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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5/19 11:22:38
Name 사업드래군
Link #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10094648&isYeonhapFlash=Y
Subject [일반] 밑의 대리모 논란을 보고, 몇 가지 기본적인 정보전달. (수정됨)
1. 먼저 기사를 쓴 기자분께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기초적인 용어도 확인 안 하고 기사를 쓰는 것 같은데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기사면 최소한 한 번이라도 검토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 기사제목이 - 법원 "인공수정해 얻은 자녀, 낳아준 대리모가 친어머니"

라고 써 있는데, 인공수정이 아닙니다. 인공수정은 그냥 남편의 정액을 자위를 통해 채취해서 원심분리 등의 과정을 거친 다음 여성의 자궁 내로 넣어주는 방법입니다. 다른용어로 '자궁내 정자주입술'이라고 하는데 이게 훨씬 더 직접적으로 와 닿는 용어이긴 하지만 너무 직설적이라 관습적으로 그냥 인공수정이라고 합니다

인공수정이면 그냥 남편 정액을 다른 여자에게 넣어준 거니까 당연히 대리모가 친어머니죠. 남편의 정자와 대리모의 난자로 수정시키고 임신까지 한 거니까.

기사제목은 '인공수정'이 아니라 '체외수정'이라고 해야 합니다.

체외수정은 흔히 '시험관 시술'이라고 하는 것으로 여성의 난자를 채취하여 몸 밖에서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 후 만들어진 배아를 여성의 자궁내로 넣어주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인공수정은 단순히 남편의 '정액'을 자궁내로 넣어주는 것이고, 체외수정은 남편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를 실험실에서 수정까지 완결시킨 후 수정이 된 '배아'를 자궁내로 넣어주는 방법으로 두 개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이건 마치 용의자에게 검찰이 5년형을 '선고'하고 판사가 3년형을 '구형' 했다고 기사를 쓰는 셈입니다.


2. 둘째로 국내에서는 대리모가 불법은 아닙니다. 그냥 대리모를 규율하는 법률 자체가 아예 없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냥 학설과 민법의 해석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리모가 불법이려면 '대리모'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라고 하는 금지조항이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혈중알콜농도 0.1% 이상이면 면허취소가 된다.' 거나 '마약을 복용하면 안 됨' 같이 말이죠.

법률이 없으니까, 불법도 아니고 법적인정도 안 되는 애매한 상황이라 그냥 병원의 자체적인 규정으로 동의서를 받고 진행하는 정도입니다.

근데, 뭐 동의서라는 게 어차피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습니다. 그냥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이런 노력을 했다라는 걸 증명하는 정도의 의미 정도밖에 안 됩니다.

저는 지금 대리모 출산을 해 주고 있지는 않지만 대학병원에서 소위 펠로우라는 걸 할 때 가끔 의뢰하는 사람이 있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 동의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있습니다.

⎕  동의권자는 유전적 부모와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있지 아니함을 확인합니다.
⎕  동의권자는 대리모의 자궁을 통해 출생한 아이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는 유전적 부모측에 귀속되며, 아기에 대한 부모로서의 친권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동의합니다.

⎕  동의권자는 담당의사로부터 배아이식과 임신 및 출산 전 과정에서 예상되는 합병증과 후유증에 관하여 (별첨) 충분히 설명 들었습니다.
⎕  동의권자는 배아이식이 시행되기 전에는 유전적 부모나 담당 의사를 통해 언제든지 동의 의사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으면 안 된다는 조항은 소위 '씨받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인데, 아니 그럼 남의 애를 누가 임신하려고 하냐구요?

그래서 대리모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이라면 이전 출산경험이 없는 사람은 하지 않도록 대부분의 동의서에 규정되어 있고, 굳이 정상적인 예를 들자면 난소는 정상적으로 배란기능을 유지하는데, 이전에 자궁근종 등으로 적출을 하여 자궁이 없거나 자궁의 기형 등으로 정상적인 임신이 어려울 경우 금전관계가 없는 언니나 여동생이 대신 낳아줄 수는 있습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자궁이 없는 딸을 위해 친엄마가 대신 임신을 해 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애매해집니다.

언니나 여동생이 대신 임신해 주면 금전관계에 대한 의혹은 사라지는데, 이모가 엄마가 되는 더더욱 이상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이 해주자니 금전관계도 없는데 그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고 해 줄리가 없습니다.

물론 시술에 들어가는 비용 일체와 교통비, 휴양의 명목으로 약간의 사례는 지급하지만 이것도 원칙적으로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는 없고, 아기를 원하는 부부가 의료기관을 통해 지급하고 의료기관이 대리모에게 지급하는 형식으로 되어야 합니다. 그나마도 정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3. 반대의 예 - 난자공여.

대리모는 자신의 DNA를 가진 난자와 남편의 DNA를 가진 정자가 수정된 배아를 가지고 다른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여 임신을 유지합니다.

즉, 유전적으로는 자신의 아이이나, 직접 출산을 하는 것은 다른 여성으로 여기에서 논란이 발생하게 됩니다.

난자공여는 그 반대의 경우입니다. 다른 여성의 난자와 자신의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켜 배아를 생성한 후 자신의 자궁내에 이식하여 임신 - 출산을 하는 방법입니다.

즉, 유전적으는 다른 여성의 아이이나, 직접 임신 -  출산을 하는 것은 자신입니다. 역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겠죠.

이런 경우의 흔한 예는 자연적으로 또는 수술로 인해 폐경 혹은 조기폐경이 되어 난자를 생성할 수 없는 사람이 여동생의 난자를 이용하여 임신을 하는 경우입니다.

공여자가 기혼 상태이면 공여자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며, 미혼 상태이면 자신이 결정하면 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금전적 관계가 없다면 다른 사람의 난자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대리모와 달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이에 대한 규정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 24조(난자제공자에 대한 실비보상)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난자제공에 필요한 시술 및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른 보상금 및 교통비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관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난자제공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금액은 공무원의 여비지급 규정에 준하여 아주 구체적으로 금액까지 명시되어 있습니다.

역시 원칙적으로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는 없고, 아기를 원하는 부부가 의료기관을 통해 지급하고 의료기관이 난자공여자에게 지급하는 형식으로 되어야 합니다.

물론 체외수정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은 난자공여자입니다. 과배란유도 - 수면마취 후 난자채취의 과정까지 난자공여자에게 시행되고, 이후 배아이식은 아이를 원하는 여성에게 시행됩니다.

또한 이러한 난자공여는 평생에 3번까지만 기증할 수 있고, 시술 사이의 간격은 6개월 이상으로 제한됩니다. 이는 난자공여자의 건강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불법적 시술이 아니라면 난자공여의 이력이 보건복지부에 등록됩니다.)

여기서도 동의서에 향후 누구의 아이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귀하께서 기증한 생식세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권리와 의무가 생식세포수증자에게 귀속됩니다. 단, 기증된 생식세포가 이용되기 전까지는 생식세포 기증에 대한 동의의 철회를 통해 기증된 생식세포가 이용되지 않도록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식세포 이용이 준비되는 과정 중에 생식세포 기증에 대한 동의가 철회된다면 시술을 준비하던 생식세포수증자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식세포기증은 신중하게 결정되어야만 합니다."

"귀하께서 기증한 생식세포를 이용하여 임신되거나 출산된 아이에 대해 귀하와 귀하의 배우자께서는 부모로서의 권리를 전혀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 아이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과 의무 역시 전혀 부담하지 않습니다. 아이에 대한 모든 권리, 책임, 의무 등은 생식세포수증자와 그 배우자에게 귀속됩니다."

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난자공여를 한 여성이 아닌 생식세포수증자 - 아이를 원하여 난자를 공여받아 직접 임신을 한 여성을 부모로서 인정하는 방향입니다. (당연한 얘기로 이게 보장이 안 되면 자신의 아이를 인정받을 수 없는데 난자공여를 받아 임신을 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법률에는 역시 향후 누구의 아이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명시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이 좀 길어졌는데 요약하면

1. 대리모 시술은 '인공수정'이 아니라 '체외수정'을 거쳐 이루어집니다. 기자님 기사 똑바로 써 주세요.

2. 대리모 시술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 아예 국내에 규정하는 법률 자체가 없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이후에 벌어지는 법적 다툼은 모조리 기존의 판례와 판사의 해석에 의존해야 합니다.

3. 반대의 경우인 난자공여의 경우에는 규정하는 법률이 있으나 역시 향후 누구의 아이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명시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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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들도들
18/05/19 11:40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돌오시
18/05/19 11:42
수정 아이콘
굉장히 잘 읽히네요.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18/05/19 11:50
수정 아이콘
어차피 이런 기사는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에 맞춰서 쓰는 거지 진실과는 아무 상관 없죠.
냉면과열무
18/05/19 11:52
수정 아이콘
오.. 몰랐던 정보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蛇福不言
18/05/19 12:29
수정 아이콘
2번과 관련해서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불법'의 의미에 대해서요.
형사법적으로는 법률 없으면 범죄 없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까 대리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면 '형사법적으로 불법'은 아니죠.

그런데, '대리모/씨받이가 불법'이란 말은 그게 민법 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라는 것입니다. 규율의 차원이 다릅니다.
반사회적 법률행위는 법률의 금지/처벌규정이 없다고 합법이 되는 게 아닙니다. 반사회적 법률행위의 종류와 방법 등은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수 있고, 그걸 사전에 일일이 법률로 규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법률의 금지규정이 없으면 합법'이라고 한다면, 실질적으로 불법인 행위를 법원에서 다 인정해줘야 합니다. 소송에서 개소리를 해도 받아줘서 그 손을 들어주고 강제집행까지 해줘야 한다는 소린데, 그건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죠.

대리모 계약을 불법으로 봐야 할지는 다툼이 있습니다만, 그 불법성 논의는 -아직까지는- 형법적 논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천호동35세백영호
18/05/19 15:4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대리모가 불법이라는 말은 형법을 제외한 사법 공법적인 부분에서의 불법이라는 말이지 형사적으로 처벌받는 행위로 규정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4촌 이내의 근친결혼이 불법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자제한법을 넘은 과도한 이자는 불법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와 같은 맥락이죠.
근친결혼이 불법이어도 사실혼관계는 할 수 있습니다. 사채업자들은 현재 25%의 이자를 훨씬 넘는 이자를 받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법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이 행위와 관련된 권리의무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근친결혼의 신고는 수리되지 않고 25%초과 이자는 무효이므로 채무자가 갚지 않아도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리모 역시 현실적으로 당사자들의 합의로 할 수는 있으나 이와 관련된 법적권리의무는 모두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대리모가 반사회적이고 불법이냐? 이는 제 다음분이 설명해주실 겁니다. 헤헤......
18/05/19 12:30
수정 아이콘
기사보다 100배 좋은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몽키매직
18/05/19 12:42
수정 아이콘
금전관계의 문제는 생체 장기이식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습니다. 장기이식도 돈으로 사고 파는 건 금지하고 (장기매매의 부작용은 설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오직 선의에 의해서 기증을 받는 경우에만 생체 장기 이식을 진행하죠. 그런 의미에서 금전으로 타인의 자궁을 빌리는 행위, 대리모 입장에서는 돈을 받고 본인 건강의 위험을 부담하는 행위에 대해서 법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넓은 범위에서 보면 장기 매매와 비슷하거든요.
꺄르르뭥미
18/05/25 00:2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랫 글이 파이어난데 비해 이 글에는 댓글이 너무 없어서 허망하네요...
대리모와 난자공여를 비교해 생각해보니 참 어려운 문제가 되겠네요.
한편으로는 대리모가 의학적으로 발달하고 합의가 된다면 아기를 낳기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는 여성에게 한가지 옵션이 될거 같아서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18/05/27 15:39
수정 아이콘
아이고 이 글 읽자마자 연합뉴스 기자에게 메일 보냈었습니다. 보낸 후 얼마있다가 확인하니 네이버에 그 분이 메일 읽음으로 떴고 답은 없길래 그러려니 했는데요. 방금 답장이 와서 기사 수정하겠다고 하네요. 뭐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어쨋든 사업드래군님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함께 조금씩이라도 고쳐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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