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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5/19 20:01:00
Name
Link #1 https://blog.naver.com/cyberworld88/221279600770
Subject [일반] (영화 버닝 스포 함유) 버닝 보고 왔어요!
스포일러가 다량 함유되어 있으니..... 안 보신 분들은 백백!
말도많고 탈도 많던 버닝 저도 보고왔네요!

블로그에 끄적여 놓은 글인데 한 번 같이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공유해보아요.
곡성 이후 오랜만에 '생각해봄직한' 이슈들이 많은 영화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1.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

해미는 리틀헝거와 그레이트 헝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리틀 헝거는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만을 쫓는 사람, 그레이트 헝거는
기본적인 욕구는 부족하더라도 더 큰 꿈과 이상을 쫓는 사람을 의미한다.

해미는 그레이트 헝거를 꿈꾸지만 그렇지 못한 리틀헝거다
카드 빚, 원룸에서 쪼들려 생활하면서도
외모를 위해 성형을 하고, 어려운 형편에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간다.
다녀와선 돈많은 벤과 연애를 한다.
하지만 그녀에겐 꿈과 이상이 없고 현실만 있다.
옷을 다 벗고 펜토마임으로 자유로운 새를 형상화해보지만,
그레이트 헝거는 될 수 없다

벤 역시 그레이트 헝거를 꿈꾸는 리틀헝거다.
전형적인 금수저, 하지만 그도 삶에서 어떤 꿈과 이상도 없다
그저 환락파티, 대마 등으로 기본 쾌락만 추구하는 리틀 헝거일뿐..

종수는 그레이트 헝거다
가진 건 아버지의 봉고트럭과 허름한 집 뿐,
택배 알바를 하며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가지만
소설가라는 큰 꿈과 이상을
놓지않고 달려간다.

2. 비닐하우스
벤은 종수에게 자신의 취미가 2달에 한 번씩 비닐하우스를
태우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아무것도 없이 불 하나 붙이면 그냥 타버리는 비닐하우스,
이창동 감독은 비닐하우스를 우리 사회의 약자로 비유한다

유아인이 비닐하우스가 불타지 않도록 뛰어다니는 행위는
끝까지 꿈과 이상을 놓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 약자들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3. 우물
해미는 어릴 적 우물에 빠진 자신을 종수가 발견하고
구해줬으나 기억을 못한다는 것에 실망한다

사람이 빠지는 깊고 어두운 우물은
사회적 약자들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해미의 엄마, 언니 / 마을의 이장 / 종수의 엄마에게
우물은 있건 없건 중요하지 않은 존재다
(암울하지 않은 사람들이니까)

우물에 빠진 해미는 이미 암울한 현실에 빠진 사회적 약자를,
그래도 우물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종수는 암울한 현실을 찾고 개선해나가려는
우리 젊은이들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4. 해미는 죽은 것일까?
알 수 없다.

- 하지만 종수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차, 도로소리와 사람 소리가 들린 것으로 볼 때
납치당한 게 아닐까라고 추측
(벤이 팔아넘겼을듯...)

- 벤이 차를타고 댐 비슷한 곳에 주차를 한 것으로 보아
비닐에 넣고 수장시켰을 가능성도 있음

- 영화 이름처럼 죽인 후에 태워버렸을 가능성

5. 결말의 의미?
어떠한 소설을 써야할 지 감도 못잡던 종수,
해미의 방에서 노트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꿈만 쫓던 그레이트 헝거 -> 꿈을 이뤄나가기 시작)

종수는 이후 결국 벤을 살해하고 자신의 옷가지들, 벤의 차를 모두 불태워버린다
종수에게 칼에 찔릴 때 벤은 종수를 꼭 껴안는 듯한 제스쳐와
억울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 본인은 돈만 있는 리틀헝거, 하지만 꿈과 이상을 쫓으며 살아가는 그레이트 헝거 종수를 좋게 봤을 가능성이 큼
(계속 종수가 자신을 미행해도 분노하지 않음, 종수를 심지어 집에 초대까지 하고 같이 어울리려 함)

- 종수가 옷가지와 벤 + 벤의 차를 다 태워버리는 행위는
리틀 헝거인 벤(사회 기득권) + 그레이트헝거일 때 입었던 자신의 옷가지, 흔적을
모두 태워버리고 소설가로서의 새로운 발전, 시작을 의미한다고 생각됨
(헝거를 벗어나)

6, 개인적인 평가
배우들의 연기 다 좋았고 숨어있던 복선과 메타포를
해석해나가는 재미들도 나름 있었다.

- 굳이 넣었어야 하나 생각이 들게하는 지속되는 자위 장면
- 우리 사회의 약자를 상징하는 모습인 해미를 좀 더 동정이 가게 묘사했다면?
- 2시간 30분 런닝타임 중 긴박함 단 3~4분 뿐인 연출방식
은 아쉬움이 남았다

평점 : 3.5 / 5 점

박하사탕 이후 이창동 감독의 첫 영화였는데,
시간내서 밀양도 한 번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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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이웃
18/05/19 20:10
수정 아이콘
우물 해석이 좋습니다. 영화 보고 온 사람들도 설득될만한 해석인 듯
인생은에너지
18/05/19 20:18
수정 아이콘
영알못이지만 뭔가 연극톤인 대사들이 몰입을 방해하더라구요. 그치만 영화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17롤드컵롱주우승
18/05/19 20:23
수정 아이콘
종수가 소설을 못쓰겠다고 하면서 세상을 모르겠다고 하죠
하지만 마지막에 소설을 쓰면서 수수께끼 의 세상에서 먼가의 답을 찾았고
그게 벤에게 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링글스할라피뇨
18/05/19 20:32
수정 아이콘
고민할 꺼리가 꽤 많고, 던져주는 주제의식은 괜찮습니다만.
말씀하신대로 지루한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다만, 해미가 노을지는 배경으로 춤추는 장면의 영상미는 아주 좋았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온 아프리카의 노을과 춤에대한 이야기 둘다를 생각하게 해주는 멋진 장면이더군요.
18/05/19 21:52
수정 아이콘
영화 내용과 큰 관련은 없지만,
같이 본 여자친구가 해미가 옷을 벗고 춤을 출 때가 종수와 정사 때 보다 가슴의 크기가 더 커졌다고 하던데 혹시 그렇게 느끼신 분은 없었나요? 듣고보니 저도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혹시 촬영기간동안 배우분이 수술을 한게 아닌지..?
프링글스할라피뇨
18/05/19 21:57
수정 아이콘
후자가 커보이긴 했습니다만, 그냥 누웠을때랑 서있을때의 차이가 아닐까요.
그러니까 범인은 중력입니다.
호르몬의 영향일지도 모르고요.
18/05/19 22:22
수정 아이콘
전문가(여자친구)의 판단으로는 후자에서처럼 가슴이 물방울 모양이 되려면 의학의 힘이 아니면 힘들다고 하더군요.
또한 그런 모양은 누웟을 때에도 탄력을 유지한다고...
듣고보니 미스테리입니다.
혹시, 해미가 벤을 만나면서 무리해서 가슴 성형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상상해봅니다.
공부맨
18/05/19 22:46
수정 아이콘
제가보기엔
맨처음 종수와첫만남에서도 뽕인진 모르겠지만 커보이던데요...
고기반찬주세요
18/05/19 23:01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짱짱걸제시카
18/05/19 23:44
수정 아이콘
헉 제 여친도 똑같은 말을 했는데.. 신기 신기
순해져라순두유
18/05/20 01:05
수정 아이콘
저는 속으로 그날이겠거니 했습니다
소린이
18/05/20 13:44
수정 아이콘
덕분에 여러 가지 의문이 풀리네요 잘 읽었습니다.
서지훈'카리스
18/05/21 01:45
수정 아이콘
우물 =혜미의 방과 동일합니다
밖으로 보이는 창이 매우 작고 한정적이죠
우물에서 종수가 구해줬다고 말한 것처럼 이번에도 본인을 구해줄 사람은 종수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바카스
18/05/21 03:10
수정 아이콘
저도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했던 생각이

타워에 반사된 짧은 순간의 햇빛도 종수가 섹스를 하는 중에도 본 것이 종수만이 해미의 구원이자 그레이트 헝거가 될 유일한 길이지만,
이내 사라진 빛으로 말미암아 해미는 결국 현실에서도 사라졌고(아마도 정황상 살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초반에 확 깔아둔 이창동 감독의 복선이었다 봅니다.
The Special One
18/05/21 04:00
수정 아이콘
전새벽씨의 리뷰를 읽고 모든 의문이 풀렸습니다. 궁금하신분은 찾아보시면 좋을것같아요.
4월29일
18/05/21 08:59
수정 아이콘
저도 어디서 본 리뷰인데 마지막 살해 장면은 종수가 고양이를 찾고 벤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헤어진 후 해미의 방에서 자위 후 소설을 쓰기 시작한것으로 봐서 종수의 소설속 장면이고 결국 살해하지 못한것으로 해석하는것도 있던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카푸스틴
18/05/22 22:49
수정 아이콘
위에 언급하신 모든 상황을 다 똑같이 대입한 후 종수는 리틀헝거라고 말해도 설득력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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