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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5/20 12:34:31
Name 아즐
File #1 images_1.jpg (14.2 KB), Download : 67
Subject [일반] 5.18과 나 (1) (수정됨)


모바일 작성이라 수없이 많은 오타들 양해 부탁드립니다. 한때는 저도 날렵한 섬섬옥수 같은 손가락으로 글자판을 두들겼지만 지금은 날만 흐려도 욱씬 거리는 느낌의 뭉특한 손가락으로 하려니, 것도 모바일이라 글자판도 작아서 더 힘드네요.



1987 감상하고 그시절 쓰리고 아린 기억과 깊은 절망감이 다시 생각나고 그럼에도 역사는 어떤식으로든 진보함을 믿게 되어서 이런저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내가 알아가게 된 5.18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가난한 동네가 그러듯이 철길이 가까이 있고 어른 한명이 지나가기도 좁은 작은 골목길이 몇 개씩 있고 담벼락이 낮은 동네였다.

나이도 기억하기 힘든 어린 시절에 택시운전사에 나온 잠바떼기 아저씨와 경찰들이 몰려오고 그앞을 언니오빠들이 각자 골목길에서 찢어져서 도망가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소음은 금세 비명으로 바뀌었고 경찰들은 언니들 머리채를 잡아서 끌고오고 오빠들은 수갑을 채워서 이미 저항도 안되는 상태에서도 손가락 관절을 주저없이 겪기 시작했다.



동네 아주마들은 학생들이 이미 잡혔는데 소리와 어쩌냐는 탄식이 나오자 잠바떼기와 경찰들은 급히 사라지고 곧바로 숨어있던 오빠 하나가 지나치려다 울고 있는 나를 보고 다가와 내 눈에 시선을 맞추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한마디를 하고 사라졌다



"너희들을 위해서야"



5월의 어느날답게 날씨가 좋았고 왜 나는 교실에 남아서 창밖을 보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전학 온지 몇 달 되지 않는 반 아이가 나를 향해 말했다.



나 전라도에서 전학왔어.. 그래?

사실 광주에서 전학왔어.. 그래서 뭐?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됐고 광주 출신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건내기 시작한건 서슴없이 두환이 욕을 하는 내가 좋았단다. 욕을 잘해서 좋았다니;;

두환이 욕을 할 수 밖에 없던게 이게 뻑하면 한여름 때양볕 아래에 우리를 동원해서 듣지도 못한 외국에서 누가 온다면 태극기를 흔들게 했서다.

아주 짜증스러웠고 더웠고 그래서 두환이 대머리 문어대가리 라는 욕을 자주했다.



친구의 입에서 나온 80년 5월 어느날 광주에서 있었던 일은 내가 하는 욕이 얼마나 가소로운지, 얼마나 작은 일에 분노했는지 알게 해주었고 어릴적에 수시로 목격한 언니오빠들이 잡혀가고 너희들을 위해서 라는 말이 각인되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못했을거다.



80년 5월 광주에서는 임신부 배를 갈랐다는 소문이  떠돌고 유방이 없어졌다는 소문에 가만히 버스타고 가다 죽었다는 목격담에 친구는 주유소가 불타는 목격과 무슨 일인가 머리를 내밀었는데 총맞아 죽은 이웃의 얘기를 해주었다.



그후로도 한참 뒤에나 주소지와는 전혀 다른 친구의 집을 방문할 수 있었고 매사에 조심하면서 살아가는 친구와 가족을 볼수 있었다.



친구와 내가 87년 시청에서, 명동에서 본 광경들, 빌딩에서 어떻게 넥타이 부대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백골단에 잡힌 얘기, 아줌마들이 어떻게 참여했는지, 대학로에서 등등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써야겠다



어쩌면 87년에 종철이 오빠보다도 어려서 사람들이 경계심을 가지지 않고 친구와 나를 받아들이고 또 어쩌면 종철이 오빠를 고문해서 죽인 일 때문에 그보다 어린 우리가 백골단에 잡혀도 무사할 수 있었나보다.

지금도 종신 홍준표 대표님이 무척이나 싫어할 것 같은 전교조의 탄생과 탄압 그리고 무차별 해고와 퇴학도 역사의 한장면 아닐까. 이 얘기도 다음기회에.

눈만 괜찮아도 마저 더 수다 떨듯이 쓰고 싶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아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야 철저한 제3의 목격자 일 뿐이지만 학살 당한 가족을 두고 가족을 잃고 지금도 정신병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많은 호남분들에게 끝나지 않는 지지와 위로를 보냅니다.

광주여 광주여 이라는 대형 플랭카드만 봐도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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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
18/05/20 13:34
수정 아이콘
적어주신 우리들을 위해서 싸워주신 분들 덕분에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일베를 위시한 왜곡하는 버러지들은 자기들이 지금 누구의 피웅덩이 위에서 날뛰는 지는 알지도 못하겠지만.
18/05/20 14:09
수정 아이콘
홍어배달이니 뭐니 사회밖 인간들도 많지만 적어도 누군지도 모르는 도망자 오빠의 말 한마디는 제 인생 대부분을 좌우했다고 할까요.
껀후이
18/05/20 14:31
수정 아이콘
실제 경험담이신가요 아님 소설이신가요?
우리나라 근현대사도 참 어느나라 못지않게 파란만장하고 비극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5.18은 너무나 안타깝고 참혹적인 역사의 한장면이고요...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5.18을 위해서 행하는 것들이 단순 인기에 영합한 정치가 아니라, 실제 그 시대를 살았고 피해자들을 대변하고자 노력하였으며 실체적진실만을 추구하는 대통령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서 다행이고 꼭 잘못된 것들이 바로잡히기를 바랍니다...그리하여 그 원혼들이 모두 천국에서나마 편히 쉬실 수 있기를...ㅜㅜ
18/05/20 16:47
수정 아이콘
경험담이에요. 글속에 친구는 커서 노조 활동하고 위원장이랑 결혼하고(그회사는 노동자에게 잘해주는 회사로 유명한것은 비밀입니다) 저도 노조활동하고 해고 당하고 imf때 완전 해고당하고 그와중에 상처도 많이 봤고 현재까지 회사를 상대로 소송중인 친구도 있고 우리세대가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 세대에요.
87년 항쟁을 미완의 성공, 절반의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은 노태우 당선도 당선이지만 개인적 생각으로는 두환이 사면이 더 커요ㅜㅜ 호남 친구야 죽으나사나 김대중 선생님이지만 비호남 사람인 제 입장에서는 두환이 사면을 보는게 너무 큰 상실감이였죠.
안양한라
18/05/20 14:5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어제 그알 보니깐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나 암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중학생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것도 모자라서 시신을 함부로 다루는 것도 그렇구요. 그 어떤 흉악범죄에도 좀처럼 동요되지 않는다는 법의학자들 조차 분노를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폭도니깐 그렇게 해도 된다던 당시 현장 지휘관들의 말을 들으니 그 인간말종들이야 말로 진짜 폭도요 내란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8/05/20 16:55
수정 아이콘
에휴, 선의의 피해자 운운에 폭도라는 것은 피꺼솟이죠. 역사에 과정은 없지만 87이후 노태우가 아니라 김영삼이라도 당선되었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많이 해요. 하나회 척결을 더 빨리하고 문민화가 더 빨리 진행 되었다면 광주학살의 진실이 조작되기전에 전두환 노태우 사형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기징역감 아니 최근까지도 헛소리 하는건 안보고 살지 않았나 싶어요
Janzisuka
18/05/20 15:01
수정 아이콘
저희집안에서는 아버지께서는 아직도......에효..
가끔 뉴스보다 저와 관련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더는 이야기가 진행이 안됩니다.
하물며 옆에 계시는 어머니조차 증언을 해주시는데..
당시에 어머니가 아는 오빠가 광주로 투입되었었고 거기서 자행된 이야기를 어머님께 해주셨다고 하네요.
진짜 세뇌교육이 무섭긴한가 봅니다...나쁜놈들
18/05/20 17:03
수정 아이콘
저도 친구가 말 한 80년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경험 없이 들었다면 온전히 믿지 못했을거에요.
살던 동네가 연대 서강대 이대가 있는 지역이고 뻑하면 가든호텔 앞애서 태극기 흔든 기억과 당시 대학생들을 개 잡듯이 잡아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다면 설마 그랬겠어, 나라 지키는 군인이 시민들을 죽였겠어, 단순 사고였겠지 했을지도 몰라요ㅜㅜ
네버스탑
18/05/20 22:19
수정 아이콘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음에도 그 비통함이 느껴지는 것은 단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광주였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군대갔을 때도 광주 출신에 데모 많이하던 대학 다니다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면담을 했어야 했으니까요(저희때 이미 대학 데모는 일부 그들만의 일이었죠)
그나마 정권이 바뀐 후에 간 터라 범인 취조하듯이 하지는 않고 가벼운 물음으로 끝났지만
그때 '아.. 정말 그냥 호남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압박을 받는 구나..' 생각이 들면서 '나보다 더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과연 어떠했을까' 싶더군요
5.18은 나고 자란 이 지역의 모든 것에 스며들어 있어서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먼 미래세대는 어떻게 될는지 몰라도요
18/05/21 01:07
수정 아이콘
제가 진압군들도 피해자였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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