서 갑분싸가 나왔던 '용각산 칼슘 제티' 장면은 두 주인공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도 아주 크게 각인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감성(10대 특유의 미친 똘끼)과 이성(동생의 죽음이 불륜의 반면교사가 되서 안 하기로 결심)의 결합으로 본 장면이었지만,
실상은 끔직한 혼종같은 장면이었습니다.
의도된 연출이지만, 고등학교 때 돌이키면 똘끼 충만한 모습들이 저 또한 나왔고, 많이 봐왔기에 납득은 됐습니다.
저 결말 장면으로 입소문이 나서 흥행이 안 되는걸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엄복동보다는 낫잖아요.

결론: 연출자 김윤석은 좋았다. 본인의 의도를 잘 보여준걸 보니, 그래서 감독들이랑 많이 싸웠구나 싶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할러퀸
19/04/19 18:28
수정 아이콘
저에겐 이미 올해의 한국영화가 되었습니다. 이만한 심리극을 연출해낼줄이야.. 김윤석은 진즉 감독했어야합니다.
Chasingthegoals
19/04/19 18:38
수정 아이콘
네. 저 또한 심리극을 엄청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추격자에서 차 안에서 중호의 행동을 어떻게 해야될까하고 나홍진과 주먹다짐까지 오고간거 생각하면...그 디테일한 장면을 캐치해서 심리극 표현하는걸 추구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파랑파랑
19/04/19 18:4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처음에 김윤석이 감독이라길래 그래 배우로써 굉장히 뛰어난 사람은 맞는데 이제 감독까지 한다고? 너무 쉽게 접근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갖고 영화를 봤는데요. 이게 웬걸, 여자감독으로 착각할만큼 섬세한 연출과 매력적인 배우들의 연기력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여자스탭들에게 자문도 구했다고 합니다)
소소한 유머들도 좋았구요. 연기자 출신 감독이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선입견 갖고 지켜봤는데,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저는 3명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먼저 염정아입니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나서 본처로써 체통?을 지키려는 모습,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가 인상깊었습니다. 남편역의 김윤석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바람 펴놓고 곤란한 상황을 당장 피하는데 급급한 책임감없는 未성년이라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를 뭔가 왠지 밉지 않게 보여준단 말이죠. 저 느낌을 살릴 다른 연기자가 있을까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질 않네요.
마지막으로 딸역의 김혜준을 보며 아니, 저렇게 자연스럽게 잘하는 애가 킹덤의 중전이었다고? 동일인물 맞아? 할 정도로 다른 모습에 놀랐습니다. 아마도 사극역을 처음 해본 탓에 불편한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마치며, 김윤석의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축하합니다. 연기로 한 획을 그었는데, 감독까지 이렇게 잘하면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쩌라는거야.
빨간당근
19/04/19 18:51
수정 아이콘
근데 안타깝게도 감독, 주연을 동시에 맡는 작품은 미성년이 처음이자 끝이라네요.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 하시더군요; 흐흐... 감독이면 감독, 연기면 연기 무조건 하나만 하신다고 합니다.
복슬이남친동동이
19/04/19 19:14
수정 아이콘
웃긴 게, 예전에 김윤석이 소위 '감독처럼 구는' 배우로 말이 많았거든요. 연기하다가도 방향을 놓고 감독들하고 다툼이 잦았다고..

근데 진짜 감독 해 버림. 잘 해 버림.
세오유즈키
19/04/19 19:31
수정 아이콘
송강호랑 김윤석이 감독 데뷔했으면 자기는 백수였다고 말한 영화감독도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진짜 그렇게 될 줄이야...
19/04/19 20:56
수정 아이콘
영화 자체는 너무 좋게봤는데 마지막 1분에서 진짜 경악을 했네요.
자체적으로 평점을 10점만점에 7.5점정도? 꽤 잔잔하게 다큐같은느낌으로 재미있게 보다가 마지막에 별점 1점을 스스로 내렸습니다
쿠우의 절규
19/04/19 21:11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극장에 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불륜이 폭로되며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더니 끝까지 유지하더군요.
이런 맛에 막장 드라마를 보는구나 싶었습니다.
감독 김윤석이 기대 많이 됩니다.
그러고보니 연기자 김윤석은 추격자 이후로 거의 비슷한 캐릭터만 했었네요.
본인은 이것저것 할 수 있는데 왜 이런 것만 시키냐! 하면서 갑갑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강도 장면은 좀 뜬금없었구요, 다만 염정아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일단 수습을 하고 그 다음에 갈라지거나 다른 걸 하는 것이죠.
마지막은... 음... 쇼킹하긴 한데... 그럴 수도 있겠...죠?
송파사랑
19/04/19 21:54
수정 아이콘
정말좋은작품. 추천합니다
그린우드
19/04/19 22:47
수정 아이콘
답 내 감
유정연
19/04/20 08:19
수정 아이콘
한국엔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겸업하는 배우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미성년 꼭 한번 봐야겠네요.
리콜한방
19/04/20 09:25
수정 아이콘
명함만 감독 겸 배우가 아닌 '제대로 된' 감독 겸 배우는 한국서 몇십년 만에 처음 나왔다고 생각해요. 기껏해야 방은진 한 명 쳐줄까 말까 수준이었는데.
대신 각본은 온전히 타인에게 맡기고 연출에만 참여하는 게 더 좋아보여요.
까리워냐
19/04/20 09:54
수정 아이콘
이희준 배우는 이른바 '한남'역할을 몇작품째 하는지 모르겠어요 크크
나왔을때 빵터짐
Chasingthegoals
19/04/20 10:05
수정 아이콘
크크크. 그 캐릭터에서도 디테일이 있었죠. 돈 얘기, 통장 만들어달라고 등쳐먹으려는 말 하다가 아빠 내 이름 아냐고 하니깐 마지막에 이름 불러주고 인사했죠.
19/04/30 22:31
수정 아이콘
시놉시스 보고서는 불륜 진행 과정이 나올줄 알았는데 시작하자마자 밝혀져서 놀라고,
아이들끼리 이거 어떻게 숨길지 전전긍긍할 줄 알았는데 바로 폭로해버려서 놀랐습니다 크크
세상에 불륜 저지르는 영화가 아니라 불륜 수습하는 영화라니..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0852 [일반] [스포일러]요로나의 저주- 정말 아무거나 유니버스로 만드네 [17] 꿈꾸는드래곤8461 19/04/20 8461 2
80850 [일반] 블랙홀 관측에 즈음한 과학이야기 [58] 이니그마10058 19/04/20 10058 3
80849 [일반] 아이돌노래에 아직도 적응 못한 인간이 요즘 듣는 익스트림 메탈앨범들(취향주의) [14] valewalker7674 19/04/20 7674 4
80848 [일반] BTS 유감.. [216] 삭제됨20663 19/04/20 20663 13
80847 [일반] 휘성의 억울한 누명 [78] 파이어군18640 19/04/20 18640 8
80846 [일반] 야밤에 잡설 [3] ljchoi5929 19/04/20 5929 1
80845 [일반] 일드 '한자와 나오키' 참 재밌네요. [88] 행복을 찾아서10949 19/04/20 10949 5
80843 [일반] 카레라 듀오 추천합니다. [22] 모모스201311590 19/04/19 11590 2
80842 [일반] 십자가에 매달리신 고통과.. [188] 탄이14231 19/04/19 14231 55
80841 [일반] [스포] 영화 미성년을 보고...연출자로서 김윤석은 괜찮았다. [15] Chasingthegoals8971 19/04/19 8971 2
80840 [일반] 황교익 왈 "한우를 먹는 것은 수입곡물을 먹는것이다." [127] 쿠즈마노프18091 19/04/19 18091 16
80839 [일반] 외과 수술로 강박증과 우울증을 치료하는 놀라운 현대의학 [47] AUAIAUAI17288 19/04/19 17288 11
80838 [일반] 동해에서 진도 4.3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25] 홍승식9664 19/04/19 9664 1
80837 [일반] 어느 회사의 영업 변경신고 [34] 12960 19/04/19 12960 23
80835 [일반] 4차 산업혁명은 너무 거창하다... [47] LanceloT12568 19/04/19 12568 2
80834 [일반] 급식과 구내식당의 Quality와 Quantity. [30] April23311464 19/04/18 11464 1
80833 [일반] (이미지)한국의 턱밑까지 다가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50] 오리공작15803 19/04/18 15803 11
80832 [일반] 인공지능 로봇 도입에 대한 (뻘글) 2 메로마나4871 19/04/18 4871 0
80831 [일반] 변비약 가이드 [55] 의지박약킹 16417 19/04/18 16417 36
80830 [일반] 인공지능 로봇 도입에 대한 (뻘글) [4] 메로마나6192 19/04/18 6192 2
80829 [일반] 인력 90% 감축하고 입고생산성 80배 향상된 유니클로의 자동화 공장 [158] AUAIAUAI23779 19/04/18 23779 13
80828 [일반] 글쓰기의 어려움 [10] 므라노6195 19/04/18 6195 11
80827 [일반] (노스포) 꽤 괜찮은 좀비물이 하나 나왔습니다. [37] OrBef15263 19/04/17 15263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